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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Talk]I’m MVP, 정종현은 멈추지 않는다

“2012년에도 이 자리 지킬 것, 목표 상금은 2억”

김경현(맹독왕) 2012-01-09 13:33:07

 

2011, <스타크래프트 2> 선수들 가운데 최고의 활약을 한 선수는 누구일까? 사실 이런류의 질문은 이견이 워낙 많기 때문에 섣불리 대답을 하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답을 하자면 그 주인공은 바로 정종현(IM)이 아닐까?

 

정종현이 2011년에 거둔 성과는 그야말로 눈부시다. GSL 투어에서만 3번의 우승을 차지했고, 상금만 1억 6천 5백만원(해외 대회까지 합쳐 약 2 7천여만원)의 상금을 획득했다. 최초로 GSL 통산 100승의 금자탑을 세웠고 WCG의 초대 <스타크래프트 2>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대회의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고 출전할 수 있는 대회에는 모두 출전했고 대부분 상위권의 성적을 거뒀다.

 

디스이즈게임은 지난 2011 4 27‘ThisPeoPle’을 통해 정종현을 만난 적이 있다. 2011 소니에릭슨 GSL 시즌1 코드S, 월드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정종현은 많은 우승이 필요하다”, “트로피 10개를 모으고 싶다”, “명예도 명예지만 상금도 중요하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이후 약 9개월만에 공식적인 기획 인터뷰를 통해 다시 만난 정종현. 특유의 순박한 미소와 눈웃음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 때의 정종현과 지금의 정종현은 다르다. ‘ThisPeoPle’을 통해 밝힌 목표를 거의 다 이룬 정종현을 ‘ThisTalk’를 통해 다시 만나봤다.

 

뭔가 큰 일을 낼 것 같다는 생각은 했었다. 그는 스타1에서 촉망 받는 유망주였고 서서히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하던 준비된 선수였다. 그런 선수가 스타2로 넘어와 빠르게 두 번의 우승을 차지했고, 코드A 강등의 충격을 빠르게 극복하는 강인한 정신력도 보여줬다. 솔직히 정종현이 2011년에 보여준 활약은 기대이상이었다. 2011년은 정종현의 해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스타2는 정종현 천하였다.

 

정종현에게 지난 2011년은 어떤 의미였을까? 정종현에게 일어난 여러가지 일들은 그에게 어떤 가르침을 남겼을까? 그리고 2012년의 정종현은 어떤 모습일까? 2011년 생애 최고의 활약을 펼친 탓에 극심한 부담감을 갖고 있지는 않을까? 지난 6, 2012 GSL 시즌1 코드A 최종예선이 펼쳐지던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 왕이 된 남자정종현을 만나봤다. / 디스이즈게임 김경현 기자


  

새해 맞이한 정종현, “꿀맛 같은 휴식이었어요

  

정종현은 정말 바빴다. 쉴 틈이 없었다. GSL에서 두 번의 우승을 차지하자 정종현의 출전을 바라는 해외 대회가 많아졌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국제적인 활동을 했다. 그러다보니 비슷한 시기에 2개 이상의 대회에 출전하는 경우도 있었다. 2011년 막바지에도 그랬다. 부산에서 WCG를 마친 정종현은 서울로 올라오자 마자 블리자드컵에 출전했다.

 

피도 눈물도 없어 보였던 냉혹한 승부사 정종현. 그런 정종현도 조금은 지쳐보였다. 블리자드컵 당시 정종현은 굉장히 피곤해보였고 경기력 또한 최상은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커피숍에 마주 앉은 정종현에게 가장 먼저 건낸 말은 잘 쉬었어?”였다.

 

2012년이 시작됐다. 한 동안 오래 쉬었는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쉬는 동안 병원에 가서 손목 검사를 받아봤어요. 그 동안 너무 안쉬고 게임만 했기 때문에 휴식을 하는데 집중하기도 했고요. 여자친구와 데이트도 하면서 최대한 쉬는데 집중했습니다.

