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취재

'전체 채팅 봉쇄'한 라이엇의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될 것인가

벌레 잡겠다고 초가 삼간 다 태운 케이스가 되지 않기를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이형철(텐더) 2021-10-13 18:16:30

기자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10년 가까이 플레이해온 골수 협곡 유저인데요, 그 기간만큼이나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폭력적 언어에 상처를 받은 적도 굉장히 많습니다. 물론, 기자 역시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했을지도 모르고요. 이러한 경험들은 모두 인게임 '채팅'에서 비롯됩니다. 상대를 향한 가시 돋친 말은 비수가 되어 꽂히고, 감정싸움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따라서 그간 수많은 <리그 오브 레전드> 유저들은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채팅 정화를 위해 끝없이 노력해왔습니다. 누군가는 신고 시스템으로 악성 채팅 유저를 신고했고, 다른 이는 채팅 시스템의 삭제를 주장하기도 했죠.

 

그리고 지난 12일, 라이엇 게임즈가 마침내 큰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20일 11.21 패치 적용과 함께 빠른 대전에서 전체 채팅을 비활성화하는 결단을 내린 겁니다. 유저들의 반응도 뜨겁습니다. 올 것이 왔다는 목소리부터 파리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거냐는 의견도 적지 않죠. 과연 라이엇 게임즈는 어째서 이러한 선택을 내린 걸까요? 또한, 그 변화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요?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 라이엇 "언어폭력의 완벽한 해결책 아니지만... 전체 채팅 비활성화 도입한다"

 

구체적인 내용부터 살펴봅시다. 라이엇 게임즈의 공지에 따르면, 그들은 전체 채팅이 긍정적인 상호작용보다 부정적 요소가 더 많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재미있는 교류나 농담을 주고받을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악영향을 끼칠 때가 더 많다고 본 거죠. 라이엇 게임즈가 전체 채팅 삭제를 결심한 이유입니다.

 

이날 공지에는 유저들의 행동 체계에 대한 라이엇 게임즈의 코멘트도 담겨있습니다.

 

안드레이 반 기획 디렉터와 제레미 리 프로듀서는 "2021년 유저 행동 체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자리 비움이나 고의로 죽어주기와 같은 게임플레이를 기반 행동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언어폭력이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라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지만, 일단 전체 채팅 비활성화라는 직접적 변경사항을 도입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11.21 패치를 통해 전체 채팅 비활성화를 도입한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단, 라이엇 게임즈가 '채팅' 자체를 통째로 걷어낼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공지를 통해 "전체 채팅 비활성화가 언어폭력을 완전히 근절하는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밝혔기 때문이죠. 특히 "팀 채팅 역시 전체 채팅과 마찬가지로 부정적 경험을 야기할 수 있지만, 아군과 호흡을 맞추는 데 중요하기에 잠재적 가치가 훨씬 높다"라고 덧붙인 만큼, 팀 채팅은 현 체제대로 유지될 전망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전체 채팅 삭제는 20일 11.21 패치를 통해 적용됩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해당 패치를 도입한 뒤 욕설 신고와 제재율은 물론, 설문조사와 피드백을 통해 전체 채팅 삭제의 영향도 평가할 예정입니다.

 

전체 채팅 비활성화 공지 전문 (출처: 라이엇 게임즈)

   

 

# 라이엇의 시도, '신의 한 수'와 '초가삼간 다 태운 아쉬운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다

 

그간 라이엇 게임즈는 게임 내 존재하는 폭언 유저를 잡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습니다. 

 

가장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예가 바로 욕설 필터링입니다. 특정 단어를 입력할 경우 *로 바꿔주는 다소 흔한 기능이죠. 특정 유저를 신고하는 기능도 라이엇 게임즈의 시도 중 하나로 꼽힙니다. 지난해 라이엇 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 지능형 트롤링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테스트하고 도입하겠다고 공지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그들은 챔피언 선택 단계에서 신고 기능을 추가하며 범위를 넓히기도 했죠.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악성 유저 감소'까지 이어졌는지는 쉽게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앞서 언급한 욕설 필터링은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어떻게든 사각지대를 돌파해 욕을 퍼붓는 유저가 있음은 물론, 욕설 없이도 엄청난 비아냥을 동반한 폭언을 쏟는 이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고 기능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개의 신고가 접수되고 실제로 정지되는 사례도 적지 않지만, 여전히 언어폭력에 시달리는 유저가 많은 탓이죠.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욕설과 패드립은 물론 플레이 스타일이나 챔피언 폭을 비난하는 특정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습니다. 게임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이 동원됐지만, 큰 효과를 보진 못한 셈이죠.

