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게임과 법 칼럼의 OOO입니다.
지금 우리는 게임과 저작권에 대해 살펴보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주 총정리 편에서 알려 드렸던 바와 같이 이번 연재부터는 게임과 저작권에 대해 그 동안 언급하지 않은 주제들을 다루어 보려고 합니다.
문득 2012년 하반기와 2013년 초반 가수 싸이(PSY)의 <강남스타일>이 말 그대로 글로벌 메가 히트를 기록했을 때, “게임 속 캐릭터가 전투에서 승리하거나 특정 아이템을 구입한 경우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추게 하고 싶은데 그것이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나요?”라는 질의를 받았던 일이 떠오르네요.
사실 당시에는 <강남스타일> 열풍이 정말 대단해서 업무적으로 혹은 지인들로부터 비업무적으로 그와 관련된 질문을 받는 경우가 왕왕 있었거든요.
TIG 독자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내가 만든 게임 속 캐릭터가 싸이의 <강남스타일> 춤을 춘다면 저작권 침해가 될까요? 가요나 팝에서의 안무 동작도 저작물로서 저작권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안무 자체는 몸을 움직여 특정한 형상을 나타내거나 동작을 취하는 것이라 사람의 몸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열한 것에 불과하니 저작권에 의한 보호를 받기가 어려울까요?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날 예술의 종류는 무척이나 다양합니다. 그런데 예술로 분류되는 것들 중에서는 선율, 리듬, 화음으로 구성된 음악이 아마도 가장 추상적인 형태의 예술일 것입니다. 그 결과물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거나 손에 잡히는 것도 아니고, 귀로 들어서 즐기는 것이면서 일정 시간 공기의 진동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라 계속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니깐요.
춤은 음악 다음으로 추상적인 형태의 예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춤(무용)이라는 것은 몸이나 소품 등의 도구를 이용해 사람의 생각을 형상화한 일련의 동작과 그 동작의 연속으로 구성되는데요, 그 또한 시간적인 흐름 속에서 나타나는 것이라서요. 다만 음악과는 달리 그 예술의 표현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음악보다는 덜 추상적이라 생각됩니다.
본 연재에서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저작권은 추상적 아이디어가 아닌 구체적인 표현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음악이나 춤과 같이 본질적으로 추상성이 강한 예술의 경우 표절 이슈가 제기돼 법적 분쟁이 발생할 때 침해 여부의 판단에 있어 어느 정도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일례로 음악저작물과 관련해 한 때 떠돌던 ‘여덟 마디 이상 같으면 표절, 그렇지 않으면 표절 아님’과 같은 설명들은,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해 ‘표절’이라는 법적 용어가 아닌 표현을 쓰는 것도 잘못된 것이지만 여덟 마디를 기준으로 삼을 만한 근거도 미약합니다.
누가 처음 그런 이야기를 퍼뜨렸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음악은 본질적으로 추상성이 강한 데다 작곡이나 편곡 기법 또한 시대적 장르적 특성에 따라 어느 정도 정립돼 있습니다. 아마도 법적 전문가가 아닌 경우 저작권 침해 여부의 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를 조금이라도 구체화해서 쉽게 납득시키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해프닝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시 ‘춤’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살펴보죠. 먼저 이 질문부터 답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안무는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저작물일까요?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제4조 제1항에 다음과 같이 저작물을 예시하고 있습니다.
