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 샤갈(Marc Chall)은 내가 좋아하는 화가다. 풍부한 색채감과 동화적인 느낌이 좋다. 명랑하고 따뜻한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진다. 샤갈은 그림 속에서 가끔 하늘을 날곤 했다. 1985년 3월 28일, 영원히 하늘나라로 올라갔다.
마르크 샤갈은 격랑의 시대를 살았다. 1887년 러시아의 가난한 유태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성인이 된 후, 두 번의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이 터졌다. 거듭되는 시대의 폭풍이 그를 덮쳤다. 러시아혁명의 소용돌이를 피해 고향을 떠나야 했다. 나찌의 위협으로 대륙을 옮겨야 했다. 러시아, 프랑스, 독일, 미국 등을 떠돌아 다녔다. 전쟁 중 치료약품 부족으로 아내를 잃었다.
마르크 샤갈은 운이 좋았다. 스무살 때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사했다. 문화와 예술의 도시였다. 사랑하는 여자, 벨라(Bella)를 만났다. 1910년 파리에 갔다. 천재들이 넘치던 모더니즘의 혁명기였다. 야수파, 입체파, 오르피즘,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등을 폭넓게 집중적으로 접했다. 파리를 떠나, 첫 개인전을 연 베를린에서 호평을 받았다. 고향에서 첫눈에 사랑에 빠졌던 여자와 결혼했다.
모스크바 대학생이었던 벨라를 만난 첫 느낌을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그녀의 침묵은 내 것이었고, 그녀의 눈동자도 내 것이었다. 그녀는 마치 내 어린시절과 부모님, 내 미래를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았고, 나를 관통해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결혼하기 전, 샤갈은 애가 탔다. 부유한 유대인 부르주아인 벨라의 부모님는 가난뱅이 출신 화가를 탐탁치 않게 여겼다. 어느 날, 벨라가 집에 꽃을 들고 찾아왔다. 놀라고 설렌 샤갈에게 그녀는 '당신의 생일이어서 찾아왔다'고 했다. 얼마나 행복했을까? 본인이 반한 여성의 깜짝 등장. 화려한 색감의 카페트 위에 샤갈은 붕 떴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그녀와 키스했다. <생일>(The Birthday, 1915년)은 그렇게 해서 나왔다.
1914년 벨라와 결혼한 마르크 샤갈은 마냥 행복했다.1차 대전으로 국경이 폐쇄돼 베를린으로 돌아가지 못했지만, 넘치는 기쁨을 주체할 수는 없었다.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은 캡버스에 옮겨졌다. 국경이 막혔지만, 연인은 하늘을 날았다. 온 세상은 그들을 위한 무대였다. 왼쪽 아래에서 누군가 엉덩이를 까고 큰일을 보고 있다. <도시 위에서>(Above The Town, 1918년) 그들은 행복하고, 유쾌하다. 이 시절, 샤갈이나 벨라가 공중에 떠있는 그림이 많이 나왔다.
샤갈은 늘 고향을 그리워했다. 그는 거기서 유년을 보냈고, 연인을 만났다. 결혼했고, 신혼을 보냈다. 지금은 벨라루스에 속해있는 비테브스크는 샤갈의 그림에서 평화롭고 목가적인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 정치와 예술의 격랑을 경험했던 그에게 고향은 안식 같은 곳이었으리라. 프랑스 파리에 머물던 시절 그는 벨라가 있는 비테브스크를 생각하며 <나와 마을>(I and The Village, 1911년)을 그렸다. 1922년 샤갈은 마을을 떠났다.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고난을 겪었지만, 샤갈은 세계적인 예술가로 인정받았다. 파블로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미술가로 손꼽혔다. 프랑스 국적을 획득했으며, 부와 명예, 수명을 다 누렸다. 98세에 졸했다.
마르크 샤갈은 다른 미술가와 달리 특정 화파에 속해 있지 않다. 아마도 벨라에게 속해 있었기 때문이리라. 샤갈은 벨라의 무덤 비문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새겼다. 샤갈은 말했다. "평생토록 그녀는 나의 그림이었습니다."
나는 3월에 다른 이유로 샤갈을 떠올리곤 한다. 김춘수가 지은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때문이다. 시인은 아래 <비테브스크 위에서>(Above Vitebsk, 1920년)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simon :)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삼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 1985년 3월 28일, 마르크 샤갈 영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