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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워머신을 이겼다!”

길드워월드챔피언십 우승 라스트프라이드 인터뷰

러프 2006-02-21 00:46:15

그렇게도 좋을까? 시종 싱글벙글이다. 대만 땅에서 태극기를 휘날린 '더 라스트 프라이드'(이하 TLP)의 멤버들. 전쟁기계 워머신마지막 자존심을 내세운 신예의 돌풍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TLP의 우승은 남다르다. ‘워머신길드라는 한 핏줄에서 시작한 운명. 우여곡절 끝에 두 갈래 길을 걷기 시작한 풍운아. 천신만고 끝에 한국대표 선발전을 뚫고 올라와 대만 땅에서, 그것도 자신들의 친정팀을 만나 우승하는 과정은 차라리 한 편의 드라마에 가까웠다,

 

무엇이 그들을 강하게 만들었을까? TLP의 길드마스터 은종 씨는 단 한 명의 후보도 존재하지 않는 길드원 구성이 결속력을 강하게 만들었고, 엄청난 연습량이 강력한 팀워크라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우승의 비결을 꼽았다.

 

우승상금으로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들과 여자친구에게 아낌없이 투자(?)하겠다며 웃는 TLP 멤버들. 그들이 우승하기까지 겪었던 여러가지 이야기들과 세계 최고의 실력자들이 생각하는 <길드워>의 미래는 어떨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았다. /디스이즈게임

 

 

 

Q. 우승소감은? 대회 준비는 많이 했는가?

 

길드워월드챔피언쉽 준비를 위해 평일에는 저녁에 5~6시간씩 연습하고, 주말엔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계속 연습했다. 다들 학생이고, 또 일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보니 모든 시간을 <길드워>에 투자할 순 없었고 8명이 함께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맞추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시드배정이 유리하지 않았는데, 그게 오히려 우리에게 더 도움이 됐다. 물론 처음부터 기대한 일은 아니지만 우승할 자신이 있었고 좋은 결과를 얻게 돼 정말 기쁘다.

 

Q. TLP는 길드원의 대부분이 워머신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어찌보면 친정 팀이라 할 수 있는 워머신과의 대결에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길드원 8명 중 7명이 워머신출신이다. 아마 서로 어렵지 않았을까. 서로의 플레이스타일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전략을 짜는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아마 그건 워머신도 마찬가지였을테고. 워머신과의 대결은 분명히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그런 고민이 있었기에 우승하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Q. 8명이 필요한 게임에 길드원이 8명 뿐이라면 어려운 점이 많았겠다. 거주지는 비슷한가?

 

얼핏 단점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우리가 우승할 수 있었던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교체멤버가 없어 급한 일이 발생하면 아예 전부가 연습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니까, 8명이라는 빡빡한 인원은 여러모로 힘든 점이 많다. 게다가 사는 곳도 강원도, 부산 등 제각각이라 모이는 일도 쉽지 않았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빠지면 아무도 연습하지 못한다라는 생각으로 길드원들이 더 열성적으로 연습에 참여했고 그것이 팀웍을 다지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다른 길드는 사람을 계속 교체시키며 연습하다보니 특정 상황에서 길드원들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린 항상 똑같은 멤버로 수없이 많은 상황을 겪으며 위기관리능력을 길러냈다.

 

'워머신'을 상대로 1경기를 이긴 뒤 작전회의를 하고 있는 TLP 멤버들.

 

 

Q. 강팀 워머신을 의외로 쉽게 이겼다.

 

워머신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에 대해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거듭했다. 꿈에서도 빌드가 떠오르고 이동경로가 보일 만큼 정말 많은 상황을 상상했고 연습했던 결과라고 본다.

 

대회 몇 주 전부터 워머신이 평소 때와 다른 빌드를 쓰기 시작했고 여기 대만에 와서도 처음 보는 빌드를 사용하면서 예측이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워머신에게 패한 유럽의 TE길드원들과 술을 마시던 중에 그 친구들이 이야기해준 워머신길드에 대한 내용이 상당한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전략 자체는 TLP와 워머신 모두 공격조 4, 수비조 4명씩의 인원배치방법을 사용했다. 거기서 워머신은 수비팀이 공격에도 가담하는 적극적인 전략을 썼는데 우린 각자의 포지션을 확실하게 지킬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일단 44 전투는 어떤 길드에도 지지 않는다라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거기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듯 하다.

