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에서 자동차를 조작해 상대를 추월하고 승리한다' 레이싱 게임을 즐기는 대부분의 유저들이 알고 있는 너무나도 당연한 규칙일 것입니다.
유저들이 달리는 트랙은 '트랙 레벨 디자이너'의 손에서 탄생합니다. 그렇다면 트랙 레벨 디자인은 무엇이며, 디자인 과정은 어떻게 될까요? <카트라이더>에서 트랙 레벨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넥슨 구명희 레벨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정리해봤습니다.
레이싱 게임 레벨 디자이너란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어린 시절 문방구 앞 트랙을 달리는 미니카를 보신 경험이 있으실 거예요. 트랙이 조금만 잘못 설계됐거나 규격이 맞지 않으면 미니카는 달리지 않습니다.
즉, 레이싱 게임 레벨 디자이너는 유저가 트랙을 달리는 데 이런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가이드를 설정하고 안내하는 역할입니다.
그렇다면 레이싱 게임의 트랙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트랙은 테마 지정▲ 자료 조사▲ 스케치▲ 에디팅▲ 배경 작업▲ 마무리▲ 까지 총 6단계를 거쳐 완성됩니다.
가장 먼저 트랙 컨셉 의도가 결정되면, 트랙 디자이너는 이런 컨셉의도를 명확하게 파악해서 테마를 지정합니다. 테마란 세계관이나 눈에 보이는 모든 표현을 뜻하는데요. 컨셉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이후 단계에서 리스크가 발생할 수있기에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후에는 테마에 맞는 자료와 이미지를 수집에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기초 컨셉을 수립합니다. 그 후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화가가 로드와 펜스를 스케치하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 레벨 디자이너들은 트랙의 레이아웃을 설계합니다.
스케치를 마친 후에는 본격적인 트랙 설계 작업에 들어갑니다. 각종 요소를 고려해 트랙 길이와 동선을 구성하는데요. 트랙을 설계한 후에는 배경과 오브젝트, 텍스쳐 작업을 하고 마무리로 폴리곤 최적화, 아이템 큐브 설치 등을 통해 하나의 트랙을 만들게 됩니다.
물론 트랙 에디팅 단계부터 마지막 트랙 완성할 때까지는 계속해서 주행 테스트를 진행해서 수시로 제대로 레이싱이 이루어지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유저가 좋아하는 트랙. 가장 이상적인 트랙은 서로 공평하게 경쟁할 수 있으며,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가려지는 트랙을 말합니다. 그리고 달리는 중에도 서로의 순위를 예측할 수 없고 누구든 완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트랙을 설계하기 위해 고려할 요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직선 구간 : 지루함을 없앨 수 있는 장치 마련할 것
직선 구간은 레이싱의 기본입니다. 부스터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코스면서, 지나치게 길어지면 지루한 구간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직선 구간의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 트랙에 굴곡을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할 시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고, 오르막 구간을 연속으로 오를 경우 '자석' 아이템 같은 새로운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언덕 구간을 배치해 어떤 길이 나올지에 대한 궁금증과 긴장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언덕 구간이 지나치게 길게 늘어지면 오히려 지루함이 배가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구명회 레벨 디자이너는 틈틈이 테스트해 적절히 배치하길 조언했습니다.
2. 코너 구간 : 난도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신선한 재미를 만들 것
코너 구간 역시 레이싱 게임의 핵심입니다. 주로 부스터를 충전하기 위한 코스이기도 하죠. 다만 직선 구간과 비교했을 때 조작의 난도가 높기 때문에 유저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다양한 코너를 만들어 재미를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3. 공간 및 도로 폭 : 테마에 따른 적절한 폭 설정 필요
도로 폭은 트랙 난도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좁은 길은 컨트롤이 힘들고 충돌 위험이 높지만, 다음 코스로 쉽게 진입할 수 있어 유저가 트랙 코스에 적응하는 데 좋죠.
반면 넓은 길은 충돌 위험이 높거나 난도가 높지도 않습니다. 대신 어느 방향으로 가야 다음 코스로 진입할 수 있는지 직관적이지 못해 처음 맵을 접하는 유저는 헤맬 수 있습니다.
또한 유저가 드리프트 게이지를 확보하고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이 부분은 트랙의 테마에 따라 테스트를 거쳐 적절하게 조절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4. 지름길 : 위험 감수에 대한 확실한 보상을 줄 것
지름길은 유저의 기록을 단축하거나 다른 유저를 추월하는 데 사용되는 구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름길은 진입한 유저에게 확실한 보상을 제공해야 합니다.
물론 기본적인 루트와의 밸런스는 맞춰야 합니다. 접근이 쉬운 지름길이라면 달리는 것은 어렵게, 접근이 어렵다면 달리는 것은 쉽게 해야 하죠.
보통 <카트라이더> 속 지름길은 위험 요소를 피해야만 진입할 수 있거나 특정 속도, 특정 패턴으로만 진입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방식의 지름길은 유저가 반복 학습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장애물 : 방해가 아닌 긴장감을 줄 수 있도록
장애물은 유저가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시각적 장애물이 좋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에 재미와 긴장을 주는 정도가 좋습니다. 무조건 주행을 방해하는 장애물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또한 장애물의 동선은 유저가 학습을 통해 파악할 수 있도록 트랙 빌드를 고려해 배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6. 트랙 물리 : 게임의 속도감을 높여 초보 진입 장벽을 낮추는데 활용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레일이나 워프, 점프 등 트랙 물리 역시 트랙을 달리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특히 그래픽적으로 지루한 구간이나, 빠른 속도감을 원하는 초보자들에게 적합합니다.
7. 촘촘한 재시작 지점 설정 : 유저가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주행 중 낙사하거나 뒤집혔을 때 재시작하는 지점을 촘촘히 설정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만약 재시작 지점이 촘촘하지 않아 자신이 달리던 구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재배치된다면 유저는 이탈하기 쉽습니다.
8. 적절한 트랙 길이 : 지루함을 덜어내기 위해 모드에 맞는 트랙 길이 설계
아무리 트랙 설계를 잘 했다고 해도 지나치게 트랙이 길어지면 지루함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모드에 맞는 트랙 길이를 파악해 설계하는 것이 좋은데요.
<카트라이더>의 아이템 트랙은 50%가 6~7Km, 스피드 트랙의 80%는 7Km 이상에 해당된다고 언급했습니다.
9. 강약 조절을 통한 흐름 : 부스터 충전 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직선 구간을 보상으로 줄 것
직선 코스와 곡선 코스를 적절히 배치해 트랙의 강약 조절을 적절히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령 유저가 곡선 코스와 직선 코스를 번갈아 설계한다면, 곡선 코스에서 부스터를 모은 유저가 다음 코스에서 바로 부스터를 사용할 수 있겠죠. 이는 일종의 보상 개념으로 지루함 없이 트랙을 완주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10. 랜드마크 활용 : 목표 지점으로 느낄 수 있도록
특정 건축물을 통해 유저의 주행 방향을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골인 지점이 아닌 새로운 목표 지점이 생기면 더욱 주행에 집중하기 마련인 법이죠.
그외에도 아이템 전에서는 아이템이라는 변수의 셋팅이 중요합니다. 아이템 큐브의 위치는 적절한 지, 획득 실패에 대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위치인지 등 신경쓸 요소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