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말하는 악마의 모습을 그린다면
이 바포메트의 삽화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산양의 머리에 남자와 여자의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는 악마.
하지만 이 이미지가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데 비해
정작 이 악마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은 편이라 하더라.
그도 그럴 것이 원래의 바포메트를 되짚어가니
이 또한 역사 속의 사람들의 권력 다툼으로 인해
갑자기 등장한 악마였던 것.
수백 년 전, 당시 성당 기사단, 템플 나이트는 점차 그 세력과 부를 늘려나가,
교회와 왕의 권력에 큰 위협이 되었고.
이에 두려워진 교회와 공정왕 필립 4세는
템플 나이트에게 <이단>이라는 누명을 씌워
그들의 재산과 위협이 되는 권력을 뺏고자 했더랬다
그 이단의 증거로 들었던 것이 바로 이 바포메트.
그들이 이국에서 가져온 책에 있던 바포메트의 문장을 이용해
악마의 의식을 치른다는 것.
...이라고 누명을 씌우게 된다.
이에 끌려간 템플 나이트의 프랑스인 기사들은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 결국,
악마의 의식을 인정하며 바포메트를 자주 언급하게 된다만,
이게 실제 사실이 아니라
없던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이니‥
정작 바포메트의 모습이나 이야기가, 사람마다 묘사하는 바가 달랐고
심지어 아무리 고문을 해도 바포메트를 모른다는 사람들도 많았던 모양.
하지만 그 당시 종교 재판으로는
진술의 불일치는 가볍게 무시할 수 있을 정도여서,
이에 많은 템플 나이트의 일원들이 이단으로 몰려
화형장의 재로 스러졌다고 한다.
인간이 제일 무섭습니다... ㅠ0ㅠ
아무튼 그런 역사적 배경을 안고 탄생한 바포메트는 정작.
이슬람교의 예언자이자 창시자인 <마호메트>(무함마드)의
옛 프랑스어가 변질된 것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며,
또 다른 속설로 아랍어의 ‘이해의 근원’이라는 의미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즉 바포메트라는 명칭 자체가 신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일종의 학문, 주술적 상징이었다는 것.
아무튼, 그런 수많은 희생을 뒤로
이러한 바포메트의 이미지는 19세기 Eliphas Levi라는 사람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뿔 달린 산양 머리에
날개가 달린 인간의 모습을 한 바포메트를 그렸고
그것이 현재에까지 이르러 바포메트의 모습을 형성하게 된 것이라고.
그렇게 만들어진 바포메트는
수많은 소설, 영화, 그리고 게임이나 만화에 다양하게 등장.
이름만으로도 친숙하게 되었다.
...둠...
<큐라레>의 바포메트는
커다란 낫을 들고 산양 뿔을 가진
매력적인 누님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사실 그렇게 게임에서는 그다지 사양이 좋은 카드는 아니지만,
일러스트에서 풍기는 묘한 분위기라든지.
돌돌 말린 산양 뿔이 달린 매력적인 악마 누님의 모습과
화려하면서도 노출도가 높은(...) 의상의 디자인이 한 눈에 들어오는 캐릭터.
그래서인지 이 바포메트는
누님 캐릭터에 엄청난 싱크로율을 보이는 디도언니가
처음부터 찜해두었던 캐릭터였다.
[Dido, Baphomet, Photography by Fazz]
사실 나도 보자마자 언니를 자동으로 떠올렸었고.
그래그래 하자꾸나.
이 캐릭터가 디도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리.
라며 얼싸안고 둥실둥실 합의했으나.
시간상의 문제로 아쉽게 버전 1에서는 하지 못했더랬다.
가발이나 재료는 정작 다 사놓고.
그래설라무네
이번 기회를 빌려 언니의 바포메트를 드디어.
볼 수 있게 되었다.
[Dido, Baphomet, Photography by Fazz]
: 드디어… 드디어 바포메트구나.
: 응. 가발을 사 놓고도 이거 할 수 있나 싶었는데 결국!
: 저번 챌린저 교수도 교수였지만.. 이 매력적인 악마의 여왕님을 언니가 놓칠 리가 없다고 생각 했소!!
