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일(토) 오후 6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스타크래프트 2(이하 '스타 2')> 유저들의 축제, '글로벌 스타크래프트 2 리그(GSL)' 결승전이 열렸다. 테란의 김성제 선수와 저그의 김원기 선수의 1위 쟁탈전은 제4의 종족, 김원기 선수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스타 2> 리그의 서막을 연 1회 GSL 결승전은 그렇게 아쉬움을 남기고 2회 대회를 기약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라면 아쉬울 터, 작은달이 GSL 결승전의 생생한 모습을 전달하기 위해 수백 장의 사진을 찍고 여러 사람과 미니 인터뷰를 진행했다. 경기 시작 전까지는 김성제의 우승을 점쳤던 사람들, 뜨겁고 화려했던 GSL 결승전의 모습을 사진과 함께 만나보자. /디스이즈게임 작은달
낮부터 내린 비로 결승전의 입장 시간이 1시간 앞당겨져 4시부터 입장이 가능했다. 느긋하게 출발하려고 했던 필자는 비 소식에 부랴부랴 장충체육관으로 향했다.
늦게 도착한 탓인지 1층은 커뮤니티 VIP 자리로 조금씩 채워지고 있었고 2층 자리도 일반 관중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앞에 마련된 커다란 무대가 결승전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저 무대에 오늘 주인공들이 올라서면 어떤 기분일까?"
아래 보이는 곳이 기자들이 출입하는 입구다. 관중은 비가 내리는 밖에서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늦게 도착해서 먼저 들어간다는 게 죄송했다.
현장에는 곰TV 관계자들이 나와 있었다. 첫 결승전 무대인 만큼 준비를 철저히 하는 모습이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곰TV 목동 스튜디오와는 달리 생동감 있어서 '진짜 결승전이다'란 느낌이 와 닿았다.
경기 시작까진 1시간 정도가 남아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러다 2층의 매표소를 발견했다. 외국 관중까지 배려해 영어 능력자(?)도 매표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모두 곰TV 직원이더라.
매표소를 지나 안으로 들어오면 입구에서 풍선과 소정의 상품을 받을 수 있었다. 선착순으로 나눠주는 상품이라 늦게 온 사람은 아쉽게도 상품을 받을 수 없었다.
입구에서 만난 WeRRa 클랜의 프로즌웨라.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WeRRa 클랜의 프로즌웨라
작은달: 누가 우승할 것 같아요?
프로즌웨라: 네? 음..김성제 선수요
작은달: 왜요?
프로즌웨라: 제가 래더 게임에서 김성제 선수를 몇 번 만났는데 그땐 제가 이겼어요. 그런데 이게 실력이 아니라 김성제 선수는 만날 때마다 똑같이 게임하더라고요. 대충하는 느낌? 처음엔 진짜 실력인 줄 알고 '아 이분 GSL 본선 떨어지겠네.' 싶었는데 결승에 계시더라고요.
뒤통수 맞은 기분이었죠. 왜 무협지에 '본래 실력의 3할은 숨기라'는 말이 있잖아요. 딱 그런 것 같아요. 실력을 얼마나 더 숨겨뒀을지 모르고 맵도 테란에 좋고요. 전 김성제 선수라고 생각해요.
작은달: 아~ 김성제 선수에게 그런 비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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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현장으로 돌아가서 우리 TIG 유저들을 찾았지만, 옷에 TIG라고 적혀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음만 앞설 뿐 찾을 수 없었다. 작은달 목걸이도 하고 있었는데 알아봐 주는 분도 없고. 내 존재감이 이정도였나..?
그러다 관중석에 조용히 앉아 계신 Zenith 클랜의 노일구를 발견했다.
Zenith 클랜의 노일구
작은달: 혼자 오셨어요?
노일구: 아뇨 친구랑 같이 왔어요.
작은달: 다른 클랜원들은요?
노일구: 온다고 연락은 왔는데 아직 안 왔네요. 비가 와서 그런가 봐요.
