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발매하는 스포츠 게임 시리즈들. 축구 게임 역시 <피파>와 <PES>(과거 위닝 일레븐) 시리즈가 시장에 등장한 이래 연례행사처럼 해를 어기지 않고 어김없이 출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게임 발전 여부와 상관없이 '올해도 나오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생겨 기대감이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죠.
하지만, <피파 20>은 달랐습니다. <피파> 시리즈 발매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이렇게 기대감을 표한 게 얼마 만일지 모르겠을 정도로 이번 시리즈는 기대감이 있었죠. <피파 20>은 오는 27일 PS4, Xbox One, PC로 발매 예정입니다.
게임은 기존보다 디테일을 한층 더 살린 건 물론, 신규 모드 'VOLTA'(이하 볼타) 추가, 커리어 모드 신규 요소 추가 등 발전을 담아 전 세계 유저들의 기대를 모았습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약 9년 만에 돌아온 한국어 자막으로 인해 한층 더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죠.
이처럼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피파 20>은 그에 상응하는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까요? 게임을 체험해 본 소감을 정리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박준영 기자
<피파 20> 개발진은 앞서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강조한 요소 중 하나가 '디테일'이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개발진은 <피파 20>에 마치 실제 경기를 보는 듯한 긴장감을 담기 위해 시스템과 AI 수준을 개선하고, 축구공에 새로운 물리 엔진을 적용해 이전 시리즈들보다 훨씬 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했다고 밝혔습니다.
<피파 20> 속 디테일 요소를 살펴보죠. 드리블과 이동 모션 같은 플레이 환경 개선, 1 대 1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연출을 만들어 내면서 긴장감을 증가시켰으며 축구공 물리 엔진도 바뀌었습니다. 덕분에 이전작들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고 실제 축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지요.
신규 물리 엔진을 적용한 축구공만 하더라도, 이전 시리즈보다 선수 체력과 경기장 환경 등 '주변 요인'에 따라 공 속도와 추진력 등 공에 적용되는 요인이 달라집니다. 또한, 이로 인해 선수가 공을 찼을 때 날아가는 정도와 힘, 선수 반응 등 눈으로 보이는 요소도 달라져 유저는 공 상태를 더욱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1 대 1 상황도 이전보다 디테일이 한층 더 살아있는 느낌입니다. 축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상황을 꼽으라면 공을 가진 선수가 상대 팀 선수와 대치한 1 대 1 상황입니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강한 심리전이 펼쳐지기 때문이죠.
사실 그간 <피파> 시리즈는 게임에 새로운 모드를 추가하는 등 대대적인 변화를 담기 보다는 '보다 사실적인 축구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게임이 이렇게 사실 지향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아케이드 요소가 강하고 가벼운 축구 게임을 원하는 유저에게는 다소 무겁고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입니다.
'볼타' 모드는 확실히 가벼운 느낌이 강했습니다. 규칙이나 선수 상태 등 세부 요인을 생각할 이유가 전혀 없으며, 그저 눈앞에 있는 공을 차고 골대로 넣으면 승리하는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죠.
하지만, 구성이 단순하다고 재미까지 단순한 것은 아닙니다. 축구의 과정을 압축해 재미를 보다 단순하게 전달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플레이 내내 경기장도 좁고 신경 써야 하는 룰도 줄다 보니, 일반 축구 경기보다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게 됐습니다. 더불어 선수가 달리는 중 벽 차기를 하거나 벽에 공을 튕기는 플레이를 보이는 등 시리즈에 없던 경험을 할 수도 있고 길거리 축구 월드 챔피언십을 노리고 팀이 성장하는 스토리 모드가 있어 장시간 플레이도 할 수 있습니다.
<피파 20> 커리어 모드는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감독과 선수 둘 중 하나의 인생을 골라 살아볼 수 있고, 업계 최고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다만, 이전 시리즈와 다르게 커스터마이징이 추가돼 유저는 선수는 물론 감독 역시 내가 원하는 외모로 꾸며줄 수 있게 됐습니다. 유저가 설정한 모습은 향후 컷인 영상, 뉴스 등 게임 속 다양한 요소에 적용되죠.
내가 만든 선수와 감독을 조종한다는 점에서 이전 시리즈에 비해 훨씬 더 '정을 붙이고 플레이하기 쉬운 느낌이었습니다. 더불어, 감독 커스터마이징은 외모는 물론 옷 스타일까지 정할 수 있으며 다양하게 꾸밀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방대한 커스터마이징 구현에 만족스러웠습니다.