: 하루도 잘 알다시피… 내가 워낙 누님 캐릭터 자체를 다 좋아하지만. 특히 무기를 들고 있는 섹시한 여전사 캐릭터를 정말 좋아하잖아! 그런 캐릭터는 절대 놓칠 수가 없지.
: 무기가 있는 편이 더 액티브한 포즈를 만들기도 좋고. 언니 정말 그런 캐릭터 좋아하지.
시간 상의 문제로 지난번에 아쉽게 스킵했었고.. 이대로 하기 힘들지 않을까 내심 생각했었는데!
결국 보게 되었구나! 언니에게 딱 맞는 옷을 입힌 느낌.
[Dido, Baphomet, Photography by Marc]
이 캐릭터를 디도가 하지 않으면 누가 이렇게 구현해내리.
그렇다. 이 바포메트란 캐릭터는
디도언니에게 그야말로 딱 맞는 옷을 입힌 듯한 캐릭터.
언니가 좋아하는 요소란 요소는 몽땅 집결되어 응축되어 있었다.
언니는 들뜬 목소리로 바포메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Dido, Baphomet, Photography by Chori]
: 그렇다니까! 처음에 이 바포메트 일러스트를 보는 순간. 숨 막힐 뻔 했다니까.
한 눈에 반해버렸어. 엄청나게 매력적인거야!!!!
: 뭔가… 첫 눈에 반한 러브 스토리를 듣는 기분이다만….
: 내가 좋아하는 요소란 요소는 몽땅 가지고 있었어!!!! (오열)
: 지…진정하라고 언니.
: 그도 그렇잖아. 매력적이고, 섹시하고, 거대한 무기라니!! 그것도 낫이야 낫! 낫이라고! 낫!
: 나...낫이지.
: 뿔도 있어!!!!! 돌돌 말린 금색의 뿔!!!!!
: 뿌…뿔이지. 진정하라니까. 그리 좋았소.
: 그런데 그 뿔 때문에 엄청 고생하긴 했지만서도… 그래도 뿔이라니까. (오열)
: 하긴. 나도 정말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만나게 되면 진짜 사랑에 빠져버림. (웃음)
: 일러스트를 보고 첫 눈에 반했지. 솔직히 카드 자체는 그렇게 좋은 카드는 아니었어도. 워낙 일러스 트가 훌륭해서.. 정말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됐네.
: 어울리기도 엄청 잘 어울렸다고 생각해. 기대했었고. 사실 시간상의 문제로 지난 프로젝트에서 못 할 때 나름 많이 아쉬웠거든. 언니의 바포메트가 이대로 묻혀지나 했는데 정말 다행이었어.
[Dido, Baphomet, Photography by Fazz]
그러고보니 바포메트의 의상은 수영복에 가까운 바디 슈트.
사실 옷이란 건 몸에 붙으면 붙을 수록, 스트레치가 있으면 있을 수록,
만들기 정말 어렵다.
움직임과 입체적인 굴곡을 감안해서 패턴도 자잘해지고
절개도 많아지고, 원단의 늘어나는 방향도 잘 고려해야 하기 때문.
조금만 잘못 하면 틀어지기 일수라.
게다가 은근히 악마답게 주렁주렁 화려한 보석들을 걸치고 있고
부자재도 블링블링한 것이 많아
이 옷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제작기가 궁금해졌다.
: 의상 만들 때 좀 고생했겠는데? 나도 코스프레 의상을 만들면서 알게 되었지만….
옷이라는 것은 몸에 붙으면 붙을 수록. 스키니할 수록 만들기 정말 힘들잖아. 절개도 많아지고. 생각 할 것도 많아지고. 어렵진 않았어?
: 응 하루 말대로. 이게 수영복 수준의 의상이고 트인 부분이 많아서 만들기 까다롭긴 해.
하지만 알다시피 내가 워낙 이런 종류의 의상을 좋아하다보니... 아무래도 코스프레를 하면서 많이 만들게 되잖아? 그래서인지 패턴을 짜거나 만드는 데는 아주 크게 어렵진 않았어.
