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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 2023] 화제의 한국형 심즈, 인조이 체험기

놀라운 비주얼, 기대되는 잠재력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3-11-17 19:48:46
갑작스럽지만 그만큼 임팩트 있는 등장이다. 크래프톤의 신작 라이프 시뮬레이션 <인조이>(inZOI)이야기다. 20여 년 전 <심즈>의 등장과 함께 탄생한 이 장르는 최근까지도 <심즈>의 후속작들이 장악해 왔다. 장르의 잠재력을 확인한 여러 기업이 경쟁 작품을 제작 중이지만 아직 정식 출시한 사례는 없다.

시장에서 본격적 라이프 시뮬레이션 경쟁이 시작되기 전, 혜성처럼 등장한 ‘뉴 플레이어’ <인조이>는 조용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습적으로 업로드된 티저 트레일러 조회수는 계속 우상향 중이고 아직 개발 중인 게임인데도 팬 커뮤니티가 형성되기도 했다.

화제 몰이의 비결은 장르 내 최고 수준의 실사 그래픽, 그리고 한국적 정서가 물씬 풍기는 게임 전반적 분위기다. ‘연식’이 오래된 <심즈>의 비주얼적 아쉬움을 채워주는 것은 물론, 현재 개발 중인 동일 장르 게임 대부분과 비교해서도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다.

여러모로 거짓말 같은 이 게임을 지스타 현장에서 직접 플레이해 볼 수 있었다. 과연 영상에서 본 비주얼적 충격은 플레이 버전에서도 그대로였을까? 이제야 막 드러난 게임의 초기 버전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게임의 미래는 어떠할까?

<인조이> 부스 대기열을 가득 채운 관람객들

* 삽입된 모든 이미지는 플레이 중인 모니터를 카메라로 촬영한 것입니다.

# ‘신’으로서 플레이하는 <인조이>

<인조이>의 인간들은 ‘조이’라고 불린다. 어원은 그리스어 단어로, ‘신이 임재하듯 늘 주변에 함께한다’라는, 다소 추상적 의미를 담고 있다.

신이 언급된 데는 아마도 이유가 있다. <인조이>는 평행세계의 지구를 배경으로 사람과 환경을 마음대로 조작하는 ‘신’의 입장에서 플레이하는 게임이다. 인게임 캐릭터들의 인생 여정과 일상을 함께 한다는 기본 콘셉트는 <심즈>와 유사하지만 접근법을 조금 달리했다.


이러한 콘셉트에 맞춰 유저는 캐릭터뿐만 아니라 도시의 날씨나 풍경을 즉각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아직 미구현 기능이기는 하나, 도시의 안전성 수준을 조절하는 기능까지 다음에 추가될 예정이다.

긴 로딩 없이 여러 ‘조이’들의 시점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는 시스템은 ‘신’이 된 몰입감을 높여준다. <심즈>에서도 심 가족들을 오가며 컨트롤할 수는 있지만, 다른 가족으로 전환할 때마다 매번 긴 로딩 과정을 거쳤던 것에 비교해 확연한 기술적 발전이다.



# 조이 커스터마이징

‘조이’의 제작은 성명과 기질을 결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정서 안정성 등 다섯 개 항목에서 기질을 특정하며, 이러한 기질들은 연령에 따라 순차적으로 발현되는 콘셉트다. 연령 구분은 어린이, 사춘기, 청소년 등으로 이뤄진다.

한편 외형에서의 연령 구분은 청소년, 성인, 노년으로 나누어 선택할 수 있다. 그 외 얼굴, 체형, 헤어, 기본 액세서리 등을 커스터마이징한다.


이때 유저들이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얼굴 커스터마이징은 광대, 눈썹, 콧대, 윗입술과 아랫입술 등 세부 부위를 모두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각 부위의 수치를 늘리거나 줄이는 ‘슬라이더’ 방식이 아닌, 얼굴을 직접 3차원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 반면 체형의 경우 반대로 체지방과 근육량 등을 슬라이더로만 결정할 수 있다.

의상 커스터마이징에서는 옷감의 사실적 표현에 더불어 ‘제작’ 시스템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의상의 대분류(티셔츠, 와이셔츠 등)를 정한 뒤, 옷깃과 소매 길이, 밑단 등의 형태를 결정하고, 그다음 색상이나 패턴을 입힐 수 있다.


이때 부위별 선택지는 아직 3~4가지로 많지 않았지만, 확장성이 기대되는 시스템이다. 특히 <인조이> 제작진이 모딩 적극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에 더욱 기대해 볼 만하다.

