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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삼국지8 REMAKE: 아는 맛이 너무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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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4-10-25 17:08:33
코에이의 선택은 '삼국지 15'가 아니라 2001년에 나온 <삼국지 8>의 리메이크였다.

코에이가 왜 계속 '삼국지'를 재탕하느니 같은 이야기는 하나 마나한 이야기다. 코에이에게 삼국지와 역사 게임은 근본 그 자체이니까. 그리고 한국 게이머는 '삼국지'를 대단히 사랑한다. 한국 스팀에서 <삼국지8 REMAKE>는 출시하자마자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6>를 꺾고 '최고 인기 게임'에 올랐다.

10월 25일 스팀에서 촬영한 대한민국의 인기게임

지난해 도쿄게임쇼에서 코에이 테크모의 이시가와 히사츠구 프로듀서에게 '왜 8편을 리메이크하는지' 물은 적 있다. 이 질문에 이시가와 프로듀서는 "여러 아이디어"를 고민하던 중 " ‘대항해시대’의 리메이크가 성공하면서 ‘삼국지’도 리메이크하면 좋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무장제 '삼국지'인 "8편을 리메이크하기로 했다"고 대답했다.

'코에이 삼국지'를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에 이 게임 시리즈는 그저 그래픽만 조금씩 달라지는 게임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제법 무쌍한 시스템적 변화가 있었다. 군주제와 장수제는 물론이고 능력치를 100 이상까지 키울 수 있게 할 것이냐, 주(州)의 제패를 놓고 '전역' 기능이 가능하느냐, 상대 무장과의 관계가 1-100으로 나오냐 '지기', '호의' 등으로 나오냐 등등이 다르다.

두 번째 장수제 삼국지였던 <삼국지 8>에는 이 작품만의 특징이 여럿 있었다. 우선 '관도대전', '적벽대전' 등 큰 사건마다 시나리오를 구별한 것이 아니라 '오관참장', '강유의 등용' 등 작은 줄기마다 플레이를 시작할 수 있었다. 방랑군을 지휘하며 황건적이나 오두미교도처럼 노략질이 가능했다. 시리즈 유일하게 악명 시스템이 도입되어, 악명에 따른 여러 플러스·마이너스 요인이 존재했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론부터 말하자면, <삼국지8 REMAKE>는 적합한 리메이크였다. 위에 말한 기능들은 모두 본작에 재현되어 있다. 

새로운 게임 플레이 환경에 맞춰 <삼국지8>의 핵심 기능들을 잘 구현했으며, 더 빨라진 전투 속도를 도입해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장수제에서만 볼 수 있는 여러 인간 군상의 드라마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으며, 아울러 원작에 없던 기능 등을 대거 추가해 흥미를 잃지 않게 했다.

플레이어의 취향에 따라 무장을 추천하는 코너

게임 업계에 리마스터, 리메이크 열풍이 분지도 오래다. '코에이 삼국지'는 언제나 '재탕'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으므로 이번 게임은 그 시도가 뻔한 만큼 뻔한 비판을 마주해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그런 비판의 여지를 훌륭한 복각으로 지운 듯하다. <삼국지8 REMAKE>는 실망스러웠던 전편보다 훨씬 할 만하다.

더구나 코에이가 한국 지사를 폐업하면서 CD에 담겨 공식 제공했던 '코에이 <삼국지 8>'의 한국어 빌드는 지금에 와서 할 방법이 (어둠의 경로) 말고는 마땅히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출시는 더 반갑다. 이 게임이 <삼국지8 REMAKE>가 아니라 <삼국지15>라고 하면 옛 게임을 접한다는 감각이 전혀 없었을 것 아닌가?

열전 읽는 맛은 확실하다. 8편에도 열전은 있었지만, 이렇게 자세한 열전은 최근 시리즈의 영향이다.


누군가에겐 촌스러울 수도 있지만, 기자의 눈에는 유려한 컷씬. 봐도 봐도 안 질린다.


계절이 넘어갈 때 보여지는 이펙트도 화려하다.

# 나의 <삼국지8 REMAKE>

몸도 풀 겸, 첫 판은 게임의 첫 번째 시나리오인 '황건 궐기'를 골랐다. 오랜만에 '삼국지' 세계에 돌아온 입장에서는 군주의 입맛을 맞추는 휘하 장수보다 제멋대로 움직일 수 있는 군주가 낫기 때문에 군주를 고르려 했다. 그런데 첫 시나리오는 주요 세력이 장각과 하진 외에 거의 없다. 남쪽 멀리 사섭을 골라 재빨리 강남을 정리하고 천하통일까지 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이 여정은 무려 15시간 넘게 걸렸다. 비어 있는 도시를 먹기는 쉬웠지만, 장수의 등용이 쉽지 않았다. 사섭의 매력이 높은 편이라 장수의 등용이 쉬울 줄 알았지만, 장수 자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 사이에 화북 지방에는 역사가 바쁘게 흘러가며 황건적이 몰락하고, 하진이 주살 당하고, 동탁이 집권하고, 반동탁연맹이 결성됐다.

본 게임의 '연의전'. 사섭이 강남에서 세력을 펼치고 있었지만, 중앙은 <삼국지연의> 속 암투로 바빴다

<삼국지연의>의 '18로 제후'에서도 정사의 제후연합에도 교지의 사섭은 빠져있다. 중앙의 정세가 바쁘게 흘러가는데 사섭이 낄 자리가 전혀 없어 왕따가 된 느낌이었다. 모든 세력이 양자강 이남에는 관심이 없었으니, 오히려 세를 불리기는 좋았다. '건업'이 될 '말릉'을 지배하고, 손오에 합류할 인재들을 채용한 뒤에 세력은 쑥쑥 커나갔다.

