한국에서는 XD글로벌이 서비스하는 모바일 전략 게임 <소녀전선>이 지난 8월 24일, 2018년 여름 기간 한정 대규모 이벤트인 ‘난류연속’(CONTINUUM TURBULENCE)을 시작했다. 특히 이번 이벤트는 다양한 신규 요소들이 추가된다는 점과, 사상 처음으로 중국 서버와 한국 서버가 시차 없이 동시에 진행하는 대규모 이벤트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와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는 약 1주일간의 시차가 있지만 이 정도면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그리고 실제 뚜껑이 열린 <소녀전선>의 난류연속 이벤트는 분량부터, 공략 난이도, 파밍 및 기타 다양한 요소와 버그(…)에 이르기까지, 여러 의미로 유저들 비명을 지르게 하는 콘텐츠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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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수 플레이타임만 15시간 이상! ‘준 콘솔 게임 급’ 콘텐츠 분량
‘난류연속’은 기본적으로 3개 지역 48개에 달하는 스테이지로 이루어진 이벤트 전역. 그리고 이의 공략에 필요한 ‘중장비 부대’ 같은 다양한 지원 시스템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나 이벤트 전역의 구성과 콘텐츠 분량이다.
난류연속 이벤트 전역은 각 장 별로 기승전결이 명확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유저의 선택에 따라 시나리오 전개 및 등장하는 스테이지가 달라지는 ‘멀티 분기’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루트를 잘못 선택하면 ‘배드엔딩’까지 등장하며, 그 시나리오 분량은 1장부터 3장까지 깨는 데(텍스트를 스킵하지 않으면) 총 15시간 이상이 걸린다.
이쯤 되면 어지간한 싱글 플레이 중심의 콘솔 게임에 근접한다고 봐도 될 정도로 시나리오와 콘텐츠 양이 방대하고, 이야기의 시작과 끝맺음이 명확하다.
# 이 이야기는 진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난류연속이 기존 <소녀전선>의 이벤트와 가장 다른 점은 바로 플레이어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지휘관’(전술지휘관)이 시나리오의 주역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난류연속은 의문의 세력에 포로로 잡힌 지휘관이, 취조와 심문에 응해 자신이 겪은 일을 ‘증언’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즉 난류연속의 모든 이야기는 지휘관의 증언을 플레이어가 따라가는 ‘극중극’ 이 된다.
이런 시나리오 진행 때문에 ‘멀티 분기’나 ‘베드엔딩’에 대한 당위성이 설명된다. 난류연속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지휘관의 증언이며, 지휘관의 목적은 적의 심문으로부터 최대한 시간을 오래 끌면서 버티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거짓말이 섞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베드 엔딩’은 모두 지휘관이 지어낸 거짓말이고, 루트 분기 또한 지휘관의 증언이 오락가락한 것 때문이라는 식으로 설명이 된다.
이는 <소녀전선>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게임을 오래 즐긴 유저에게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전체적인 시나리오 완성도 또한 높기 때문에 순수하게 시나리오 진행만 보더라도 기존에 <소녀전선>을 즐기던 유저들은 굉장히 재미있게. 또 몰입하면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 그냥 레벨만 높다고 깰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난류연속 이벤트 스테이지는 총 3지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처음에는 굉장히 쉽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는 형태를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1지역은 게임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초보자라고 해도 손 쉽게 클리어할 수 있으며, 2지역은 4~5제대 구성 제대가 3~4개 있으면 클리어할 수 있는 난이도. 마지막 3지역은 소위 게임의 ‘고수’들이 도전할 수 있는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다만 3지역의 경우, 단순히 유저들의 레벨이 높거나 전술인형들의 육성이 잘 되어있다고 해서 무작정 다 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유저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깰 수 없는 적들의 존재나, 특정 조건을 달성해야만 열리는 루트 같은 소위 말하는 ‘스테이지 기믹’이 곳곳에 등장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믹을 잘 파악하고 머리를 잘 써서 파훼해야만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다.
