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5월 27일은 일본 게임 역사에서 무척 의미있는 날이다. <드래곤퀘스트>가 세상에 처음 발매됐다.
처음 나온 <드래곤퀘스트>라 넘버링이 되어있지 않지만 편의상 <드래곤퀘스트 1>이라고 많이들 부른다. 패미콤으로, 더 나아가 가정용 게임기로 한정하면 일본에서 최초로 출시된 오리지널 RPG였다.
PC의 유명한 RPG인 <울티마>와 <위자드리>의 영향을 받은 <드래곤퀘스트 1>은 당시 제약이 심했던 롬팩의 용량을 최대한 이용해 패미콤에게 새로운 RPG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드래곤퀘스트 1>을 제작한 호리이 유지는 원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잡지 필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컴맹이었던 그는 잡지에서 본 개인용 컴퓨터에 대한 특집기사를 보고 컴퓨터를 샀다. 게임도 만들어봤다. 그가 필자로 있던 <주간 소년점프>는 그런 그에게 게임과 게임회사를 취재를 의뢰했다.
그렇게 해서 맡게 된 일거리 하나가 에닉스의 취재였다. 에닉스에서 실시한 제1회 게임 취미 프로그램 콘텐스트를 취재하게 됐다. 이때 그는 자신이 샀던 컴퓨터로 만들었던 테니스 게임(러브매치 테니스)을 응모했다. 결과 발표일, 취재를 위해 행사장에 간 그는 입선 작품 중 자신의 것을 발견하게 됐다.
이런 인연을 통해 그는 에닉스에서 일하게 됐다. 호리이 유지는 게임을 만들면서도 '주간 소년 점프'에 계속 개발 관련 글을 연재했다. 그 인연으로 <드래곤볼>의 작가인 토리야마 아키라가 <드래곤퀘스트>의 연출을 맡게 됐다.
그가 잡지에 썼던 연재물과 토리야마 아키라의 참여 등으로 게임은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드래곤퀘스트 1>은 출시되자 마자 150만 카피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일본 전역을 뒤흔들었다.
기존 미국의 RPG들이 마니아를 대상으로 했다면, <드래곤퀘스트 1>은 시스템을 간략하게 하여 초보자도 무리없이 플레이할 수 있도록 했다. 롬팩의 사양 상, 자유도 높은 게임을 만들기도 어려웠다.
원래는 단발성 프로젝트였다. <드래곤퀘스트 1>의 대히트로 시리즈로 기획이 바뀌었다. 여러 설정들이 생겨났고 <드래곤퀘스트 2> <드레곤퀘스트 3>로 그 설정들이 이어졌다. <드래곤퀘스트> 시리즈의 인기는 '도라퀘 현상'을 만들었다. 게임이 발매되는 날 엄청나게 기다란 줄을 서는 현상이 벌어졌고, 불량배들이 게임을 뺏는 등 사회적 이슈를 만들기도 했다.
미국에는 <드래곤워리어>라는 이름으로 발매되었으며, 같은 해 MSX로 컨버팅되는 것을 시작으로 Wii까지 다양한 기종으로 컨버전되기도 했다.
2013년 들어 iOS용으로도 게임이 나왔다. 일본 스토어에서 받아야 하긴 하지만 30년 전 일본 RPG의 기틀을 만든 이 게임을 지금 다시 한번 즐겨보고 싶다면 귀찮음을 감수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