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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블리자드 신화, 새로 만든다!”

레드5스튜디오 윤태원 공동대표 최초인터뷰

러프 2006-02-13 03:19:18

 

사진 = 다크지니

 

 

한 달에 쉬는 날이 하루도 안되고, 1년의 절반을 외국에서 생활하며, 집엔 옷만 갈아입으러 오가던 사람이 있었다. 매체엔 얼굴을 드러낼 일이 없어 대중에겐 익숙지 않은 인물일는지도 모르지만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국내 게임사에 굵직한 이정표를 남겨오며 나름대로 치열한 게임인생을 살아온 사나이, 윤태원 이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해 7, 명실상부 세계 최대의 게임회사 중 하나인 블리자드 한국법인의 상무자리를 박차고 나와 홀연히 잠적했다. 한술 더 떠 몇 개월 후 <WoW>의 메인 프로듀서, 아트디렉터와 함께 새로운 온라인게임을 만든다며 회사를 차렸다. 더 이상 부러울 것 없어 보이던 정상에 선 블리자드 핵심멤버 3인방, 대체 무슨 꿍꿍이를 벌이고 있었던 걸까? 묘연한 그들의 행방은 시간이 갈수록 궁금증의 실타래만 꼬이게 만들고 있다.

 

그는 아직 한국에 머물러 있었다. 지난 10년간 뒤돌아 볼 새 없이 정신 없이 달려온 그는 새로운 세계로 발걸음을 떼기 전 좀처럼 느낄 수 없었던 자유를 잠시나마 만끽하고 있었다. 태원 이사의 새로운 목적지는 이제 세계무대다. 무거운 발걸음이건만 특유의 환한 웃음으로 자못 상기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눈이 함박처럼 쏟아지던 날 TIG에서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 윤태원 이사 이력

 

1995             마리텔레콤. 머드게임(MUD) <단군의 땅>기획 및 디자인 참여.

 

1996~1999   LG소프트 개발, 프로듀싱, 마케팅 담당.

 

1999~2002   EA코리아 로컬매니저.

                   <울티마온라인> <레드얼럿> 시리즈 등 다수 로컬작업.

                   EA.COM 아시아태평양 부총괄 매니저.

 

2002~2005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아시아태평양 총괄 상무.

                   <WoW> 로컬 총책임.

 

2005 9~  레드5스튜디오 설립, 창립자 겸 부사장.

 

 

 

 

 

TIG> 얼굴이 꽤 좋아진 것 같다.

 

오래간만의 휴식이다. 사실 놀고 있는 거지 뭐. 블리자드 시절에 너무 바빠 못했던 운동이나 문화생활도 가끔씩 즐기고 그간 못 읽었던 책도 읽고 있다. 앞으론 더 바빠질 테니까 여유가 있는 동안엔 하고 싶은 거 다해야지라는 생각이다.

 

TIG> 요즘 하고 있는 일이 뭔가?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회사에 할 줄 아는 사람에 나 밖에 없으니 파트너쉽과 관련된 문제를 조율하고 있었다. 미국에 있는 친구들과는 전화로 회의를 하면서 의견을 주고 받고 있다. 이전엔 미처 볼 수 없었던 온라인시장에 대한 연구도 좀 하고 전반적인 회사 세팅작업을 진행 중이다.

 

TIG> 한국에 지사라도 있는 모양이다.

 

지사? 있지. 무선 인터넷도 되는데다 수십 명의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청소도 해주고 책도 빌려준다. 게다가 임대료가 공짜다. 분당 근처에 xx 문고라고. 매일 그리로 출근한다. (하하) 농담이고, 미국으로 들어가기 전이니까 그냥 편하게 일하고 있다.

 

 

 

 

TIG> 블리자드를 떠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주위에선 꽤 의아해 했을 듯 한데?

 

물론 처음엔 다들 말렸다. 회사 입장에서도 갑작스러웠을 테고. 회사가 싫어서 그만둔 게 아니다. 이곳에서 지냈던 시간은 정말 황금과도 바꿀 수 없었던 소중한 경험들이었다. 하지만 4년이 넘게 이 프로젝트를 쉬지 않고 진행해오면서 조금은 지친 감도 있었다.