 

Q. 많은 외국길드들이 TLP를 응원하던데?

 

우리만 응원했다기보다는 아무래도 이번 대회에 나온 길드가 평소 게임상에서도 자주 만나는 상위 랭커였기 때문이 아닐까. 말은 잘 안 통해도 서로 눈에 익은 아이디이다 보니 실제 얼굴을 보고 정말 반가워들 했다. 모두 똑같은 게임을 하다 보니 간단한 게임용어로도 충분히 대화가 가능했다. 서로 친숙해지면서 응원도 해주고 그랬던 게 아닐까.

 

경기에서 패한 뒤 아쉬워 하는 워머신.

 

 

Q. 어느 팀하고 붙을 때 가장 어려웠는지.

 

준결승에 붙은 IQ팀이 가장 어려웠다. 경기 내용면으로는 쉬워 보였을지 모르지만 IQ팀의 변칙전술에 조금은 당황했다.

 

Q. 한국길드와 외국길드의 플레이스타일엔 여러가지 차이점이 있는 듯하다.

 

<길드워>가 처음 서비스되던 당시엔 한국 길드는 항상 비슷비슷한 전략만 쓰고 외국길드가 창의적인 전략을 쓰는 예가 많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여러 강팀이 나오면서 외국 길드 못지않은 다양한 전략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강력한 팀웍이 한국길드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관전모드가 지원되면서 전세계 길드의 전략은 점차 비슷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우리가 창의적인 전략으로 승률을 올리기 시작하면 며칠 지나지 않아 외국 길드에서도 똑같은 전략을 쓰더라. (웃음)

 

Q. 팀내에서 우승의 주역을 꼽으라면?

 

모두가 잘했다. 딱 집어서 얘기하기 어렵지만 타 길드에 비해서 몽크들이 잘하는 편이다. 외국길드들이 ‘TLP의 몽크는 죽일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만큼 몽크 클래스의 실력이 좋다.

 

Q. 결승 2차전 도중 모니터 케이블이 빠졌었는데, 꽤 당황스러웠겠다.

 

사실 그 때 워머신 길드의 히어로만 잡으면 이길 수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중요한 시기였다. 우리가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인지, 빠질 것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 대만 카메라기자가 사진을 찍으려다가 (박지훈 군의) 모니터 선을 건드려 뽑아버렸다. 40초 정도를 손 놓고 있었는데, 많이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모니터 선을 연결하고 보니까. 히어로를 잡고 있더라. (박지훈 군이) 내가 없어도 되나하고 머릴 긁적거렸다. (웃음)

 

"이리 오라니까~" 미모의 <길드워> 이벤트걸이 나타나자 진땀을 빼는 TLP 길드마스터 이은종 선수(왼쪽).

 

 

Q: <길드워>를 가장 오래 즐겨온 사람으로서, 게임의 재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냥 특이한 스타일의 게임이다라는 뻔한 이야기말고 우리가 느낀 <길드워>의 특징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주는 게임이라는 점이다.

 

사실 <카운터스트라이크>나 일부 게임을 제외하곤 음성채팅을 제대로 활용하면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별로 없었다. <길드워>를 하면서 음성채팅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껴 팀스피크라는 프로그램을 써봤는데 정말 유용했다. 깃발관리라든가 이동명령, 전략회의 등 다양한 이야기를 로 나누면서 동료애가 점점 깊어졌다. 굉장히 재밌기도 하고.

 

<길드워> 만큼 외국인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게임이 또 없다고 본다. 외국인과 음성채팅을 연결하고 간단한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듯 했다.