작은달: 아~ 누가 우승할 것 같아요?
노일구: 김성제 선수요. 맵이 너무 유리해요. |
그리고 그 옆자리의 정 클랜의 음..누구더라 생각나지 않는다. 어쨌든 정 클랜분이 앉아 있었다. (물론 농담이다.)
정 클랜의 DestroyJung
작은달: 어? 다른 클랜원들은요?
김준엽: 클랜에 형들이 많다 보니까 멀리 오는 거 귀찮아해요. (웃음)
작은달: 으..응?
김준엽: 저도 갑자기 온 거라서요. 원래 올 생각 없었는데 어쩌다 오게 됐네요.
작은달: 누가 우승할 것 같아요?
김준엽: 글쎄요. 김원기 선수가 이기지 않을까요? 저그가 저그 같지 않아요. 정말 제4의 종족인 것 같아요. |
다행히 아는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던 중 중앙에 <스타크래프트> '투신!' 박성준 선수를 발견했다.
도도한 그대 박성준이여.....
아쉽게도 친분이 없어서 말을 건네진 못했다. 사진으론 통통해 보이는데 실제론 저렇지 않더라. 장난기도 많고 유쾌해 보였다.
무심코 대기실에 들어가니 김원기 선수가 준비하고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순 없는 일! 간단하게 몇 가지 물어봤다.
변신 중인 김과장
작은달: 안녕하세요. 오늘 컨디션 어때요?
김원기: 네. 안녕하세요. 오늘 컨디션 좋아요.
작은달: 오! 우승할 것 같으세요?
김원기: 상대가 테란이라 1경기만 승리하면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테란이 유리한 맵인 건 사실이라..
작은달: 컨디션 유지는 어떻게 하세요?
김원기: 푹 자고요. 굶어요. (웃음) |
경기 시간이 가까워져 무대로 돌아가려다, 김성제 선수의 조카를 만났다.
과..광전사임. 믿어달라능
작은달: 안녕~ 위험한데 왜 둘이 다녀?
아이들: 안녕하세요. 괜찮아요! 헤헤
작은달: 오늘 성제형이 경기하잖아. 이길 것 같아?
아이들: 네! 당연하죠! 우리 형이 이길 거에요.
작은달: 몇 대 몇으로 이길 것 같아?
아이들: 4:0이요!
작은달: 그래. 대답해줘서 고마워. 사진 한 장 찍을래?
아이들: 네! |
귀여운 친구들이었다. 성제 형이 이길 거라고 눈을 반짝거리며 이야기하는데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길 잃어버리면 위험하니 들어가라고 이야기했는데, 무기를 가지고 있어서 괜찮다는 아이다운 대답도 들려줬다. 무기는..음 ..음.. 그랬다. 아이들과 무대에서 보자며 헤어지고 경기 시작 시각이 가까워져서 나도 무대로 이동했다.
정말 무대로 가려고 했는데 지난 뒷이야기에서 일명 '슈퍼맨'으로 소개했던 심판을 만났다. 경기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역시.. 평상복 차림이었다.
잠시 후 변신합니다.
작은달: 아직 변신 안 하셨네요. (웃음)
심판: 네. 아무리 입어도 심판 옷은 더워서요.
작은달: 언제 변신하세요?
심판: 이제 곧 해야죠. 경기 시작하니까.
작은달: 오늘은 이어폰 있어요?
심판: 없죠.
작은달: 결승인데요?
심판: 괜찮아요. 경기 열심히 보면 돼요. |
오늘도 쿨한 모습을 보여주신 심판을 뒤로하고 정말! 무대로 향했다. 슬슬 무대 관중석도 채워지는 분위기다. 중앙의 앞좌석에는 두 선수의 가족들과 타 클랜들 그 외 VIP들이 앉았다. 두 선수가 평소에 친분이 두터워서인지 가족들끼리도 사이가 좋아 보인다.