 

그런 시기에 먼저 블리자드를 떠난 마크 컨(Mark Kern)에게 연락이 왔다. "재미있는 일을 구상 중인데 합류할 생각 있느냐고 말이다. 처음엔 정말 망설였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이렇게 재능이 있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올 수 있을까 궁금했다. 게다가 시작단계에서부터 회사를 만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정말 매력적이었고 아이디어도 정말 신선했다. 그래서 결정했다. 물론 인생을 통틀어 가장 힘든 결정이긴 했지만 말이다.

 

 

 

 

TIG> 레드5스튜디오의 설립 이유가 궁금하다.  

 

앞서도 한 이야기지만 블리자드를 빠져 나온 마크 컨이나 윌리암 페트라스(William Petras)와 같은 친구가 오랜 기간 <WoW>를 만들어오며 지쳤던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블리자드에서 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만들고 싶었던 욕구가 강했다.

 

물론 <WoW>는 훌륭한 팀에서 만들어진 훌륭한 게임이고 다들 친자식처럼 대단한 애정을 갖고 있다. 하지만 <WoW>를 만들며 알게 모르게 느꼈던 아쉬움이 있었고 그 이상의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과 욕심이 서로 공유됐었던 이유가 크다. 재미있는 회사 만들어서 재미있는 게임 만들어 보자 이거다.

 

 

 

 

TIG> 왜 회사명이 레드5스튜디오인가? 무슨 의미를 가진 뜻인지 궁금해 하는 유저들이 많다.

 

사실 이름 정하느라고 한달 정도는 머릴 싸맸다. 뭔가 에너지가 느껴지는 이름을 짓는답시고 별의별 아이디어를 다 내놓다가 막바지에 마크 컨이 ‘Red 5’라는 이름을 제안했다. 모두 그래! 그거야!’라고 무릎을 탁 쳤다.

 

레드5가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알만한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묘한 뉘앙스를 가진 이름이기 때문이다. 레드5<스타워즈> 에피소드 4의 루크 스카이워커 콜사인(교전 중 특정 팀이나 전투기를 지칭하는 무선용어)을 뜻한다. 저항군이 제국군의 죽음의 별(데스스타)’를 공격할 때 딱 한번 나오는 대사다.

 

뭐 우리가 만드는 게임도 어찌 보면 정형화된 MMORPG라는 제국군 체제를 전복시키기 위한 저항군의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창립멤버 셋이 모두 <스타워즈>의 광적인 팬이었다. ^^

 

<스타워즈 에피소드 4>中 루크스카이워커의 콜사인을 본딴 회사 이름

 

 

TIG> 레드5 멤버들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먼저 마크 컨은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어드벤처> 등 블리자드의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해오다 2000 <WoW> 팀 구성과 함께 총제작 프로듀서(Team Lead) 역할로 수백 명의 개발진을 이끌었다.  팀 구성과 게임의 컨셉구축, 기술적인 문제의 조율, 비즈니스에 이르기까지 게임개발을 위한 전반적인 관리를 책임져야 하는 일이 총제작 프로듀서의 역할이다.

 

윌리엄 페트라스는 <WOW>의 아트디렉터로 전체 비주얼을 책임져 왔던 인물이었다. 스토리라인을 쓰는 게 크리스 멧첸이라면 전체 아티스트를 이끌어서 <WoW> 세계를 만들어냈던 것이 윌리엄 페트라스다.  

 

레드5스튜디오에선 <WoW>팀에서 마크가 했던 역할을 내가 할 것 같다. 마크 컨은 <WoW> 팀을 이끌며 하지 못했던 창조적인 일을 맡고 싶어 한다. 아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그 외엔 구체적으로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대부분 오랜 개발경력을 가진 멤버들이다.

 

, 최근 신입사원이 한 명 들어왔다. 코스모스(Cosmos)라고 <WOW>의 유명 *외부UI를 만들던 대학생인데 정말 똑똑한 친구다. 국내에서 많이들 쓰는 <WoW> 외부UI하늘아리의 오리지널 버전을 만든 친구라고 하면 이해가 더 빠를 것이다.

 

* 외부UI: 게임에서 유저들이 직접 게임 내 인터페이스를 만들고 다양한 기능을 넣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일종의 도우미 프로그램. 코스모스 UI의 경우 전세계 수백만명의 유저들이 즐겨 쓰는 외부UI의 대표격이다.

 

 

TIG> 한국인 개발자를 영입할 계획은 없는가?

 

당장이라도 영입하고 싶다! 한국과 아시아시장의 공략을 위해선 단순히 미국개발자들이 아시아문화를학습하는 수준에선 부족하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한국 시장에도 상당 부분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이러한 정서를 반영할 수 있는 한국인 개발자가 절실한 상황이기도 하다.

