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 정준호가 독특한 화풍의 신작 <린: 더 라이트브링어>와 함께 돌아왔다.
펄사 크리에이티브 정준호 대표는 한국 게이머들에게 <리니지2>의 아트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그가 그린 <리니지2> 일러스트는 섬세한 묘사와 몽환적인 색감, 세련된 그림체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00년대 활발한 창작 활동을 했던 그는 2010년대, 엔씨소프트에서 비주얼 그룹 실장으로 관리 일을 하며 일선에서 점점 멀어졌다.
그런 그가 오랜만에 직접 그린 다수의 일러스트, 신작과 함께 신생 개발사의 대표로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아티스트로서 남부러울 것이 없었던 그는 왜 관리 일을 그만두고 스타트업의 대표가 된 것일까? 신작 <린: 더 라이트브링어>에서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일까? 펄사 크리에이티브의 정준호 대표, 김대환 이사의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정리했다.
오른쪽부터 펄사 크리에이티브 정준호 공동대표, 김대환 이사(린: 더 라이트브링어 PD)
# 정준호 "린 덕분에 그림 그리는 행복을 다시 깨달았다"
디스이즈게임: 처음에 펄사 크리에이티브를 세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많이 놀랐다. 원화가로서 남부럽지 않은 커리어를 쌓고 있었고, 또 회사 설립은 작은 일이 아니니까. 왜 직접 회사까지 세우며 게임을 만들려 했나?
정준호: 오히려 원화가로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고민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웃음) 대충 5년 전이었던 것 같다. 대형 게임사들의 신규 프로젝트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 개발자는 물론, 원화가도 프로젝트가 있어야 자신을 빛낼 수 있다. 물론 그 때 나는 관리 일을 하고 있었지만, 그런 환경에서 원화가로서 얼마나 더 오래 활동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물론 회사에서 나를 아껴 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그분들의 마음과 별개로, 내가 원화가로서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많이 고민되더라. 더군다나 그 때 나는 원화가라는 일에 재미를 잃어 가던 시기기도 했다. 실무에서 멀어져 관리 일을 시작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어떤 의미에선 심적으로 내몰려서 창업을 결심한 것 같기도 하다.
왜 원화가 일이 싫어졌나?
정준호: 나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다 보니 캐릭터가 무작정 '소비'되는 것을 싫어한다. 근데 그 때는 '차라리 소비되는 것이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땐 소비될 캐릭터조차 그리지 못했으니까.
당시 대세는 PC MMORPG였다. 정확히 말하면 원화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사실상) 그것 밖에 없었지. 그런데 기술이 발달하고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이 발전하며 캐릭터를 그리는 의미가 점점 사라졌다. 콘셉트 잡히고, 그 뒤에 좋은 엔진과 모델라면 있으면 원화가 그림이야 아무래도 좋은 환경이 됐지. <블레이드&소울> 같은 독특한 사례가 아닌 이상 대부분 그랬다.
원화가가 어떤 고민을 하며, 어떤 설정으로 이 캐릭터를 만들었는지가 별 필요 없어지는 시대였다. 원화가의 일은 캐릭터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장비를 디자인하는 쪽으로 흘렀고. 물론 이것도 의미 있는 일이고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내가 여기에 흥미를 못 느끼겠더라. 그래서 차라리 소비라도 되는 것이 행복하단 생각이 들었던 것이고. 소비되려면 생산이라도 해야 하니까.
'정준호'라는 이름을 알렸던 게임 <리니지2>
그럼 굳이 게임회사를 세울 필요 있었나? 원화가라면 게임 말고도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준호: 2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원화가로서 게임만한 산업이 없다. 상업 미술을 한다면 그나마 대안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웹툰'인데, 이쪽은 이름값에 비해 벌이가 굉장히 불안정하다. 반면 게임은 어느 정도 산업이 자리 잡혀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게임 지망하지 않던 친구들도 이쪽으로 많이 온다.
당장 나만 하더라도 원래 만화가 지망생이었는데, 게임 업계에서 아르바이트 하다가 돈 맛 보고 자리 잡은 케이스다. 그 때 만화 원고 한 페이지에 2만 5천원, 컬러 원고는 7~8만원을 받았는데, 여기선 채색 그림 한 장이 10만원이었거든. (웃음)
다른 하나는 무지했다. 그 땐 회사 차리고 게임 만든다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웃음) 또 원화가인 내가 모바일의 특수성도 알지 못한 채, 당시 유행하는 수집형 RPG 화풍을 만만하게 봤던 것도 있지. 솔직히 말하면 완전 오산이었다. 그 안이한 생각 때문에 프로토타입 하나 갈아 엎었다.