또 하나의 특징적 요소는 생성형 AI를 이용한 패턴 생성 시스템이다. 외부 생성형 AI를 이용해 프롬프트를 입력, 원하는 이미지를 도출한 뒤, 의상 위에 자유롭게 덧씌울 수 있다.

프롬프트를 입력해 패턴을 생성할 수 있다.


# 퀄리티만큼 빛나는 디테일

<심즈> 커뮤니티는 크게 보아 실사 그래픽을 지향하는 부류와 카툰 그래픽을 지향하는 부류로 양분된다. 최신작인 <심즈 4>의 기본 비주얼은 후자에 가깝다. 이런 까닭에 실사 그래픽을 원하는 <심즈> 유저들은 많은 모딩을 거치거나 드물게는 대신 <심즈 3>를 플레이하기도 했다.

<인조이>는 실사형 인생 시뮬레이터를 선호하는 유저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게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언리얼5 그래픽을 이용한 극사실적 그래픽은 곳곳에서 유저를 놀라게 한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즐기고 있는 조이

먼저 앞서 설명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제이션에서 이 점이 두드러진다. 트레일러에서 이미 확인된 바대로 조이들의 얼굴은 자연스럽고 현실적이며, 더 나아가 옷감의 뚜렷하고 세밀한 표현은 실제 의상을 방불케 한다.

인게임에서는 그래픽 퀄리티 자체만큼이나 일상 오브젝트의 ‘재현’에 힘을 쓴 것이 특징적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보는 것과 거의 유사한 형태와 느낌의, 가전제품, 식기, 악기 등 각종 소품을 다수 마련해 두면서 단순히 퀄리티만으로는 구현하기 힘들었을 현실적 감각을 자아낸다.

거치된 기타와 상호작용하면 기타가 복제되는 버그가 있었지만 그 외형은 완벽하다

한편 <인조이>의 실내·외 환경 전반에 걸쳐 현장감을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또 하나의 요소는 빛의 표현이다.

<인조이>에는 빛의 자연스러운 투과, 반사를 느낄 수 있는 오브젝트와 환경 요소가 의도적으로 많이 배치된 듯한 인상이다. 간접 조명의 은은한 빛이 벽면 타일에 반사되거나, 오후의 태양광이 통유리를 지나 집 안을 주황색으로 물들이는 등의 사실감을 극대화하는 빛 표현을 빈틈없이 만나볼 수 있다. 이는 야외 환경에서도 마찬가지다.

실내·외 리얼한 빛 표현이 가득하다.


# ‘집 안’이 아닌 ‘도시’에서 살아가는 조이들

원래 내부 표현에만 치중했던 <심즈 4>는 이후 확장팩을 통해 집 주변 혹은 시가지 등 야외 장소 표현에 나름 힘써왔다. 그러나 그 디테일 측면에서는 현실감을 주기에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인조이>는 <심즈>의 이러한 한계를 뛰어 넘고 있다. 우선 <인조이>의 야외 환경은 단순히 이동만 가능한 ‘플레이 불가’ 지역과, 그 장소에 배치된 여러 사물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플레이 가능’ 지역으로 나뉜다.

조이스틱 아이콘이 없는 영역은 이동만 가능한 지역이다.

흥미로운 것은 ‘플레이 불가’ 지역의 구현에도 제작진이 많은 공을 들였다는 점이다. 야외에 배치된 사물들은 실내 소품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지극히 사실적이며, 거리에는 교통 법규에 맞춰 거리를 거니는 행인과 차량이 다수 구현되어 있다.


캐릭터를 이용해 지나치거나 건물 안에서 창 밖으로 감상할 수 있을 뿐, 실제로는 ‘게임플레이’를 제공할 수 없는 이들 요소를 이처럼 사실에 가깝게 구현한 데서 제작진의 개발 철학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외부 환경은 각 ‘조이’들의 실제 삶을 바로 곁에서 바라보는 느낌을 효과적으로 강화한다. 특히 앞서 언급된 것처럼 도시를 가로질러 여러 조이 가족을 넘나들며 플레이할 때 이를 더 여실하게 체감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서로의 생활 영역을 오가는 조이들의 모습은 도시의 공간적 일체감과 통일감을 안겨 준다.

다른 지역으로 '자동이동'을 시키면 직접 걸어서 이동한다. 일정 거리 이상은 지하철로 순간이동 한다.