여기에 이번 난류연속에 새롭게 등장하는 소위 ‘제4세력’의 적들은 그 특성에 맞춰서 제대 구성을 신경 쓰지 않으면 물리치는 게 힘들다. 따라서 더더욱 레벨과 장비만 믿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스테이지를 밀어서 클리어하는 게 어렵고, 유저 스스로가 최적의 공략법을 찾아내거나, 최소한 다른 유저의 공략을 참고해야만 한다.
또 하나 주목 해 볼만한 것은 바로 난류연속 이벤트의 최종 엔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히든’ 랭킹전역이다. 지금까지 <소녀전선> 대규모 이벤트의 랭킹 전역은 플레이어가 가진 모든 전력(최대 10제대)을 몽땅 투입해 진행했던 반면, 이번 난류연속의 히든 랭킹전역은 최대 제대 4개까지만 투입 가능하다.
즉 이전의 랭킹전역이 ‘총력전’의 느낌이 강해서 게임을 장시간 오래해서 많은 인형을 키운 유저가 일단 유리한 고지를 밟고 시작했다면, 이번 랭킹전역은 그보다는 “보다 효율적인 공략을 위해 머리를 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경으로 인해 유저들은 한층 더 머리를 쓰며 게임을 공략해야만 한다.
# 철저하게 마니아 지향의 이벤트 구성과 난이도
전체적으로 흥미롭고 방대한 시나리오와 도전할 꺼리가 많은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소녀전선>의 난류연속 이벤트는 고작 한 달 개최되는 모바일 게임의 한정 이벤트로서는 충분히 차고 넘칠 정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 볼륨과는 별개로 콘텐츠 구성이 지나치게 마니아 지향적이라는 점은 이것이 좋기만 한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든다. 보통 모바일 게임의 한정 이벤트는 게임을 시작하지 얼마되지 않은 초보자라고 해도 최소한 시나리오만큼은 모두 볼 수 있게 여러 장치를 마련하기 마련인데, <소녀전선>은 그러한 장치가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초보자들은 사실상 2지역 이후 클리어가 불가능에 가깝고, (잘 만든) 시나리오 또한 모두 감상하는 것이 어렵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대로 이번 난류연속 이벤트는 단순히 잘 키운 인형 제대를 가지고 목표를 달성하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스테이지의 여러 기믹들을 파악하고 공략해야만 하는. 즉 ‘머리를 써야만’(혹은 타 유저의 공략을 찾아봐야만) 클리어할 수 있는 구성을 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은 콘솔 게임이나 PC 게임이라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지만, <소녀전선>은 엄연히 ‘모바일 게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 생활 중간 중간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즐기는 유저들 입장에서는 여로모로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문제 또한 안고 있다.
# 붕괴액이나 ELID보다 무서운 버그
그리고 이번 난류연속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다름 아닌 클라이언트 오류와 버그 문제다. 현재 일부 기기에서는 특정 상황만 되면 클라이언트가 강제로 튕기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난류연속 이벤트가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에 대한 완전한 해결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또한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게임 자체의 버벅임이 지나치게 심해진 점 역시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소녀전선>의 이번 난류연속 이벤트는 <소녀전선>을 오래 즐긴 마니아층. 그리고 <특이점> 이후 잠시 쉬었던 유저 등. 게임에 애정이 깊고 오래 즐긴 유저일수록 만족하면서 즐겨볼 수 있는. 또 도전해 볼만한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반비례해서 모바일 게임을 캐주얼하게 즐기는 유저라면 첫 접근은 몰라도, 중간부터는 따라오기 굉장히 난감한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이번 난류연속 이벤트 시나리오는 이벤트 종료 후에 언젠간 ‘상시 플레이 가능 전역’으로 업데이트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이번에 이벤트에 참가 못한다고 해서 초보자가 게임의 시나리오를 영원히 못 즐기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벤트 시작 후 발생한 온갖 버그와 최적화 문제를 비롯해 이러한 방향성 부분은 추후 개발사에서도 충분히 고민을 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