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헉슬리>(Huxley). 해외 게임쇼에서 주목을 받았던 바로 그 게임이 드디어 우리들 곁으로 찾아 왔습니다. 오픈 베타테스트 이후 평가는 반반으로 엇갈리고 있습니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요. 분명 실망하시는 유저들도 있을테고 나름 만족하는 유저들도 있을 것입니다. MMOFPS라는 복합장르에 도전한 <헉슬리>. 과연 어떤 모습으로 유저들에게 찾아왔는지 직접 체험해 보았습니다./디스이즈게임 필진 비니
전투 스타일과 스킬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MMO 요소를 도입한 FPS 게임 <헉슬리>는 일반적인 FPS와는 약간 다른 조작과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접속 후 게임의 동선을 쭉 따라가 보았다. 일단 유저들이 편안하게 즐기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튜토리얼과 퀘스트를 통해 설명을 상세하게 배치한 노력이 눈에 띄었다.
퀘스트를 통해 조작법을 익힐 수 있다.
다만 초보존을 벗어나 직업을 선택한 뒤에는 직업에 특화된 무기를 사용할 때 플레이 성향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선택한 직업의 플레이 스타일이 튜토리얼과 퀘스트를 통해 익힌 것과 완연하게 달라지는 점은 적잖게 당황스러운 부분이었다.
초보존에서 퀘스트를 통해 유저들이 다양한 무기를 접할 기회를 가졌다면 어땠을까. 잠깐이라도 특징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면 직업 선택 후 부담이 한결 줄어들 것이다.
초반에 사용해 볼 수 있는 무기들이 더 다양했으면.
자신이 원할 때마다 저격과 돌격을 바꿔가면서 플레이 하는 일반적인 FPS와 달리 <헉슬리>는 선택한 스타일을 유지해야 된다. 초보존이나 튜토리얼에서 직접 느껴보고 스타일을 결정할 수 있도록 배려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은 직업이 자신과 맞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다시 키워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한번 스타일을 정하면 다시 바꿀 수 없다.
스킬도 다른 FPS와 차별화 되는 시스템이지만, 정작 스킬 사용에 대한 튜토리얼이 많이 부족했다. 초반에 주어지는 ‘전력질주’만이 초보존에서 사용해 볼 수 있는 유일한 스킬. 탑승장비의 조작법에 관한 튜토리얼식 퀘스트도 좋지만 <헉슬리>를 플레이 하는 동안 탑승장비보다 더 많이 사용할 스킬에 대해서는 오히려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
스킬 또한 각 스타일을 구분짓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흥미로운 퀘스트, 하지만 양이 적다
<헉슬리>는 MMOFPS라는 장르에 걸맞게 사람들과의 전투만이 아닌, 퀘스트를 통해 몬스터와의 전투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유저가 선택하게 되는 사피엔스와 얼터너티브의 단순한 대립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라는 제 3의 세력을 도입함으로써 배경 스토리에 자연스러움을 더했다.
인스턴스 지역에서 펼쳐지는 몬스터들과의 전투와 장비 수집은 MMORPG에 익숙한 유저들에겐 친근하게 다가오는 부분이었다. 마을에 들어서면 적정 레벨에 맞는 퀘스트로 유저를 반기는 NPC들이 대기하고 있으며, 퀘스트를 수행함에 따라 한층 수월한 레벨 업이 가능했다.
인스턴스 지역 플레이를 통해 레벨 업과 아이템 수집이 가능하다.
이러한 레어 아이템들은 사냥을 통해서만 구할 수 있다.
퀘스트는 일반 퀘스트 및 미션 퀘스트로 나뉘어진다. 일반 퀘스트는 ‘어떤 몬스터를 몇 마리 잡아와라’ 혹은 ‘어떤 몬스터를 사냥해서 어떤 재료들을 모아와라’는 식의 단순한 형태가 많았다. 그렇지만 미션 퀘스트는 어느 정도의 짜임새와 색다른 변수를 보여주었다.
미션 퀘스트는 인스턴스 지역의 몬스터 배치가 기존과 달라지고 시작 지점도 바뀐다. 심지어 스토리상 지나갈 수 없는 지역도 있었다. 정찰 때는 보지 못한 NPC들도 추가되는데, 이런 NPC들을 호위하거나 도와주면서 퀘스트를 진행하게 된다.
