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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C 2024] 라프 코스터, "재미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중요하다"

'재미 이론'이 나온 후 20년, 우리는 재미를 인지하고 게임을 만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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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준(음주도치) 2024-03-23 17:58:14

게임을 만들고 소비하고 분석하는 사람들에게, 추상적 개념인 '재미'가 무엇인지는 언제나 중요한 화두였다. 그리고 이 담론에 오랜 시간 이정표를 세워왔던 인물이 있으니, <재미 이론>을 출간한 라프 코스터다. 


핵심만 남기면 이러하다. 재미는 앎, 배움, 숙달에서 온다. 지루함과 흥미 사이에서 도전이 이어져야 재미를 느낀다. 그러나 모든 숙달을 현실에서 진행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자동차에 치이면 죽는다는 것을 직접 해봐야만 안다면 인류는 절멸했을지 모른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숙달 경험, 그러면서도 상상력을 확장할 수 있는 경험이 게임이다. 라프 코스터는 꽤나 구체적인 체크리스트를 통해 '재미'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게 제시한 바 있다.


그의 책이 세상에 나온지 20년이 지났다. GDC 2004에서도 소개된 그의 담론은, 책 출간 이후 게임 업계 안팎에 많은 영향을 줬고, 그는 GDC 2024에서 '재미'에 대해 다시 한번 이야기했다. 당연하지만, 20년 전과 지금은 많은 차이가 있고, 그가 '재미'에 대해 분석해온 시간도 길어져, 담론은 더욱 확장되고 깊어졌다. 자, 다시 집중해서 들어보자. '재미'는 무엇인가? /미국 샌프란시스코=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라프 코스터

그의 책 <재미 이론> 출간 이후 20년이 지났다.


한국어를 포함한 9개 언어로 출간됐고, 게임 이론 및 학습 등 다양한 분야에 큰 영향을 준 책이다


# '재미' 그리고 '게임을 하는 이유'

고양이는 쥐의 장기를 적출한다. 현실은 그런 세계다. 서문에 소개한 것처럼 우리가 현실에서 모든 인지, 숙달을 직접적 경험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목숨이 남아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은 일종의 단순화된 현실이라 볼 수 있다. 


1인칭 슈팅 게임을 하나 생각해보자. 또 다른 게임은 사진을 찍는 게임이 있다. 눈치채셨겠지만, 커서를 옮기고 탭을 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한 행위'다. 2D 스크린 위에서의 조준 행위일 뿐이다. 구조적으로 접근하면 공통 문법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시스템적인 사고를 하면 게임과 재미의 본질에 조금 더 가까워진다.


잠시, 게임을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자. 많은 사람들이 '재미' 때문이라고 대답하겠지만,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조금 다를 수 있다. e스포츠 선수에게 게임은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루한 '연습'이고, 세상 풍파에 지친 사람들에게 게임은 일종의 '명상'의 대안이다. 다시 말해, 모든 사람은 다르고, 같은 '재미' 요소를 두고도 다른 것을 느낀다.


위험한 현실, 도전할 수 있는 게임

"재미가 모든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작용한다 해도, 모두의 재미는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 비주얼노벨 게임과 소울라이크 게임

게임을 구조적으로 다시 들여다보자. 도전과 학습의 과정은 '재미'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시스템이 너무 단순해서 한 눈에 모두 파악됐다면, 도전하는 재미가 떨어질 것이다. 반대로 패턴이 있지만 알아 챌 수 없는 수준이어도 지루해진다. 


시시해도, 어려워도 문제지만 게임의 패턴이 시도 때도 없이 바뀌어 불쾌해도 문제다. 모두 숙달해버려 "다 깼다"고 느껴도 마찬가지로, 재미는 소진된다.


지루해지지 않게

도전과 학습의 상승이 이어져야 한다.


학습, 숙달이라는 관점에서 보자. 장르가 달라도 게임은 재미를 준다. 비주얼노벨 게임은 주어지는 선택이 적어도 감정적 몰입과 다음 이어질 이야기로 기대감을 형성시킨다. 소울라이크 게임은 어려운 난이도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낀다. <바이오쇼크> 같은 게임은 상상력과 담론으로도 재미를 준다. <림보>도 <마리오>도 모두 '알아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낀다.


사고를 더 확장하면, 고대부터 입에서 입으로 변화를 거듭하며 전해오던 '이야기'와 '연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자가 발명된 이후 어땠는가, 인쇄 문화는 하나의 고정된 활자로 귀결됐다. 비디오게임으로 한정 짓지 않더라도, 게임은 '선택과 결과'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에서의 재미'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 하지만 재미를 준다는 점에선 같다.

# 재미의 유무


게임의 특징적 요소, 시스템, 메카닉, 룰, 행동, 입력 방식 등은 모두 '재미'가 있는지 충분한 고민을 거쳐 만들어져야 한다. 그는 재미의 부재를 점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제시했다. 더 많은 질문에 "예"라는 답이 나올수록 더 좋은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재미

1) 도전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가?

2) 그 준비는 앞서 한 행위들을 포함하는가?

3) 다양한 방식으로 준비할 수 있는가?

4) 공간의 위상(연결)이 중요한가?

5) 그런 공간의 위상(연결)이 변화하는가?

6) 도전을 위한 핵심적 행동이 있는가?

7) 그 행동은 콘텐츠(내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는가?

8) 다른 능력들을 사용할 수 있는가?

9) 성공하기 위해 다른 능력들을 사용해야 하는가?

10) 능력을 사용하는 스킬이 있는가? 아니라면 기본 UI 액션인가?

11) 다양한 성공의 단계가 있는가? 

12) 실패만 하는 경험이 없는가?

13) 실패에 대한 비용이 있는가?


여러 요소에서 재미에 대한 고민은 이어져야 한다.

재미의 조건들 외에도


기쁨
플로우(흐름)
사회적 요소를 검증하는 조건도 제시됐다.


그는 풍부하게 해석 가능하고,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숨겨진 깊이가 있고, 연습할 수 있고, 도전하고 배울 수 있는 것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재미라는 것이 하나의 아이디어로 귀결될 것이라 기대하지 말아야 하며, 모두가 좋아하는 게임이 다른 것처럼, 모두의 재미도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라프 코스터는 "가장 '재밌는' 것은 '게임을 만드는 게임'이다"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결국 창작자가 재미에 대해 고민하며,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어딘가 기시감이 들지 않는가? 이번 GDC 2024에서 <마리오 원더> 강연을 진행한 닌텐도 또한 "게임 플레이를 생각하는 건 정말 재밌다"는 같은 말을 했다. 업계의 최정상에서 게임에 대한 철학을 논하는 사람들이 하나의 의견을 제시한다는 것은, 그만큼 창작자 스스로가 게임에 열의를 느끼고, 재미를 찾고 느끼는 과정을 부단히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게임을 만드는 게임이야 말로 가장 재밌다고 말하는 라프 코스터

이번 강연 자료를 준비한 방식만 봐도 그가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다. 
자신의 의견에 영향을 준 사람들의 말을 인용하며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모두 직접 그렸던 라프 코스터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그 적용이 변하긴 했어도, <재미 이론>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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