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 달 동안 혼자서 좌충우돌하느라 힘들었습니다. 지쳤습니다. 이제 저는 그만 두겠습니다. 앞으로 [좌충우돌 오늘]은 이후 님이 이어서 쓸 예정입니다. 첫 꼭지입니다. 응원 부탁립니다. /시몬
4월 1일은 지금까지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지만, 날이 날이니만큼 만우절 이야기를 해야겠다. 어딘가에는 게임회사들이 회심을 기울여 준비한 만우절 이벤트를 모아보고 있을테니, 좌충우돌에서까지 그걸 정리할 필요는 없으리라.
2000년대 후반부터였을 것이다. 게임회사들은 '1년 동안 만우절만 기다려왔다' 수준의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경쟁적으로 서로의 장난질을 뽐냈다. 반응이 좋은 장난은 <디아블로>의 카우 레벨 같이 실제로 구현되기도 했다.
2008년 4월 1일은 좀 특별한 장난이 등장했다.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는 서로 홈페이지를 맞바꿔버렸다. '콜라보' 형식의 만우절 장난이 없지는 않았지만, 대개 한 회사 내에서 진행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꽤 파격적인 시도였다. 당시까지 넥슨과 네오플은 완전히 딴 회사였다.
그 시절 <던전앤파이터> 개발자들은 시즌 2 패치를 개발하느라 미친 듯 일하고 있었다. 게임 내 만우절 콘텐츠를 넣겠다고 했다면 분명히 사단이 났으리라. 온라인게임은 서비스가 꾸준히 지속된다. 프로그래머들은 패치 준비나 버그 수정으로 늘 바쁘다. 게임 내에 만우절 장난을 치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프로그래머까지 들어간 만우절을 치고 있는 회사라면 개발자에 대한 복지가 상당히 좋은 것일 수도 있다.
그 만우절 콜라보가 미래의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진행된 것인지는 모른다. 약 100일 뒤인 7월 10일 두 회사 사이에 진짜 빅 콜라보가 일어났다. 넥슨이 네오플을 전격적으로 인수했다. 비록 한게임이 40% 가지고 있었지만, 그 전까지 네오플은 독립적인 회사였다. 넥슨은 한게임과 한게임재팬이 가지고 있던 네오플 지분까지 모두 샀다. 네오플은 넥슨이 100% 지분율을 갖는 자회사가 됐다.
2008년 4월 1일에 "사장님이 미국에서 투수를 하고 있을 거야."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하다. 허민 대표는 네오플을 나와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 버클리 음대에 들어가서 음악을 공부했고, 야구단(고양 원더스) 구단주 겸 미국 독립리그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는 중국에서도 승승장구하며 넥슨의 중요한 라인업이 됐다. 넥슨 인수 후 나온 <싸이퍼즈> 역시 좋은 성적을 냈다. 게임업계에서 연속해서 성공작을 내는 것이 굉장히 힘든 일이다. 네오플의 개발력은 인정받을 만하다. 넥슨의 네오플 인수는 멋진 선택이었다.
<던파>의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김윤종 이사는 2011년 네오플을 나와 에이스톰을 차렸다. <최강의 군단>을 준비하고 있다. 네오플은 다른 회사와 달리 좀 독특한 개발 문화가 있다. 딱 잘라 설명하기 쉽지 않지만 <던파> 개발자들은 내부에서 의사소통이 잘 되는 편이라 외부와 교류가 그다지 많지 않다. 에이스톰 역시 초기 <던파> 개발자들이 많이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런 개발문화가 다음 신작의 성공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2008년 만우절은 넥슨과 네오플의 합병을 예고한 날이기도 하지만 2003년에는 더 큰 개발사들의 합병이 이뤄지기도 했다. <파이널 판타지>로 유명한 스퀘어와 <드래곤 퀘스트>의 에닉스가 합병했다. 에닉스가 스퀘어를 인수하는 형태였지만 회사 이름은 스퀘어가 에닉스 앞에 왔다. <파이널 판타지>와 스퀘어의 브랜드를 인정한 결과였다. 일본 RPG 양대 산맥을 만든 제작사들의 합병은 당시 큰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스퀘어와 에닉스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이어보도록 하겠다. /이후
- 2008년 4월 1일, 넥슨과 네오플 만우절 장난 콜라보레이션
※ 이 글은 4월 1일에 쓰여졌습니다. 거짓말이 하나쯤 들어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