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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리브 샌드박스의 모래폭풍, 봄황사로 멎지 않기 위해서는?

숨고르기 들어간 리브 샌드박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장태영(Beliar) 2023-03-07 09:57:30
리브 샌드박스의 스프링 시즌은 ‘사막의 모래폭풍’으로 정리할 수 있을 만큼 매서웠다.

1라운드의 리브 샌드박스는 분명 그랬다. ‘프린스’ 이채환과 ‘크로코’ 김동범, 두 주축이 빠지면서 생겨난 우려를 불식시키고도 남는 모습을 보였다. 리브 샌드박스는 ‘류’ 류상욱 감독을 필두로 빠르게 로스터를 재정비하며 1라운드를 6승 3패, 5위로 마무리해 2라운드 역시 모래폭풍이 매섭게 자리할 것이라 전망하는 여러 팬과 전문가들의 예상이 즐비했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는 리브 샌드박스의 모래 폭풍이 주춤한 모양새다. 7주차가 종료된 현재, 리브 샌드박스의 성적은 8승 6패로, 2라운드 성적만 놓고보면 마진이 남지 않는 장사를 한 셈이 됐다(2R 기준, 2승 3패).

과연 리브 샌드박스의 연이은 돌풍은 계속될까? 아니면 그저 잠깐의 황사에 그칠까? 플레이오프 막차 티켓을 잡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리브 샌드박스의 반등 요소를 통계를 통해 살펴본다. /장태영(Beliar)​ 필자,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출처: LCK)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통계는 절대적이지 않으며, 같은 지표를 보고도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습니다.

칼럼은 하나의 의견일 뿐입니다.

 

 

# 2R 2승 3패, 취약했던 스타트가 다시 발목을 잡다

 

팀 전체의 운영 역량을 살피는 여러 지표들이 있지만 리브 샌드박스의 지표 중 가장 취약해진 부분은 바로 EGR(Early Game Rating; 15분 간 기대승률)과 MLR(Mid/Late Rating; 기대승률-최종승률 간 차이) 수치였다.

보편적으로 EGR이 높은 팀은 15분 간의 체급이 높아 초반 격차를 벌릴 확률이 높다고 예측된다. MLR이 높은 팀은 실제 승률에서 15분 간 기대승률을 뺀 수치가 높아 '뒷심'이 좋은 팀으로 해석된다.

리브 샌드박스의 스프링 성적표를 1라운드의 13.1패치(1~4주차)와 2라운드의 13.3~13.4 패치(5~7주차)로 나누어 본다면 문제점을 엿볼 수 있다. 리브 샌드박스의 13.1패치 당시 EGR은 50.8%로, 전체 5위를 기록했다. 반면 MLR은 0.8로 전체 6위였다. 

이는 이들의 승리방정식을 활용해 1,000게임을 진행했을 때, 리브 샌드박스가 이길 수 있는 게임 수가 508게임이었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팀이 이길 수 있는 게임은 채 10 게임이 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리브 샌드박스의 운영은 장기전으로 이어질수록 취약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프링 EGR / MLR 통계지표. 주차를 거듭할수록 리브 샌드박스의 순위는 떨어졌다.

 

5주차인 2월 15일부터 적용된 13.3패치 이후 리브 샌드박스의 EGR과 MLR 지표는 하향 곡선을 타게 된다. EGR은 46.8%로 절반에 못 미쳤고, MLR 역시 -6.8로 크게 낮아졌다. 

EGR에 영향을 미치는 개별 지표는 대개 15분간 골드 격차, 드래곤 통제율, 킬 스코어 등 통상적인 유의한 통계 지표 등이 꼽힌다. 결과적으로 팀의 체급에 영향을 미치는 전반적인 초반 지표가 하향점을 찍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초반에 큰 이득을 얻지 못해 상위권 팀임에도 유의한 격차를 벌리지 못하자, 후반 들어 간극이 크게 벌어지며 결국 이길 수 없는 상황에 연이어 놓이게 된 셈이다.

