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밍스토리가 SBS게임아카데미와 손잡고 게임 운영자(GM) 교육과 파견에 나선다. 오는 12월 17일 첫 교육과정을 시작한다. 교육이 끝난 학생을 곧바로 실무에 투입하는 파견계약도 진행 중이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게임업체에서 운영은 개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전문성을 요구한다. 그만큼 보수가 낮고 일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운영자가 전문교육을 받는다고 달라질 게 없을 거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하지만 허밍스토리의 서진석 차장은 ‘가장 낮은 문턱’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운영자는 게임업계에 가장 쉽게 입문할 수 있는 길이다. 운영자로만 머무는 건 어렵지만 QA나 기획 등으로 넘어가는 사례도 있다.
서진석 차장 본인도 CJ인터넷(지금의 CJ E&M 넷마블)에서 운영자로 시작해 PM까지 거쳤다. 그래서 아카데미 교육과정도 운영자의 전문성보다는 이후의 비전과 전업에 초점을 맞췄다. 자신의 경험과 SBS게임아카데미를 통해 보다 현실적인 운영자 과정을 만들고, 허밍스토리 역시 처음으로 도전하는 게임파견업무를 성공시키겠다는 생각이다.
게임 운영자 학과를 만든 두 인물, 허밍스토리 서진적 차장과 SBS게임아카데미 김양곤 이사를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왼쪽부터 SBS게임아카데미 김양곤 이사와 허밍스토리 서진석 차장.
■ “12시간 커리큘럼, 100% 취업으로 연결될 것”
만나서 반갑다. 게임 운영자 학과에서는 어떤 것을 배우나?
현재 커리큘럼은 이틀 동안 진행된다. 매주 토요일 6시간씩, 총 12시간이다. 첫째 주에는 운영자의 역할 및 마인드 교육과 성향에 대한 분석이 진행되고, 그 다음 6시간은 해킹조사, 업무조사, 보고서 작성요령 등 실무에서 부딪힐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교육이 이어진다. 회사마다 어차피 툴과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것보다는 소양교육을 중심으로 가르치고 있다.
12시간으로 교육이 얼마나 될 것으로 보나?
교육시간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처음에 생각한 건 24시간이었다. 자세한 내용과 업체마다 다른 부분까지 포함해 24시간으로 잡아 봤지만, 그걸 다 활용할 일이 없겠더라. 그래서 실제로 실무에 적용될 때까지 필요한 부분만 가르치기로 결심했다.
사실 운영자 자체가 스킬보다는 마인드 중심의 직업인 만큼 교육도 현실적인 생각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어 첫 교육에서는 테스트를 통해 운영자 과정을 배우는 학생들의 성향을 파악한다. 그리고 여기에 맞춰 자신이 어떤 성격이고,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벌어질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자기 자신과 게임 운영자라는 것을 배우는 과정인 셈이다.
큰 업체 중에는 자체 교육과정이 있는 곳이 많다.
큰 업체에서 쓰는 툴과 교육 시스템을 먼저 가르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작은 업체에서는 따로 교육 시스템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 소양을 어느 정도 갖춘 사람을 보내줄 수 있다.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사람이 신입으로 업무를 시작할 때 멍하니 있는 경우가 많은데, 작은 업체로서는 폐단에 가까운 형태다. 운영자의 권한에 대한 안 좋은 이해, 이를 악용했을 경우 업계에 다시는 발을 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선례 등 사건사고에 대한 교육도 할 생각이다.
교육이 실제 취업으로도 연결되나?
허밍스토리가 하는 일이 인적 자원을 활용하는 휴먼 리소스 관리다. 쉽게 말하면 파견업체다. SBS게임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마치면 허밍스토리에서 파견을 담당한다. 해당 개발사와 퍼블리셔에 보다 믿을 만한 운영자를 보내기 위해 만든 과정인 만큼 교육생 전부가 실제 취업으로 이어진다.
애초에 모집 인원 자체를 파견이 가능한 만큼만 받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1기가 나온 후에 좀 더 확실히 말할 수 있겠지만 일단 9개 개발사와 이야기를 진행 중이다. 1기 모집 예정인 15~20명 정도는 100% 연계할 수준의 계약은 마쳤다.
