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스팀 덱으로 연일 화제다.
고사양 PC 수준의 휴대용 기기로 스팀을 어디서나 즐길 수 있다는 매력은 아직 발매를 안했음에도 여러 전망과 분석이 나오고 있을 정도. 스팀은 237개 국가 21개 언어로 서비스, 약 30억 개 이상의 게임을 최대 2,200만 명이 동시에 즐기는 ESD(전자 소프트웨어 유통망)로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스팀 덱은 5개월 뒤인 12월 출시된다. 그럼에도 유저들의 호응에 512GB 모델의 경우 무려 2022년 3분기에나 받을 수 있을 정도다. 스팀 덱 출현은 이런 열기에 힘입어 아직까지는 스팀의 세력 확장에 가속도를 붙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과연 스팀 덱은 성공할 수 있을까?
밸브는 스팀 덱을 통해 단순히 휴대용 스팀전용 하드웨어 시장이 아닌 그 이상의 미래를 그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바로 '스팀의 대규모 유입'을 통한 ESD 시장의 천하통일 말이다. 물론 스팀 덱이 성공한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밝혀진 내용들을 기반으로 스팀 덱의 흥행을 전망해봤다. 기기의 기능, 상세 스펙 등은 아래 관련기사를 참고하자.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스팀 덱의 발표 이후 게임계는 열광 또는 혼돈과 기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시점에서 본다면 긍정과 부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디스이즈게임 편집국에서도 이에 대한 수많은 논의가 오갔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나 전망은 나오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각각의 시선과 생각을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답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두 명의 기자가 각자의 다른 생각으로 스팀 덱의 목적과 게임계를 전망해봤습니다.
※ 관련기사
[기자수첩] 스팀 덱은 밸브의 전략 무기. 목적은 스팀 제국의 확대 (현재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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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 덱이 유저들에게 호응을 얻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엄청난 수의 라이브러리를 보유한 스팀을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독점은 없지만 독점에 버금가는 ESD 플랫폼이자, AAA급 게임부터 인디 게임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스팀이 다른 ESD와 차별화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이 방대한 콘텐츠의 양이다. 스팀 덱은 여기에 '공간의 제약'을 풀어 압도하겠다는 전략 무기로 볼 수 있다.
지금도 많은 유저가 PC로 스팀을 이용하고 있지만, 스팀 덱을 통해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면 더 많은 유저 유입을 예상해볼 수 있다. PC 외에 다른 대체제가 마련된 것으로 이는 저변 확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밸브는 스팀 덱에 대해 '스팀에 최적화된 휴대용 PC'라 부르고 있다. 최소 2시간, 최대 8시간까지 플레이 할 수 있어 밝혀진 수치로 따지면 준수한 축에 속한다. 배터리가 개선된 닌텐도 스위치의 경우 4.5시간~9시간으로 밝히고 있다.
성능은 대략 PS4, Xbox One 등과 같은 8세대 콘솔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유로게이머는 하드웨어는 휴대용 기기 중에서는 동급 최고 수준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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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 덱의 매력은 단순히 '휴대용'이라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밸브는 스팀 덱(OS 포함)을 두고 '오픈 플랫폼'으로 규정했다. 즉 외부에서도 스팀 덱을 가지고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스팀 OS를 지우고 윈도우를 설치하거나 에픽게임즈 스토어나 유비소프트 커넥트, EA 오리진을 이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웹사이트에 접속해 서핑을 하는가 하면 USB-C 타입에 허브를 연결해 키보드와 마우스를 한 번에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기를 PC로 부르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무한한 용도로 활용되는 만큼 오픈 플랫폼은 유저에게 큰 메리트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밸브에서 스팀 덱 개발에 참여한 로렌스 양(Lawrence Yang) 디자이너는 "특정 방향이나 소프트웨어로 고정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스팀 덱은 PC이므로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팀 OS도 오픈된 만큼 타 제조사의 유입도 예상된다. 수많은 그래픽, 메인보드가 선보이듯 스팀 OS가 탑재된 저마다의 브랜드와 디자인이 담긴 스팀 덱이 나올 수도 있다. 과거 애플의 매킨토시와 IBM의 PC 싸움에서 IBM이 하드웨어 설계를 오픈해 결국 시장을 차지한 전략과 비슷하다.
스팀 덱이 유의미한 판매량(혹은 반응)을 얻어야 한다는 조건이 성립되면 밸브 외 여러 제조사가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긍정적인 전망을 한다면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표준을 제시하고 수많은 제조사가 각자의 안드로이드폰을 생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제조사마다 가격이나 성능과 같이 특정 포인트를 강조한 저사양 혹은 고성능의 기기를 만들 수도 있다. 여러 회사가 나서서 스팀 덱의 파이를 넓혀 주는 것만큼 밸브가 바라는 것은 없다. 게이브 뉴웰도 IGN과 인터뷰에서 "제조사의 참여가 밸브에게 장기적으로 이점이 될 것이며 반드시 활성화 시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밸브는 성능과 함께 가격 면에서도 스팀 덱의 경쟁력을 어필하고 있다. 동일한 성능의 휴대용 PC가 100만 원 정도 하는 것과 비교하면 꽤 매력적이다. 가장 비싼 512GB 모델도 약 74만 원이다. 밸브는 이를 통해 제품군을 탄탄하게 형성, 확실한 저변 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초고사양의 퀄리티로 게임을 하는 유저가 아니라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가격이다.