그럼 펄사 크리에이티브도 본인이 주도적으로 만든 건가?
정준호: 뼈대를 만든 건 내가 아니라 강재준 공동 대표다. 원래 스타트업은 기술이 있어야 하지 않은가? 강 대표는 서버 프로그래머 출신이다. 다른 사람들과 의기투합하고 나도 불러줬지. 오히려 나는 당시엔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그래서 이름 빌려주고 사외 이사로 돕겠다고만 말했고.
그런데 아무 것도 없는 스타트업에 사람들이 뭐 보고 투자했겠나? 사람들이 내 이름값을 많이 봤다. 이게 하도 많아지자, 주변에서도 도의적으로 대표 하며 온전히 이쪽에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권하더라. 또 실리적으로 강 대표가 단독으로 있으면, 나이 때문에 정부 창업 지원을 못 받는다는 이슈도 있었고. 그렇게 꿰여 여기까지 왔다. (웃음)
처음엔 2년이면 게임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투자도 2년치만 받았고. 그런데 나같이 안이하게 생각한 사람이 있었는데 게임이 그렇게 뚝딱 나올리 있나. 설상가상으로 <리니지2 레볼루션> 나오고 나서 모바일 게임에 대한 그래픽 기대치도 확 올라갔다. 만든 것 보니, 우리가 봐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다 갈아 엎고 지금의 <린: 더 라이트브링어>를 만들기 시작했다.
게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정준호 대표의 독특한 화풍이다. 솔직히 이걸 게임으로 구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정준호: 같이 일하고 있는 '윤미자 AD' 덕이 컸다. 참고로 난 일개(?) 원화가에 불과하다. 내 그림을 3D로 구현한 것 윤 AD 공이다.
<리니지2 레볼루션>이 나온 이후, 모바일게임의 화풍은 흔히 '모에풍'이라고 말하는 일본 만화 같은 화풍과 <검은사막 모바일> 등으로 대표되는 실사형 그래픽으로 양분됐다. 프로토 갈아 엎고 가만히 생각해 봤는데, 우린 이 둘 다 제대로 할 수 없겠더라. 모에풍은 내가 이쪽에 정통하지 못하니 흉내는 낼 수 있어도 마니아들까지 사로 잡을 자신이 없었고, 실사는 기술력이 안됐다.
그 쯤 윤 AD를 만났다. 나와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 만나더니 대뜸 그런 말을 하더라. 어설프게 남의 그림 따라하지 말고, 자기가 완벽하게 3D로 구현해 줄테니까 차라리 내 그림 믿고 가자고. 난 내 화풍을 3D로 못 만들 줄 알았는데, 정말 만들어 내더라. 내 화풍 3D로 만들려고 매핑 딴에서 라이팅·음영을 60~70% 가까이 집어 넣더라. 윤 AD가 아니면 내 그림이 3D화 될 일 없을 것이다.
얼핏 보면 실사풍도 아니고 모에풍도 아니다 보니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냉정히 말해 모델 퀄리티가 빼어난 것도 아니고. 하지만 내 그림이 취향 맞는다면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정준호 대표의 화풍은 호불호가 덜 나뉘는 타입 아닌가?
정준호: 그래서 임펙트도 적지. (웃음) 사실 내 그림체, 내 기조는 상업 미술에서 불리한 편이다. 딱히 야하거나 섹시하지 않거든. 성상품화가 좋다는 의미가 아니다. 하지만 상업 미술에선 그런 식으로라도 한 눈에 사람들을 사로잡는 그림체를 더 선호한다. 이쪽은 쉽게 질리더라도, 그만큼 눈길을 끌 수 있는 것을 좋아하니까.
그런데 난 이런 걸 못한다. 성향 상 맥락 없는 노출이나 섹슈얼을 싫어한다. 어떤 캐릭터를 좋아하거나 멋있게 보는 것과, 성적으로 탐하는 건 다른 문제 아닌가? 멋을 위한 노출이나 더운 곳 사는 캐릭터니 옷을 덜 입는다 정도는 괜찮은데, 누가 봐도 노린 것 같은 그림은 못 하겠더라. 덕분에 호불호는 덜 갈리지만, 화제도 잘 안된다.
그래서 처음엔 내 그림체를 메인으로 가는 것이 맞는가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런데 다들 글로벌까지 볼거면 차라리 이렇게 모두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아트가 좋겠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여기까지 왔지. 다행히 소프트론칭 때 호주 사는 분이 우리 화풍이 거부감 없어 좋다고 말하시더라. 다른 유저 분들도 이렇게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린: 더 라이트브링어> 일러스트를 그리며 오랜만에 실무로 돌아왔다. 다시 돌아오니 어떻던가?