인스턴스 지역에 진입할 때 미션 퀘스트를 선택해서 들어갈 수 있다.
<헉슬리>는 1인칭 슈팅에 RPG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 장비 업그레이드에 대한 욕구를 느끼도록 기획되어 있다. 인스턴스 지역 사냥을 통한 업그레이드 재료 수집이 바로 그것이다.
유저들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인스턴스 지역을 이용하도록 디자인했고, 퀘스트를 통한 하이브리드와의 대립구조 이해 및 참여로 레벨 업과 아이템파밍에 대한 필요성을 끊임없이 부각시키고 있었다.
특히 MMO라는 특성을 살린 분대(파티) 단위의 몬스터 사냥은 또 다른 재미를 제공했다. 이러한 퀘스트만 잔뜩 있었다면 문제가 될 소지도 있었겠지만, 혼자서 수행하는 퀘스트 중간에 파티 퀘스트가 들어가 있어 적절한 느낌이었다.
결정적인 문제는 전체적인 퀘스트의 양이 적다는 것이다. 특정 레벨 구간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가상전투나 일명 ‘뺑뺑이’라고 불리는 인스턴스 지역 무한반복 플레이를 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게임 플레이 방식이 획일화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분명 1인칭 슈팅(FPS)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가상전투는 좋은 선택이 되겠지만, MMO 스타일의 컨텐츠를 즐기는 유저들에게는 지루한 시간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션 퀘스트를 진행하면 평소에는 안 보이던 NPC가 등장하기도 한다.
FPS의 묘미를 장비 강화에서 찾아라?
거의 똑같은 조건에서 컨트롤로 승부가 결정되는 FPS와 달리 <헉슬리>에서는 일명 ‘장비빨’이라는 것이 승패에 영향을 준다. 아무리 팬텀 스나이퍼건의 데미지가 강력하다고 해도, 같은 D등급 무기 중에서도 상점표인지 풀로 강화된 레어 무기인지에 따라 어벤져을 한방에 킬하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
무기의 등급과 위력 차이는 헤드샷이 아니면 절대 킬이 불가능한지가 결정될 정도로 크다. 자연스럽게 현재 C급 장비를 착용하는 유저들은 전부 레어 장비를 선호하고 있으며, 그것도 최고로 강화를 시켜서 사용하고 있다.
강화될수록 장비의 성능은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하지만 아이템 강화를 시도하면서 수반되는 장비 손실의 위험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강화가 성공해서 자신이 강해졌다는 기쁨을 느끼는 유저가 있는가 하면, 첫 PvP에 진입하는 유저들의 입장에서는 장비 강화가 오히려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기본적인 상점 장비만을 착용한 팬텀으로는 장비가 좋은 인포서를 이기기 매우 힘들다. 인포서와 팬텀의 경우만이 아니어도 장비가 승패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신규 유저들이 느끼는 레벨업이나 아이템 파밍에 대한 욕구는 무척 큰 편에 속한다.
강화를 할 때마다 필요한 재료는 늘어난다.
<헉슬리>는 총 3단계까지 강화가 가능하다. 강화를 할 때마다 아이템의 이름 뒤에 ‘Ver 2.0’식으로 버전이 붙고 ‘Ver 4.0’까지 강화를 시도할 수 있다. 최초 강화 시에는 ‘루나라이츠’와 돈만 필요하지만 두 번째 강화에는 기본 강화재료가 필요하고, 세 번째 강화에는 해당 장비 전문 재료까지 필요하게 된다.
그냥 강화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최초 1단계 강화에서부터 실패할 확률이 존재하는데, 실패할 경우 장비는 남아있고 재료만 소진되는 경우가 있다. 재료 소진 뿐만 아니라 장비 등급이 하락되는 경우도 있으니 강화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된다.
강화에 실패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본격적인 SF 1인칭 슈팅의 재미
초반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상전투로 유저들을 이끄는 퀘스트가 발생한다. FPS에 크게 관심이 없더라도 한번쯤 자연스럽게 가상전투를 즐기게 되며, 그로 인해 <헉슬리>의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가상 전투장치를 통해 편하게 전투를 즐길 수 있다.
<헉슬리>는 일반적인 FPS 같은 현대전이 아닌 근 미래전으로 <언리얼> <퀘이크> 시리즈와 비슷한 템포로 전투가 진행된다. 무기들의 기본적인 용도는 현대의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근미래적인 디자인을 선택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가상전투를 처음 즐겼을 때는 <언리얼> 처럼 근미래 전쟁을 경험하는 느낌이었다.
