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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 인터뷰 ③ 치어리더의 역할을 맡은 남자

블레이드 & 소울 테크시네마 팀 최형근 팀장 인터뷰

정우철(음마교주) 2012-02-15 15:56:37

유독 스토리를 강조하는 <블레이드 & 소울>에서 감정을 고조시키는 장치 중 하나가 바로 시네마틱 영상이다. 도입부에서 홍석근 사부의 죽음을 다룬 7분짜리 영상, 대사막의 토문객잔에서 펼쳐지는 진소아와 당여월의 화려한 액션은 많은 유저들의 눈길을 끌었다.

 

콘솔게임과 PC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네마틱 영상은 MMORPG에서 시도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 그럼에도 엔씨소프트 <블레이드 & 소울> 개발팀은 별도의 테크 시네마 팀을 구성해 인 게임 영상을 만들고 있다.

 

시네마 팀은 컷신과 (전투를 제외한) 환경을 만들고, NPC의 연출을 맡는다. 디스이즈게임은 테크 시네마 팀의 최형근 팀장을 만나 <블레이드 & 소울>의 영상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엔씨소프트 <블레이드 & 소울> 테크시네마 팀 최형근 팀장.

 

■ 영상을 통해 스토리의 감동을 키운다


먼저 기존에는 어떤 업무를 진행했는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최형근 팀장: 지난 2002년 엔씨소프트에 입사해서 <리니지 2> 배경아트와 (과거에 진행했던) <리니지 3> 시네마틱 부분을 담당했었다. 지금은 <블레이드 & 소울>의 테크 시네마 팀을 맡고 있다. 우리는 다른 개발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팀으로 스토리를 설명하는 데 필요한 여러 영상을 만들고 있다.

 

 

게임에 다양한 시네마틱 영상이 나온다. 2차 CBT를 기준으로 얼마나 제작했는지 궁금하다.

 

지난 2차 CBT를 기준으로 한다면 컷신은 총 60분 정도 될 것이다. 영상을 만들 때는 스토리의 흐름과 인물의 감정선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각 캐릭터의 동작과 감정을 살린 클로즈업 위주의 연출을 하는 편이다.

 

2차 CBT에서는 드라마 한 편 정도인 60여 분의 영상이 제공됐다.

 

 

60분이면 많은 편인데, 너무 많이 들어가 있으면 플레이의 호흡이 끊길 수도 있지 않나?

 

게임 플레이 방법에 대한 문제데, 컷신이 많으면 처음에는 많이 보지만 이후에는 건너뛸(스킵)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플레이하면서 컷신을 모두 보는 것과 안 보는 것에 대해 유저들이 느끼는 재미와 반응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우리가 영상을 잘 만들어 낸다면 유저들은 분명히 감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열심히 만들고자 한다.

 

 

다른 회사에는 없는 팀인데. 이 팀이 있어서 <블레이드 & 소울>이 차별성을 갖는 부분이 있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시네마틱 영상을 이용해 유저들이 게임에서 받는 감동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부적으로 말하면 유저들이 접속했을 때 살아 있는 월드와 각각 반응하는 NPC를 보면서 그 안에서 존재감을 준다는 게 장점이다.

 

<블레이드 & 소울>에는 클로즈업 기법을 통해 캐릭터의 감정을 고조시키는 연출이 많다.

 

 

■ 시네마틱 팀은 <블레이드 & 소울>의 치어리더 같은 역할

 

시네마틱 영상의 제작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초반에 기획팀에서 시나리오가 나오면 퀘스트 팀이 그것을 게임 안에서 보여줄 퀘스트로 정리한다. 여기서 강조해야 할 부분을 일부 영상으로 만들자고 발주하면 검토하고 피드백을 넘겨준다.

 

이를 통해 조율한 결과에 따라서 시네마틱 분량이 정해진다. 이후 캐릭터 제작팀과 배경팀에 발주를 보내고, 해당 배경과 캐릭터로 영상을 만든다. 이를 사운드 팀에 보내 성우 더빙을 하고, 끝으로 효과음과 음악 믹싱을 더한다.