정준호: 행복했다. 이 게임을 만들며 캐릭터를 1,000장 정도 그린 것 같다. 도와주시는 분도 있었고, 베리에이션(같은 캐릭터인데 의상이 다른 것)이 60% 정도 차지한다는 것을 감안해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정이다. 그런데 이 일을 하며 힘들거나 괴롭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었다.
오히려 다시 그림, 아니 캐릭터를 그린다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더라. 솔직히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땐 이렇게 할 생각 없었는데, 막상 그림을 그리고 나니 이 기분을 못 잊을 것 같다. 내가 아직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 린: 더 라이트브링어, '최신 수집형 RPG'가 요구받는 모든 것을 갖췄다
그림 얘기가 길었다. <린: 더 라이트브링어>를 유저들에게 간단히 소개하자면?
김대환: 정준호 대표 화풍 얘기는 충분히 많이 했으니 이제 그만하겠다. (웃음) 그것 빼고 <린: 더 라이트브링어>를 정의하자면, 요즘 시대에 걸맞은 수집형 RPG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옛날 게임들과 달리 실시간으로 속도감 있게 즐길 수 있고, 그렇다고 이야기가 빠지는 것도 아니고 수집이 어려운 것도 아닌 게임. '최신 수집형 RPG'라는 단어에 걸맞은 게임을 추구했다.
다 좋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뭐 하나 딱히 내세울 것 없다는 말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 어떤 게임도 스스로를 '퀄리티 낮다'고 말하진 않잖은가.
정준호: 설렁탕을 정말 잘 하는 맛집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이곳이 맛집이라고 치즈 설렁탕 같은 것을 팔진 않지 않은가? 그냥 설렁탕 그대로 맛있어서 맛집이다. 맛의 비결도 각 재료를 극한까지 끌어 올리고 이를 섬세하게 조율한 손맛이고.
나는 수집형 RPG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수집형 RPG가 끝물이라는 얘기는 4년 전부터 나왔다. 하지만 꾸준히 신작이 나오고 있고, 일부는 잘 자리 잡기도 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살아 있는 게임 보면 왜 잘되고 있는지 명확하다. 어느 하나가 특출나서가 아니라, 시스템이 두루두루 좋고 유기적으로 잘 연결돼 있다. 반대로 어느 하나만 특출나게 내세운 게임은 다른 것 때문에 금방 뒤쳐졌다.
그래서 우리는 <린: 더 라이트브링어>를 만들 때도 어느 하나만 날을 세우기보단, 시스템 전반의 퀄리티를 높이고 이게 유기적으로 순환하게끔 만들었다. 나는 오히려 요즘같은 시대에 어느 하나만 특출나거나 특이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세븐나이츠>가 여전히 인기 있는 것은 끝없는 보강을 통해 전투, 스토리, PVP, 수집 등의 요소를 발전시키고 유기적으로 연결시켰기 때문 아니겠는가.
김대환: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고민 없이 옛날 시스템만 갈고 닦았다는 얘긴 아니다. 요즘 시대에 맞는 전투, 요즘 시대에 맞는 수집, 요즘 유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위해 많이 고민했다.
우리 목표는 수집형 RPG를 즐겼던 사람이라면 쉽게 <린: 더 라이트브링어>에 적응하고, 떠나려고 하면 옛날 즐겼던 수집형 RPG는 더 못하겠어서 다시 복귀하는 게임이다.
좋다. 그럼 어떤 고민을 했는가?
정준호: 일단 '실시간 전투'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보통 수집형 RPG는 턴제 전투를 많이 사용한다. 전략성도 전략성이지만, 연출에 힘을 줘 캐릭터의 매력을 잘 드러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전투가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스킬 쿨타임은 실시간으로 줄어들고, 전황에 따라 캐릭터들의 진형도 바뀐다. 턴제보다 더 역동적인 전투가 연출되는 셈이다.
우리는 이게 요즘 젊은 유저들에게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일본식 RPG, 콘솔 게임, 머드 게임을 즐겼던 사람이라면 턴제 게임이 더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 유저들은 대부분 <월드오브워크래프트>나 <리그오브레전드>로 게임을 시작하지 않았는가? 실시간이라 처음엔 조금 정신 없을 순 있겠지만, 한 번 적응하면 오히려 턴제 전투가 답답하다고 느낄 것이다. 이건 나 같은 올드스쿨 게이머도 마찬가지고.
