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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짱 여성 프로게이머의 등극-②

1세대 얼짱 프로게이머에서 게임운영자로 변신한 이은경

국순신(煙霞日輝) 2005-03-20 21:27:17

 

 

 

◆ 내나이 21살. '쌈장'을 동경하다.

 

 

학교에서 스타크래프트 경기가 열렸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이은경은 그간 자신이 쌓아왔던 실력이 어느정도나 될 지 궁금했다. PC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쌓았던 경험을 돌이켜 보건데 한번쯤 해볼만한 도전이었다.

 

그녀는 학교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 대회에 신청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여성 참가자들이 없었다. 그녀 혼자만 여성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강했다.

 

그 대회에서 2등을 거머쥐면서 그녀는 일약 학교의 스타로 거듭났다. 이후 그녀는 각종 대회에 참가하면서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당시, 스타크래프트 대회는 지방에서 열리는 횟수가 매우 작았다. 상당수의 대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큰 물에서는 스타크래프트를 어떻게 하는 지 궁금했다. 그래서 그녀는 서울에서 열린다는 대회를 찾아가 구경했다. 여기에서 이은경의 눈에 유독 들어오는 게 있었다. 그 대회에도 여성 입상자가 있었다는 거다. 그녀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던 게 이 무렵이다.

 

 

이때 서울에서 PC방을 운영하고 있던 '나그네팀' 매니저가 서울로 올라와서 게임을 해보겠냐고 제안해왔다. 그녀의 귀는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쌈장'이란 아이디를 가졌던 이기석 선수가 이 TV 광고모델로 출연했었죠. 그는 그야말로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만큼 주목을 받았겠죠. 당시 프로게이머로 진출하려던 사람은 제 2의 쌈장이 등장한다는 말이 많이 나왔죠.

 

서지수 선수를 '여자 임요환'이라고 부르듯, 당시 여성 선수들은 '여자 쌈장'이 되고팠습니다. 프로게이머의 갈증을 보여주는 거지요."

 

 

 

 

◆ 첫 서울 생활의 시작

 

 

이제 21살인 딸이 게임을 하러 서울에 가겠다고 말했을 때의 집안의 반응은 어땠을까?

 

이건 안봐도 비디오고 안들어도 오디오다. 그녀의 집에서는 얼마나 많은 반대가 있었을 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녀가 어떤 고민을 했을지도 너무나도 궁금했다. 하지만 그녀가 말해준 대답은 달랐다.

 

"그냥 하고픈 대로 하라고 부모님께서 선뜻 허락해주셨어요. 그리고 제가 하고픈 걸 꼭 해보고 싶어하거든요. 그만큼 자유롭게 절 키워주셨죠."

 

 

동경과 이상이 밥먹여 준다고 했던가? 그녀에게 다가온 서울생활의 현실은 너무나도 냉혹했다. 그녀는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팠다. 보다 정확히 말한다면 꼭 우승해야만 했다.

 

우승을 해야지만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다. 그녀는 대회 수상자금을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었다. 버티려면 대회에서 우승해야만 했다. 그만큼 이은경은 스타크래프트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으며 상대적으로 친구들과의 연락이 뜸할 수밖에 없었다.

 

그 생활이 2년쯤 지났을까? 그녀는 프로게이머로서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 "가자, 고향으로 집으로"

 

 

남성 프로게이머 대회에 걸출한 스타가 등장하면서 상승세를 타는 대신, 여성 프로게이머 대회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 결과, 남성 프로게이머 대회는 게임방송들이 주관할 정도로 양적으로 팽창했지만 여성 프로게이머들은 이 직업을 포기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결정을 해야할 시기가 온 것이다.

 

"대회가 줄어드니 자연스레 할 일도 없어졌습니다. 근데 알아보니 휴학기간이 3년으로 제한돼 있더군요. 이미 프로게이머를 하는데 2년 반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학교생활이 다시 그리워졌어요. 결국에는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했죠."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는 나이가 들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돗자리를 만들며 생계를 유지했던 그에게는 그간 경험이 소중한 스승이었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유비. 책을 읽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 자신의 경험을 돌이켜 책을 읽으니 책이 담은 내용은 자연스레 머리속에 착 달라붙었다.

 

이은경과 이와 다르지 않았다. 프로게이머에서 대학생으로 돌아온 그는 마치 군대를 마친 복학생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학업에 대한 의욕이 그야말로 가득찼다. 그야말로 늦바람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고 있다.

 

"학교 생활을 열심히 했습니다. 복학하고 나서 장학금도 탔어요."

 

그녀에게 장학금으로 얼마를 받았는지 캐물었다. 이은경은 수줍어 하듯 이에 대답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집요한 추궁 끝에 그녀는 "30만원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솔직히 장학금을 받은 금액이 얼마 안되던터라, 밝히기가 쑥스러웠나 보다.

 

 

물론, 중간에 방송사에 프로그램 진행제의도 들어왔었다.

 

"모 방송국에서 워크래프트3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해왔더라구요. 그래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선뜻 받아들였습니다. 너무 어렵더라구요. 만만치 않아서 중도에 포기했습니다."

 

당시, 그녀의 목표는 학업을 무사히 마치고 일반 회사에 취직하는 거였다. 하지만 그녀를 갈림길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제안은 계속 이어졌다.

 

 

 

<3편에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