: 그렇구나!! 하긴 언니가 고르는 캐릭터들이라면 수영복 수준의 바디 슈트 쯤이야 (..) 제일 어려 웠던 부분은 어떤 거였어?
: 카드에 없는 부분의 디자인이었지. 바포메트의 의상을 보면 옆라인이 다 트여서 보이는 캐릭터라서 어느 정도 보여야 하는 지 고민이 많았어. 보이지 않는 뒷 태에 대해서.
그래서 사실은 뒷면을 그냥 모두 끈으로 할까…생각했다니까.
: 히익 너무 야해! (나는 좋지만. 하고 나지막히 속삭인다)
: 그렇지. 너무너무 야한거야! 그래서 뒷면도 앞과 비슷하게 천을 대서 옆라인만 트여지게 만들었어.
: 그랬구나. (왜인지 모를 아쉬움이 스쳐지나가....)
: 아무래도 자세한 설정이 있는 게 아니구 일러스트가 딱 한 장 밖에 없어서, 안 보이는 부분은 상상 을 해서 디자인을 할 수 밖에 없지.
[Dido, Baphomet, Photography by Marc]
[Dido, Baphomet, Photography by Fazz]
: 개인적으로는 원단의 선택도 좋았어. 특히 보라색 의상 부분. 색상도 굉장히 고급스러웠고, 은은한 펄도 좋았어.
: 일러스트를 보면, 약간 뱀 모양처럼 다이아몬드 패턴이 보여. 원단에…. 그런데 도저히 짧은 시간에 그것을 재현할 수가 없더라구. 그래서 고민하다가 되려 은은한 펄 느낌이 나는 원단으로 고른 거야.
: 그랬구나, 오히려 현실로 구현하니까 이 펄 원단이 골드 컬러랑 잘 어울려서. 오히려 원래 일러스트 느낌을 잘 표현한 것 같아. 고르느라 원단 시장 좀 뒤졌겠어.
: 원단도 그렇지만 의상의 보석 장식들이…. 의상을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자잘한 보석 장식이
엄청나! 그 보석들을 다 구하느라. (울음)
간만에 동대문을 구석구석 다 뒤졌어. 생각 외로 비슷한 게 많지 않더라. 가격도 높은 편이었고.
: 고생했네 (눈물)
[Dido, Baphomet, Photography by Fazz]
그러고보니 온 몸에 금이며 보석이며 잔뜩 휘감고 있는 럭셔리한 바포메트님.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빠지면 안되는 이런 자잘한 소품님들이
코스프레어들에게는 고통의 한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 그럼 의상 제작하다가 제일 어려웠던 거….
: 뿔.
: 아 그거구나. 그거 말곤?
: 뿔. (단호)
: ...그래.
: 만들다가 몇 번 던질 뻔 했어….
: 많이 어려웠구나.
: 여러가지 재료를 다 사서 도전해보려고 했는데, 좀처럼 방법이 나오질 않는 거야. (오열)
개인적인 기대에도 못 미쳤던 터라 많이 아쉬웠어. 마침 유카가 뿔 한 쪽을 샘플로 만들어줘서, 거기 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겨우겨우 만들었지.
[Dido, Baphomet, Photography by Marc]
: 뿔은 처음 만들어봤다고 했지?
: 맞아. 처음이었어. 처음에는 쉽게 만들어질 줄 알았는데 생각처럼 나오기 어렵더라.
이왕 처음 만들어 보는 김에, 뿔은 카드 이미지대로 잘 만들고 싶었어.
자세히 뿔을 보면 그냥 말끔한 면으로 된 게 아니구. 선이 하나하나 들어가 있는 전형적인 산양 뿔 있지?
: 그게 바포메트의 뿔이지.
: 응, 그래서 바포메트 의상의 핵심이라고 생각했어. 그런 부분을 리얼하게 살리고 싶었거든. 근데 생 각보다 너무 어려운거야! 유카가 아이디어를 주지 않았다면 정말 힘들었을거야.
: 고생 끝에 낙이 왔다고. 결과물을 보니 무척 리얼하고 좋았어.
뿔... 너란 녀석.
