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연재

[하루] H양, Y군.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2

haru 2006-11-09 08:43:31

잔뜩 부푼 마음으로 향했던 행사장.

 

마침 하이텔 코스프레 동아리의 (하코동) 코스프레 파티였다.

장소는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 부근의 한 호프집.

한동안 코스프레를 하지 않다가 오랜만에 하게 되니 기대와 설레임이 넘실넘실.

당시 유니카프동에서 활동하던 만화부의 친한 친구와 손에 손을 잡고 룰루랄라 향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니 모르는 사람들이 가득이라 낯설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겁도 났다. 

(지금은 다 아는 사람들이지만..후후훗)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앞뒤 안 가리고 덤벼드는 성격이라 다들 내가 무슨 일에든 용기백배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무척 겁이 많고 소심하다.

 

다만. 늘. 호기심이 겁많음을 넘어설 뿐=_=...

 

뻘쭘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해서 코스튬도 몇번 입을까 말까 망설이다 입었다.

그날 준비했던 코스튬은 후르츠바스켓의 모미지와 파이널판타지 8의 리노아.

 

.........

 

 

............리노아라니!!!!!!!!!!!!! 0ㅁ0

 

 

<파이널판타지> 팬들에게는 무수한 혹평을 받았던 학원물(...응?) <파이널판타지 8>이었지만

그래도 강력한 지지를 받았던 리노아가 아닌가!!!!!!!!!!

 

흰 피부! 매력적인 미소! 어딘가 갸냘픔! 긴 생머리!

난 까맣고 건강이 넘쳐나는 뇽근뇽근 이미지라고!!!!!!!!!!!!!!!

게다가 수능을 갓 마친 상태라 충실히 오른 영양으로 포동포동 상태!!!!!!!!!!!!!!!!!!!!

 

 

 

....뭐야 이미지 전혀 맞지 않잖아 OTL...

 

 

하지만 당시에 수능 준비를 하느라 새 코스튬을 만들 시간은 없었고 ㅠㅠ 빌릴 수 있던 건 친구의 친구가 가지고 있던 퀄리티 좋았던 리노아 코스튬 뿐이었다;ㅁ;

 

......제기럴.

 

가끔 그 날의 사진을 찍었던 분들..은 아직도 그 사진을 가끔 보여주시며 놀리신다. ㅠㅠ

내가 봐도 내가 아닌 것 같다....

..........아 진심으로 괴로워요...........과거를 잊어주세요..............

 

 

아무튼 그 당시에는 훗 나름대로 괜찮지 않아? 하는 엄청난 자기 위안과 착각을 하며

오랫만의 코스프레에 광흥분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내 친구가 나를 툭 치며 이야기했다.

 

"아, Y 오빠다~"

 

홈페이지를 통해 보기만 했던 Y군.

실물을 본다고 생각하니 정말 궁금해졌다. 과연 어떤 사람일까 하는 강렬한 호기심.

그렇게 뒤를 돌아다 본 순간.

 

Y군이 있었다.

그의 홈페이지를 즐겨 찾는 많은 지인들과 함께.

 

호프집이어서 무대 쪽 조명과 테이블 쪽 몇몇 조명만 빼고는

얼굴 분간이 힘들 정도로 극히 어두운 상태.

근데 우연이었는지 왜 그랬는지 마침 딱 조명이 내려오는 정 중앙에 Y군이 앉아있었다.

....조명을 온 몸으로 받으며=_=.

 

....뭐지=_=;......

 

그러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Y군과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드라마나 만화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착시 현상이 나에게도 생겼다.

순간 주변이 모두 흐려지고 조명에 온 몸을 받고 있는 Y군만 뚜렷하게 내 시야에 들어온 것.

.....0ㅁ0

 

후광이 비쳤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엄마가 고교 시절동안 계속 나중에 너는 틀림없이 기생 오래비 하나 데리고 오게 될거라고 말할 정도로 여자처럼 예쁜 미소년이 내 취향이었다.

