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TRPG 판타지의 거장이라 불리는 미즈노 료의 대표작 '로도스도 전기'가 올해 30주년을 맞이했다. '로도스도 전기'는 일본과 한국의 판타지 소설에 많은 영향을 끼칠 정도로 탄탄한 세계관과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30주년 기념 페이지가 열리는가 하면, 오는 8월 1일 판이 살았던 시대에서 100년 후의 이야기를 그린 신작 '맹세의 제관'이 나올 예정이다.
이와는 별개로 <부활의 베르디아>, <동방 루나 나이츠>, <진 여신전생 싱크로나이시티 프롤로그> 등을 개발한 일본 개발사 '팀 레이디버그'도 Why so serious?와 협력해 로도스도 전기 30주년을 기념해 게임을 개발 중이다. <레코드 오브 로도스 워: 디트리트 인 원더 래비린스>(이하 레코드 오브 로도스 워)라는 이름으로, 지난 3월 12일 1개 에피소드를 담은 얼리 억세스 버전을 통해 선보였다.
이들이 준비하는 게임은 메트로배니아 스타일의 2D 액션 장르다. 기존 로도스도 전기 IP가 오랜 세월 동안 대부분 턴 방식의 RPG로 선보였던 것들과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게임이 최초 공개된 뒤 <악마성 드라큘라>와 닮은 모습과 도트 기반 액션으로 정평이 난 팀 레이디버그의 연출력의 혼합은 많은 기대를 모았다.
1시간가량의 짧은 플레이 타임을 가지고 있지만, 관련 장르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충분히 매력을 느낄 정도로 강한 흡입력을 지녔다. <레코드 오브 로도스 워>는 4개월가량 얼리 억세스 기간을 거친 뒤 향후 5~6시간 분량을 가진 정식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얼리 억세스 버전을 체험한 소감을 짧게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 메트로배니아: '메트로이드'와 '캐슬배니아'의 합성어로 액션 어드벤쳐의 하위 장르 개념. 두 게임이 던전 형태의 맵에서 성장하며 제한된 지역을 해금, 탐색을 주로 하는 콘셉트를 확립시키며 생겨났다. 현재는 두 게임과 유사한 형태의 게임 플레이, 메커니즘을 따르는 게임의 장르로 불리고 있다.
# '레코드 오브 로도스 워'는 단순한 메트로배니아 스타일 아류작이 아니다
<레코드 오브 로도스 워>는 전체적인 느낌이 <악마성 드라큘라>와 많이 닮았다. 공개된 트레일러나 스크린샷만 봐도 어떤 형태의 게임인지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각종 UI와 맵, 전투 형태, 게임 전개 방식 등 많은 것이 <악마성 드라큘라>를 떠올리게 만든다. 게임을 해 본다면 그 느낌은 더욱더 강하게 와닿는다.
그렇다고, <레코드 오브 로도스 워>는 단순한 '아류작'이 절대 아니다. 메트로배니아 스타일의 게임들이 그렇듯, 게임은 <악마성 드라큘라> 시리즈의 특징, 느낌을 잘 계승했으며 여기에 팀 레이디버그만의 개성을 곳곳에 잘 버무렸다. <부활의 베르디아>부터 이어온 그들의 도트 그래픽 느낌도 한 층 발전한 모습이다. 특히 도트 그래픽은 이동, 공격 등 움직임의 시작과 끝이 제법 자연스럽게 보일 정도로 꽤 인상적이다.
메트로배니아 스타일 게임은 대부분 선형적인 구조가 아닌, 복잡하게 스테이지를 '공략' 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최초 시작할 때에는 기본 공격에 움직임도 매우 제한적이지만 점차 맵을 플레이하며 성장하고 갈 수 없던 지역을 조금씩 진행하며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도록 설계했다.