 

2011년이 워낙 바빴다. 달콤한 휴식이었을 것 같다?

 

2011년은 일정이 워낙 빡빡했어요. 대회가 너무 많아서 힘들었고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니까요. 대회를 하는 중간에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1달 동안 쉰 덕분에 앞으로 있을 대회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블리자드컵에서는 정종현이 지쳤다는 것이 게임으로 느껴지더라. 나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솔직히 조별 풀리그를 통과한 것 만으로도 굉장히 만족했어요. 조별 풀리그 당시 최성훈 선수를 이겼는데 그 경기에서 드롭이 오는 것을 알면서도 손이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거든요. 사실 최성훈 선수에게 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운 좋게 이겼고, 4강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기뻤어요.

 

그런데 4강에서는 문성원에게 0:3으로 패배했다. 아무리 힘들다고 생각했어도 그런 결과는 충격적이지 않았나?

 

다음에 이기면 된다고 생각은 했기 때문에 많은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경기는 운도 따라주지 않았고 콘트롤이나 집중력 면에서 많이 부족했어요. 다음에 만나면 이길 자신이 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습니다.

 

스타1에서는 한 때 이영호, 이제동, 김택용 같은 선수들이 정말 바빴다. 그 선수들의 자기관리 능력이 궁금하지 않나?

 

스타1에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선수가 이제동 선수입니다. 이영호 선수도 대단하기는 하지만 이제동 선수는 이영호 선수보다 훨씬 먼저 게임을 시작했고 더 오랜 시간 동안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나요? 게다가 굉장히 겸손하세요. 보고 배울 것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친분이 없어서 자기관리를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저만의 스타일이 있으니 나름대로 자기관리를 할 생각입니다.

 

건강 관리나 컨디션 관리에 중요성을 느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바빴던 적이 처음이라 그에 대한 노하우가 없는 상태아니었나?

 

저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어요. 웅진스타즈에 있을 때 헬스, 수영을 굉장히 많이 한 덕분에 체력이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요즘에는 다른 선수들보다 체력적인 부분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체력적인 문제 때문에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대회에 나갔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은 굉장히 만족스러울 것 같다. 우리가 지난 해 4월에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2011년 처음에 인터뷰를 했죠. 4월인가? 기자님이랑(웃음). 그 때 제가 트로피 10개가 목표라고 말을 했는데 모두 우승은 아니지만 트로피를 결국 10개 모았더라고요. 상금도 많고 우승도 많이 했고 더 유명해졌지만 무엇보다 목표를 이룬 점이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정종현 최고의 한 해, 2011년을 돌아보다

 

2011년은 정종현 생애 최고의 해였다. 그 누구보다 많이 이겼고, 그 누구보다 많이 벌었다. 그 누구보다 바빴고, 그 누구보다 유명해졌다. 2006년 스타1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이후 우여곡절 끝에 종목을 바꿔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다. 5년여 만에 평생 잊지 못할 한 해를 장식한 정종현은 지난 2011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워낙 많은 대회를 치렀고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모든 이야기를 다 들어보면 좋겠지만 나름대로 정종현에게 의미가 있었던 사건들 위주로 지난 해를 돌아보기로 했다. 시간이 다소 흘렀지만 정종현은 지난 일들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산의 정상에 올라 걸어 올라온 등산로를 천천히 떠올려보는 것처럼 담담하게 지난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그의 얼굴에는 뿌듯함과 여유로움이 드러났다.

 

2011 GSL 시즌1 코드S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스타2에 도전한 정종현에게 굉장히 의미있는 우승이라고 생각한다.

 

첫 우승을 했을 당시에는 ()정훈이가 콩라인도 아니었고 준우승 경험도 있는 굉장히 강한 선수였어요. 오히려 제가 도전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 대회 결승전에서 가장 크게 얻은 소득은 떨지 않는다는 사실의 확인이었어요. 앞으로 다시 결승전에 올라오면 또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얻었죠.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뜻깊은 우승이었습니다.

