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외계 생명체에게 점령당한 우주선 USG 이시무라 호. 그 안에서 펼쳐지는 처절한 사투를 그린 EA의 호러액션 어드벤처 게임 <데드 스페이스>(Dead Space)는 발매와 동시에 많은 찬사를 받았습니다. 독특한 인터페이스와 긴장이 넘치는 현장감은 최근 나온 게임 중에서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지금부터 Xbox360과 PS3로 국내에 발매된 <데드 스페이스>를 소개합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nodkane
‘게임’에 집중하게 만드는 인터페이스
<데드 스페이스>를 처음 접하면 많이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HUD, 다시 말해 화면에 보여지는 인터페이스가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둠> 이래로 FPS와 TPS 게임에서는 항상 볼 수 있었던 일반적인 체력, 남은 탄약의 표시는 <데드 스페이스>에서 볼 수 없습니다.
대신 유저들은 캐릭터 척추에 있는 그래프를 통해 체력을, 총을 조준했을 때 나오는 숫자를 통해 무기의 탄약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게임을 진행하면서 별도의 HUD에 시선이 분산될 필요가 없는데요, 화면 그 자체에 집중하면 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몰입감이 높아집니다.
체력은 척추에 있는 그래프로, 잔탄수는 조준했을 때 총 자체에 표시가 됩니다.
지도 역시 홀로그램 형식으로 표시 됩니다. 이리저리 돌려볼 수도 있습니다.
보기 쉽게 설명되어 있는 인벤토리.
또 하나 눈여겨볼 인터페이스는 바로 ‘길 찾기’입니다. 보통 <데드 스페이스> 같은 어드벤처 게임에서 게이머는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갔던 길을 다시 가고, 지도를 보면서 이리저리 머리를 싸매는 등 흐름이 끊길 수 밖에 없죠.
하지만 <데드 스페이스>는 키 하나만 누르면 앞으로 진행해야 할 방향이 바닥에 파란색 선으로 표시됩니다. 덕분에 FPS나 액션 어드벤처 게임에서 길찾기에 신물이 난 유저라면,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게임의 진행은 이것 하나만 있으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길찾기 시스템이 왕도는 아닙니다.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숨겨진 길이나, 다른 루트를 갈 수 없고 오직 정해진 루트로만 진행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의 수가 제한되고, 숨겨진 아이템 등을 얻을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상점에서 얻을 수 있는 물건의 숫자도 줄어들기 때문에, 때로는 자신의 ‘감’을 믿어야만 합니다.
전략적인 전투 시스템
사실 <데드 스페이스>의 스토리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게임 진행에 무언가 특별한 특징이 없었다면 <바이오 하자드>의 우주 버전이라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 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다른 어드벤처에서 볼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요소들을 제공해 보다 전략적인 전투를 즐길 수 있어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우선 모든 적들을 조각 낼 수 있습니다. 만약 다리를 먼저 공격해서 자른다면 적이 기어다녀야 하기 때문에 느려집니다. 팔이나 머리를 자른다면 공격을 제대로 하지 못하죠. 이런 특성을 이용해서 적의 특정 부위를 먼저 파괴한다면, 전투를 보다 쉽게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머리를 쏴도 머리만 떨어지기 때문에 헤드샷 개념은 없습니다.
적을 조각내면 몸통을 집중으로 쏘는 것보다 빨리 처리할 수 있습니다.
적들이 가까이에 접근하면, 이렇게 근접공격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재빨리 버튼을 연타해서 빠져나가야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데드 스페이스>는 오브젝트의 움직임을 느려지게 하는 ‘스테이시스 모듈’, 물건을 잡거나 던질 수 있는 ‘키네시스 모듈’을 제공해 게임에 흥미를 더합니다.
만약 조준이 서투르다면 스테이시스 모듈을 사용해서 적을 느려지게 하면 됩니다. 다수의 적이 몰려 있다면 키네시스 모듈로 폭발성이 있는 물체를 들어서 적에게 던지면 됩니다. 이와 같은 전략적인 전투를 게임 곳곳에서 활용해야만 합니다.
두 가지 모듈은 중간중간 등장하는 퍼즐의 해결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고장이 나서 빨리 움직이는 문이나, 돌아가는 프로펠러 등을 통과할 때는 스테이시스 모듈이 도움이 되고, 막힌 길에서는 키네시스 모듈을 통해 폭발성 물질을 집어 던져서 길을 만든다는 식입니다.
총알이 없을 때는 각종 물체를 들어서 적에게 던지면 됩니다.
무기 개조와 상점, 그리고 아이템
<데드 스페이스>에서는 기본 무기인 플라즈마 컷터를 제외한 다른 무기들은 상점에서 구입해야 합니다. 무기와 탄창, 아이템은 게임에서 얻는 ‘크레딧’으로 구매할 수 있는데요, 크레딧은 맵에서 줍거나, 판매용 아이템을 상점에 팔거나, 다른 아이템을 팔아서 벌 수 있습니다. 적을 효과적으로 절단해서 죽이면 크레딧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초기에 상점에서 파는 물건은 많지 않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게 되는 카드 아이템을 상점 터미널에 가져가면 새로운 아이템이 구매가능 목록에 추가됩니다. 이를 통해서 단계적으로 좋은 아이템을 살 수 있습니다.