제4조(저작물의 예시 등) ① 이 법에서 말하는 저작물을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1. 소설·시·논문·강연·연설·각본 그 밖의 어문저작물 2. 음악저작물 3. 연극 및 무용·무언극 그 밖의 연극저작물 4. 회화·서예·조각·판화·공예·응용미술저작물 그 밖의 미술저작물 5. 건축물·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 6. 사진저작물(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제작된 것을 포함한다) 7. 영상저작물 8. 지도·도표·설계도·약도·모형 그 밖의 도형저작물 9.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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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제4조 제1항 제3호는 ‘연극 및 무용·무언극 그 밖의 연극저작물’을 들고 있습니다. 이 조항에 근거해 무용(춤) 또한 저작물의 예시로 명시돼 있으므로, ‘춤’ 또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저작물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대해 저작권법 제4조에서 말하는 ‘무용’은 연극과 같이 그 자체가 독립해 하나의 공연을 전제로 무대에서 보여지기 위한 발레나 고전무용과 같은 ‘무용’을 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살펴보려 하는 ‘안무’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그런 입장도 ‘안무’가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무용’과는 다르다는 점을 문언적으로 지적하는 것이고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 ‘안무’가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은 아니므로 결론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안무’도 저작권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저작물에 해당하고, <강남스타일>의 안무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고등법원은, 안무가의 허락 없이 사설 댄스 아카데미에서 해당 안무가 강사와 수강생들에 의해 재현되고 촬영 및 녹화되어 해당 댄스 아카데미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안에 대해 판단하며
“이 사건 안무는 전문 안무가인 원고가 ‘OOOO’ 노래에 맞게 소녀들에게 적합한 일련의 신체적 동작과 몸짓을 창조적으로 조합⋅배열한 것으로서 원고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 해당한다”
고 안무의 저작물성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2. 10. 24. 선고 서울고등법원 2011나104668 저작권침해금지 등 사건, 2012. 11. 13. 확정).
따라서, <강남스타일>의 안무도 저작물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러면 ‘안무’는 그 전부가 저작권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일까요? 이것은 처음에 우리가 의문을 품었던 ‘사람의 몸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열한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과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강남스타일>의 안무 중에는 ‘말춤’ 동작이 가장 특징적이고 유명합니다. 그 동작만을 따로 떼어 내서 생각해 본다면 ‘양손을 모두 아래로 내리고 손목을 교차하여 마치 말의 고삐를 쥐고 있는 것처럼 말을 타고 있는 듯 흔들리는 모습을 나타낸 동작’과 ‘한 손은 말의 고삐를 쥔 채로 있고 다른 한 손은 카우보이가 올가미를 던지려 할 때 취하는 동작과 같이 무언가를 들고 돌리는 동작’이 있겠죠.
이런 개별적인 동작들은 사람이 알고 있는 일련의 행동에 대한 생각을 표현한 것입니다. 만약 그런 동작 자체가 누구나 그 상황에서 그렇게 취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면 저작권에 의한 보호 대상이 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말춤’은 어떨까요? ‘말춤’에서 나타나는 바로 그 동작만 놓고 본다면 말을 타는 동작과 팔을 들고 돌리는 동작을 몸짓으로 나타낸 것이기 때문에 해당 동작이 저작권에 의해 보호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다만 같은 동작 내에서라도 말을 타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안무가의 창작성이 반영된 부분이 있다면 이는 보호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그 표현의 정도에 따라 보호 대상이 되지는 않더라도 침해 여부 판단에서의 의거성 판단에서는 고려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이것은 분쟁이 발생할 경우의 문제라 단정적으로 말씀 드리기는 어려운데, 이런 점이 저작권 관련 자문에 있어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나아가 안무에 있어서는 개별 동작들이 배치되는 방법과 순서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보아야 합니다. 하나의 동작이 끝나고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기 위한 연결 동작과 같이 필수불가결한 동작이라면 저작권으로 보호받기 어려울 수 있겠죠. 다만 전체 안무를 곡이 표현하는 바에 맞게 배치하고 구성한 것을 통해 인간의 사상과 감정이 표현된다고 볼 수 있으면 그 또한 저작권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여기서의 저작물은 ‘싸이가 춘 <강남스타일>의 춤’이 아니라 ‘안무’ 그 자체라는 것입니다. 즉 개개의 동작과 그 동작의 흐름을 연속적으로 나열하여 구성한 것, 판례에 의하면 ‘노래의 전체적인 흐름과 가사 등에 어울리는 일련의 신체적 동작 및 몸짓을 조합 배열한 것’이 보호된다는 것이고 그 저작자는 안무가가 됩니다.