7주차 종료 후 LCK 스프링 시즌의 평균 게임 시간은 32분 23초다. 사실상 15분 반환점을 돌면 곧장 중반으로 접어드는 템포임을 감안할 때, 15분 이전까지 유의한 격차를 낼 수 있는 지점(포탑 방패 채굴, 전령 확보, 첫 드래곤 확보 등)의 여러 수치들이 높다면 자연히 승률 기댓값은 높아진다.

리브 샌드박스는 첫 타워 공략률이 10개 팀 중 13.1 패치 기준 38%로 7위였지만, 13.3~13.4패치가 적용된 5주차 이후에는 27%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첫 타워 공략률도 지난 서머 당시 49%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초반 유의한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채굴 및 타워 공성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브 샌드박스의 '미라클 런'이 이어졌던 지난 서머 시즌과 비교하면 약 1개 가량의 포탑 방패를 덜 뜯어 내고 있으며(2022 서머 : 3.9 / 2023 스프링 1R : 3.0), 13.3 패치 이후로는 2.9개로 좀 더 낮아진 모습을 보인다. 13.4패치 기준으론 2.0개까지 줄어든다.

 

이전 ‘프린스’ 이채환의 복귀 영상 썸네일로 등장했던
‘BREAK THE TOWER’라는 문구는 리브 샌드박스가 2라운드 들어 안게 된 고질적인 난제가 됐다. (출처: 샌드박스)

 

물론 대진 상의 불운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리브 샌드박스는 5주차 반환점을 돌며 디플러스 기아를 2:0으로 셧아웃시켰지만 현재 1위를 질주하고 있는 T1과의 대결에선 패배했다. 하지만 광동 프릭스에게 당한 불의의 일격과 플레이오프 경쟁팀인 KT 롤스터에게 당한 뼈아픈 패배는 불운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

리브 샌드박스는 지난 서머 시즌에서 보여준 여러 모습처럼 한타로 판세를 뒤집는 데 능통한 팀이었다. 하지만 그 핵심에는 소위 ‘반반 구도’라 불리는 팽팽한 라인전과 게임 양상을 유지하는 능력이 뒷받침되어 있었다. 

스프링 시즌 초의 기세와 달리, 8주차를 앞두고 연이은 순위 하락으로 PO 티켓을 일찌감치 확보하지 못하는 데에는 결국 초중반 게임에서 빠르게 치고 나가지 못하는 게임 구도가 발목을 잡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 덜 먹고 쥐어짜는 운영

 

팀 파이트가 정석이라 할 수 있는 <롤> 게임 구도에서 한 선수에게 치중하는 전략/전술은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소위 ‘OO엔딩’ 이라는 표현처럼 한 선수에게 믿고 의지하는 게임은 그만큼 팀 전체에 한마음 한 뜻으로 모든 걸 포기하고 몰아주기를 해야 하기에 리스크가 크다. 게다가 한 선수가 무사히 클 때까지 버텨야 하기에 게임 시간이 늘어질 수 밖에 없다. ‘OO엔딩’이 자칫 '눕롤'로 이어지기 쉬운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리브 샌드박스의 전술은 이런 리스크 높은 플레이를 지향하지 않는 데에서 출발한다. 리브 샌드박스의 플레잉 스타일이 호전적이라고 바라보는 시선과 달리, 통계를 통해 살펴보면 전투 지향형 게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 보여지고 있다.

스프링 7주차 기준으로, 리브 샌드박스는 첫 용 공략률 78%, 전령 공략률 36%라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포탑 방패를 크게 채굴할 수 있는 첫 전령은 초반부 스노우볼이 급격히 굴러가지 않는 이상 예측하기 어려운 소규모 교전의 발생 확률이 높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통계가 말해주는 리브 샌드박스의 경기 패턴은 ‘첫 전령을 먼저 내주는 대신 용을 먼저 취해 더 먼 경기를 바라본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지난 3일 리브 샌드박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광동 프릭스 김대호 감독 역시 인터뷰를 통해 "보통 (용 싸움에서) 힘이 서로 비슷할 때 용을 먼저 치는 쪽이 손해를 본다"라며 이런 점을 잘 파고들어 승리할 수 있었음을 암시했다.

