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시를 목표로 했던 <디아블로 3>는 내년 초로 발매가 미뤄졌다. 블리자드가 스스로 요구하는 허들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국내에서는 화폐(현금) 경매장 때문에 등급심의 이슈가 불거졌고, 아직 베타테스트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블리자드가 발매할 게임 중 가장 높은 기대감을 주는 게 바로 <디아블로 3>다. 블리즈컨 2011에서 <디아블로 3>의 개발을 총괄하는 제이 윌슨과 한국인 개발자 제프강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애너하임(미국)=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출시 연기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콘텐츠를 보강하겠다는 건가?
제이 윌슨: 한 가지 이유라기보다 여러 가지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했다. 오디오나 아트는 마무리됐지만 기술적이나 디자인 부분에서 블리자드 퀄리티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래서 연기됐다.
베타테스트에서는 액트1만 공개됐는데, 더 많은 콘텐츠를 개방할 생각이 있는가?
제이 윌슨: 일단 액트 1 말고 다른 부분을 개방할 생각은 없다. 이유는 스토리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더 공개되면 게임 플레이 전에 이야기를 알게 돼 출시 후 플레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액트 1만 공개하고 있다. 베타테스트는 하드웨어와 온라인 플레이를 점검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다. 스토리를 누설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초반 갑옷과 복식이 중국풍이라는 말이 나온다.
제프강: 지난 번에도 이야기했지만 어떤 특정 문화를 표현할 의도는 없다. 동양풍이라는 말은 많지만 중국 문화를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최대한 다문화적인 것을 표현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지금 공개된 것은 전체 게임에서 아주 작은 부분이다.
베타테스트에서 현금 경매장을 선보일 생각인가?
제이 윌슨: 그럴 계획은 없다. 베타테스트가 끝나면 모든 정보가 없어진다. 이를 테스트에서 도입할 이유가 없다. 다만 제한적으로 현금을 이용하는 테스트는 내부에서 진행할 계획은 있다.
한국에서 <디아블로 3> 베타테스트를 진행한다고 확정했는데.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제이 윌슨: 내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인지 모르겠다. 추측해 보면, 아마 한국의 테스트 인프라가 좋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편집자 주: 랍 브라이덴베커 기술부문 부사장은 한국은 게임을 즐기는 방법이 다른 나라와 많은 차이를 보여 테스트를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터넷에 <디아블로 3> 해킹 버전이 유출됐다.
제이 윌슨: 핵심적인 인공지능(AI) 등은 구현이 안 된 버전이다. 알짜배기 기능이 없어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해킹 버전이 돌아다닌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수 없다. 즉 소셜적인 부분이 없고 지속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하다. 또 경매장도 적용이 안 된다.
다른 게임도 그렇지만 현금 경매장 때문에 보안이 중요하다. 해킹에 대비해 준비하는 부분이 있나?
제이 윌슨: 블리자드는 15년 동안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보안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 불법 플레이 감시 프로그램에도 많이 투자했다. <디아블로 3>가 론칭될 때 보안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구체적인 보안 방식을 말하기는 힘들지만 이를 위한 전담 팀이 있다. 그들을 믿고 있기에 걱정하지 않는다.
경매장 시스템으로 돈을 조작할 수 있지 않은가? 매점 매석 등이 있을 텐데.
제이 윌슨: 경매장은 한 지역 전체를 포괄하는 시스템으로, 북미의 경우 특정 아이템을 독점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규모가 1,000명 이 아닌 북미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수십만 명을 상대로 해야 한다. 현실적이지 못하다.
현실 속 경매장에서 골동품은 오래 보관할수록 재산 가치가 늘어나기 때문에 돈으로 구입한다. 그러나 <디아블로 3> 같은 게임은 패치를 통해 아이템의 가치가 하락할 수도 있다. 돈을 지불한 아이템의 재산 가치를 어떻게 유지시킬 것인가?