<강남스타일>의 가수 싸이는 안무의 실연자가 되어 저작인접권자가 됩니다만, 안무에 대한 저작자는 싸이가 아닌 해당 안무를 만든 사람(언론에 의할 때, 안무가 이주선씨)입니다.
이제 저작권에 한정해서 처의 문제에 대한 결론을 짧게 내려 보도록 하죠.
내가 만든 게임 속 캐릭터가 일정한 경우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흉내내 춤을 추게 만들어도 괜찮을까요?
먼저, ①안무가나 해당 안무의 저작권을 신탁받은 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았으면 게임 속 캐릭터가 똑 같은 춤을 추게 해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②여러 이유로 이용허락을 받지 못한 경우, 게임 캐릭터가 말을 타는 듯한 동작만을 단순히 흉내 내는 경우 그 법적인 리스크가 높지는 않을 것입니다. ③만약 <강남스타일>의 전체 동작을 모두 순서대로 따라하거나 <강남스타일>의 동작 일부를 그대로 모방하는 경우에는 괜찮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오늘 주제는 ‘게임’보다는 ‘춤’의 저작물성에 대한 논의이긴 합니다. 그러나 게임과 저작권에 대한 큰 관점에서 볼 때, 저작권법 교과서의 앞 부분에 등장하는 저작물의 성립요건이나 저작권의 보호 범위 등과 무관하지 않은 사안이고, 게임과 저작권에 관한 자문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판단의 흐름을 함께 보여 드렸으면 해 사례를 함께 살펴 보았습니다.
게임과 저작권의 문제는 원저작물이 무엇이냐에 따라 게임에 대한 것 외에 다른 콘텐츠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깊이 있는 이해를 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이런 점이 저작권 관련 자문에 있어 까다로우면서도 재미있는 점이기도 합니다. 오늘 사례가 만약 분쟁이 된다면, 게임도 알아야 하고 안무도 알아야 하며 여기에 법이론을 적용하여 법원에 설명도 해야 하는 것이죠.
게임과 관련한 저작권 자문이 간단치 않은 것은 개별 사안들 하나하나에 있어 실제 표현을 살펴보지 않으면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몫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사례의 경우 저작권에 한정해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저작권에 한정하지 않고 생각해 보면 게임 캐릭터가 어떤 의상을 입고 있는지, 게임 속의 어떤 맥락에서 ‘말춤’을 추게 됐는지, 실제 ‘말춤’ 동작을 어느 정도까지 모방하였는지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법리적으로도 단지 저작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연예인 싸이의 퍼블리시티권과 관련된 문제가 될 수도 있고, 부정경쟁방지법과 관련을 가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작권 침해가 아니더라도 다른 권리나 법에 근거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죠.
끝으로 지난 연재의 댓글 중 서로 다른 국가 사이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분쟁의 경우 국가마다 서로 다른 법적 기준 중 어떤 것을 적용하게 되는지 문의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미리 분쟁 당사자들이 따로 합의한 바가 없다면, 일반적으로는 소송이 제기된 법원에서 적용하는 법을 따를 것입니다.
킹닷컴이 아보카도 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소송을 했던 판례를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킹닷컴은 몰타공화국 소재 법인이었지만, 한국 법인을 상대로 한국 법원에 소송을 했으므로 한국 저작권법과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판단을 받았죠.
참고로 저작권과 관련한 법이론의 경우 지역에 따른 법의 차이와 법원의 해석 적용에 편차가 없지는 않습니다만, 오늘날에 있어 이론적인 면에 있어서는 국제적으로 거의 같은 법리가 통용되고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이 정도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새로운 한 주 건강히 잘 보내시고 다음 월요일에 찾아 뵙겠습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TIG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