골판지를 이용해서 뼈대를 잡은 모양.
그리고 수많은 채색과 가다듬는 과정을 통해
저렇게 멋진 뿔이 ‘짜잔’ 완성되었다.
[Dido, Baphomet, Photography by Chori]
그런데 이 뿔은 단순히 제작 상에 고통만 준 것이 아니라
촬영 내내 디도 언니에게 고통을 안겨 주었다.
: 그러고보니… 촬영할 때도 뿔 때문에 애를 먹었지.
: 응. 뿔도 무거워서 머리에서 핀으로만 고정하려니… 고정이 안 되더라구.
머리에서 뿔은 자꾸 떨어지지, 게다가 뿔뿐만이 아니라 요정귀에 머리 보석 장식까지 있어서!!! 아, 정말 목 위로 장식 밀집도가 엄청난거야!
: 무거워보이긴 했어….
: 촬영하면서 꽤 힘들었던 것 같아. 덕분에 뿔을 신경쓰느라 포즈도 가끔 엉성했고.
: 아 그 맘 알지. (코페르니쿠스를 생각하며 공감)
: 그래도 이렇게 신경 썼던 뿔이랑 귀가 나중에 막상 사진을 보니까 어느 정도는 잘 나온 것 같아서 만족스럽긴 했어. 그래도 역시 아쉬운 점이라면 아쉬운 점인 것 같아. 뿔이.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는 다시 제대로 만들고 싶어.
[Dido, Baphomet, Photography by J]
: 이번에도 언니는 정신 없이 사진을 찍을 수 밖에(…)
: 응. 참 그게 <큐라레>를 찍을 때마다 뭔가 집에서 일이 생기네.
: 그… 그래도 이번에는 같이 찍은 게 어디냐며(…)
: 그렇네. (웃음) 그래도 친구들이랑 좀 더 많은 시간을 가지고 촬영하고 싶었거든.
일이 꼭 왜이렇게 겹쳐서 오나 몰라.
그리고 렌탈 스튜디오의 아쉬움이랄까. 아무래도 시간에 쫒기게 되니까. 다들 더 여유롭게 찍고 싶 었는데 정신없이 촬영하는 분위기라 여유가 없었던 게 아쉬웠던 것 같아.
: 맞아, 여러명이 렌탈 스튜디오를 사용하게 되니까 나도 더 급박해지고 시간 배분이며 어레인지
하기가 쉽지 않더라구. 마음이 급해졌었어.
: 그래도 나중에 기억해보면 이 정신없음 자체가 또 기억에 남을 것 같아. (웃음)
또 정신없이 찍는 가운데에서 친구들과 서로서로 촬영 시간 배려하면서 찍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구.
: 나도 언니와 이렇게 재미있게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좋아. 언니 정말 수고 많았어!
[Dido, Baphomet, Photography by Chori]
합이 맞는 캐릭터란 정말 코스플레이어에게 중요하다.
물론 좋아하는 캐릭터를 코스프레 하는 것만으로도
코스프레 자체의 즐거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캐릭터가 자신과 잘 맞고 이미지도 일치할 때
코스프레의 즐거움은 배가 되고,
또한 좋은 사진도 얻을 수 있다.
디도언니의 이번 캐릭터는 정말 그런 느낌이었다.
제작부터 촬영까지 어느 하나 쉬운 건 없었고
노출이 많은 의상이다 보니 촬영 내내 편히, 여유롭게 촬영하진 못했지만.
언니에게 꼭 맞는 캐릭터의 촬영은
정말 보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으며 결과물 또한 더더욱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 힘든 과정 과정과 (특히 뿔)
정신없던 촬영의 카오스 속 안에서
서로를 위해주고 도와주며 배려해주는 분위기가 없었더라면
언니의 바포메트는 볼 수 없었을 것이고.
우리가 함께 만든 프로젝트는 아마 지속하기 힘들 것임에 틀림없다.
.
팀웍과 그리고 캐릭터와의 조화가 만들어낸 언니의 멋진 바포메트.
다음 언니의 코스프레 또한 무척 기대가 된다.
[Dido, Baphomet, Photography by Fa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