경기 시간이 임박하고 이현주 캐스터가 무대에 등장했다. 대망의 GSL 결승전을 알렸다.
승리의 현주느님
이현주 캐스터는 비가 오는데도 자리를 채워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선수들이 좋은 경기로 보답할 테니 끝까지 지켜봐 달란 이야기를 전했다.
그리고 간단한 현장 이벤트로 두 선수의 응원단장을 뽑았다. 알고 보니 김성제 선수의 응원 단장이 우리 TIG 유저분이었다고 한다. 사진이라도 찍을 걸.
오른쪽 모두 TIG 유저. TIG에 저렇게 용감한 분들이..?!
응원 단장 임명이 끝나고 조금 있다 결승전이 시작됐다. 결승전답게 선수들은 무대 장치를 타고 등장했다.
배경과 김과장의 조화
경기 부스가 높은 곳에 있어서 '어떻게 올라가지?'란 생각이 들었는데 특수 엘리베이터를 타고 선수들이 이동했다. 특이한 장치라 관중도 감탄하는 눈치였다.
김원기: 엘리베이터가 흔들려서 밑으로 떨어질까 봐 긴장했습니다.
드디어 경기 시작! 1경기 맵은 테란이 유리하기로 익히 알려진 일명 '테란 사분면'인 델타 사분면이었다. 해설자들은 '김성제 선수 장기가 안정적인 운영이에요. 초반에 이상한 것만 당하지 않으면 이긴다는 생각으로 플레이하네요'란 이야기를 했다.
내가 보기에도 김성제 선수는 꾸준한 멀티로 안정적인 경기를 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일반적으로 테란과 저그가 비슷한 자원을 확보했을 때 테란이 강력하단 게 정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원기 선수는 상식을 깨는 선수였다. 테란이 무난한 출발로 안정적으로 자원을 확보했음에도 완벽한 견제 차단과 운영으로 1경기를 승리로 가져갔다.
2경기, 3경기도 마찬가지였다. 김성제 선수의 장기인 '견제'를 완벽히 차단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운영하게 유도한 뒤 허를 찔렀다.
김성제 선수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고 3경기엔 본진에 땅굴망까지 뚫리며 3연패를 기록했다. 관중석은 순간 충격에 휩싸였다. 김성제가 3연패라니?
해설자들도 '다 전제지만 내리 3연패를 하게 되면 남은 경기를 쉽게 내줘 4:0으로 질 수도 있다.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해야한다'고 이야기했다. 팬들의 힘을 받아 김성제 선수가 승리를 거두길 바랐다. 3:0이지만 그는 김성제 이기에...
4경기에 김원기 선수가 준비한 빌드가 있다고 TSL 팀 선수가 살짝 귀띔해 줘서 '김성제 선수 4:0으로 지나..?' 란 생각을 잠시 했다. 준비한 빌드라면 필살기 성이 강할 것 이기에 생긴 걱정이었다.
3:0으로 김성제 선수가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4경기가 시작됐다. 김원기 선수가 준비한 빌드는 감염충 + 히드라 빌드였다. 평소 잘 쓰이지 않는 유닛을 활용하는 빌드라고 들었는데 그것이 히드라였던 것 같았다.
그러나 히드라가 잘 쓰이지 않는 덴 이유가 있는 법. 김원기 선수가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어가는 듯했으나 테란의 한방을 막지 못하고 4경기를 패배했다.
관중석은 역시 김성제라며 환호했고 역전의 불씨가 살아났다며 즐거워했다.
5경기가 시작됐고 김성제 선수가 필살 빌드를 선보였다. '전진 병영' 사신으로 경기를 끝내겠단 빌드였다. 그러나 김원기 선수가 믿기지 않는 수비력으로 사신을 큰 피해 없이 막았고 경기가 기울기 시작했다.
