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밤 9시. 날으는 바늘.
이번에 촬영해야 할 모델은 모두 2명.
DJ MAX의 메인 캐릭터인 에르의 1 메인 코스튬과 2 메인 코스튬이다.
그래서 촬영 컨셉도 두 캐릭터의 커넥션.
1의 에르의 의상은.. 회사 관계자분들에 의하면 <벌꿀녀>.
(...꿀벌과 같은 오버니삭스로 인해;)
그리고 2의 에르의 의상은 다음.
쉬운 것 같고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만들기 어렵다,,
지금은 결혼과 함께 미싱도 팔아버렸고 ;ㅁ;
더 이상 의상 제작이 힘들지만 몇년동안 의상을 제작해보면서 느꼈던 점은.
게임 캐릭터 디자이너들은...
절대로 현실에서 입을 수 없는 옷들을 만든다...
디자인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특이하고 개성넘쳐서 그런 문제가 아니라
정말로 만들어 입을 수 없는 옷을 만든다
OTL
대학교 내내 의상을 공부하면서 마르고 닳도록 듣고 들었던 이야기가 바로
현실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을 디자인하라는 것.
실제로 사람들이 입는 옷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옷은 상당히 차이점이 있다.
하지만 게임이나 만화에서 그러한 제약은 없고
예쁘고 혁신적이면 괜찮아! 라는 것이 지배적이라
코스프레어들에게는 상당한 난제이다.
아무리 예쁘고 혁신적으로 디자인해도
게임 속의 캐릭터들의 의상은 제작하기도 어렵고 만들기 거의 불가능.
게다가 입고 벗기까지 해야한다.
옷을 만드는게 아니라. 옷을 <발명>해 내야 하는 수준.
그럴 듯 하게 옷 외형은 쉽게 만들 수 있겠지만
입고 벗는 문제를 생각하다보면 완전히 발명을 해야한다.
나도 코스프레를 처음 시작했을 때
기껏 다 만들어놓고서는 (..) 도저히 입을 수가 없어 버린 옷들도 꽤 있다.
옷을 분해하여 행사장 내에서 입으면서 실이나 양면테잎 등으로 부착하면서 입기도 하고;
옷을 갈아입는 현장에서 즉석 바느질도 물론;
코스프레의 필수 세트의 하나인 양면 테잎과 가위, 그리고 글루건도 사용한다.
(그래서 코스프레를 하는데 옷을 갈아입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 마디로 입으면서 만든다=_=
현실의 옷을 만들 때는 몇개의 패턴. 약간의 부자재와 실과 바늘만 있으면 되지만
코스프레 옷을 만들 때는 상상을 초월하는 여러가지 재료들과 도구들이 사용된다.
뿐만 아니라 소품도!
도저히 구할 수도 없고 창조해 내야 하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라서;
코스프레를 하다보면 각종 공작과 의상 제작에 능해지게 되더라.
예를 들면 스페이스 채널 5의 우라라가 들고 있는 총.
<저기 허벅지에 차고 있는 총 말이다>
내가 아는 어떤 언니는 카메라 렌즈를 닦는 속칭 뽁뽁이를 이용했다..
그 밖에 페트병, 유리병, 온갖 재활용품과 생활용품이 소품 재료로 사용되는데;;
정말 나는 아이들을 위한 창조성 증진 교육에는 코스프레를 추천하고 싶다...
영재교육에 분명 도움되리라.
코스프레어들 사이에서는 이런 만들기 어려운 옷을 디자인해내는
게임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때로는 원망스럽기 그지없는데...
가장 유명한 코스프레어들의 공공의 적은
바로 마그나카르타의 캐릭터들을 디자인했던 김형태씨...
....OTL....
..살려줘..
너무 캐릭터들의 의상이 혁신적이고 예뻐서 코스프레를 안 할 수는 없고
하지만 만들기는 정말 너무너무너무 힘들고
이 분의 의상은 패턴 구상에만 꼬박 몇일을 보내게 될 정도.
소품도 특이한 디자인이 많아 소품 구상에만도 몇일을 보내게 될 정도.
제작도 마찬가지
(...결국 다잖아)
만날 때마다 제발 쉽게 만들어달라고 아우성을 치게 되는데
그래도 머리를 쥐어짜내며 척척 만들어내는 코스프레어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다들 만들어내니까 다들 디자인하시는거야 흑...
아무튼 이 DJ MAX의 의상도 은근히 어렵기는 마찬가지여서
(이러한 캐릭터들의 의상들이 만들기 언뜻 쉽게 보여도 은근히 어려운 구석이 많다)
특히 에르의 2 메인 코스튬의 저 가슴 부분!;
과연 시간내에 할 수 있을까, 너무 무리한 부탁을 한게 아닐까 노심초사했는데
하루만에 뚝딱 만들어져 나온 의상;
그리고 그 눈부신 퀄리티에 눈물이 절로 앞을 가리더군...
<당시 날으는 바늘에서 프로젝트 팀으로 나왔던 마그나카르타
저스티나의 의상을 입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