김대환: 실시간 전투의 핵심은 내가 바로 무언가에 반응하고 대응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린: 더 라이트브링어>는 스킬 쿨타임이 전반적으로 짧은 편이다. 또 파티에 최대 5명의 캐릭터가 들어갈 수 있어 선택지(스킬 수)도 많다. 전략성은 놓치지 않으면서도, 실시간 특유의 다이내믹함을 살리려고 많이 노력했다.
실시간 전투면 그냥 초반에 대미지 딜링 스킬 다 사용한 다음 쿨타임만 기다리는 전투가 되는 것 아닌가?
김대환: 아니다. (웃음) <린: 더 라이트브링어>의 전투는 적의 행동을 잘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준 차이가 많이 나는 곳이라면 모르겠지만, 강함에 걸맞은 스테이지는 스킬을 낭비하지 않고 적시적소에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시간 전투라고 해도, 정신 없는 난전을 추구하진 않는다.
정준호: 또한 캐릭터마다 '라인 패시브'가 있어, 전투 전 캐릭터를 어떻게 배치하느냐도 중요하다. 게임을 하다 막히더라도, 피아의 캐릭터와 진형만 잘 연구해도 어렵지 않게 뚫을 수 있을 것이다. 전투 중 유저의 실시간 대응도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 않게 전투 전 전략적인 파티 구성과 진형 배치도 중요할 것이다.
그래봐야 좋은 고등급 캐릭터 얻으면 다 끝나는 것 아닌가? 수집형 RPG는 특정 캐릭터 하나로 인해 메타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더라.
김대환: 현재 소프트론칭 중인데, 정준호 대표가 무과금으로 랭킹 최상위를 유지 중이다. 물론 운 좋게 좋은 캐릭터를 얻은 덕도 있지만, 그래도 무과금으로 열심히 한다면 최상위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 좋은 답이 되지 않을까?
정준호: 물론 무과금으로 거기까지 올라가려면 게임을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 요즘엔 이거 지키려고, 술 먹어도 '숙제'는 다 끝내고 잔다. (웃음) 아무튼 돈을 쓰면 빨리, 쉽게 강해진다는 것을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과금·소과금 유저가 좌절만 하는 게임은 아닐 것이다.
수집형 RPG는 캐릭터 획득이 '운'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이것 때문에 원하는 파티를 못 짜거나 부정적인 게임 경험을 하는 사례도 많다. 이건 돈을 써도 쉽게 해결되는 게 아니고.
김대환: '거래소'를 통해 원치 않는 캐릭터를 다른 유저에게 팔 수 있고, 반대로 내가 원하는 캐릭터를 구매할 수 있다. 거래소라는 확실한 수단이 있기 때문에, (확률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면) 다른 게임보다 원하는 캐릭터를 얻긴 더 쉬울 것이다.
아, 참고로 거래소는 캐릭터 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처럼 장비도 사고 팔 수 있는 공간이다.
앞서 스토리 측면에서도 많이 신경 썼다고 얘기했다. 솔직히 '우린 스토리가 별로입니다'라고 말하는 게임은 없는데, <린: 더 라이트브링어>의 스토리는 실질적으로 어떤가?
정준호: 스포일러 피해 잘 설명하라는 말로 받아 들이겠다. (웃음) 결국 게임에서 스토리가 하는 것은 유저에게 게임을 하는 이유, 만약 게임이 어떤 곳으로 가라고 한다면 '내가 왜 가야 하는가' 납득시키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옛날 패키지 게임이 이런 것을 정말 잘 했지.
우리도 패키지 게임처럼 유저가 게임을 하며 상황과 흐름을 '납득'할 수 있도록 공을 많이 들였다. 시스템이 시켜서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라, 유저가 게임을 하며 자연스럽게 거기를 가야할 이유를 알게 되고 느끼게 되는 스토리다.
우리 스토리는 전통적인 동화 느낌이다. 뭔가 색다른 맛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오서독스한 면 때문에 다양한 유저층이 두루 즐기고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안에서도 깊이 있고 굴곡 있는 이야기가 펼쳐지니,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충분히 몰입하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김대환: 스토리를 위해 연출도 많이 공들였다. 오픈 버전에선 이야기가 9챕터까지 제공되는데, 이 안에서 흔히 '시네마틱 영상'이라고 부르는 것만 10여 개다. 인게임 리소스를 활용한 연출은 훨씬 더 많고.
# 스트레스 없이 즐길 수 있는 수집형 RPG를 꿈꾼다
지스타 2018 때 시연 버전을 처음 공개했다. 유저들 반응이 어떻던가?
