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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II 크로니클3 플레이 동영상의 뒷 이야기

엔씨소프트 스튜디오 E&G 활철웅 그래픽 팀장 인터뷰

국순신(煙霞日輝) 2005-03-11 00: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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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기간 3주일. 등장인물 40명. 총 400GB.

 

수치만 놓고 따지자면 왠만한 디지털 독립영화나 잘나가는 뮤직비디오 수준이라고 말할만한 분량이다. 이는 불과 2분 43초짜리 동영상에 투입된 인력과 데이터다. 지난 2월 23일에 공개한 '리니지II  크로니클3:눈뜨는 어둠'의 플레이 동영상이 그 주인공이다.

 

이 동영상은 '크로니클3'의 핵심 업데이트 내용인 여명과 황혼, 두 진영이 심연의 성모 릴리스와 성화의 불꽃 아나킴을 노리는 불꽃튀는 경쟁을 빠른 화면전개로 보여주고 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국내에 상륙한 뒤, 리니지2의 대규모 업데이트라는 점에서 이번 동영상은 그 첨병으로서 의미가 있다.

 

여기에서 더 주목받는 건 바로 순수 게임플레이 동영상만으로 제작됐다는 점이다. 기존 게임 동영상은 소프트웨어 데모버젼에 빗대어지곤 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 하다.

 

동화속 판타지 세계로 빨려들어가는 수려한 풍경속에서 화려한 무기와 갑옷을 장착한 캐릭터가 움직이는 모습에 게이머들은 눈을 뗄 수 없었다. 정작 게임을 하면 모내기를 하듯 배경에 빨려들어가는 캐릭터를 보고 있노라면 '이 게임을 내가 왜 접속했나'라는 후회가 물밀듯 밀려드는 경험을 한번쯤은 간직하고 있으리라.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온라인게임이 렉게임이란 오명을 갖고 있는 지금, 순수 게임플레이 동영상으로 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게임에 대한 자신감이 녹아들어갔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이 동영상 제작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엔씨소프트 스튜디오 E&G 리니지2 라이브팀을 맡고 있는 황철웅 팀장을 찾아갔다.

 

밤샘 작업을 마치고 집에서 한숨 자다가 왔다는 그. 긴머리에 가죽점퍼를 입어 한눈에 게임그래픽 디자이너임을 알 수 있었다. 이 작품을 만드는데 얼마나 걸렸을까? 그에게 대뜸 제작기간을 물어봤다.

 

"촬영에 앞서 시나리오를 짜고 기획 준비하는 데 일주일이 걸립니다. 그리고 실제 촬영은 그 이후에 진행되지요. 그게 또 일주일. 마지막 편집과 보정작업을 끝내는 순서로 이뤄져 있습니다. 대략 3주일 정도 소요되지요."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내용을 구성하고 업데이트의 주요 특정을 뽑아낸 다음, 이게 영상으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아보는데 1주일이 걸린다고 한다. 게다가 실제 게임플레이로 구현할 수 있는지의 여부도 이 때 점검한 뒤 본격적인 촬영을 개시한다.

 

그가 설명하는 리니지II 동영상 제작은 영화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어쩌면 단시간내에 게임의 주요 기능을 빠른 화면전환으로 보여주는 게 뮤직비디오에 더 적합하게 다가온다.

 

그래픽팀원들이 게임 테스트서버에 접속, 캐릭터들이 배우가 됐다. 그래서 등장인물이 40명이란 말이 생기게 된 것이다. 황 팀장은 각 씬마다 팀원들에게 맡은 역할을 설명해주고 신호에 맞춰 팀원들이 자판을 누르면 된다. 그렇다면 NG는 어떻게 날까? 캐릭터들이 실수할 리는 없을테고 사람들이라 실수한 게 있을 법도 하다.

 

그는 이번 동영상속에 NG장면이 들어가 있다고 털어놨다. 바로 맨 마지막 부분이다.

 

자막도 지나간 동영상의 끝부분. 와이번이 하늘을 나는 이 장면에서 캐릭터가 와이번에서 떨어진다. 내내 진지했던 동영상에서 마지막 NG 한장으로 반전을 보여줬다. 게임이용자라면 다들 '피식~'정도는 날리지 않았을까?

 

"보통 하나의 장면을 찍는데 5∼6번 정도 재촬영을 합니다. 각자 고유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죠. 이중 배경음악에 잘 맞는 장면을 골라내야 합니다. 이 장면도 마찬가지였어요."

 

캐릭터를 태운 와이번이 멀리 날라간 다음, 그는 다시 돌아오라고 말을 했다. NG가 아니라면 그는 돌아왔어야만 했다. 와이번을 탄 캐릭터가 너무 긴장했던 탓일까? 되돌아가는 버튼을 누른다는 게 그만 와이번에서 내리는 버튼을 누르고 말았던 것이다.

 

"이 장면을 놓고 고민했습니다. 결론은 와이번이 하늘을 나는 장면을 2초 정도 더 늘이기로 했습니다. 이 '크로니클3'의 동영상은 촬영하기 쉬운 편이었습니다. '크로니클2'는 어려웠어요."

 

그 장면은 바로 캐릭터들이 모여서 춤을 추는 부분이다. '크로니클2' 동영상 1분 56초에 나온다. 리니지II의 꽃미녀 엘프 10명이 우아하게 춤을 추는 다음, 빨간 드워프 5명도 춤을 춘다.

 

빨간 드워프는 잘 보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춤을 춰야 하기 위해서는 모두 신호를 맞춰야 했다. 단체로 줄맞춰 춤을 추는 만큼 제때 버튼을 눌러주는 센스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자를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이라는 신호에 맞춰 버튼을 눌러야 했다.

 

"드워프의 경우, 유부남 5명이서 박자에 맞춰 버튼을 눌렀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웃기는 장면이네요."

 

 

 

 

여기에서 드는 의문점 하나. 동영상의 화질이 너무나도 깨끗하다는 거다. 실제 게임을 해보면 그 정도의 고화질의 동영상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별도의 장비를 둬서 촬영하는 게 아닐까?

 

이 동영상은 여러명이 동시에 녹음을 한다고 한다. 등장인물이 몇명 없을 때는 지포스 FX 시리즈도로 충분히 가능하지만 등장인물이 많은 대규모의 장면에서는 애슬론 6600GT를 사용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촬영 데이터는 '크로니클2'가 200GB 정도이고 '크로니클3'이 400GB입니다. 실제 사용하는 데이터는 전체 5% 정도에 불과하지요."

 

이 동영상의 배경은 바로 테스트서버. 몬스터를 임의로 소환할 수 있으며 아이템이나 의상을 촬영장소의 분위기에 따라 바꿀 수 있다. 게다가 이 곳에서는 특정 위치에 카메라를 설치할 수도 있어 다양한 각도화 회전 장면들이 구현할 수 있다. 일반 상용 서버에서 이런 장면을 찍으면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주기 때문이라는 게 또다른 이유다.

 

그가 이번 동영상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게 뭘까? 마지막으로 그에게 물어봤다.

 

"이번 동영상에서는 온라인게임도 콘솔게임에 못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플레이 장면 뿐만 아니라, 콘솔게임은 등장인물이 1명에 불과하지만, 온라인게임은 여러명이 동시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게임만의 차별점을 부각시키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