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인딩 기어 게임즈(GGG)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국내 퍼블리싱을 맡은 <패스 오브 엑자일 2>를 향한 관심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스팀 플랫폼 기준 서비스 4일 차인 오늘까지 최대 48만여 동시 접속자를 기록하는 등, 주말 동안 집계된 최대 접속자의 80% 이상이 주중에도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게임을 둘러싼 의견이 칭찬 일색인 것만은 아니다. 특히 타 ARPG 대비 어려운 난이도, 그리고 장르의 백미인 ‘아이템 획득’의 쾌감이 덜하다는 것이 주된 문제로 꼽힌다. 후자의 경우 어제 발 빠른 패치가 이뤄졌지만 이에 대한 유저 반응까지 확인하기 위해선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 이로 인해 얼리액세스 접속 권한 패키지 구매를 아직 망설이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국내외 ARPG 전문 유튜버들은 <패스 오브 엑자일 2>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게임의 단점이나 특징, 그리고 게임의 ‘접근성’에 대해 비슷한 감상과 평가를 내린 점이 눈에 들어온다. 몇 가지 영상을 꼽아 정리해 봤다.
전편인 <패스 오브 엑자일>부터 관련 방송을 이어 오며 이번 출시를 앞두고 카카오게임즈의 체험 행사에 초청받기도 한 유튜버 엠피스는 <패스 오브 엑자일 2>를 평가할 때 1편과의 분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게임의 난이도에 대해 여론과 조금 대조되는 시각을 밝힌 것이 눈에 띈다.
엠피스는 ‘1챕터에서만 보스를 약 8~9마리를 만난 것 같은데, 그중 전혀 예상 밖의 패턴을 보여주는 보스는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것은 “1%씩이라도 계속 강해지려고 노력할 때의 이야기”라는 단서를 달았다. 체험 분량 내내 장비를 살피면서 가능할 때마다 업그레이드를 계속한 것이 보스 공략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
그가 말하는 두 번째 공략 포인트는 ‘다버튼 플레이’다. <패스 오브 엑자일> 및 기타 ARPG에는 하나의 스킬 메커니즘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원버튼 플레이’가 인기를 끄는 편이다. 그러나 <패스 오브 엑자일 2>에서는 “다버튼 플레이가 필수”라고 그는 설명한다. 실제로 스킬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사냥속도가 확연히 달라지는데, 이것은 스킬끼리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게임이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전했다.
마지막으로 영상 말미에서는 ‘전작과 비교는 하지 않길 바란다. 근본적으로 다른 게임이어서 1편과 2편을 불가피하게 분리한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전작과 이번 작품을 비교한다면 구조적으로 단점만 보이기 쉽다”고 이야기했다.
엠피스와 마찬가지로 카카오게임즈 초청으로 체험행사에 참여했던 스트리머 게이머비누 역시 의견을 밝혔다. 출시 3개월 전, 체험 버전 감상을 설명하는 영상에서 적 공격을 피하고, 스킬 콤보를 만들고, 딜 사이클에 익숙해지고, 보스 패턴을 파악해 공략하는 모든 과정이 재미있었다고 전했다.
게임의 첫인상에서 느껴지는 진입장벽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우선 <패스 오브 엑자일>과 비교해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복잡한 패시브가 많이 존재하고 빌드 구성의 자유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신 초반에 주어지는 선택의 폭이 좁기 때문이다.
가령 <패스 오브 엑자일> 1편은 초반부터 ‘딜링’ 혹은 ‘생존’의 두 가지 방향성 중 하나를 고르는 것 이상으로 하위 선택지가 많았지만, <패스 오브 엑자일 2>의 경우 15레벨 정도에 도달할 때까지도 빌드 선택지가 2~3개 정도로 좁게 유도되는 인상이라고 그는 평가했다.
더 나아가 잘 마련된 튜토리얼 덕분에 별도 가이드가 없이도 게임플레이가 가능했던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스킬을 획득할 때 사용하는 ‘미가공 스킬젬’의 편의성도 짚었다. 액티브 스킬의 선택폭을 초반에는 3가지 정도로 적게 주는 데다가 각각에 영상 설명까지 붙어있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는 것.