제이 윌슨: 일단 게임 내에서 현금 경매로 구입한 아이템의 성능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가치를 유지할 계획은 없다. 현금경매가 아닌 방법으로 구입한 유저들의 아이템도 바뀌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템의 옵션이나 등급을 변경할 생각은 없다.
대신 티어 세트의 등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또다른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일단 아이템 유통 상황을 지켜보고 그 때 생각할 문제이다. 단시간에 결론이나 문제점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경매장과 시장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변경된 추종자 시스템을 설명해 달라. 또 7월 이후 변경된 시스템이나 콘텐츠가 있나?
제이 윌슨: 추종자(Followers)는 복잡한 감이 있어 기술을 줄였다. 필요한 것만 남기고 단순화했다. 전투에서도 효과적일 수 있도록 능력치를 향상시켰다.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7월 프레스 투어 이후 자잘하게 바뀐 부분은 많다.
그중에서 제일 큰 변화는 룬 시스템이다. 지금은 개발자 입장에서 본다면 아주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중간 정도 수준이다. 앞으로 계속 변경할 예정이다.
<디아블로 3>는 액션 게임인데 어떤 액션을 중점하고 있나. 또 컨트롤이 중요한 게임이 될 것인가?
제이 윌슨: 전투의 깊이를 늘리려고 노력 중이다, 자원, 체력 등을 단순화하는 한편 <갓 오브 워>나 <헤일로> 등의 액션 게임처럼 전투 모드를 바꾸는 등 유저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다. 유저가 액션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컨트롤이 뛰어난 유저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디아블로 3>로 3부작의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디아블로는 이제 진짜로 죽는 것인가?
제이 윌슨: 영원한 분쟁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천사나 악마를 죽였다고 그 세력이 완전히 없어진다고 말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증오의 군주를 죽인다면 몇 세기 동안 악은 사라지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악이 등장한다. <디아블로 3>의 이야기도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티리엘 펫이 <WoW>에 들어간다. <디아블로 3>에 다른 프랜차이즈가 들어갈 요소가 있나?
제이 윌슨: 현재 그런 계획은 없다. 물론 다른 게임에서 캐릭터를 가져오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러나 <디아블로> 세계의 고유성을 지켜주는 것이 바로 다른 세계와의 단절이다. 이런 부분 때문에 다른 세계관의 유닛을 도입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
<디아블로 3>가 마무리 된 이후에 외전이 나오나?
제이 윌슨: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러나 지금은 <디아블로 3>에 집중하고 있다. 외전이 나오려면 다른 팀과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전편의 던전은 암울한 느낌이 들어 공포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디아블로3>의 던전은 밝다는 이야기가 많다.
제프강: 그런 피드백은 정말 많았다. 그러나 지금 공개된 것은 매우 작은 부분이다. 어느 지역은 매우 어둡고, 또 어느 지역은 매우 밝다. 게임이 론칭된 후에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전체 게임을 보면 전편보다 훨씬 더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다. 심지어 전작보다 더 공포스러운 느낌을 받는 던전도 등장할 것이다.
윈드포스나 조던링 같은 전작의 아이템을 다시 나오게 할 생각은 있나?
제이 윌슨: 지난 편의 유니크 아이템은 수백 개인데 <디아블로 3>에도 추가된다, 이외에도 추가될 것이 많다. 단 능력치가 동일할 것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전작의 모든 유니크 아이템이 추가된다는 말은 아니고, 일부 선별할 생각이다.
팀 데스매치의 3초 부활 때문에 이른바 닥치고 돌격 밖에 없다. 향후 전략을 위한 시스템 추가나 변경을 생각하고 있는가?
제이 윌슨: 데스매치의 기본 디자인이 공격 위주다. 이는 디자이너가 의도한 부분이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전략을 파악하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요소가 포함될 것이다. 지금 플레이하는 것 이상의 내용이 제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