<레코드 오브 로도스 워>도 이를 충실히 따른다. 주인공 디드리트는 기본 무기 레이피어에 점프 정도를 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활공하거나 슬라이딩 등 각종 기술을 습득하며 점차 할 수 있는 것과 다닐 수 있는 곳이 늘어난다. 지금은 막혀있더라도 기술을 습득해 다시 그곳에 오면 반드시 넘을 수 있으며 수시로 맵을 들여다보며 어딘가 맵이 덜 개방된 곳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 메트로배니아 스타일에 잘 녹아든 '로도스도' 만의 게임성
얼리 억세스 버전 기준 몇몇 특징을 살펴보면, 유저는 물의 정령 '실프'와 불의 정령 '샐러맨더'를 스위칭하며 방해물을 돌파하거나 전투를 벌일 수 있다. 맵 곳곳의 장애물이나 몬스터의 속성이 물과 불로 나뉘어 있어, 장애물은 같은 속성으로 맞추고 지나가야 통과할 수 있으며 몬스터는 반대 속성으로 공격해야 대미지를 줄 수 있다. 실프는 물 속성 공격과 활공을 할 수 있으며 샐러맨더는 불 속성 공격과 추가 대미지를 준다.
몬스터나 보스의 경우 공격하는 마법은 장애물과 같은 원리로, 같은 속성 상태여야 대미지를 상쇄시킬 수 있다. 정식 버전 이후 얼마나 늘어날 지는 모르겠으나 추가 속성을 통해 상황에 맞는 원소를 선택/스위칭하며 다양한 플레이 요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두 개의 속성을 획득하면 일단 현 기준에서는 게임을 플레이할 모든 기준을 갖췄다. 속성은 무조건 하나를 기본 선택하게 되어 있으며 필요에 따라 스위칭하는 방식이다. 각 속성은 적을 처치할 때마다 경험치를 얻어 레벨업을 할 수 있는데 최대 레벨(3레벨)까지 올리면 해당 속성 대미지를 좀 더 강하게 줄 수 있다.
독특한 것은 원하는 속성 레벨을 올리려면 반대 속성으로 공격해야 경험치가 오른다는 점이다. 또 최대 레벨에 게이지가 가득 차면 하나는 체력을, 하나는 마나를 추가로 채울 수 있어 속성 스위칭에 대한 필요성을 강하게 부여했다. 각 속성은 적에게 대미지를 입을 때마다 레벨이 낮아진다.
여기에 디드리트의 보조 무기인 '활'은 각종 퍼즐 요소를 제공해 게임의 밀도를 높였다.
묶여 있는 줄에 발사해 줄을 끊거나, 톱니바퀴에 발사해 움직이게 해 문을 열 수도 있다. 또 화살이 발사되는 각도를 계산, 쇠가 부착된 벽에 발사해 화살의 방향을 바꿔 장애물을 없앨 수 있다(그렇게 복잡하지는 않다). 얼리 억세스 버전이어서 활용도가 많지는 않았지만, 보조 무기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게 각인됐다. 앞서 원소와 마찬가지로, 추가 무기를 이용한 다양한 퍼즐 요소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 1시간 분량은 너무나도 짧게 느껴졌다
<레코드 오브 로도스 워>는 단순 '로도스도 전기' IP를 차용한 것이 아니라 원작 소설과 서두에서 언급한 신작 '맹세의 제관' 사이의 공백기를 다룬다. 따라서, 기존 원작과 신작의 연결점이라는 부분도 충분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악마성 드라큘라>를 했던 기억을 회상해 보면, 앞서 장르 특성에 관해 얘기했던 것처럼 수많은 시간을 들여가며 공략 수준으로 플레이했던 것 같다. 시리즈 중에는 각종 업적 요소도 있어 더욱더 깊게 파고들기도 했다.
1시간이라는 분량이 게임에 있어서는 많은 수준은 아니나, 메트로배니아 스타일 특성 때문인지 <레코드 오브 로도스 워>의 분량은 더더욱 적게 느껴졌고 아쉬웠다. 한 개 스테이지 분량이 들어간 얼리 억세스 단계임을 알면서도 깊숙이 파고들다 보니 '어, 벌써 끝났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게임이 만족스럽다는 뜻이기도 하다.
짧은 분량만큼이나, <로도스 워>에 대한 기대는 더욱 늘어났다. 현재 스팀 스토어에서도 <로도스 워>는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큼 충분한 만족도를 제공하고 있다. 충분한 즐길 거리만 제공하면 정식 출시 후에도 이와 같은 반응은 무리 없이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식 출시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