사신 빌드 특성상 막히면 곤란한데 +@로 전진병영인 상황이라 김성제 선수가 더 어려워진 상태였다. 이를 증명하듯 김원기 선수는 마음 놓고 멀티를 늘리며 자원을 불려 갔다.
결국, 5경기 마지막 교전에서 김원기 선수의 맹독충이 김성제 선수의 모든 병력을 폭사시키며 GG를 받아냈다. GSL의 첫 우승자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위 사진은 아래에 패러디 됩니다.
'최후의 저그' 김원기 선수는 종족 특성을 극복하고 우승하며 <스타 2> 팬들 가슴에 자신의 이름을 깊이 새겨 넣었다. 김원기 선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순간 김성제 선수는 굳은 모습을 보여줬다.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아.....
김원기 선수가 우승하자 가족들이 정말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원기 최고' '원기 최고'를 외치던 할머님.
자기일 처럼 좋아하시다가 카메라를 들고 다가가니 기념사진 포즈를 취해주신 분. 서기수 선수가 보이는 건 착각이다.
우리가 이렇게 기뻐하는 사이 어디선가 침울한 소리가 들렸다.
바닥 1단계일 때 찍은사진. 나중엔 3단계로 더러웠음.
어느 곰TV 직원: 아 이걸 언제 다 치워!!!! 으앜;ㅣ카미나이;ㅁ낭;ㅣ마;!!! |
묵념(...) 시상식까지 끝나고 커뮤니티별 그래픽카드 추첨식이 시작됐다. 우리 TIG 그래픽카드 주인공은 '마재범' 유저. 클랜 동생들과 같이 왔다고 동생들 기념사진을 요청했다.
이상으로 선수들의 '경기'와 관련된 뒷이야기를 마친다. 아래는 경기완 조금 동떨어진 또 다른 이야기다.
곰TV 직원들이 경기가 끝날 때까지 쪼그려 앉아서 관람했다. 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정말 힘들어 보인다.
이현주 캐스터는 잊지 않고 팬 서비스를 했다. 사진 촬영을 하는 분들을 위한 작은 보너스 시간이랄까?
우연히 발견한 차원의 벽(?) 사진. 김원기 선수와 김성제 선수 사이에 왠지 벽이 있는 것 같다. (물론 농담이다. 실제로 두 선수는 매우 친하다.)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외국인'이라고 적힌 옷을 입고 경기를 관람한 외국인.. 대단하단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의미를 알고 입은 거겠지?
경기 시작 전 찍은 Prime 클랜 선수들이다.
경기 무대 장치를 제어한 제어실.
한 경기가 끝나고 주어진 10분의 쉬는 시간에 나온 채 박사님의 굴욕(?) 영상. 고의로 찍은 게 아니니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
땅굴을 사랑하는 채땅굴님의 위엄
경기시작 1시간 전 관중석 높은 곳에서 어떤 영상이 그려질지 지켜보고 계시던 한 남자분. 이분이 GSL 결승전을 만든 PD다. 흐릿해 보이는 건 착각이다.
마지막 뒷정리를 하는 해설진들과 선수 가족들.
<스타크래프트 2> 공식 홈페이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블리자드의 키쵸님. 옷이 범상치 않았다. 베스트 드레서 키쵸님.. 주변에 사람의 잔상이 보이는 것도 역시 착각이다.
키쵸느님과 귀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분은 곰TV의 배인식 대표다. 옆에 여성분도 곰TV 직원. 대표란 직책임에도 현장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이며 불편한 곳은 없는지 확인하고, 배려하는 인간적인 모습이 돋보였다. "기념사진 좀 찍어줘요."라고 해서 찍은 사진인데 음..퀄리티는 언제나 말하지만 죄송하다.
기사에 쓸 줄 모르셨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뜨거웠던 관중석의 열기를 전하며 뒷이야기를 마친다.
출연: Zenith반반쓰 촬영: Zenith카시드 패러디: 기몽기 선수 우승컵 키스 세레모니
어..? GSL에 김지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