게임 플레이 로직은 이전작들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커리어 모드에서 감독은 잡힌 경기를 수행하고 팀을 잘 이끌면 되고, 선수는 주어진 경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그만이죠. 하지만, 이번 시리즈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다양한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게임에서 유저는 각종 이벤트를 통해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할 수 있고, 모든 결정은 그에 맞는 결과로 이어지죠.
커리어 모드에서 유저는 기자회견, 경기 후 인터뷰, 선수 면담 등 이벤트를 통해 다양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습니다. 이때 무슨 답변을 하냐에 따라 본인은 물론, 다른 선수, 팀 전체 사기나 기분에 영향을 줍니다.
특히, 기자회견 중 나오는 질문은 경기 결과나 넣은 골, 시즌 시기, 대회 규모 등 진척도를 기반으로 질문되며, 답에 따라 선수 사기에 바로 영향을 줍니다. 또한 답변에 따라 '팀 유망주 ㅇㅇㅇ선수가 기대되는 이유', 'ㅇㅇㅇ선수 감독 기자회견에 불만 표출!'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나오며, 이에 따라 일부 선수들은 "제가 구단에서 필요 없는 존재인가요?", "저도 주전이 되어 칭찬받고 싶어요"등 가슴 아픈 내용의 문자를 보내기도 합니다. 이때 어떤 답을 하냐에 따라서도 선수 기분을 살리는 기회로 만들 수도 있죠.
이처럼 내 선택(말 한마디)에 따라 선수 기분, 팀 사기, 평가 등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이전작들 보다 한층 더 유저 성향에 다라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여기에, 기존에는 팀에서 선수를 내보내기 위해서는 방출 외 별다른 해법이 없었지만, 이제는 인터뷰 등을 통해 마음에 들지 않는 선수를 알아서 내보내는 일종의 공작(?)을 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비록 소소하지만 기존처럼 '경기와 일에만 집중하는 감독'을 넘어서 '상황을 이용하고 악행을 저지르는 나쁜 감독'이 될 수도 있어 롤플레잉 플레이를 펼칠 수도 있죠.
다만, 이렇게 대화 중 나오는 선택지가 내용이 모두 전달되지 않아 내가 뭘 선택해야 할지, '내 생각은 이런 데 선택지는 없네'하는 직관성 떨어지는 상황도 종종 있었습니다. 특히, 선수 이적과 구매를 논의하는 협상에서 상대 의견을 듣고 난 뒤 내 의사 표시가 '확인'과 '반박'으로 나오는 부분이 아쉬웠죠.
이를 처음 접했을 때만 하더라도 '확인'은 내가 상대 의견을 받아들이고 알아들었다는 의사 표현으로 알아듣기는 했지만, '반박'이라는 선택지가 내가 상대에게 다른 의견을 제안하는 일일지, 혹은 <역전재판>처럼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하며 강한 반박을 표하는 일일지 궁금한 동시에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확인은 긍정, 반박은 새로운 의견 제시 정도였고, 반박에서 터무니없는 내용을 주장하지 않는 이상 상대는 대개 수긍하기 마련이었죠. 선택지가 직관적으로 표기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아쉬움이 컸습니다.
한국어 자막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사실 <피파 20>은 메뉴 화면부터 콘텐츠 소개와 설명, 컷인 자막 등 모든 요소가 한국어로 나오고 번역 퀄리티 역시 높습니다. 다만, 선수와 팀 이름이 한국어로 나오지 않아 일부 구간에서는 한국어가 아예 없는 화면을 접할 때도 있죠.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플레이 자체가 어려움을 겪는 정도의 불편함은 아니지만, 이왕 한국어화가 진행된 만큼 선수 이름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팀 이름은 한국어로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정리하자면, <피파 20>은 '잘 만든 축구 시뮬레이션'으로 좋은 평을 얻은 기존 <피파> 시리즈에 디테일을 더해 한 층 발전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볼타' 처럼 가볍게 즐기는 신규 모드까지 더해 완성도를 더욱 높였고요.
축구 팬들은 물론 축구를 잘 모르는 유저들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한국어로 즐길 수 있다는 점 역시 큰 메리트죠. 9년 만에 한국어로 돌아온 <피파> 시리즈가 별로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정말 잘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