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라이엇 게임즈가 개발한 모바일 MOBA <와일드 리프트>가 한국 지역 CBT를 시작하며 유저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2019년 <리그 오브 레전드> 10주년 행사에서 처음 공개된 뒤 약 1년 만의 일이다. 오랜 기다림에 갈증을 느낀 기자 역시 모처럼 휴대폰을 붙잡고 모바일로 구현된 협곡을 마음껏 누볐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경험해본 <와일드 리프트>는 원작이 가진 고유의 매력을 거의 그대로 품고 있었다. 다양한 캐릭터가 가진 스킬은 물론, 이를 사용할 때 느낄 수 있는 '손맛'까지 그대로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키보드 대신 휴대폰에 샷건을 내려친 기자의 <와일드 리프트> '첫인상'을 공개한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리그 오브 레전드>의 핵심은 각기 다른 역할군을 배정받은 10명의 유저가 다양한 전략과 전술, 스킬을 통해 팀의 승리를 견인하는 것이다. 특히 치열한 전투와 운영 등 여러 요소가 한데 엉키며 펼쳐지는 다양한 게임 구도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가진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모바일 환경으로 구현된 <와일드 리프트> 역시 이러한 원작의 강점을 거의 그대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탑, 정글, 미드, 바텀 등 특유의 역할군은 물론 5:5 구도로 진행되는 게임 구조에 큰 변화가 없을뿐더러, 배경이 되는 협곡 역시 원작과 별다른 차이 없이 구현됐기 때문이다. 또한, 스킬 사용 여부를 두고 펼쳐지는 라인전에서의 숨 막히는 심리전과 여러 스킬이 뒤엉키며 펼쳐지는 치열한 한타 역시 원작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게임 초반, 유저들이 위치하는 '라인'에는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와일드 리프트>는 기본적으로 모든 유저가 좌측 하단에서 게임을 시작한다. 이는 블루, 레드 진영에 따라 위·아래로 시작점이 갈렸던 PC 버전과는 다른 구성이다. 따라서 <와일드 리프트>에서는 '바텀 라인'이 아니라 '2인 라인', '듀오 라인'이라는 명칭이 사용되며 원딜과 서포터가 상단으로 움직이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반면 달라진 점도 있다. <와일드 리프트>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구현된 만큼, 원작에 비해 속도감이 더해졌다. 전반적인 맵 사이즈가 줄어든 데다가 맵 곳곳에 주기적으로 체력과 마나를 회복할 수 있는 '꿀열매'가 생성되어 유저들의 원활한 라인전을 돕는다.
난이도 역시 원작에 비하면 다소 쉽게 느껴진다. <와일드 리프트>는 유저들의 공격을 상대 챔피언이나 체력이 적은 미니언에게 자동으로 타겟팅 시켜준다. 일일이 마우스를 클릭해가며 타깃을 바꿔야 했던 원작과 비교하면 훨씬 쉬운 구조다. 물론 논 타깃 스킬 난이도는 한층 올라가긴 했지만, 이것 역시 '약한 조준 보정'에 가까운 시스템을 지원한다.
모바일 환경에 따른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럭스의 '빛의 섬광'이나 이즈리얼의 '정조준 일격' 등 사거리가 긴 스킬을 활용할 경우 Picture in Picture(이하 PIP) 기술을 통해 스킬의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와일드 리프트> 간담회와 영상 등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눈길을 끈 건 PIP 화면을 주시함과 동시에 계속해서 챔피언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저들은 큰 화면을 통해 스킬이 날아가는 것을 보면서도 작은 화면으로 챔피언을 계속해서 컨트롤 할 수 있다. 유저들의 편의성을 최대한 배려한 듯한 부분이다.
반면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한 부분도 있다.
일반적인 MOBA의 경우, 본진에 귀환하지 않고도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반면 <와일드 리프트>는 아이템을 구매하려면 반드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귀환'이 단순히 아이템 구매를 넘어 라인 컨트롤과 라인전 주도권이 달린 중요한 요소인 만큼, 모바일에서도 이를 그대로 이어가고자 한 셈이다.