정준호: 솔직히 말하면 거의 못 받았다. 그땐 넥슨 부스에 워낙 쟁쟁한 게임이 많아서…. (웃음)
대신 넥슨 사업팀이 정말 심혈을 기울여 피드백 주시더라. 정말 냉철하고 합리적인 피드백을 많이 줘서 게임을 다듬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나는 이런 피드백이야 말로 퍼블리셔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도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대형 퍼블리셔는 우리 같은 스타트업과 달리, 서비스 경험도 많고 가지고 있는 데이터도 많으니까 이런 피드백이 정말 큰 도움이 된다. 요즘 같이 경쟁 심한 때엔 이 피드백 하나 하나가 정말 귀하다.
김대환: 정준호 대표가 아티스트로서 워낙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정 대표 그림 보고 기대한 채 우리 게임을 하면 실망한 케이스도 여럿 있었다. 정 대표 이름값과 달리, <린: 더 라이트브링어>는 AAA급보단 모두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수집형 RPG로 기획됐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면 우리 역량이 부족한 것도 많다.
그래도 넥슨의 피드백, 그리고 소프트론칭 이후 받고 있는 피드백 덕에 게임이 많이 바뀌었다. 지스타 때 <린: 더 라이트브링어>를 체험하신 분도 정식 오픈 버전에선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피드백을 받았고 어떻게 바뀌었나?
김대환: 전투가 실시간 방식이다 보니 전황을 파악하기 까다롭다거나, 캐릭터 스킬 연출이 잘 부각 안된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이런 것은 무엇 하나를 바꿔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이걸 이루는 모든 요소를 하나 하나 갈고 닦으면서 해결해야 하는 이슈다. 그래서 지스타 이후 연출 시간이나 카메라 워킹, 폰트, 프레임 유격 등을 계속 폴리싱하며 다듬었다. 뭐가 바뀌었다고 콕 찝긴 힘들지만, 지스타 버전을 하신 분이라면 최신 버전 플레이 영상만 봐도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지인 중에 캐릭터 등신대에 대해 피드백을 얘기한 적이 있었다. 화풍만 보면 8등신 캐릭터가 즐비할 것 같은데, 일부 5~6등신 캐릭터가 보여 놀랐다고.
정준호: 최초엔 지금보다 캐주얼한 게임을 지향해 그 때 흔적이 일부 남아 있는 것 같다. 초기 지향점이 그렇다 보니 나도 캐릭터를 회화적으로 많이 그렸고. 초기 버전엔 코가 없는 캐릭터도 많이 있었다. 게임 방향이 바뀐 이후엔 극화풍이 강해져 이런 게 많이 없어졌지만. (웃음)
개인적으로 (극화풍으로 그려도) 6~8등신의 현실적인 등신비를 추구하기 때문에, 이른바 '모델 체형'처럼 늘씬한 캐릭터가 없는 것도 이런 느낌을 강화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픈 버전에선 콘텐츠 볼륨이 얼마나 될까?
정준호: 캐릭터는 몬스터 포함해 약 120여 개가 제공될 예정이다. 사실 준비된 영웅(≠ 몬스터)만 100개 이상 있긴 한데, 오픈 땐 기획적으로 서서히 가자는 의견이 있어 전략적으로 일부 캐릭터만 추려 선보이려 한다. 그래도 쌓아 놓은 것이 많으니 업데이트 걱정은 별로 없다. (웃음)
수집형 RPG는 새 캐릭터가 곧 콘텐츠이기 때문에 캐릭터 추가도 지속적으로 있을 예정이다. 그렇다고 기존 캐릭터를 무작정 소모하거나 버리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게임이 궤도에 오르고 유저 분들 성향도 파악되면, 과거 캐릭터를 스토리에서 다시 활용해 부각시키더나 게임 상에서 특별한 역할을 부여해 재조명하는 식의 케어도 있을 것이다.
김대환: 콘텐츠 적으로는 깊이 있는 이야기와 이를 강화하기 위한 각종 연출, 그리고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스테이지·레이드·PVP 전투가 제공될 예정이다. 추가로 캐릭터도 얻을 수 있는 거래소도 있다.
유저들이 <린: 더 라이트브링어>를 플레이하며 이거 하나는 꼭 보고 갔으면 하는 게 있다면?
정준호: 이번엔 원화가로 참여해서 그런지, 그쪽에 주안점을 주고 플레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대표의 말치곤 너무 사심 섞인 소원인가? (웃음)
김대환: 한국의 수집형 RPG는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인식이 강한데, 우리 게임을 플레이할 땐 스트레스 없이 부담없이 플레이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스토리 연출에 공 많이 들였으니 '스킵' 없이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린: 더 라이트브링어>에 대한 많은 관심과 사랑, 피드백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