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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프리스타일, 미남과 여우를 만나다

프리스타일의 '파란미남' 이승제 PM과 '파란여우' 신은선 GM

국순신(煙霞日輝) 2005-04-14 11:54:57

 

 

서울시 신대방동 보라매병원 앞에 위치한 KTH 사무실 2층 접견실.

 

내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파란 프리스타일에서 그 유명하다던 '파란미남' '파란여우'를 만나기 위해서다. '파란여우'의 범상치 않은 외모는 이미 파란 프리스타일 이용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상태. 게다가 '파란미남'은 얼마나 외모에 자신있길래 '미남'이란 호칭을 감히 사용했을까?

 

그들을 만나기 위해 KTH 접견실에서 기다리던 나의 상상력은 뭉개뭉개 커져갔다. 마치 치과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순간, 온갖 종류의 잡다한 고통들이 떠오르듯 그들의 외모에 환상을 품은 기대감은 풍선마냥 부풀어졌다.

 

먼저 '파란여우' 신은선 GM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10여분 후에 '파란미남' 이승제 PM이 등장했다.

 

그들의 등장을 뭐라고 말해야 하나? 게임종족에 비교하자면 '휴먼을 가장한 언데드'라고 해야 하나? 그들에겐 폐인에게서나 볼 수 있는 '초절정 내공'이 묻어나오는 듯 했다.

 

"요즈음 바쁘시죠?" 질문을 툭 던져봤다. 그러더니 파란여우는 그때서야 장날 짐보따리 풀어놓 듯 입을 열었다.

 

"지난 월요일인 4 11일에 파란 스타스타일이 유료아이템을 공개하는 대규모 업데이트가 있었어요. 그 때문에 지난 9일부터 거의 집에 못들어가고 사무실에서 생활하고 있죠."

 

얼굴 곳곳에 피곤해 보이는 기색이 역력하다. 인터뷰는 오래전에 약속한 거여서 시간을 낼 수 있었다고. '바쁜 사람을 붙들어놓고선 인터뷰하자고 졸라댔던 게 아닌가...' 라는 괜한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잠시 후 사라졌다.

 

파란여우는 지난해 12 16일 파란서 프리스타일 오픈베타테스트를 시작할 때부터 GM으로 활동해왔다. 그의 업무는 게임상의 오류를 보고하거나 고객들의 질문 및 요청들에 대해서 처리하는 것. 이중 상당 부분이 고객응대에 할애된다.

 

이와 함께 '파란 프리스타일 서포터즈'라는 클럽에서 운영자도 활동하고 있다. 이곳 회원은 400명 정도.

 

파란 프리스타일에서 최전방에서 고객들의 불평을 접수하는 게 파란여우의 역할이다. 그 때문에 일부 이용자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고.

 

 

 

"저는 레벨 20의 포인트가드에요. 레벨 20부터 시작했는데 아직도 그대로죠. 게임에 접속하면 제가 들어가는 그 방은 대전모드가 아닌, 채팅모드로 바뀌게 되죠. 이용자들이 프리스타일의 불만과 궁금한 내용에 대해 털어놓기 때문이죠."

 

파란여우에게 고생하고 있다고 격려해주는 이용자도 있는 반면, 욕설부터 앞세우는 이용자들도 있다. 프리스타일의 동시접속자가 8만명에 달하다고 하니, 이용자들의 반응도 저마다 다를 것 같다.

 

어떤 이용자가 얄미울까? 이런 질문에 파란여우는 머뭇머뭇 거리면서 선뜻 대답하길 주저한다. 끈질긴 추궁끝에 파란여우가 어렵사리 공개하는 얄미운 이용자는 이렇다.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어떤 이용자가 자기가 욕설한 것을 누군가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았나 봐요. 먼저 그 이용자가 제게 메일을 발송했더라구요. 메일 내용을 봤더니 자신이 순간 참지 못해서 그런 말을 내뱉게 됐다면서 장황하게 말하더라구요.

 

이런 글들이 정말 감동적이에요. 소설 못지 않아요. 그래서 '이용자가 정말 반성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해서 징계를 안내렸던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그 사람이 정말 얄미운 짓을 하면서 돌아다니는 거에요."

 

그 얄미운 짓이란 바로 자신이 운영자들에게 '은총'을 받았으며 운영자랑 친분이 있다는 걸 자랑하고 다닌다는 거다. 오히려 이 점을 악용해서 순진한 이용자들을 골탕먹이기까지 한다는 것.