 

 

컷신 제작에서 정말 힘들었다고 할 만한 부분이 있나? 

 

사전에 렌더링된 CG가 아닌 리얼타임 영상이기 때문에 대규모 군중을 표현하는 게 힘들다충각단이 재룡림 마을을 습격하는 모습은 이런 애로사항 때문에 생각보다 소규모로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 아쉬운 부분이다.

 

또 영상을 만드는 데 있어 다양한 팀과 연계해야 한다. 우리는 카메라 연출과 애니메이션을 만들다 보니 팀들 사이의 일정조절이 힘들다. 제작팀에서는 게임 플레이를 먼저 요구하고, 우리는 컷신 제작을 먼저 요구하다 보니 이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

 

또한 후반 작업은 사운드 팀으로 넘어가다 보니 영상에 따른 결과물 확인 작업이 힘들다. 나중에 사운드 팀에 몰래 들어가서 확인하고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웃음).

 

주요 NPC의 경우 연출과 음성 더빙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게임 속 콘텐츠로 시네마틱 영상이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나?

 

시네마틱 영상은 게임에서 치어리더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하고 유저들이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1세대 게임에서는 이런 스토리텔링이 아쉬운 편이었는데, 스토리를 영상으로 알리고 감정을 고조시킨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있다.

 

 

시네마틱 팀이 컷신 외에 환경과 NPC 연출을 한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환경연출에 대해서 말하면 <블레이드 & 소울>은 월드의 오브젝트를 건드리면 작동하고 끝이 아니라 세부적인 연출을 보여준다. NPC 역시 대화창을 독립해서 말하는 모션과 행동,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한다. 이 모든 것을 우리 팀에서 만들고 있다.

 

독립 대화창을 통해 모션과 행동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장면 중 하나.

 

 

■ 배경에 따라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

 

영상을 보면 특정한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진소아와 당여월의 싸움에서 영화 <원티드>에서 본 사격 장면이 등장한다. 의도한 것인가?

 

게임을 하다 보면 배경에 따라서 다양한 콘셉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무일봉은 복수와 다짐. 대나무 마을에서는 평화로운 마을에 들어온 외세의 침입, 대사막은 서부 활극의 모습이다.

 

이에 따른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고 친숙하게 볼 수 있는 영상을 패러디하거나 오마쥬, 클리셰 등으로 표현한다. 대사막 지역 같은 경우는 정지훈 감독의 영화 <놈놈놈>을 모티브로 삼고 시네마틱 영상을 제작했었다.

 

2차 CBT에서 화제를 모았던 진소아 VS 당여월 액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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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시네마 팀에서 특별하게 시도하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영화와 다르게 게임은 많은 장르를 할 수 있다. 게임에 녹아 있는 장르는 여러 가지다. SF나 판타지, 중세무협 등을 다양하게 넘나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외에도 MMORPG에서 리얼타임 시네마틱 제작도 프로세스가 구축되면서 빠르게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개인적인 소망이다.

 

 

게임에서 모션이 없는 경우 따로 제작하나? 또 성우와 관련해서 한국어로 더빙하는데 해외 작업도 같이 하는지 궁금하다.

 

캐릭터와 배경은 가급적 게임의 리소스를 사용하지만 애니메이션은 다른 부분이 있어 자체제작하는 것도 있다. 이 경우에는 모션캡처를 활용하는데, 무협의 기본동작 등 액션의 80%는 모션캡처를 하고 있다. 그 외에 하늘을 날아다니는 등의 실제로 하기 힘든 행동은 키 애니메이션 작업을 병행한다.

 

기본적인 영상의 움직임은 대부분 모션캡처를 통해 만들어졌다.

 

 

앞서 영상을 통해 감정을 살린다고 했는데 어떤 특별한 작업이 있나?