상상의 나래를 펴서, 각각의 브랜드에서 스팀 덱을 만들고 저변이 확대된다면 휴대용 PC로도 스팀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완벽히 조성된다. 이는 수많은 유저가 스팀에 유입되는 결과로 연결돼 스팀 덱을 통한 밸브의 궁극적인 목적인 스팀의 영역 확대(혹은 독점적 지위)가 실현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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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전망이지만, 여러 정황을 볼 때 밸브 역시 기기 출시를 통해 위와 같은 미래를 어느 정도 계획하고 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을 위해서는 충족돼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먼저, 휴대용 기기로서 제 성능이 발휘돼야 한다. 편의성부터 배터리 수명, 디스플레이까지 여러 조건이 잘 맞아 떨어져야 한다. 편의성과 디스플레이는 제법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 배터리는 앞서 얘기해서 언급하지 않겠다.
기기의 정면을 볼 때 우리는 아날로그 스틱이 꽤 윗부분에 배치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손이 커서 충분히 파지할 수 있다면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아니겠지만, 그렇지 않은 유저라면 기기를 떨어트리거나 혹은 원활한 조작이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밸브 인덱스부터 스팀 컨트롤러까지 꾸준히 밀고 있는 트랙패드도 적지 않은 공간을 차지한다. 물론 타 제조사가 나서 인터페이스를 고려한 기기를 내놓는다면 이 점은 해소될 수 있으나, 밸브가 내놓은 스팀덱의 외관은 원활하게 이용하기엔 다소 불편한 감이 있어 보인다.
디스플레이는 7인치, 1200 x 800 픽셀에 현재 PC용 스팀 게임이 얼마나 잘 보여지느냐가 관건이다. 기본적으로 대화면 고해상도로 제작된 게임이 스팀 덱에 구현됐을 때, 단순히 구현만 해놓은 수준이라면 UI가 매우 작아지므로 식별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PC 화면을 7인치 화면으로 구현하는 만큼 이에 대한 위험 요소는 밸브가 안고 가야 하는 부분이다. 물론 이에 대해 별도의 기능적인 조치를 계획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다음은 호환성과 퍼포먼스. 밸브는 스팀 덱의 성공을 바란다면 일부의 스팀 게임 지원이 아닌 '모든 스팀 게임'이 원활하게 구동되도록 신경 써야 한다.
현재까지 스팀에 서비스 되는 게임 뿐 아니라 앞으로 추가될 게임도 마찬가지다. 뛰어난 호환성을 위해서는 프로톤(Proton)의 역할이 중요하다. 프로톤은 추가 포팅 없이 PC환경의 플레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로 스팀 OS 3.0에 탑재된 기술 중 하나다.
앞서 ProtonDB 커뮤니티를 통해 치팅 방지 소프트웨어가 프로톤과 충돌, <배틀그라운드>, <에이팩스 레전드>와 <데스티니2>, <레인보우 식스 시즈> 같은 온라인 멀티 게임을 실행할 수 없을 것이라 전망하는 내용이 알려지기도 했으나 다행히 밸브도 이를 인지하고 있고 개선 중이라고 밝혔다.
리모트 플레이, 빠른 이어 하기 기능 등도 매력적이지만, 호환성 확보는 스팀 덱을 이용하는 이유이자 지속 흥행을 보장해주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스팀 덱에서 신작을 원활히 이용할 수 있다면 이만한 충분조건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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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 더 많은 유저 유입을 위해, 밸브는 스팀 덱을 어떤 식으로든 성장시킬 것 같다. 그것이 생각보다 느린 스텝을 밟게 되더라도. 일단 유저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것은 성공했다. 여론은 대부분 스팀 덱이 휴대용 기기 가운데 뛰어난 메리트를 가진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이제 공표한 스팀 덱의 성능, 기능이 제대로 구현되게 하는 것만 남았다. 소개 영상에서 <스타워즈: 제다이 폴른 오더>나 <하데스>, <컨트롤> 등 원만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여줬듯, 서비스 중이거나 향후 서비스 될 게임도 같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출시까진 약 5개월 남았다.
VR 게임을 어떻게 대응할 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기 특성상 직접 조작이 어렵겠지만 스팀 덱이 밸브 인덱스나 HTC 바이브와 같은 VR 디바이스를 지원한다면 나름 휴대용 VR 기기에 준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프라이프 알릭스> 같은 게임이 VR 게임 시장에 적은 만큼 이쪽도 놓쳐선 안된다.
과연, 스팀 덱은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지금까지 스팀의 하드웨어가 그랬듯이 꿈만 꾸고 말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