 

정종현의 2011년을 돌아볼 때 빼놓을 수 없는 대형사건은 코드A 강등이다. 역시 의미가 컸을 것 같다. 배운 것도 많았을 것 같고.

 

우승을 한 바로 다음 시즌이었죠(웃음). 우승자 징크스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고 평소보다 연습을 더 많이 했어요. 우승하기 전보다 더 열심히 했었어요. 우승 이후 하락세를 겪은 선수들을 굉장히 많이 봤거든요. 그렇게 되기 싫었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압박감이었어요. GSL 정규 첫 시즌 우승자였기 때문에 주변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죠. 특히 승격강등전 때 압박감이 가장 컸어요. 이 때 느낀 것은 연습을 무조건 많이 하는 것보다 마음을 편하게 먹고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게임 외적인 부분들도 갖춰야 한다는 것? 그 이후에는 연습과 휴식을 적절하게 배분해서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됐죠.

 

우승자로는 처음으로 코드A 강등이었다. 그런데 이후 이정훈, 장민철, 김원기 등이 코드A로 강등되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나?

 

솔직히 남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나는 내가 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져요. 그런데 이정훈, 장민철 선수는 굉장히 안타까웠어요. 정훈이 같은 경우에는 코드A에 갔을 때 멘탈이 붕괴되어 다시 못 올라올 것 같다는 생각도 했죠. 하지만 역시 정훈이는 잘하는 선수인 것 같아요. 금방 올라오더라고요(웃음).

 

2011년은 정종현이 태어나서 가장 유명해진 해다. 유명세라는 것을 겪어보니 어떻든가?

 

굉장히 기분이 좋은 일이죠. 사실 저는 남의 시선을 많이 신경쓰지 않는 편이라서 잘 느끼지는 못하지만 친구의 친구가 날 안다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뿌듯하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의 자랑거리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꽤 오래 전부터 프로게이머 생활을 했다. 2011년은 부모님에게 더 당당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 같다.

 

2011년에 저에게 가장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은 이사에요. 월드챔피언십이 끝나고 이사를 했는데 그 때 굉장히 뿌듯했어요. 부모님에게 항상 효도하고 싶었습니다. 부모님이 어렸을 때부터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셨거든요. 돈을 많이 벌면 이사를 하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뤘죠. 최근에는 집에 김치냉장고와 TV도 샀어요. 집에 갔을 때는 별 이야기 없이 사드리지만 사드리고 나서 스스로 굉장히 뿌듯해하고 있습니다.

 

대견하면서 부럽다(웃음). 전에 살던 집보다 좋은 집으로 옮겼을 것 같다(웃음).

 

아주 좋은 집은 아닙니다. 그래도 우리 가족이 살기에 적당한 집이라고 생각해요. 당시 우승 상금을 모은 것이 8,000만원이었는데 그 돈을 집에 모두 사용했죠. 하지만 제 목표는 아파트 같은 집을 우리 가족의 소유로 하는 거에요. 완벽한 우리 가족 소유의 집을 어서 마련하고 싶습니다.

 

 

 

해외에도 굉장히 많이 나갔었던 2011년이다. 그 전까지는 해외 대회 경험이 없었지 않나?

 

해외 대회에서는 팬들의 반응이 굉장하잖아요? 한국에서만 게임을 하는 것은 프로게이머들에게 별로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아요. 해외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한국에서만 게임을 하다보니 팬들의 뜨거운 환호나 응원을 받아보지 못했는데 굉장히 행복했던 순간을 주로 해외에서 맞이했던 것 같습니다.

 

GSL 시즌5 코드S에서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정종현에게 최강자의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준 대회라고 생각하는데.