 

딜레마는 한국에 좋은 실력을 갖춘 개발자는 많은데 영어라는 장벽이 꽤 크단 점이다. 두 가지 모두 유능한 개발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프로그래머나 아티스트는 영어가 약해도 상관없지만 기획 일을 맡게 될 디자이너는 능숙한 수준의 영어구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으론 영어를 얼마나 잘하느냐 못하느냐 보다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블리자드 코리아의 프로그래머 중 한 명이 본사에 입사한 사례가 있다. 그 친구도 영어를 아주 잘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말이 안 통해도 무조건 될 때까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프로그래머로서의 능력도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특히 세계적인 온라인게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픈 한국개발자가 있다면 지금 지원하라([email protected]). 개인적으로 세계적인 개발자들과 함께 일하는 기회를 줘 인재를 양성하고 싶은 생각도 있고솔직히 말하자면 TIG를 통한 노골적인 구인광고지만. (웃음)

 

TIG>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 여러가지 아쉬움이 남는 걸로 알고 있다.

 

앞서도 짤막하게 언급했지만 <WoW>를 국내에 런칭할 당시의 아쉬움이 여전히 남는다. 획일화된 MMORPG의 문화를 혁신하고 현 거래로 물든 한국시장을 재편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가적인 내용이지만 쓸 떼 없이 외국어를 음역해 사용하는 것을 최대한 배제하자는 각오도 있었다.

 

물론 외국어를 음역해서 사용하는 것은 부수적인 일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게임에서 우리나라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게임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화염구로 쓸 수 있는 단어를 굳이 파이어볼로 표현한다든가, 지팡이를 스태프로 표기하는 등 불필요한 외국어가 남용되고 있는 것이 국내 온라인게임의 현실이다.

 

<WoW> 최종로컬작업 당시의 모습

 

왜 우리나라 게임에서 우리나라 말을 쓰지 않는가? ‘오크도깨비로 바꿀 필요까진 없겠지만 이런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WoW> 한글화 당시 모든 영문표기를 우리나라 말로 바꾸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외국어가 익숙할지라도 언젠가는 바꿔나가야 할 문제라고 본다.

 

현거래로 얼룩진 게임문화도 달갑지 않다. 여기서 현거래라는 것은 단순히 개인간의 문제보단 조직화된 현거래로 게임을 황폐화시키는 행위를 뜻한다. 온라인게임 산업자체를 망가뜨리는 암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건 정말 잘 만들어진 대작의 힘을 비는 수밖에 없다. 현거래가 통하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으며 게임성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이 비로소 정형화된 게임문화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본다.

 

물론 <WoW>가 그런 이정표를 세웠다고 보긴 힘들지만 어느 정도의 영향은 미쳤다고 본다. 우리가 이제 할 일은 단순히 한국시장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향후 온라인게임의 이정표가 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TIG> 블리자드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한 때 애정을 가지고 일했던 회사로서 이야기하자면?

 

지금 개발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정말 오랜 시일이 걸릴 테고 이 간격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고민이긴 하나 <WoW>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에 걱정은 없을 듯 하다.

 

모두들 개발진 몇 명이 빠졌다고 블리자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 정도로 흔들릴 회사면 지금껏 존재할 이유도 없었던 것이 또 블리자드다. 이 회사의 강점은 어느 한 사람에게도 개발력이 집중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프로젝트를 리드하는 팀장급이라면 어느정도 영향은 있겠지만 누가 빠지더라도 블리자드 스타일의 게임은 나오게 돼 있다. 이곳에서 게임을 만드는 건 회사의 문화이지 어느 한 사람의 힘이 아니기 때문이다.

 

 

 

TIG> 미국에 계속 머물 계획인가?

 

당분간은. 부모님 뵈러 1년에 서너 번쯤은 오겠지만 게임이 구체화되기 전까진 한국에 자주 방문할 일은 없을 것 같다. 당분간은 게임 만드는데 집중해야겠지.

 

TIG> 앞으로의 각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여러 게임회사에서 근무하며 이 일 저일 해왔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계속 공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고 앞으로도 끝없이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의 경험을 새 둥지에서 펼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공부를 멈추진 않겠지만 지금껏 쌓아온 노하우를 모두 쏟아 부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몇 년 후에 여러분을 찾아 뵐 때까지 여러분들도 게이머로 남아있길 간절히 소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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