모든 무기들은 2차 발사모드를 가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특징을 잘 활용하면 보다 쉽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데드 스페이스>는 특이하게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기에 따라서 획득하는 탄의 종류가 달라집니다. 가령 펄스 라이플, 플라즈마 컷터만 들고 다니면 두 가지의 무기 탄창만 나오게 된다는 식입니다.
때문에 총 4개의 무기(게임은 총 7개의 무기가 등장하며, 이 중에 4개의 무기를 휴대할 수 있습니다)를 모두 들고 다닌다면 탄창의 종류가 분산 되기 때문에 게임의 진행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자신의 플레이 성향에 맞는 무기를 선택해서 들고 다녀야 탄창 부족에 시달리지 않고 보다 편하게 게임을 풀어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각 무기들 마다 특징이 구별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쓸모 있는 무기는 한두 개 정도입니다. 이런 부분은 조금 아쉽습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무기와 모듈, 슈츠(갑옷) 등은 맵에 비치된 업그레이드 벤치 머신을 통해 업그레이드 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에서의 무기·갑옷 인챈트와 비슷한 개념이죠. 이런 업그레이드에 사용되는 ‘파워노드’는 맵에서 찾거나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무기의 탄창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아껴 쓴다면, 그만큼 더 많은 돈을 얻을 수 있고, 파워노드를 추가로 구입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업그레이드는 정해진 순서대로 차례대로 진행해야 합니다.
머리를 잘 쓴다면 적은 수의 파워노드로 효과적인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습니다.
상점 터미널의 모습. 슈트의 업그레이드, 물건의 구입·판매를 할 수 있습니다.
극한의 긴장감을 제공하는 사운드
<데드 스페이스>는 ‘호러 게임’이라는 장르 명칭에 걸맞게 ‘극한의 긴장감과 공포감, 현장감’을 게이머에게 선사합니다.
여기에는 물론 그래픽도 한몫 하지만, 사운드 역시 큰 몫을 합니다. 게임이 선보이는 5.1채널 사운드는 음 분리가 확실하고, 효과도 적절하기 때문에 만약 대응하는 스피커가 있다면 정말 “스피커 사길 잘 했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호러’ 게임인 <데드 스페이스>
사운드는 호러에 어울리는 최고의 퀄러티를 보증합니다.
허나 문제는 이 사운드가 너무 친절하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게임은 적이 등장할 때마다 어김 없이 특유의 울부짖음 소리와 배경음악이 바뀝니다. 사운드만으로도 “아 적이 주위에 있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어 맥이 풀려버리죠.
이러한 문제 때문에 유저들은 챕터 1이나 2 같은 초반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어둠 속에서 벌벌 떨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몇 차례 적의 등장을 경험한 이후에는 금방 익숙해져서 긴장감이 떨어지게 됩니다. 적이 뒤에서 갑자기 등장하더라도 사운드를 통해 미리 예측할 수 있을 정도거든요.
하지만 이런 요소들을 제외한 사운드에서 ‘호러’를 표현한 다른 요소들은 거의 완벽에 가깝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조용히 가다가 멀리서 들리는 쇠파이프 떨어지는 소리나 간헐적으로 들리는 잡음들은 진행하면서 어깨를 움찔하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아마 밤에 불을 끄고 헤드셋을 끼고 한다면 이 게임의 진면목을 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거대촉수가 주인공을 끌고 가는 이벤트는 좋았습니다.
이런 류의 미니게임 형식의 이벤트가 좀 더 많았으면 좋았을 텐데요.
속편이 나온다지만 너무 짧은 플레이 타임
전체적으로 <데드 스페이스>는 굉장히 높은 완성도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뒤로 갈수록 비슷비슷한 디자인의 맵이 끊임 없이 나오기 때문에 질릴 수도 있다는 점과(물론 이는 게임의 특성상 ‘어둠 속’에서 게임을 많이 진행하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플레이 타임이 굉장히 짧다는 점입니다.
빠른 진행으로 8시간을 하고 엔딩을 보았다는 분들도 있을 정도로 플레이 타임은 짧습니다. 결정적인 문제는 플레이 타임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하게 만들 요소들이 적다는 점입니다. 엔딩을 보면 최고 난이도와 밀리터리 슈트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이 정도를 특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엉성합니다.
호러게임 특성상 어느 위치에서 적이 나오는지 알게 되면 재미가 반감이 되기 때문에 다시 플레이를 해도 무서운 분위기나 어렵다는 느낌은 받기 힘듭니다.
엔딩을 보면 얻을 수 있는 밀리터리 슈트. 별다른 능력은 없습니다.
<데드 스페이스>는 3부작으로 기획되었고, 현재 속편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음 2편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온라인을 활용한 협동 미션’ 같이 오래 즐기게 하는 요소에도 많은 신경을 써주었으면 합니다.
처음과 엔딩에서만 볼 수 있는 주인공 아이작의 쌩얼(맨얼굴).
다음에도 또 볼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