 

펩시 GSL 시즌5 코드S 결승전까지 올라가면서 우승자들을 다 꺾었어요. 우승자들을 다 이겼기 때문에 자부심이 굉장했어요. 최강자라고 봐주시는 분들도 굉장히 늘어났죠. 그 시즌은 많은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주기 시작한 대회라고 생각해요.

 

2011년에 있었던 일 중에서 가장 아쉽다던가, 떠올리기 싫은 그런 기억들도 있나?

 

아쉬웠던 순간은 정말 많아요. 대회에서 떨어질 때마다 그렇죠. 연습이 부족하다고 느꼈을 때도 많았고, 지고 나서 후회한 적도 많고요. 마음 편하게 생각을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죠. 떠올리기 싫은 기억은 별로 없지만 기필코 복수를 하고 싶은 선수가 몇 명 생겼어요(웃음).

 

WCG 2011 금메달리스트가 되기도 했다. 스타1 때부터 금메달리스트를 많이 봐왔을텐데 기분이 어땠나?

 

솔직히 스타1 때는 동료들이 금메달을 따도 별 감흥이 없었어요. 당연히 우리나라 선수가 우승할 것으로 생각했으니까요. 게다가 저는 국가대표를 생각할 수도 없었던 위치였어요. 누가 금메달을 따든 말든 관심도 없었죠. 그런데 스타2를 하고 처음으로 국가대표가 됐고, 막상 대회에 나가보니 굉장히 자부심이 생기더라고요. 게다가 8강에서 이정훈, 김영진 선수가 떨어지는 바람에 절대 지면 안 된다는 부담감까지 생겼어요. 제가 기필코 금메달을 따야 이정훈, 김영진 선수에게도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경기했죠. 그리고 트로피를 모으는 취미가 있는데 금메달은 나중에 자랑하기가 정말 좋잖아요. 게임 올림픽 우승 증거잖아요? 진열하기 참 좋더라고요. 금메달이(웃음).

 

2011년에 벌어들인 상금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계산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달러가 꽤나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떤 분이 정리해서 올려 놓으신 것을 보니 2 7천만원 정도 되더라고요. 하지만 외국 대회는 세금을 많이 떼기 때문에 대략 2억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제태크에 관심이 많아서 대부분의 돈을 모아 놓고 있습니다. 예금이나 주택청약에 들어가 있는 돈을 보면 내가 노력한 만큼의 보상이 있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아요. 집을 사고 싶은 목표에 한 발 더 다가섰다는 생각도 들고요 

 

 

정종현에 대한 궁금증, ‘정종현은 재미가 없다?'

  

팬들은 최강자에게 열광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강한 선수는 상당수의 안티팬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정종현의 경우는 그게 심했다. 한 편에서 정종현이 최강이다’, ‘정종현을 누가 이길 수 있을까?’라며 칭찬하면 다른 한 편에서는 정종현의 경기는 재미가 없다’, ‘정종현은 사기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스타1의 이영호(KT)가 그런 것처럼 최강자들이 꼭 겪는 일들이기는 하지만 선수 입장에서 재미가 없다는 평가는 반갑지 않다.

 

정종현은 자신에 대한 여러가지 평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는 스스로 자신의 경기가 재미없다고 생각할까? 이기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할까? 그리고 정종현에게 임재덕, 문성원, 이정훈은 어떤 인연일까? 군단의 심장에 대해서는? 가끔 돌발 인터뷰로 관계자들을 놀래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상하게도 한 때 안티가 굉장히 많았다. 안티들에 대부분의 이야기는 재미없다였다. 요즘에는 인간적인 모습도 자주 보여준 덕분에 안티들의 기승이 뜸한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진짜 솔직하게 말하면 저는 그런 말들을 전혀 신경쓰지 않아요. 별 생각 없어요. 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많죠.

 

하고 싶은 이야기? 몇 개만 말해봐라. 선수에게 경기가 재미없다는 이야기는 자존심 상하지 않나?