 

Q. 하지만 국내에선 큰 인기를 끌고 있지 못하는 게임이 또 <길드워>이기도 하다. 앞으로 <길드워>의 어떤 점이 개선됐으면 하나.

 

사실 <길드워>라는 게임이, 길드에 들어와 함께 게임을 즐겨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한번에 8명 밖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이 외의 나머지 인원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고 말이다. 대규모 전투를 지원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적어도 16명에서 20명 이상이 한쪽 진영에 참여할 수 있어야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행사장의 열기는 상당히 뜨거웠다.

 

 

Q. 처음으로 제대로 된 세계대회를 치렀다. 느낀 점과 시정해야할 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E3 대회에 참가했을 때만해도 이 정도의 관심을 기대하기 어려웠는데, 대만에 와서 많은 기자분들의 취재열기에 솔직히 조금 놀랐다. 앞으로 이런 대회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진 모르지만 잘만 운영된다면 충분히 인기를 영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회자체의 운영은 나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게임쇼에서 병행되는 행사다 보니 선수 입장에선 불편한 점이 좀 있었다. 일단은 주위 부스에서 들려오는 대형스피커의 소음 때문에 의사소통이 너무 힘들었고 PC에도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Q. 일반인 입장에서 대회를 관전하다보니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라는 생각도 든다.

 

동감이다. 선수 입장인 우리가 볼 때도 뭐가 뭔지 모를 때도 있으니까 말이다. (웃음) 일단은 관전모드(옵저버 모드)의 시점 자체가 캐릭터 위주라서 상황 전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멀리서 볼 수 있는 관전모드가 지원됐으면 하고, 또 대회에선 큰 멀티비전으로 영상을 보여주다보니 너무 흐릿하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해설자의 지식과 전장의 상황을 파악하고 시점을 바꿔주는 옵저버의 역할이다. 이전에 우리나라의 모 방송국에서 <길드워> 경기를 주관하던 때가 있었는데 해설자의 설명과 옵저버가 잡아주는 시점을 보고 많이 실망했다. 한참 중요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데, 멍청히 뛰어가고 있는 장면만 보여주고 있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Q. <길드워>말고 평소에 다른 게임을 즐기는지.

 

물론이다. 우리 멤버 중엔 <엑스틸> 대회에 나간 친구도 있고, 오픈베타가 시작되는 여러 온라인게임을 즐기곤 한다. 다른 게임도 많이 즐기지만 솔직히 <길드워>만한 게 없더라. (웃음) 사람이 많이 빠졌을 때 우리도 잠시 외도를 했지만 다시 돌아왔다.

 

Q. 앞으로의 길드 운영계획은? 길드원을 늘릴 생각은 없는가?

 

<길드워> 챕터 2부터는 RPG 요소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더 많은 길드원이 필요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좀 더 많은 길드원을 받아서 북적북적한 채팅창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길드원을 받는데 특별히 제한을 둘 생각은 없지만 우리와 나이차가 크지 않았으면 하고 무엇보다 게임을 사랑하고 잘할 수 있는 친구였으면 한다.

 

 

 

Q. 상금은 어떻게 할 것인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매일 게임만 하다보니 친구들과 연락도 끊기고 가족들과의 관계까지도 소원해진 게 사실이다. 어떤 멤버는 여자친구가 이번 대회 끝나고도 계속 <길드워> 하면 헤어지겠다고까지 얘기하고. (웃음) 받은 상금은 가족여행이라든가 여자친구 선물(!) 등 가까운 사람들에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다.

 

Q. 앞으로도 계속 세계 랭킹 1위를 고수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나갈 것인지.

 

우린 랭킹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1위를 유지했던 이유는 시드배정을 유리하게 받기 위해서였는데, 알고 보니 랭킹이 높다고 시드배정을 좋게 받는 건 아니더라. (길드워 사업팀을 바라보면서) 그것 때문에 많이 당황하기도 했다. ^^

 

어쨌든 우린 <길드워>가 재미있어서 즐길 따름이다. 이렇게 만난 친구들이 좋고, 대회라는 계기로 좀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기쁠 따름이고. 세계 랭킹 1위를 고수하기 위해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은 없다. 이런 외형적인 것에 얽매이고 싶은 생각은 없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냥 좋은 친구들과 좋은 게임을 즐기고 싶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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