굳이 게임 운영자 학과를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허밍스토리에서 게임업계 파견을 준비할 때 SBS게임아카데미로부터 이런 과정을 만들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이미 다른 게임업체 파견회사도 많은데 거기서 어떻게 차별화를 할까 고민하다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학과와 파견 범위도 점차 늘려 나갈 것이다.
SBS게임아카데미로서는 이미 기획, 디자인, 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과가 있었지만 운영자 과는 없었다. 지금까지 게임 운영자는 전문인력이 아닌 사람을 뽑아서 낮은 연봉을 주고 적당히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동 강도도 심하고.
반면 업계 밖에서는 게임 운영자를 막연히 부러워하는 친구가 많더라. 실제로 업무에 들어가면 실망하는 친구도 많다. 그래서 교육생에게 어떤 마음가짐을 심어 주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다. 학과를 연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운영자에 대한 게임업체들의 수요가 많은가?
언제나 많다. 게임 인력 모집 사이트만 봐도 하루에 30명 이상의 구인이 들어올 정도다. 사이클이 짧기 때문이다.
나도 경험했지만 게임 운영자의 경력이 보장된 기간은 3년 정도다. 그 이상은 어지간한 규모의 개발사에서는 커버하기 어렵다. 연봉에 비해 전문성이 적기 때문이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3년 이상 연봉을 올려주느니 새로운 신입사원을 구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회사가 많다.
그건 오히려 단점 아닌가?
맞다. 게임 운영자의 단점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쉽게 게임업계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이기도 하다. 솔직히 말해서 아무런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 게임업계에 가장 쉽게 발을 들일 수 있는 부분이 운영자다.
단순한 파견업무에 만족하지 않고 개발사에서 인맥을 쌓고, 게임업계를 배우고, 자기계발을 생각한다면 다른 팀으로 이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각보다 많다.
결국 운영자는 게임업계 입문 과정이라는 뜻인가?
실제로도 그렇다. 사실 예전에 비해서는 기준이 좀 높아졌다. 학벌은 아니라도 학교도 보고 있고, 병역특례가 없어지면서 군대도 다녀와야 한다. 그래도 여전히 전문화는 아니다. 운영으로는 경력이 너무 금방 막힌다. 운영팀장이라면 몰라도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너무 좁다. 심지어 운영본부장급 정도가 되면 다른 팀에서 넘어온 경우가 많지 운영에서 온전히 올라간 경우가 드물다.
게임 운영자 교육과정에서도 그런 부분을 가르치나?
물론이다. 일단 내가 운영자에서 QA를 거쳐 PM을 했었고, 또 다른 강사도 <리니지> 운영자로 시작해서 최근에는 대만 회사에서 인도네시아 현지화 담당 및 운영을 총괄했다. 게임 운영자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길을 넓히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후에도 반기에 한 번 정도 중간교육을 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자기가 배운 부분과 업무에 대한 향후 생각, 어떻게 살아남을지에 대한 생각 등을 묻고 계획을 잡아줄 것이다.
학과를 만드는 것 치고는 상당히 현실적인 것 같다.
맞다. 현실적이다. 꿈만 갖고 할 수 있는 건 없다. 운영만으로 끝나는 건 도움이 안 된다. 아무것도 모르고 게임만 좋아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 그걸 깨 주겠다. 학과에서도 철저히 현실을 알려줄 것이다.
파견업체와 교육과정이 만났다. 이후에 다른 일도 벌일 수 있을 듯하다.
SBS게임아카데미와의 연계는 계속 이어 나갈 예정이다. 일단 내년 초 QA 학과가 개설된다. 게임업계 밖에서 보기에는 게임만 하면 되는 걸로 보이니까 굉장히 인기가 많을 듯하다(웃음). 학과 사이의 연계도 구상 중인데 일단 게임 운영자 학과를 마치고 파견에 나선 학생 중 일부에게는 파견을 마친 후 QA 학과 및 파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줄 생각이다. 일종의 재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