 

재미가 없다는 이야기는 저에게 아무런 타격이 되지 않아요. 악플을 다는 분들을 모르시겠지만 프로게이머들은 모두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거든요. 아무리 재미가 없다고 말을 하셔도 그것 때문에 스타일을 바꿀 수는 없잖아요? 제가 안타까운 점은 다른 선수들 중에 안티 팬에 너무 신경을 쓰는 선수들이 있다는거에요. 저는 그런 선수들에게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우리에게는 그런 사람들을 일일히 상대해 줄 만큼의 시간이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그 시간에 연습해야죠! 안티 팬들은 선수를 비방하면서 낙을 느끼시겠죠. 자신들만의 행복을 그런 식으로만 추구하시는 분들인데 그런 사람들 때문에 선수들이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정종현은 흔히들 이야기하는 멘탈甲이 아닌가 싶다.

 

멘탙이 강한 것은 아니에요. 다만 남에게 별로 신경을 쓰지는 않아요. 남에게 잘보이기 보다는 내가 평소에 하는 행동을 누가 좋아해주면 나도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고, 싫다고 하면 나도 굳이 친해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되는거죠.

 

위에서 꼭 복수하고 싶은 선수가 몇 명 있다고 했다. 문성원이 거기에 포함되는가?

 

당연하죠(웃음). 복수하고 싶은 선수들은 내가 패배했던 선수들 모두에요(웃음). 그 중 문성원, 이동녕 선수를 상대로 제대로 복수를 하고 싶어요.

  

  

문성원의 경우에는 졌을 때마다 항상 최고의 컨디션이 아니었다. 물론 내 생각이다. 그런데 솔직히 블리즈컨 때도 그랬고, 블리자드 컵 때도 그랬다. 대회가 겹쳤고 건강 문제도 있었던 것 같다.

 

억울하지는 않아요. 진짜로요(웃음). 저는 핑계대는 것을 안 좋아해요. 핑계를 대면 더 진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성원이 형과 경기를 할 때 제가 바빴던 것은 맞아요. 하지만 경기에 큰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어요. 단지 준비도에서 제가 밀린거죠.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고는 생각은 해요. 성원이 형이 잘했어요. 내 스타일도 잘 알고 준비도 꼼꼼하게 하는 스타일이죠.

 

그렇다면 임재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유독 임재덕하고 자주 만났다. 그런데 다 이겼다.

 

재덕이 형이랑 굉장히 많이 만났죠. 이번 시즌 코드S 32강에 같은 조라서 조만간 또 만날 예정이에요(웃음). 굉장히 친한 사이인데 계속 맞붙는 것이 불편하기도 해요. 계속 맞붙다가 사이가 안 좋아지는 선수들도 있거든요. 하지만 재덕이 형은 굉장히 쿨한 형이에요. 그런 것에 대해서 많이 신경쓰지 않으세요. 그렇게 해주셔서 오히려 제가 더 고맙죠. 정말 좋아하고 많이 따르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가장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맞붙어 이길 때마다 뿌듯했죠. 그 어떤 선수들보다 더 큰 뿌듯함이 느껴졌죠. 재덕이 형이 이뤄놓은 성과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런 것들 것 하나씩 따라 잡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해왔어요. 제가 좋은 성적을 내는데 여러가지로 많은 도움을 주신 고마운 사람입니다.

 

이정훈 이야기도 해보고 싶다. 도대체 이정훈은 언제쯤 정종현을 이길 수 있을까?

 

제 생각인데요. 앞으로도 정훈이는 계속 저에게 질 것 같습니다(웃음). 친한 동생이기는 하지만 정훈이를 상대로 굉장한 자신감을 갖고 있어요. 정훈이가 나를 이길 수 있는 기회는 WCG 2011 한국대표선발전 결승전이었어요. 그 당시 대회가 2개 있었고, 저는 AOL에 비중을 더 크게 두고 있었거든요. AOL은 팀의 이름을 걸고 나갔기 때문에 더 많이 준비했어요. 그런데 정훈이가 1세트에서 나를 이기는 과정에서 제 본진에 사령부를 건설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 너가 아직 정신을 못차렸구나, 더 혼나봐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그 이후 혼신의 힘을 다해서 이겨버렸죠.