 

최근엔 사후 신고 기능까지 도입됐지만, 그 효과를 쉽게 체감하긴 어렵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냉정히 말해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전체 채팅이 상대 스킨을 칭찬하거나 애드립을 주고받는 '평화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전체 채팅의 대부분은 상대를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데 활용되니까요. 사실상 '비매너의 출발점'에 해당합니다.

 

특히 전체 채팅을 통해 상대 팀 한 명을 저격해서 패배의 원흉으로 몰거나, 내부 분열을 유도하는 건 어느덧 협곡 고유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게임을 하다 보면 패배 팀을 향해 전체 채팅으로 폭언을 날리거나 미숙한 유저를 조롱하는 메시지를 쏟아내는 걸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특정 한 명을 짓밟고 바보로 만드는 게 일종의 놀이가 돼가고 있는 거죠.

 

따라서 라이엇 게임즈의 전체 채팅 비활성화는 나름대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랭크를 올리려면 일단 채팅부터 끄고 시작하라는 말이 있듯, 시스템적으로 이를 봉쇄하면 한결 쾌적한 게임이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요소를 봉쇄했다는 건 <리그 오브 레전드> 유저들에게도 긍정적으로 다가올 겁니다. 앞서 언급한 문제들이 발생할 여지를 아예 남기지 않는 거니까요.

 

(연출된 스크린샷) 전체 채팅 봉쇄는 문제가 발생할 여지를 남기지 않는 좋은 묘수가 될 수도 있다

 

게임사가 아무리 좋은 방어책을 준비한다 한들 '악성 유저'들은 어떻게든 사각지대를 찾아내 지속적으로 폭언을 쏟아낼 겁니다. 방어막을 뚫기 위해 몸부림치는 해커와 지속적으로 방어를 고민하는 프로그램 개발자의 관계처럼 말이죠. 따라서 이러한 결단을 내린 라이엇 게임즈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그럼에도 '전체 채팅 비활성화'는 조금 아쉽게 느껴집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끝없이 '악성 유저' 핸들링 문제에 시달렸습니다. 그 기간이 오래된 만큼, 문제를 해결할 시간도 적지 않았다고 볼 수 있죠. 물론, 개발사가 악성 유저를 막지 못했다고 꼬집는 건 다소 과한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악성 유저는 어디에나 존재할뿐더러 완벽히 봉쇄할 방법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단, 라이엇 게임즈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다면 조금 더 확실한 처벌이나 시스템을 구축해 유저들로하여금 '개발사가 정말 노력하고 있다'라는 인식이라도 심어줘야 했습니다.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시도한 건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그 정도로는 언어폭력에 시달리는 유저들의 마음을 달래주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라이엇 게임즈 입장에서 최후의 카드를 택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문제를 완전히 봉쇄할 수 없다는 건 이해하지만, 유저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인식이라도 심어줬다면 어땠을까

 

라이엇 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 역사에 남을 만한 큰 변화를 단행했습니다. 그만큼, 전체 채팅 비활성화가 주는 의미도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큰 결단을 내리는 것에 있어서는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납득시킬 만한 결과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만약 라이엇 게임즈가 전체 채팅 비활성화를 통해 일반 유저들이 체감할 정도의 성과를 거둔다면, 훗날 이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될 겁니다. 반면, 해당 패치를 진행했음에도 이렇다 할 변화를 끌어내지 못할 경우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 못해 초가삼간 다 태웠다'라는 평가를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이번 선택을 두고 "게임 내에 만연해지고 있는 부정적 분위기를 줄이기 위해서라면 치를 만한 대가라고 믿는다"라는 코멘트를 던졌습니다. 과연 라이엇 게임즈의 승부수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요? 폭언 유저들과 최후의 한타에 돌입한 라이엇 게임즈가 승리의 GG를 외칠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최신목록 301 | 302 | 303 | 304 | 305 | 306 | 307 | 308 | 309 | 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