 

 

꽤 오랜 기간 좋아하는 연예인인..

그래서 아직까지도 Y군이 열렬히 싫어하는 나리미야 히로키군.(증오 수준..0ㅁ0)

이런 타입이 원래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었다.

 

Y군은 눈이라도 내린 듯 새하얗고 (엄청 중요.) 다소 마르고 얌전해 보이고 <정말 나는 모범생이고 착합니다>를 이마에 써 붙인 듯한..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데 진짜 한 눈에 들어오면서 강렬하게 심장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살아오면서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다;

사실 난 경계심이 많은 편이라 처음에 사람을 보면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을 즉시 3분내에 내려버리고 아닌 듯한 사람은 아예 초반부터 걸러버리는 성격이다..

잘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해도 매번 지내면서도 관찰하는 게 습관이고..

그래서 이렇게 한번에 판단도 내리기 전에 감정이 반응하게 되는 경우는 정말 처음이었다.

 

수능 스트레스의 여파인가..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사이, Y군은 사진을 찍으러 이곳저곳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마침 근처에 다가오자 친구는 그를 끌여 나에게 인사를 시켰다.

 

" 오빠, 내 학교 친구 H양이야."

소개를 받고 이내 그는 빙글빙글 사람 좋은 미소를 날리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그 사소한 인사가 그렇게 크게 다가올 줄이야.

 

정신 공격이었다.

 

 

 

순식간에 큰 대미지를 입고 HP가 70은 감소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나는 심장이 바깥으로 터져나갈 것 같은 낯선 감정을 느끼며 겨우겨우 대답했다.

 

남자친구를 안 사귀어보았던 것은 아니다.

중학교 때도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소꿉장난 수준이지만 남자친구들이 있었다.

(참 순수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한번도 이런 감정은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 강렬한 충격은 집에 와서도. 심지어 며칠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뇌 속에 박혀버려 빼낼 수도 없게 반복해서 정신공격을 계속 가하더라.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제발 그만해줘..

대미지가 극심해....

왠지 긴장이 풀려.

 

 

나중에 오빠도 말해줬지만, 자기도 그 때 나를 보고 좋은 감정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지만 후훗;

다른 건 다 둘째치고 그런 경험을 하게 된 건 나로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정말 인생에서 처음으로 비운명론자였던 내가 운명을 느꼈다.

 

아직도 그 때 일이 생생하다.

나는 그 때 고 3의 압박을 겨우 이겨낸 때.

인생의 큰 반전을 맞이한 때였다.

그 시기와 맞물려 만나게 된 Y군

그 때만 하더라도 우리가 이렇게 긴 세월을 함께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그 후로 6개월 동안.

우리는 서로의 주변을 빙빙 돌면서 엇갈림을 계속했고

서로간의 거리는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를 반복했다.

 

당시 우리를 계속 이어준 건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메신저 ICQ.

(당시 ICQ를 통해 수많은 코스프레 커플들이 생겨

"사랑은 ICQ를 타고"란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_=... )

그때 그 두그당!이란 소리가 얼마나 설레였는지.=_=

누군가 말을 걸 땐 아오!였나?...암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이어졌던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확신할 수 없어 빙빙 돌기만 했고

길고 긴 눈치보기 싸움에 나는 다소 지쳐 힘들어진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날.

코스프레를 하는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수다를 떨던 늦은 밤 채팅방에서=_=;

약간 변형된 형태의 진실게임을 하다가=_=.....

이른 새벽 오빠의 전화와 이어진 고백으로

.........이어졌다.........=_=

 

 

...왠지 오타쿠스럽다...

 

요새는 사랑은 MSN을 타고..로 바뀌었을라나...

 

사진은 Y군

 

 

  • [하루] 지상 최대 바보. 그 에피소드들

  • [하루] H양, Y군.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 [하루] H양, Y군.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2

  • [하루] 게임개발자와 코스프레어의 데이트 방법?

  • [하루] Long time no see!

최신목록 1 | 2 | 3 | 4 | 5 | 6 | 7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