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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자수첩] 스팀에 희망이 있다는 거짓말

스팀에서의 경쟁은 골드러시가 아니라 의자 뺏기 게임이다

김재석(우티) 2024-12-03 16:57:04

요즘 게임을 업으로 삼는 이들을 만나다 보면 '모바일 엑소더스' 이야기가 나온다. 


하이퍼 캐주얼 게임으로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에서 경쟁하던 회사들이 점차 스팀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광고 차단 옵션은 치명타였고, 인앱결제 규모 또한 줄어들었으니 이들은 새로운 터전으로 스팀을 꼽았다. 스팀은 명실상부 최고의 게임 유통 플랫폼이다. 정부도 흐름에 발맞춰 지난 상반기 '5개년 게임산업 진흥계획'을 발표하고 "콘솔, 인디게임 생태계 집중 조성"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그렇다면 스팀은 블루오션일까? 레드오션에 가깝다. 스팀에서 게임 성공시키기는 대단히 어려운 미션이다. 이미 많은 개발사들이 낭패를 봤다.​ 스팀은 그렇게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 대형 게임사들도 자신 있게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고배를 마시는 곳이 스팀이다.  안타깝게도 <워헤이븐>과 <배틀크러쉬>는 서비스 1년을 넘기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밸브는 스팀 내에서 서비스되는 게임들의 핵심성과지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거의 모든 게임의 동시접속자 수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미 과포화가 된 스팀에서의 경쟁은 골드러시가 아니라 서로 밀어내며 자리를 차지하는 의자 뺏기 게임과도 같다. <바나나> 같은 규격 이외의 존재는 개발자의 고민을 더 크게 한다. 


스팀에는 한해에 14,000개 넘는 게임이 출시되고 있다. 오직 32%의 게임만이 1만 달러 이상을 벌 수 있고, 출시된 모든 게임의 평균 전체 수입은 1,136달러 수준이다. 스팀은 차갑다.


스팀에서는 어떤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는지 주 단위로 확인할 수 있다.



# 반지하게임즈는 <페이크북>으로 지금까지 얼마를 벌었을까?


기자가 출연한(진짜다) 반지하게임즈의 신작 <페이크북>은 김실장, 풍월량, 옥냥이, 선바 등등 내로라하는 스트리머들이 즐겼다. 반지하게임즈는 <서울 2033>으로 한국 인디게임사 중 꽤 두터운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하여 <페이크북>은 스팀에 나온 국산 인디게임 중에 거의 탑 티어급 지명도를 지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인디 개발자들이 대형 스트리머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겠나.


그러면 <페이크북>은 지금까지 얼마나 팔렸을까? 이유원 대표는 "버닝비버 출전 이전에 5,000장을 갓 넘겼다"고 털어놨다.


따라서 <페이크북>으로 번 돈은 아주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스탠드얼론 게임이라 추가적인 BM이 없기 때문이다. 정가가 16,500원, 여기에 5,000을 곱하면 8,250만 이다. 텀블벅 후원으로 약 7,000만 원을 모금했으니 이 부분도 감안해야 한다. 여러 사람이 붙어서 수년을 만든 게임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대략 이 수준이다. 이 대표는 "내년도 영문판 출시 등을 준비 중"이라며 글로벌 공략을 다짐했다. 


한때 한국인들이 주로 즐기는 모바일게임​을 두고 '분에 억을 번다'는 우스개가 있었다. 스팀과 참 대조적이지 않은가?


마침 오늘(3일) 한 조사기관이 게임 영상 시청 시간이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시간보다 길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각 스트리머가 플레이한 영상은 적게는 수만 회에서 많게는 십만 회의 조회수를 거두었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진 것은 5,000건이다. 수년 전 <모태솔로>가 그랬던 것처럼 '보는 게임'으로 바이럴이라도 되는 게, 그렇지 못한 절대다수의 게임보다는 낫다. 그러나 바이럴이 반드시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대목은 명심해야 할 듯하다.


반지하게임즈의 신작 <페이크북>


# 응원, 해야겠지?


'스팀에 희망이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스팀에는 '아주 작은' 희망이 있다.


트라이펄게임즈21세기덕스 같은 곳들은 바로 이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잔뜩 벼르고 있다.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게임사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업계에서 공유되는 여러 정보를 종합해 봤다.


▲ 사놓고 안 하는 게임의 규모가 수십조 원으로 추정된다. (바로가기)

▲ 하루에 11,000명 정도의 '찜'을 받아야 '신규 출시 인기 제품'이 된다. (바로가기)​

 밸브 직원이 직접 게임의 큐레이션을 제안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가기)

 ​스탠드얼론 게임이라 하더라도 유저와 계속 소통해야 한다. (바로가기)


트라이펄게임즈의 소울라이크 <V.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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