 

테크 시네마 팀에는 페이셜(캐릭터의 표정)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사람이 있다. 영상에서 행동과 감정에 따른 표정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이를 통해 감정선을 살리고 있다.

 

 

요청받은 영상 중에서 가장 황당했던 것과 기억에 남는 것은?

 

가장 황당했던 것은 제작할 수 없었던 것이다. 대규모 군중 장면이 대표적으로 지금도 이런 것은 자제를 시키는 편이다. 기억에 남는 것은 무일봉에서 벌어지는 홍석근 사부의 죽음이다(도입부). 7분의 런닝타임을 갖고 있는데 처음에 개발팀 내부에서는 갑론을박이 있었다.

 

너무 길어서 스토리와 플레이에 대한 흥미를 잃는다는 의견과 초반에 감정을 고조시킨다는 의견이 오갔다다행히 7분의 영상이 다 들어갔고, 유저들의 반응도 좋아서 기억에 남는 영상으로 꼽히고 있다.

 

홍석근 사부의 죽음. 튜토리얼의 마지막을 장식한 7분짜리 영상이 압권이다.

 

 

■ 앞으로 더 재미있는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

 

콘솔에서는 실시간 영상이 발전하고 있는데, MMO에서는 새로운 시도다. 플랫폼에 따라 다른 관점이 있나?

 

콘솔은 하드웨어 사양이 확정돼 있어 영상 제작이 비교적 자유롭다. 하지만 PC는 사양의 변동 폭이 커서 미니멈을 정해 놓는다. 때문에 높은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는 부분과 아닌 부분이 있다. 아쉬운 대목이다.

 

연출 측면에서 본다면 콘솔은 유저가 주인공이고 한 명의 캐릭터로 고정돼 영상에서도 주인공으로 활약할 수 있다. 반면에 <블레이드 & 소울>처럼 MMO에서는 다양한 종족에 따라 주인공을 화자로 등장시킬 수 없어 관찰자의 시점으로 보여주는 편이다.

 

3인칭 관찰자의 시점으로 보게 되는 <블레이드 & 소울>의 영상들.

 

 

다른 게임의 영상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갓 오브 워 3>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게임 플레이와 시네마틱 영상의 어울림이 거의 완벽에 가깝다. 우리도 <블레이드 & 소울>을 시네마틱 영상과 게임의 플레이가 너무 독립적으로 보이지 않고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영상 하나를 제작하는 데 드는 시간과 인원은?

 

시간으로 말하면… 30분의 영상을 제작한다면 6~7개월이 필요하다. 아웃소싱도 하기 때문에 스케쥴 관리가 필요하다. 인원은 내부 팀에서 모든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외부인력을 포함해 50~60여 명이 참여한다고 보면 된다.

 

 

 

현재 멋진 영상을 한 번 보면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 아쉬움은 없나?

 

현재 다시보기 기능은 개발팀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유저들이 영상을 100% 보고 가면 좋겠지만 플레이에 방해가 된다면 건너뛰어도 된다고 본다. 1명의 유저라도 제대로 봐주면 감사할 뿐이다. 영상이 플레이에서 감초 역할을 한다면 만족한다.

 

 

화제가 되는 영상 대부분에 선정적인 복장을 한 여성이 나오는 느낌이다.

 

내 취향이 반영된 부분이 있을 것이다(웃음). 사실 김형태 아트디렉터의 화풍에 따라서 이를 최대한 반영할 수 이도록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영상에 나오는 리소스는 모두 게임에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화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3 CBT OBT를 기다리고 있는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2 CBT에서 보여준 것보다 더 멋진 영상을 준비하고 있다. 아마도 3 CBT에서는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내부적으로 제작 중인 영상의 분량은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더 많고 재미있다. 앞으로 즐길 유저분들이 이를 꼭 봐주었으면 좋겠다.

 

3차 CBT에서 선보일 당여월 영상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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