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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림보', '인사이드'가 떠오르는 국산 인디 희망편 '그라비티아'

어둠과 조명, 영리하게 활용한 중력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준(음주도치) 2024-01-18 17:47:38

진한 엔딩으로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게임도 있지만, 매력적인 초기 빌드로 앞으로의 발전 과정을 기대하게 만드는 게임도 있다. <그라비티아>는 후자에 해당하는 국산 인디 게임이다.


현재 공개된 1챕터 끝까지 20~30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 매우 짧은 무료 게임이지만 <그라비티아>는 그 시간 안에 유저를 설득할만한 재미를 갖추고 있었다. <림보>, <인사이드>와 유사한 미스터리 3D 어드벤처로, 중력장을 조종하는 총을 든 주인공을 조작해 독특한 세계에서 탈출하는 것이 게임의 목적이다. 뻔하다면 뻔한 기믹이지만 깔끔하고 영리하게 이를 풀어낸 것이 인상적이다.


아직 평가 모수는 적지만 <그라비티아>는 39개​ 스팀 리뷰에서 100% 긍정 평가를 받았다. 게임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 크래프톤 정글 게임랩 1기 소속 다섯 명이 뭉친 개발팀 '버즐'(Vuzzle)의 첫 걸음마에는 어떤 이끌림이 있었을까? /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게임명: <그라비티아>

장르: 3D 어드벤처, 퍼즐, 미스터리

출시일: 2024년 1월 11일

플랫폼: 스팀

가격: 무료




# 길을 밝혀주는 그라비티 건


바닥에 쓰러져있다가 작은 몸을 일으켜 세우는 주인공은 체형으로 짐작해보건대 아직 어린 아이로 보인다. 주인공의 뒤로 보이는 세계는 안개로 인해 짧은 시야만 확보되지만, 차량과 건물 그리고 지형이 부서진 황폐한 모습이다. 주인공의 손에 쥐어진 것은 짧은 시간 동안 중력장을 발생시키는 총 한 자루 뿐이다.


<그라비티아>의 게임플레이 로직은 매우 심플하다. WASD로 이동, 스페이스바로 점프, 마우스 클릭으로 중력장 총을 쏘는 게 조작의 전부다. 비슷한 스타일의 게임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달리기나 기어가는 액션도 없다. 주인공의 점프력도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제약들 때문에 자연스럽게 중력장에 더 손이 가게 된다. 


가로등과 형광등 아래를 제외하면 주인공이 나아가는 공간은 대부분 어둠 속에 묻혀 있다. 한편, 중력장이 생성되는 둥근 구형의 공간에서는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온다. 중력장 총은 주변 물체를 끌어당겨 길을 터주거나 특정 물체와 상호작용하는 용도 외에도, 어둠 속 공간을 비춰주는 손전등 역할을 대신해주는 것이다. 여기저기 총을 쏘며 주변을 탐색하게 만든 영리한 세팅이다.


황폐한 세상에서 정신을 차리는 주인공. 
빨간 후드를 입고 있어서 그런지 노란 레인코트로 대표되는 <리틀 나이트메어>가 연상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림보>, <인사이드>와 유사한 점이 더 많다고 느꼈다.


이 사진 한 장으로 <그라비티아> 게임 메커니즘의 대부분이 설명된다. 
아주 단순한 이동과 중력장을 발생시키는 총. 
어두운 세상과 조명의 역할을 해줄 만큼 밝은 빛을 뿜어내는 중력장이 핵심이다.

# 중력의 표현 그리고 '대상'의 중요성

'중력' 또는 '자기력'의 끌어당기는 힘은 게임이라는 장르에서 굉장히 많이 사용되어 온 소재다. 기존 게임들에서는 상하좌우 어느 특정 방향으로 중력을 반전시키거나, '허공'에 느리게 이동하는 구형의 중력 범위를 쏘는 경우가 많았다. 큰 질량을 가진 '블랙홀'의 특징에서 착안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공중에서 느리게 이동하다가 서서히 소멸하는 기존 연출들은 꽤나 직관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라비티아>의 중력장 총은 다르다. 허공에 쏘면 아무런 상호작용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탄환이 날아가지만, 천장과 바닥을 포함한 벽 또는 특정 사물에 닿았을 때만 중력장이 생성된다. '대상'의 존재가 중요한 것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플레이어는 나아갈 길의 함정 외에도, 벽과 천장 그리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물체를 찾으며 화면 전체를 탐색하게 된다. 중력탄을 쏘는 시간 간격도 짧은 편이고, 탄의 속도도 느리지 않아서, 부담없이 총을 쏘며 나아갈 수 있다.


<록맨X3>의 보스 무기 중 하나인 '그라비티 웰'. 우주 한복판에 생성됐다 소멸되는 블랙홀처럼 
허공에, 검은색 또는 보라색 구(Sphere) 형태의 느린 중력장이, 일정 시간 동안 나타나는 연출이 일반적이었다.
(사진 출처: CALDM_2001 유튜브 채널)
 

또는 상하좌우를 완전히 반전시키는 연출도 많았다. 사진은 자기력 퍼즐을 활용한 <테슬라그라드 2>의 천장 걷기 장면.