강남을 다 먹을 무렵 동탁은 처단됐다. 그 전에 조조가 아버지의 도움을 얻어 거병하는 것이 순서였지만 조조가 거병해야 하는 모든 땅을 손견이 보유하고 있어서 여기서부터 실제 역사와 다르게 진행됐다. <삼국지8 REMAKE>의 '연의전'은 게임의 이야기를 크게 흔들어놓는 기능으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서 실행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특정 조건이 일치해야 작동한다.

유비가 서주로 터전을 옮기고, 화북의 패권을 놓고 조조와 원소가 격돌해야 했지만, 조조군이 들어서지 못하면서 <삼국지연의>와는 아예 다른 대체역사가 펼쳐지게 된 것이다. 사섭에 막혀 남하하지 못한 손견군은 조조와 원소가 없는 화북의 패자가 됐고, 이각, 한수 등의 세력과 반 사섭 연합을 결성했다.

사섭 세력이 진나라처럼 견제당하게 됐다.


결혼도 빼놓을 수 없는 이벤트. 출산에는 실패했다.

'코에이 삼국지'를 오래 한 사람은 알 테지만, 천하의 절반 정도를 먹으면 게임이 제법 지루해진다. 내정 수치도 높고, 좋은 장수들도 여럿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천하를 먹는 것은 시간 문제다. <삼국지8 REMAKE>에서는 특정 지방을 전부 먹었을 때 '형주 엔딩'처럼 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섭의 꿈은 황제가 되는 것이었다.

성도 아래까지 점령한 이후에는 서량에서는 한수군이, 낙양에서는 이각군이, 합비에는 손견군이 줄줄이 내려왔다. 모두 막강한 무장들이었다. 진나라를 막기 위해 제나라와 초나라 등 비슷한 나라들이 합종을 한 꼴과 비슷했다. 손씨들이 오나라를 세울 조건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손견과 사섭은 불구대천의 원수가 됐다.

거듭된 전투로 치안은 작살났고, 징병까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역시 답은 역사에 있었던 것이었나? 합종을 깨는 것은 연횡이었다. 지도력이 높지 않은 이각군을 꿰어내 이각군과 손견군의 반목을 유도했다. 둘이 투닥거리는 사이에 파촉 지방에 힘을 집중했고, 한수군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보상은 달달했다. 서량의 기병 기술은 물론 마등, 마초 등 마씨 장수들을 거느리게 됐다.

하후씨들끼리 전투에 붙었다.


우리 여포, 어른 되면 돌려줄게~
하여튼 지력이 낮긴 낮다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게 된 사섭군은 한수군을 멸망시킨 직후 이각군과 맺었던 동맹을 일방적으로 파기다. 이때 몇몇 태수들이 강하게 불만을 나타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천하통일을 빠르게 봐야 했기 때문이다. 정사에서 사섭은 226년에 죽는다. 배우자들을 맞이했지만 연이은 대화에도 도무지 출산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씨에게 국가를 물려주기에 그들의 능력치가 그리 좋지 않았다. 의형제로 게임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이 경우 반목 세력의 등장이 우려됐다. 이 시점에는 기자의 피로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내정은 군단 단위로 위임하고 사섭의 개인사는 거의 진행시키지 않았다. 군주 캐릭터라 하더라도 한 턴마다 행동력 수치가 부여되고 그때를 이용해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다른 무장과 교류할 수 있는데 이것을 포기한 것이다.

피곤한 플레이어의 마음을 알아준 건가? 한수군이 멸망했음에도 이각군과 손견군이 반목을 거듭하자 일은 쉽게 풀려갔다. 사실 '코에이 삼국지'의 AI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운데, 바로 눈앞에 적이 있어도 못 본 체하거나 '어 '땅 식 무리한 돌격을 감행하는 모습은 이번에도 보였다. 외교는 더 부족했다. 연횡은 금 몇 푼에 허무하게 무너졌고, 이때부터 게임은 사실상 끝났다.

양쯔강 이남에서 힘을 모을 수 있었고 군단을 편성해 빠르게 이각군, 이어서 손견군을 멸망시키며 213년 10월 천하를 통일했다.

이각이 항복하면서
천하통일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언제나 짜릿한 천통의 순간




# 아는 맛이 너무 무서워

천하통일까지 했으면 게임이 추구하는 재미의 한 쪽 끝은 다 본 셈이다. 기자는 이 과정이 대단히 즐거웠다.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는 데 오프닝 비디오다. 이번 <삼국지8 REMAKE>에는 오프닝 비디오가 아예 없다.

집에 가는 즉시 2회차 플레이를 즐기려 한다. 이때는 무난한 능력치의 장수를 골라 방랑군을 이끌 작정이다. 그러다 혼인하고 아이를 낳고 특정 세력으로 들어가 태수 생활을 하면서 뒷 부분의 연의전을 볼 작정이다. 

<삼국지8 REMAKE>에는 1,000명의 장수가 존재한다. 이들 장수들끼리 라이벌 관계나 인연 관계가 펼쳐져 내정이나 전투에서 효과를 볼 수 있는 한편, 특별한 경우에는 컷씬도 준비되어 있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그랬던가? 이 아는 맛이 무서워서 코에이 테크모는 아직도 잘 나가는 듯하다.

<삼국지8 REMAKE>는 상관도를 맺는 게임이다


역사가 달라져도 조건만 맞으면 이벤트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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