직업별로 차별화 된 스킬을 다양하게 활용하면 한층 전략적인 전투를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팬텀은 미끼로 상대 팬텀의 위치노출을 유도한 다음 은신으로 기다리다가 적 팬텀이 미끼를 사격하면서 위치가 노출되면 공격할 수 있다.
팬텀은 위치가 노출되더라도 전력질주 스킬을 사용해서 위험 지역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은신 스킬을 사용하는 등 새로운 접근도 가능했다. 다만 스킬 에너지와 스킬 에너지 재생시간이 있기 때문에 스킬 사용 타이밍 역시 승패에 큰 영향을 주었다.
<헉슬리>는 최근 패치를 통해 종족에 관계없이 같은 가상전투 채널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예전보다 대인전(PvP) 방의 수와 인원들이 늘어났다. 다만 일정 레벨 이상의 유저들은 주로 전장에서 플레이 하기 때문에 특정 등급를 제외한 나머지 등급에서는 가상전투를 즐기는 유저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스킬 에너지가 떨어지면 아이콘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스킬을 쓸 수 없게 된다.
인구 균형이 중요한 핵심 컨텐츠 ‘전장’
전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오픈 베타테스트 초기에는 21 레벨 이상이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16레벨로 제한이 낮아져서 더 많은 유저들이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전장을 통해 대규모 전투를 느껴보자.
전장에서는 가장전투에선 이용할 수 없었던 탑승 장비들을 직접 활용할 수 있다. <배틀필드>처럼 하나의 탑승 장비에 여러 명의 유저가 타고 공격과 이동을 동시에 진행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전장도 가상전투와 비슷한 전투방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적정 레벨이 되어 전장에 입장했을 때도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어 보였다.
전장에 준비되어 있는 다양한 탑승장비들.
<헉슬리>의 전투에서 가장 색다른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전략 미사일 발사전’을 꼽을 것이다. 양쪽 진영간의 킬 수와 전멸, 그리고 수비를 통한 승리가 아닌 말 그대로 힘 싸움을 할 수 있는 전투 방식이다.
전략 미사일 발사전은 리스폰의 제한 없이 필드 중앙에 위치한 에너지팩을 아군진영의 미사일 발사대로 옮기면 승리하는 규칙으로 진행된다. 에너지팩을 수집하기 위해 필드 중앙에서 벌어지는 힘싸움이 핵심 재미가 된다.
에너지팩이 널려 있는 중앙필드를 쟁취해야 한다.
하지만 종족간 전투이기 때문에 한쪽 진영이 머릿수에서 밀리면 전세를 뒤집기 힘들다는 한계도 지니고 있다. 전장은 항상 접속이 가능한, 오픈된 방이어서 유저층이 두터운 종족에 유리하게 전개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결국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처럼 진영 사이의 적정 인구비율 유지가 <헉슬리>에 있어 또 하나의 과제가 될 것 같다. 한쪽 진영의 인구가 부족해서 항상 전장에서 밀리는 양상이 펼쳐지면 유저들의 흥미는 뚝 떨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장 진입 전부터 인원 차이가 나면 들어가기가 꺼려진다.
<헉슬리>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
오픈 베타가 시작된 후 2개월이 지난 지금, 유저들은 서서히 <헉슬리>를 떠나고 있다. 특정 서버를 제외하면 가상 전투조차 시도할 수 없는 서버군까지 나타난 상황이다. 이에 접속자 규모가 적은 서버의 유저들은 웹젠에게 서버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헉슬리>의 메인 컨텐츠는 전장을 통한 전투다. 유저간 PvP가 핵심이기 때문에 상대할 적이 없다는 사실은 곧 게임의 끝을 의미한다. 힘겹게 키운 자신의 캐릭터를 쉽게 지우지 못하기 때문에 서버를 옮겨서 다시 시작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서는 서버 통합이 하루빨리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MMOFPS라는 도전에 나선 <헉슬리>. 앞으로 북미 진출 등 남아있는 카드도 있지만, 국내에서는 운영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까지 왔다. 컨텐츠를 계속 업데이트 해줄 개발팀의 의지와 열정은 필수다.
유저가 적은 서버에서는 전장 이전에 가상전투조차 힘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