# 게임에 깊이를 더하는 직장생활

콘텐츠와 몰입감 양쪽 측면에서 동시에 만족도를 높이는 콘텐츠로 ‘직장생활’을 꼽을 만하다.

<심즈>에는 다양한 직업이 존재했지만 이를 직접 체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몇몇 직종을 선택하거나 관련 DLC로 특정 직업을 즐기는 게 아닌 이상 심들의 직장생활을 관찰할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직장이 많은 사람에게서 인생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인생 시뮬레이터로서의 기능을 채 다하지 못한 것으로도 볼 만하다.

<인조이>의 경우 조이의 직장에 동행해 직장생활을 직접 컨트롤할 수 있어 게임플레이에 깊이를 더한다. 체험 버전에서 구현된 것은 연예기획사, 편의점, 소방서, 분식점 등으로, 각 직장에서 맡을 수 있는 직무 역시 여러 가지다. 이들 직무에는 연령이나 능력 등 채용 조건도 마련되어 있어, 원하는 대로 아무 직업이나 가질 수는 없다.

꿈에서도 불가능할 아이돌 연습생이 되어봤다.

이번 시연에서는 시간 관계상 하나의 직업만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팬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연예기획사 연습생’이 되어봤다. ‘조이’는 그날의 정해진 업무, 즉, 노래 연습, 안무 연습, 언어 연수 등을 수행해야만 했다.

기획사 내부의 연출은 시각적으로 리얼할 뿐만 아니라, 연습실, 탕비실, 회의실 등 각자 기능을 실제 수행하는 공간들로 나뉘어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더 나아가 동료 조이들과 교류하고 직장에 관련된 대화를 나누는 것 또한 가능하다.

이처럼 <인조이>에서는 구체적인 직업 활동을 벌이며 경력을 쌓아 나가게 된다. 아직 개발 단계인 만큼 체험 버전에서의 직업 수는 많지 않았지만, 미래를 기대해 볼 만하다.

직장 내 여러 공간에서 동료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 헐리우드 제스처는 이제 그만

<심즈>와 구분되는 <인조이>의 반가운 특징 중 하나는 자연스러운 동작 애니메이션이다.

<심즈>의 ‘심’들은 과도한 제스처와 만화 같은 동작들로 다소 부자연스럽고 생경한 느낌을 주는 편이었다. 부분적으로 ‘밈화’가 이뤄지거나 이를 꼬집는 슬랩스틱 개그가 종종 등장했을 정도.

그러나 <인조이>는 여기서도 사실주의 노선을 택했다. 우선 식사, 운동, 설거지 등 자주 연출되는 일상적 동작들에서는 실제 사람과 같은 동작을 과장 없이 재현한다. 더 나아가 바퀴 달린 의자를 책상에 바짝 붙여 앉거나, 거리를 걷다가 잠시 발목을 들어 올려 만지는 등의 사소하지만 현실감을 높여주는 여러 부가적 제스처를 곳곳에 넣어서 사실성을 높였다.

동작의 과장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순한 맛'이다

다만 가족이 4인 식탁에 나란히 앉아 별다른 동작을 하지 않는 모습, 상대방이 매우 가까이 있는데도 대화를 나누기 위해 반드시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가는 모습 등, <심즈>에서와 마찬가지로 현실의 인간들과는 동떨어진 행동들이 몰입감을 해치는 현상은 마찬가지로 종종 포착된다.

둘이 싸운 게 아니다


# 앞으로 기대해 볼 영역들

<인조이>는 아직 알파 테스트조차 진행되지 않은 타이틀이다. 현재 미구현된 요소들을 짚어 게임의 단점으로 논할 수 없는 이유다. 구현되어야 할 요소로는 무엇이 있는지, 게임의 발전을 희망하는 관점에서 몇 가지 꼽아볼 수는 있다.


이런 차원에서 가장 먼저 희망하게 되는 콘텐츠는 바로 다양한 상호작용이다. 조이들 간의 대화나 기타 옵션의 다양성과 깊이가 아직은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모습이다. 오브젝트 및 환경과의 상호작용 역시 반복적이거나 제한적인 상태다. 앞으로의 재미 확보에서 중점 삼을 만한 영역이다.

이미 너른 가능성을 보여준 직업 콘텐츠의 확장 및 심화를 실현한다면 유저들의 좋은 반응을  얻을 듯하다. 또한 체험 버전에 구현된 한국형 도시 ‘도원’만큼이나 사실성 높은 도시들이 앞으로도 추가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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