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게임인

PC방 사장 이은경, 게임운영자되다-③

1세대 얼짱 프로게이머에서 게임운영자로 변신한 이은경

국순신(煙霞日輝) 2005-03-20 21:32:23

 

◆ 이은경, 마우스 대신, 칵테일 잔을 들다

 

학업에 충실한 그녀. 가끔은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학창생활의 재미를 만끽했다.

 

그중 한 곳이 레스토랑. 여기에서 그는 프로게이머와 대학생이 아닌 또다른 직업을 얻게 된다. 그건은 바로 바텐더. 질럿을 자유자재로 콘트롤하던 그녀의 손놀림은 정확한 양을 따라야 하는 칵테일에서도 유감없이 진가를 드러냈다.

 

"아르바이트를 하라길래 레스토랑에 갔더니, 칵테일을 제조하라더군요. 눈짐작으로 양주한잔, 반잔 등 정량을 따라야 하는 게 매우 힘들었죠. 그리고 칵테일 원료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평상시에는 주문과 배달을 하면서 짬이 날 때마 정량만큼 따르는 연습을 했다. 보통 3달이상의 노력이 필요로 하는 이 일에 이은경은 타고난 손재주로 일에 재미를 붙이면서 지낼 수 있었다. 그녀는 과일을 갈아만든 칵테일을 좋아한단다.

 

그녀는 "할버니께서 점을 보고오셨어요. 그러더니 은경이는 손으로 해야 하는 직업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아마 돌이켜보건데 일의 상당수는 손을 굉장히 많이 쓰는 일이더라구요."

 

 

 

 

◆ 연고지 없는 곳에서 PC방을 운영하다

 

그녀가 대학교만큼 자주 갔던 곳이 아마 PC방이지 않을까? 그녀와 PC방의 사이는 남다르다. 졸업하기 1년전, 그녀에게 PC방과의 사이가 각별해지는 계기가 있었다.

 

4학년 1학기때 그녀는 '창업관리' 수업을 들었다. 당시 벤처의 붐이 거셌던 터라, 창업관리란 수업은 어느 대학이나 대부분 있었던 과목이었으며 학생들에게도 좋은 인기를 얻었다. 이은경도 그 과목에 묘한 매력을 느꼈다.

 

마지막 프로젝트는 바로 사업계획서 제출. 한 학기동안 수업을 듣고서 자신이 직접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거였다. 사업계획서의 포인트는 사업아이템과 관련 참신한 아이디어를 뽑아내는 것 그리고 그 아이템에 대한 이해정도였다.

 

 

물론, 그녀가 선택한 것은 'PC방'이었다.

 

"PC방을 직접 운영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터에 이 수업을 듣게 됐습니다. 수업을 열심히 들었나봐요. 특히 '사업계획서' 프로젝트에서 교수님께 좋은 평가를 받게 됐습니다. 그 사업계획서가 대학교재에 들어가기도 했으니깐요."

 

기왕 추진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터라 그녀는 발빠르게 준비했다. 사업계획서를 들고 PC방 체인점도 다니고 투자를 받을 수 있던 곳도 찾아봤다. 하지만 대학교 4학년인 그녀가 PC방을 운영하기에는 여러모로 제약이 많았다.

 

특히 무시할 수 없는 게 금액이다. PC방 구축하는데는 2억원의 남짓한 비용이 소요되는데 그녀에게 덜컥 이 정도의 금액을 투자해줄 사람이 만무했다. 그녀는 결국 아쉽지만 좀더 자란 다음에 PC방 창업에 욕심을 내기로 했다. 그 무렵, 전국을 휩쓸던 PC방의 열풍도 차츰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그녀에게 PC방을 운영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장소는 부천.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 PC방을 맡기엔 부담이 상당했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욕심은 그녀를 계속 자극했다.

 

결국 그녀는 휴학을 하고 PC방을 운영하기 위해 부천으로 갔다. 하지만 PC방은 그녀의 생각과는 매우 달랐다.

 

"재정, 알바, 세금 등 모든 일을 다 챙겨야 했어요. 심지어 PC방 알바가 자리를 비웠을 경우, 제가 직접 가야했어요.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아직 사회생활에 익숙치 않은 제가 감당하기가 매우 버거웠어요."

 

아쉽게도 그녀는 반년만에 PC방 운영에서 손을 떼게 됐다. 그녀는 모든 게 아쉬웠다. 그리고 미련이 가득 남았다. '다음에 하면 잘할 수 있을텐데....'

 

 

 

 

 

 

 

◆ 온라인게임 운영자의 삶

 

 

그녀의 직업은 온라인게임 '묵향'의 게임운영자(GM). 게임업계에는 '영자'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직업이다.

 

게임업체에 입사한 그녀는 많은 것을 체감하게 됐다. 그녀는 "게이머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잖아요. 저는 지금까지 그쪽이었어요. 이제는 게임을 제작하고 게이머에게 즐거움을 줘야 하는 게임업체에 몸을 담고 있어요. 이래저래 어색한 점이 많았지요."라고 게임업체에 몸담은 소감이었다.

 

그녀의 주 업무는 유저들의 불만을 접수하고 이를 해결하는 고객대응이다. 그 외에도 게임내 수정될 부분들은 정리에 게임개발자에게 건의하는 것도 그녀가 맡은 일이다.

 

게임에 휴무가 없는터라, 그녀는 주야간 교대로 근무를 선다. 어떤 주는 일주일 꼬박 밤을 지새우고 낮잠으로 버텨야 한다. 아무리 젊다고 하지만 이런 생활이 힘들지 않을까? 기자가 이은경과 처음 통화했을 때 평일 오후. 이날 잠에 취해 떨리는 목소리를 들었던 터라 내심 걱정이 됐다.

 

"다행히도 야행성이라 주야간 근무를 무사히 버틸(?) 수 있습니다. 주말에 시간이 없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가끔 평일날 쉬게 돼 은행과 극장을 갈 때의 그 여유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죠."

 

그녀는 온라인게임 운영자로서 그리고 게임업계 종사자로서 많은 경험을 쌓길 바라고 있다. 타 친구들과 달리, 그녀의 사회생활은 이제 겨우 반년 정도. 친구들에 비해 3년 가량이 늦다. 사회생활에 대한 아쉬움이 많지만 젊었을 때의 소중한 경험을 쌓았던 만큼 이제 그녀는 주위에 대해 감사해 하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