이렇게 선택지가 좁다면 1편의 높은 자유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지 염려될 수 있다. 게이머비누는 그러나 정식 버전 기준 36개의 상위 클래스가 존재하는 데다 후반부로 가면 결국 스킬 선택지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빌드 다양성은 결국 확보될 것으로 예측했다.
스킬 세팅, 혹은 딜 사이클을 세팅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앞선 엠피스와 유사한 의견을 밝혔다. 게이머비누는 1편과 달리 스킬의 콤보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며, 보조젬만으로 스킬의 딜을 끌어올리기가 너무 어렵다고 평가했다.
투사체를 3개로 늘리는 등의 강력한 보조스킬에는 여지없이 30~40%에 달하는 피해 감폭 옵션이 붙어있거나, 스킬에 쿨타임이 생기는 등의 패널티가 붙기 때문이다. 이에 게이머비누는 “콤보를 먼저 만든 뒤 아이템을 맞추는 식이 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한, 아이템과 재화가 충분하다면 나중에는 원버튼, 제로버튼 빌드도 가능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게이머비누는 ‘초반에도 스킬 세팅만 잘하면 핵&슬래시 장르의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며, 이번 게임이 기존 <패스 오브 엑자일> 유저의 절반 정도를 흡수하고, 그보다 훨씬 많은 새 유저를 유입할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캐릭터가 강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이 직접 강해지는 경험을 즐기는 사람에게 게임을 추천한다고 이야기했다.
<패스 오브 엑자일>, <디아블로 4> 등 주요 ARPG 및 기타 온라인 게임을 중심으로 다루는 33만 구독자 보유 해외 유튜버 ‘다스 마이크로트랜잭션’(DM)이 업로드한 ‘<패스 오브 엑자일 2>현 상황 - 아주 솔직한 리뷰’ 영상은 약 40만 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다.
해당 영상에서 DM은 우선 게임의 뼈대가 아주 잘 만들어졌다며 획기적(Phenomenal)이라고 평가했다. 더 나아가 전반적 비주얼과 음악, 음향이 모두 훌륭하며 튜토리얼이 잘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장점으로 꼽았다.
앞선 국내 유튜버들과 마찬가지로 패시브 스킬이 보기보다 1편에 비해 간단해졌다는 사실도 짚었다. 자신의 디스코드 채널 등에서 팬들이 <패스 오브 엑자일 2>에 대해 이야기한 바를 종합하면서, 아무런 플레이 경험이 없는 유저들도 2편에는 더 잘 적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솔직히 말해 생각보다 빌드 선택지가 다양하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한편 DM은 게임이 극복해야 할 단점도 다수 언급하며 이목을 끌었다. 그가 지적한 가장 큰 문제는 고급 아이템 획득의 과정이다. <패스 오브 엑자일 2>에서 고급 아이템을 얻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희귀도 높은 아이템을 직접 습득하거나, 쓸만한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문제는 게임이 양쪽 방법을 모두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DM은 평가했다. 레어 아이템의 드롭 확률이 높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이템 업그레이드에 사용되는 ‘오브’ 형 재화가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 특히 희귀 아이템의 옵션을 높여주는 ‘엑잘티드 오브’의 경우 캠페인을 3장까지 마치는 동안 하나도 얻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것이 개발진의 의도에 어긋나는 비정상적 상황이라는 점이다. DM은 “개발진이 출시 전 대담에서 ‘게임을 끝내도록 엑잘티드 오브 하나도 얻지 못했다면 우리 밸런싱은 망한 것’이라고 했었는데, 그게 현실이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DM은 이러한 드롭 확률 때문에 게임의 중요 시스템인 ‘아이템 업그레이드’ 시스템을 유저들이 이용할 기회 자체가 원천적으로 박탈되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게임을 쉽게 만들자는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나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저들에게 강해질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게임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했고, 그중 일부가 이미 실현됐다는 점이다. 영상 말미에서 그는 “개발진의 기존 인터뷰 내용, 나와 나눴던 소통의 내용, 그리고 그간의 피드백 수용 자세를 볼 때 재화 아이템 드롭 등 인게임 이슈는 고쳐질 것으로 보인다. 맞는 수치를 찾고 있는 단계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10일 개발진은 DM이 언급한 이슈 대부분을 고치는 패치를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