하지만 일정 시간 중력장이 유지된다는 것 외에는 <그라비티아>의 중력장은 달랐다. 
밝게 빛났고, 빠르게 발사되는 편에 속했으며, 대상에 닿아야만 활성화 됐다.
사진은 바닥의 버튼을 눌러두기 위해, 구조물 너머에 있는 상자를 옮기는 장면이다.

# 중력의 활용 그리고 타이밍

<그라비티아>에서 중력장 총은 굉장히 유용한 도구이지만 만능은 아니다. 하얀 구 형태로 표시되는 범위까지만 중력이 발생하며, 주인공을 직접적으로 들어올리진 못한다. 


플레이어는 중력을 활용해 주인공이 올라탈 수 있는 발판을 옮기거나, 상자를 버튼 위로 가져와 문을 열기도 하고, 함정에서 발사된 총알의 궤적을 바꾸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력장은 '일정 시간' 동안 유지되는데, 총알을 붙잡아 두고 있는 동안 재빠르게 그 넘어가야 하는 구간도 있으니, 타이밍 조절 또한 중요하다.


용수철을 활용한 빠른 종횡 이동에서도 타이밍의 활용이 돋보였다. 중력장 총을 용수철 스프링의 아래쪽에 정조준하고 쏘면 용수철이 당겨지는데, 중력장이 소멸되는 순간에 용수철이 풀리게 된다. 이를 활용해 달리기가 없는 주인공을 멀리 그리고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다.


함정에서 나오는 붉은 빛을 내는 총알을 중력장을 활용해 묶어둘 수 있다.
중력장 위치 조준을 잘못하면 오히려 총알의 궤적이 휘어서 주인공 쪽으로 오는 경우도 있는데, 닿는 순간 즉사다.
  

주인공에겐 높은 점프력이나 빠른 달리기가 없다. 대신 용수철을 활용해 멀리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어두운 공간 안에서 필요한 상요작용 대상에 핀 조명을 비춘 환경 요소도 친절한 동시에 영리하다.

거대한 적색 구가 주인공 뒤를 쫓아오는 상황. 가시에 닿아도 바로 죽기 때문에 잘 뛰어내려야 하고
이번에도 조명으로 강조된 좌상단의 상자들을 중력장으로 끌어내려 적색 구의 속도를 늦춰야만 넘어갈 수 있는 구간이다.
엄청난 피지컬을 요구하는 수준은 아니고 죽더라도 바로 직전 구간에서 되살아나니, 타이밍을 잘 파악해보자. 

# 미스터리 그리고 규모의 확장

<그라비티아>는 대사 없이 공간 및 음악 연출로 게임의 주인공이 느끼는 긴장감과 미스터리한 세계에 대한 분위기를 전달했다. 조작 설명 및 낙서 또는 광고판의 형태로 등장하는 일부 텍스트를 제외하면 언어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배경 음악이 굉장히 감각적이었는데, 4개의 사운드트랙 또한 스팀에서 무료로 만나볼 수 있다.


음악적인 연출도 꽤 좋았던 <그라비티아>. 스팀에서 사운드트랙을 무료로 들어볼 수 있다.


현재 플레이할 수 있는 1챕터는 주인공이 엘리베이터처럼 떠오르는 발판에 올라타고, 거대한 배경을 서서히 비추며 끝이 난다. 주인공 뒤로 보이는 거대한 산은 1챕터 내내 지나온 공간처럼 모두 안개로 뒤덮여 있고, 푸른 조명이 달린 철탑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차후 공개될 2챕터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쉽사리 예상하긴 어렵지만, 게임이 다룰 비밀스러운 이야기의 규모가 작지 않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았던 2023년 출시작 <휴머니티>도 스케일을 키우는 방식의 연출로 본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데모 엔딩 연출을 활용했다. 참고로 <휴머니티>는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사람들을 이끄는 주인공 시바견이 많은 군중을 옮기며 미스터리를 밝혀나가는 퍼즐 게임이다. 


솔직히 <그라비티아>를 다운로드 받을 때까지만 해도 걱정이 앞섰다. 기존에 비슷한 장르의 게임이 워낙 많이 있었고, 기자도 해당 게임들을 많이 플레이했기 때문에, (짧다면 짧은) 크래프톤 정글 게임랩 22주 합숙 기간 이후 나온 게임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중력이라는 다소 뻔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새내기 개발팀의 첫 작품은 이를 어떻게 다루고 전달해야 하는지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만약 당신이 <림보>, <인사이드>처럼 깔끔한 퍼즐 플레이 기반의 미스터리 게임을 찾는다면, 스팀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그라비티아>를 플레이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기자 또한 이어질 챕터의 발매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휴머니티>의 데모 버전도 주인공 시바견보다 압도적으로 큰 인간들의 구체를 보여주며 본편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그라비티아>의 1챕터는 주인공이 엘리베이터와 같은 발판을 타고 올라가며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거대한 규모를 암시하며 끝났다.


1챕터 플레이 중 배경으로 등장한 "어메이징 월드, 그라비티아" 간판. 
<그라비티아>라는 이름은 특정 도시 또는 세계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짧지만 깔끔하고 인상적이었던 <그라비티아>는 이어질 챕터에서는 어떤 퍼즐과 연출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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