 

광동 프릭스와의 1세트, 바텀 라인에서의 이득과 미드 라인전 우위에도 
샌드박스는 전령 대신 드래곤을 선택한다. 멀리 바라보는 리브 샌드박스 운영의 전형이다  (출처 : LCK)

 

실제로 리브 샌드박스의 운영법은 ‘덜 먹고 쥐어짜는’ 운영이라 볼 법한 여지들이 곳곳에서 지표를 통해 관측된다. 가장 큰 부분은 골드 마진률(GSPD)이다. '팀 세븐휘센'이 제시한 이 지표는 골드를 얻는 것(Earned to Gold)보다 얻은 골드를 유의미하게 사용하는 것(Spent to Gold)이 상대 팀보다 앞설 수 있는 또 다른 승리 공식임을 전제로 출발한 지표다. 

설령 골드를 적게 써서 음수 지표가 나타나더라도, 승패 기록이 좋다면 해당 팀은 매우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운영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해당 지표를 통해 살펴보면 리브 샌드박스는 플레이오프 권에 머무르는 팀들 중 유일하게 상대보다 골드를 덜 쓰는(-2.2%) 팀인데 13.3패치 이후 점차 비중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인다(13.3 패치: -3.0% / 13.4 패치: -5.9%). 같은 기간동안 플레이오프 권에 있는 소위 서부권 팀들이 KT 롤스터를 제외하고 약 4~9% 이상 더 골드를 소모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과 대비된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롤>에서 더 많은 골드는 더 좋은 성능을 가진 아이템의 패용을 의미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버프(레드, 블루, 드래곤, 바론 등)나 장로 드래곤과 같은 게임 체인저가 필요하다. 

리브 샌드박스의 이러한 접근은 13.3 패치만 하더라도 매우 성공적이었다. 13.1 패치 기준 첫 드래곤 공략률이 82%였으며, 드래곤 전체로 놓고 보더라도 그 비중이 5할을 넘었다. 장로 공략률은 100%였을 정도로 오브젝트 쟁취에 사활을 거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제시한 EGR과 MLR 지표 역시 13.3패치까지는 큰 흔들림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13.4패치까지 이어진 이러한 플레이 방식은 결국 한계에 봉착한 모양새다.

 

13.4패치 적용 후에는 리브 샌드박스의 15분 간 골드 격차는 -1310까지 벌어졌다. 초반부터 덜 먹고 전투를 피하며 후반을 집요하게 노려왔던 팀 스타일을 감안해 어느정도 이해할 순 있다. 하지만 드래곤 공략률이 38%로 급감했으며, 라인 관리율 또한 48.7%로 라이너들의 CS 수급마저 어려울 만큼 초반 게임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 결국 기대는 '윌러'에게?

 

(출처: LCK)

 

그렇다고 리브 샌드박스가 마냥 대안 없이 눕기만 하는 팀이라고 보긴 어렵다. 눕는 만큼 잃는 게 많은 롤 게임 구조 상, 어딘가에서 벌어들이는 부분이 발생해야 안정적인 장기전 지향 또한 가능해진다. 이 모든 걸 가능케 하는 선수가 지난 시즌 ‘프린스’ 이채환이었다면 이번 시즌은 바로 ‘윌러’ 김정현이었다.

윌러의 지표에서 매우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정글링 외의 플레이’다. 윌러가 정글 밖에서 빛날 때 리브 샌드박스의 성적표 역시 상향곡선을 그렸다.

이번 시즌 윌러의 챔피언 폭은 크게 5개의 챔피언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 이 중 으뜸은 단연 마오카이의 기용이었다(5승 1패, KDA 11.0). 다른 챔피언을 기용했을 때 윌러의 플레이는 골드와 경험치에 초점을 두면서 안정적인 정글링을 시도한 반면, 마오카이를 쥔 윌러의 플레이는 마치 다른 게이머가 된 모습을 보인다. 