 

"두번째 걸리면 '' 없어요. 적발되면 '36천 몇 일이 남았다'는 메시지를 볼 꺼에요." (운영자 사기로 인한 계정정지 기간은 100년이다. 사실상 영구블록인 셈이다.)

 

 

 

<진달래를 배경으로 촬영한 '파란여우' 신은선 GM. 그는 싸이월드도 안할 정도로 사진찍기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진기를 들이대자 자연스럽게 포즈를 잡았다.>

 

 

거친 농구게임에 남자 이용자가 많았던 게 사실. 파란여우는 이용자들의 말한마디에 힘을 얻고 말한마디에 좌절(OTL)을 한다고. 그의 말속에는 운영자로서 대단한 자부심이 녹아 있는 듯 했다.

 

 

 

심지어 이용자들의 항의로 게시판이 폭주한 걸 보고 속이 안좋아지더니 결국엔 체한 적도 있다고. 처음 업무를 맡았을 때 이용자들의 거센 항의에 PC앞에서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 그래도 가끔 그에게 힘주는 이용자도 있다.

 

"오픈베타 테스트 초창기에 실행오류가 발생했어요. 그 이용자와 제가 한달간 끙끙대면서 골치를 앓았던 적이 있어요. 제가 GM에 발을 디딘 게 이번이 처음이었거든요. 지금도 다르지 않지만 열심히 하고픈 의지가 많았죠.

 

결국 그 이용자는 열성팬이 됐습니다. 리그전도 참가하구요.주위 친구들도 죄다 불러모았지요. 지금까지도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죠."

 

 

 

이 이야기를 듣던 파란미남. 귀를 솔깃해 하더니 "그런 이용자가 있으면 나한테 알려주지 그랬어요"라고 말을 꺼낸다.

 

'파란미남' 이승제 PM은 자신을 '일당잡부'라고 말한다. 파란 프리스타일의 전반에 걸친 업무 중에서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을 정도라고.

 

요즈음 그는 지난 4 11일에 시작한 대규모 업데이트를 수습하느라고 바빴다. 하지만 이번 대규모 업데이트로 핵쉴드(해킹 프로그램을 차단하는 소프트웨어)와 함께 신종 아이템을 대규모 선보였다는 점에서 그는 오히려 홀가분해 하고 있다.

 

그간 파란 프리스타일의 업데이트가 늦어지자, 이용자들의 불만이 상당했다. 이번업데이트에서 그런 부분이 해결했다는 안도의 한숨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유료화로 인해 해결해야 할 일이 아직 산더미이므로 몸은 피곤한 상태다.

 

"이번 핵쉴드로 상당수의 해킹이 차단됐습니다. 하지만 스핵이라는 게 창과 방패와도 같아서 막으면 풀리고 막으면 풀리고 애매하잖아요. 그 문제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 같아요."

 

최근에 차단한 계정의 수가 무려 8626개에 달한다비정상적인 데이터의 캐릭터를 대상으로 상습적인 캐릭터들에게 제재를 가한 것. 그렇다면 비정상적인 데이터의 기준은 무얼까? 이걸 알게되면 피해가는 방법이 생기므로 이에 대해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용자들의 분위기를 알아내고자 다른 캐릭터로 접속해 게임내 분위기를 살펴보고 있다고 한다. 적어도 프리스타일의 인기가 지속되는 한, 이들의 업무는 계속 바쁘지 않을까?

 

그들에게 야외에서 사진을 찍자며 부추겼다. 개나리도 피었으니, 야외에서 시원하게 인터뷰 사진을 찍자고 졸랐다. 물론 농구공도 챙겼다. 이때 날리는 파란여우의 깜찍한 말 한마디.

 

 

"인터뷰를 하는 동안, 처리해야 할 일이 잔뜩 쌓여 있어 걱정되네요. 일하러 가야 되는데.."

 

 

 

<농구공을 들고 있는 '파란미남' 이승제 PM. 하얀색 바탕에 검정, 파랑이 어울어진 점퍼는 왠지 프리스타일의 아이템 같다는 느낌이 든다.>

 

 

 

 

 

 <오랫만에 보라매공원에 나온 파란여우와 파란미남. 사무실 옆에 있는 보라매공원에서 봄햇살을 쬐면서 마냥 흐뭇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