 

경기 후 승자 인터뷰 때 곰TV 스태프, 블리자드컵 등 게임 외적인 발언을 할 때도 있었다.

 

처음에 곰TV 스태프들이 많은 비난을 받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컴퓨터의 세팅이 바뀌고 여러 사람들이 쓰다보면 그런 문제가 없을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문제를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 그분들의 일이지만 당시 한국 서버 자체가 불안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곰TV 스태프들은 언제나 선수들의 세팅에 많은 노력을 하시더라고요. 그런 노력들이 아무것도 안되는 그럼 모습이 안타까웠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했었고요.

 

WCG에서 정훈이와 영진이가 떨어졌을 때는 팬들이 정말 많은 비난을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그 선수들은 커뮤니티도 자주 본단 말이에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영진이 같은 경우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정훈이는 걱정이 많이 됐어요. 그래서 그에 대한 이야기도 했었고요.

 

블리자드컵 관련 발언은 사실 모든 선수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그 때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선수가 나 밖에 없었어요. 많은 선수들이 나에게 왜 바뀌었는지 물어봐달라고 부탁을 많이 하기도 했죠. 나 혼자만의 발언이 아니라 선수들이 하고 싶은 말을 제가 전달해준 것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수가 대회, 처우와 관련된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부담을 느끼는 선수들도 꽤 많은데 앞으로도 계속 그런 발언을 할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용기있고 멋진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선수에게 불리한 상황들이 있다면 다른 선수들을 대표해서 언제든지 말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안티 팬들의 신경도 많이 쓰고 그래서 그런 발언을 하기가 힘든데요. 저는 그렇지 않거든요. 할 말이 있으면 제가 나서서 할 겁니다. 

 

 

2011년의 테란은 항상 비난 1순위였다. 그 중에 가장 잘하는 정종현은 비난 타겟 1순위였고.

 

2011년은 테란의 해였다고 생각해요. 솔직히요. 처음 시작할 때 당시에는 맵도 테란에게 좋았고, 종족 특성에서도 유리한 면이 많았죠. 그 때는 자신의 종족에 대해서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초중반이 유리한 테란이 강세일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 같아요. 2012년에는 각 종족 선수들이 이해도를 높였고 맵도 점점 테란에게 불리해지고 있어요. 앞으로는 세 종족 모두 성적을 골고루 낼 것 같아요. 2011년에 테란이 정말 강했다는 평가는 저도 인정합니다.

 

2012년에는 군단의 심장이 나올 예정이다. 뭔가 기대하는 것이 있을 것 같다.

 

군단의 심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면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어요. 테란 유닛 중에 분쇄기가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사기다’, ‘저거 나오면 게임이 망한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때는 신유닛들을 일부러 강하게 설정해 놓은 것이니까 일단 나와봐야 안다고 생각합니다. 스타1의 경우는 브루드워가 나온 뒤에 더 많이 발전했거든요? 스타2도 그렇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더 많은 볼거리가 생길 것 같고요.

 

GSL이 워낙 많은 경기를 하고 있고, 자유의 날개는 많이 소모가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선수 입장에서는 어떤가?

 

GSL이 게임이 워낙 많다보니 많은 빌드와 운영들이 등장했죠. 게임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플레이들이 이미 많이 선보여졌죠. 계속 이렇게 자유의 날개로만 리그를 하다보면 정형화된 단순한 장기전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솔직히 경기가 많기는 하거든요. 스타2라는 게임 자체가 초반 승부가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는데 이렇게 계속 소모가 되다보면 오히려 초반 빌드를 더 발전시켜 후반 운영을 거의 안하게 될 수도 있다고 봐요. 군단의 심장이 나오면 더 재미있어질 것 같습니다. 어서 나왔으면 좋겠어요.