10분 간 골드 수급과 경험치 수급이 모두 큰 격차(골드 : -184 / 경험치 : -156)를 보일 정도로 벌어지지만, 막대한 킬과 어시스트 수급으로 팀 파이트에 기여하면서 손실을 모두 상쇄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상 경기에 마침표를 찍어버린 마오카이의 3인 궁. 
용 앞 한타에서 기적을 노리던 디플러스 기아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출처: LCK)

 

마오카이의 챔피언 특성을 고려해볼 때 팀 파이트에 적극적으로 기여해도 큰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성장에 따른 탱킹 역량이 상당히 높은 전형적인 ‘탱커형 정글러’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저돌적인 플레이를 과감하게 시도하더라도 쉽게 카운터 당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데미지 성능이 좋아 13.4패치를 기점으로 큰 하향을 받을 정도로 공격적인 운용도 얼마든 가능한 하이브리드형 AP 브루저로 꼽혀 결과적으로 매우 높은 고점을 지닌 챔피언이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LCK에서도 하루가 다르게 등판하던 것과 달리 13.3패치 이후 마오카이의 너프가 시작되며 채용률이 현저하게 낮아졌고, 13.4 패치 이후에는 고작 2번 밖에 기용되지 않을 정도로 성능이 떨어져 선택지에서 멀어졌다.

오공의 기용도 팀파이트 기여와 플레이메이킹이라는 본인의 강점을 제대로 살리는 픽이었다. 특히 T1전에서 보여준 2대3 한타에서 오공의 궁극기를 활용한 절륜한 플레이는 현 메타에서 정글의 영향력에 의문을 제시하는 이들에게 보기 좋은 반문을 던지기에 충분한 플레이였다. 

하지만 윌러가 세주아니, 바이와 같은 챔피언으로 라인전보다 정글 동선에 치중할 때의 승률은 오공과 마오카이, 두 챔피언의 기용 시보다 크게 다소 낮아졌다. 오공보다 더 적극적인 플레이메이킹이 가능한 엘리스를 채용했을 때는 오히려 너무 과감한 나머지 잦은 데스를 유발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종합하면 윌러가 안정적으로 라인전에 몸을 던질 수 있을 때 리브 샌드박스의 경기력은 상승세를 타지만, 팀이 전체적으로 엎드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윌러의 어깨에 너무나 많은 짐이 얹혀지는 모양새다.

 

윌러가 '3연속 강타 스틸'로 역대급 고점을 뽑아내며 캐리했던 KT와의 1라운드 경기 출처: LCK)

 

# 새로운 승리 플랜 보여줘야 하는 LSB

 

윌러가 보여주는 성과는 매우 대단하다. 다만, 한 경기 한 경기가 아닌 먼 미래의 성과를 생각할 때 윌러의 장점을 살리면서 팀을 보다 높은 곳으로 올리고자 한다면 리브 샌드박스는 체급을 가다듬고 남은 경기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메타의 해석은 팀마다 천차만별이다. 큰 틀에서 같은 해석을 내놓을 수 있고, 작은 차이가 팀의 색깔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리브 샌드박스의 해석은 지난 서머부터 큰 틀에서 ‘효율’이라는 일관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의 주춤한 흐름이 잠깐의 '숨 고르기'임을 증명하기 위해선 약간의 다름이 가미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가장 잘해왔던 것을 지속하는 우직함도 좋지만, 꾸준히 잘하기 위해선 변화에 익숙해야 한다. 변화가 일상인 협곡에서, 13.4 그리고 이후 패치에서 이어질 메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리브 샌드박스의 모래폭풍은 봄날의 황사로 머물지도 모른다. 

아직 LCK 정규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이미 여러 차례 파괴력 강한 경기력으로 자신감과 가능성을 입증해왔던 그들이다. 류상욱 감독 역시 kt 롤스터전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승리 플랜을 찾아야겠다고 느꼈으며, 자신감을 잃지 않고 현재의 분위기를 고친다면 남은 경기를 이길 수 있다고 밝혔다. 거침없이 질주하던 모래바람은 잠시 벽을 마주했고, 다시 LCK를 휩쓸 준비를 하고 있다.

 

다시 휘몰아칠 준비를 하고 있는 모래폭풍 (출처: L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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