PC 버전 <리그 오브 레전드>는 초월급 스킨을 제외하면 캐릭터와 스킨 일러스트 대부분이 2D로 구현되어있다. 물론 일러스트의 품질 자체는 높지만, 몇몇 유저들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일러스트가 특유의 모션이나 컨셉을 살려 풀 3D로 구현되는 타 게임에 비해 다소 심심하다는 평을 내리곤 했다.
따라서 본격적인 CBT를 시작하기 전, <와일드 리프트>가 공개했던 '캐릭터 모델링'은 많은 유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12일 기준, CBT 기간 등장하는 42개 챔피언들은 대부분 PC 버전에 비해 개선된 캐릭터 모델링을 자랑한다. 심지어 초월급 스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각 챔피언 스킨들은 개성 있는 포즈와 테마에 맞는 비주얼로 등장한다. <와일드 리프트>가 CBT 중임에도 기자의 현질 욕구가 용솟음친 이유다.
그렇다면 이를 구매할 때 사용되는 재화나, 상점은 어떤 구조를 띠고 있을까. 기본적으로 <와일드 리프트>에 등장하는 상점은 원작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저들은 게임을 플레이한 뒤 모을 수 있는 '파란 가루'를 통해 챔피언을 구매할 수 있고, 원작의 RP에 해당하는 '와일드 코어'를 구매해 스킨을 살 수도 있다. 이름만 다를 뿐 원작과 완전히 똑같은 구조다.
<와일드 리프트>는 여기에 한 가지 요소를 더 얹었다. 바로 '포로 주화'다.
유저들은 게임 플레이를 통해 포로 주화를 얻게 되는데 이를 통해 사용자 설정 귀환, 마커, 아이콘, 감정 표현, 포즈 등 다양한 보상을 획득할 수 있다. 이를테면 마법사 럭스 스킨의 '준비 완료' 포즈를 구매하면, 게임 진입 전 대기 화면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챔피언 스킨과 감정 표현, 아이콘 정도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꾸밈 요소'가 없었던 원작에 비해 콘텐츠가 한층 늘어난 셈이다.
<와일드 리프트>는 PC 버전 <리그 오브 레전드>를 단순히 이식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여러 요소를 적절히 '업그레이드'하며 유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따라서 <와일드 리프트>를 플레이해보면 원작의 게임 구조와 핵심 콘텐츠가 빠짐없이 갖춰져 있음과 동시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공을 많이 들였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챔피언 모델링과 스킨 일러스트 부분은 구태여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고 원작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었음에도 시간과 공을 들여 3D 일러스트로 표현하며 유저들을 만족시키고자 했다. 또한, 게임 시간을 줄이기 위해 단순히 라인전이나 한타 과정 등을 걷어내는 것 대신 최대한 원작 요소를 가져오며 기존 <리그 오브 레전드>의 흐름을 선보이고자 노력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물론 눈에 밟히는 부분도 있다.
PC 버전 <리그 오브 레전드>는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어져 온 '장수 게임'에 속한다. 그만큼 유저들은 기존의 <리그 오브 레전드>가 가진 틀에 익숙해져 있다. 따라서 해당 유저들은 원작과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 <와일드 리프트>에 대해 반감을 느낄 수도 있다. 실제로 몇몇 유저는 굳이 PC 버전 <리그 오브 레전드>를 두고 모바일로 게임을 해야 할 이유가 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플랫폼 역시 변수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통해 오랜 시간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긴 유저에게, <와일드 리프트>는 불편하고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다. 물론 라이엇 게임즈가 이를 대비해 조작 체계를 잘 준비해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유저가 많은 이유다. 게다가 아직 CBT인 만큼, 종종 발생하는 입력 지연 문제와 불안정한 서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라이엇 게임즈 역시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한국, 일본 지역에 <와일드 리프트> CBT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0.5 버전 패치를 진행하며 게임 밸런스를 잡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 특히 해당 패치를 통해 챔피언과 아이템 밸런스뿐 아니라 게임 내에서 활용되는 신호의 가시성을 높이는 등 유저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라이엇 게임즈가 기존 PC 버전 <리그 오브 레전드> 유저들의 눈길을 사로 잡음과 동시에, 신규 유저들의 마음까지 훔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