 

  

2012년 맞이한 정종현, “목표 상금은 2억원

  

2011년에 정종현이 이룬 업적은 독보적이다. 그러다보니 2012년은 기대보다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법하다. 정종현은 2012년을 어떤 마음으로 맞이했을까? 최강자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을 경우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종현은 2012년에도 이루고 싶은 것들이 많다. 하지만 부담감은 없다고 한다. 역시나 많은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고 상금 목표 또한 ‘2억원정도다. 2011년에 보여준 최강자의 행보를 2012년에도 이어가고 싶은 의지로 똘똘 뭉쳐있다.

 

왠지 정종현이라면 2011년에 버금가는 활약을 2012년에도 이어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그의 2011년을 돌아보는 내내 그가 얼마나 열심히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있고, 투철한 프로 의식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지 알 수 있었다.

 

2011년에 워낙 많은 것들을 이뤘다. 그래서 2012년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것 같다.

 

2011년에 우승을 굉장히 많이 했기 때문에 솔직히 부담은 별로 없어요. 2012년에는 대회 숫자가 약간 줄어들었는데 2011년만큼 우승을 많이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2012년에 열리는 다섯 번의 GSL 정규시즌 중에 두 번 우승하는 것이 목표에요. 해외 대회는 솔직히 거의 나가지 않을 것 같아요. 정말 큰 대회, 꼭 나가야만 하는 대회가 아니라면 왠만하면 한국에 있고 싶습니다.

 

해외 대회의 경우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해외에 나갔을 때 성적이 굉장히 좋았어요. 3번 나가서 1등 두 번, 4등 한 번을 했거든요. 하지만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어요. 다녀오면 곧바로 GSL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많이 고려됐어요. 해외 대회에 나가면 의사소통도 잘 안되고 컨디션도 많이 무너지더라고요. 몸이 별로 안 좋은데 더 안 좋아지는 것 같아서 해외 대회는 꼭 나가야만 하는 대회에만 나가려고 해요.

 

그렇다면 해외 팬들이나 우리나라 팬들을 위한 경기 외적인 활동을 하면 어떨까 싶다.

 

IM에서는 계속 스트리밍 방송을 할 계획이에요. 이미 얼마 전에 시작했고요. 반응도 좋았어요. 해외 팬들을 위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예정인데 거기에 자주 출연을 할 생각입니다. 방송 욕심은 당장 없지만 감독님이 만든 IMTV에서 다양한 것들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리그 외에 다른 방법을 통해서 팬들을 자주 만나보고 싶습니다.

 

손목 상태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2012년에는 손목 건강을 챙겨야 할텐데.

 

손목 관리를 해야하기는 하는데 치료를 하려면 물리 치료를 받고 게임을 쉬고 그래야 하거든요? 그런데 연습을 계속 해야하기 때문에 한달 정도 쉬었다고 다시 따라잡는 과정이 매우 힘들 것 같아요. 지금 당장은 손목이 신경쓰이기는 하지만 아예 못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아요. 만약 나중에 손목을 게임을 못하게 된다면 치료를 받으면서 다른 일을 할 생각도 하고 있어요.

 

스타1에서 이영호의 경우는 수술을 하고 돌아와서 여전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영호 선수와 저는 상황이 달라요. 이영호 선수는 비시즌 때 수술 및 재활을 한 것이고, 저는 바로 몇 주 뒤면 대회가 시작되거든요. 이영호 선수처럼 치료하기가 힘든 상황이죠.

 

정종현이라는 걸출한 선수가 부상으로 인해 빨리 게이머 생활을 마감하면 주변에서 너무 아쉬워 할 것 같다.

 

게임을 못할 정도의 상태가 되어도 실력에 자신이 있고 재활에 자신이 있다면 당연히 게임을 할거에요. 하지만 저는 군대 문제도 있거든요. 아마 시간이 흐른다면 제가 계속 게임을 하기 힘든 시기가 찾아올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임요환, 임재덕 선수는 굉장히 대단하신거죠.

  

  

기록 욕심도 많은 선수로 알고 있다. 2011년에는 최다 우승 기록이 있고, 최고 상금, 최초 100승 기록이 있다.

 

가장 하고 싶은 기록은 최초 4회 우승이에요. 가장 하고 싶어요. 그 다음으로는 200승 돌파에요. 또 하나 있는데 내년에는 블리자드컵 우승자가 되고 싶어요. 그 상 이름 자체가 최고의 선수상이잖아요. 이렇게 세 가지 기록의 주인공이 되고 싶습니다.

 

많은 것을 가진 정종현에 가장 부족한 것은 인기가 아닌가 싶다. 유독 한국에서 말이다. 이를 위해서 2012년에 해야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

 

제가 인기가 없다는 사실은 저도 잘 알고 있어요(웃음). 팬들의 취향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는 없지만 그래도 외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왔기 때문에 한국에서 인기가 별로 없다고 해서 크게 상처를 받지는 않아요. 앞으로도 저는 열심히 최선을 다할 거에요. 저는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게임을 할 겁니다. 저의 그런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수 있는 팬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기는 합니다.

 

2012년에 얼마를 벌어들이고 싶은가? 상금 목표가 궁금하다.

 

상금 목표는 2억 정도로 잡고 있어요. 내년에도 GSL 포인트 상위권에 머물러서 하반기 시상식에서 상도 많이 받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게임을 해오면서 주변에 고마운 사람들도 많이 생겼을 것 같다.

 

그 동안 어머니, 아버지가 가장 큰 힘이 돼줬고요. 강동훈 감독님도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2012년에 모든 일 잘 될거라는 말을 해드리고 싶어요. 여자친구에게는 2012년에도 잘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우리 IM 팀원들에게는 처음에 세웠던 목표들을 모두 이루길 바란다는 말을 해주고 싶고요. 2011년 코드A 강등이 됐을 때나 힘들었을 때 재덕이 형이 옆에서 자신감을 많이 주셨거든요? 그 때가 생각이 납니다. 재덕이 형에게도 고맙습니다. 2012년에도 다들 잘 부탁드립니다.

 

2012년의 정종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미래의 정종현에게 말이다.

 

(웃음)종현아, 2012년에 힘든 일이 있더라도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하락세가 오면 빨리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우승을 하거나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에도 거만해지지 말고 겸손한 자세로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계속 노력하길 바란다. 평소에 대회 있으면 열심히 준비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웃음).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모든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많은 팬들이 많은 선수들을 필요 이상으로 비난하고 있는 것 같아요. 스타1의 경우에는 대기업들이 있고 방송에 나오는 왠만한 선수들은 연봉을 받고 회사에 소속된 선수들입니다. 하지만 스타2의 선수들은 그렇지 않아요. 대회의 성적만으로 돈을 벌고 있고, 환경 역시 스타1과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스타1 때를 기준으로 스타2 선수들을 너무 심하게 비난하시는 모습을 보면 속이 상할 때도 많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안 좋은 시각으로 바라보지만 저는 프로라면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해서 게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게임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에게는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해요. 특히 지금의 스타2 선수들은 이기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재미를 추구하면서 게임을 할 수 있는 선수는 현재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들을 충분히 고려하신 다음에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아는 선수들 중 집안 사정이 좋지 않은 선수들도 굉장히 많아요. 그런 선수들을 보고 돈을 보고 게임을 하지 말고 재미있는 경기를 해라고 말을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게임을 하는 선수들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환경에 놓인 선수들도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시고 프로게이머들을 조금 더 인간적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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