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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뉴스

[허접칼럼] GDC 차이나에 관한 5가지 이야기

한국 기자 중 처음으로 GDC 차이나를 참관한 시몬의 수박 겉핥기

임상훈(시몬) 2014-10-23 18:48:22
GDC 차이나 2014에 갔다. 출국 전 정보를 찾아 웹을 뒤져봤다. 거의 없었다. 2009년 디스이즈게임에 실렸던 1 꼭지 정도만 있었다. 베일에 싸여있던 행사. 지난 19~21일, 드디어 그 곳을 다녀왔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를 담는 스트레이트 기사는 생략한다. 대부분 관심 없을 듯하다. 대신, 주관적인 인상비평을 쓴다. 3일의 첫 경험으로 GDC 차이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격이다. 아래 나올 두루뭉실하고, 허접한 겉핥기에 미리 양해 부탁드린다. /상하이_시몬(임상훈 기자)


1. 규모가 작다. 왜 그럴까?


중국은 인구로 먹고들어가는 나라다. 일상적으로 크게크게 벌린다. 하지만, GDC 차이나는 다르다. 많이 다르다. 참가자 규모는 적다. 무척 적다. 샌프란시스코나 쾰른의 GDC 경험으로 예측하면 곤란하다. 행사장에서 만난, 다른 국적의 다섯 사람에게 행사 규모에 대해 물었다. 모두 대답이 일치했다. “Smaller than expected.”(예상한 것보다 적다.) 일요일에 시작해서 그럴 수도 있다 싶었다. 월요일도 다르지 않았다.

10여 업체가 참가한 엑스포 공간도 조촐했다. 텐센트나 알리바바, 360이나 바이두 같은 대형 퍼블리셔나 플랫폼 업체의 이름은 안 보였다. 거물급 저명 인사의 출현도 없었다.



복수의 주최측 관계자에게 물어봤다. 참가자는 약 800명 수준이었다. 참고로, 올해 열린 GDC 샌프란시스코와 NDC(Nexon Developer Conference)의 참가자 규모는 각각 2.4만 명과 2만 명 수준이었다. GDC 차이나 는 다른 행사에 비해 비개발자의 참가 비율이 매우 낮았다. 마케팅이나 비즈니스를 위해 찾아올 만한 사이즈가 안 돼 그럴 것이다.

왜 이렇게 규모가 작을까? 이유는 CGDC(China GDC)와 관련 있다. 차이나조이 기간 열리는 CGDC는 신문출판광전총국의 지원을 받는다. 샌프란시스코 GDC와는 상관 없는 행사다. 이 컨퍼런스에는 마이크 모하임(블리자드 대표) 같은 사람이 기조연설을 한다. 게임 시장에서 중국 정부의 영향력에 대해 마이크 모하임까지 알고, 신경 쓴다는 이야기다.

반면, GDC 차이나는 GDC 프랜차이즈의 행사다. 2000년대 후반, 문화부가 후원했었다. 당시 문화부와 신문출판총국(광전총국과 통합 전 명칭)은 게임 주도권을 놓고 화끈하게 다퉜다. 신문출판총국이 이겼다. 업계에는 CGDC를 미는 신문출판총국이 GDC 차이나 참가자에게 압력을 가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제 문화부는 더 이상 GDC 차이나를 후원하지 않는다. 신문출판광전총국과 우호적인 ‘꽌시’(관계)에 신경 쓰는 대형 회사들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2. 외국인이 많다. 왜 그럴까?


강연장에는 외국인이 꽤 많았다. 한국의 컨퍼런스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GDC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본인 등 많은 미국인을 보긴 하지만, 압도적으로 많은 건 미국인이다. 게임스컴 기간 열리는 GDC 유럽도 유럽인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지금껏 내가 참석한 게임 컨퍼런스 중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주최 측에 문의했다. 강연자의 60% 이상이 외국인이고, 참관자 중 외국인의 비율이 3분의 1 정도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왜 이렇게 외국인 비율이 높을까? 몇 가지 이유로 추정된다. 먼저, 내국인 수가 적다. 내국인의 절대 규모가 적으니, 외국인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확 올라가고, 자주 눈에 띈다. 내국인 규모가 적은 이유는 앞서 설명한 정부와 관계 등의 영향이 크다.

두 번째 이유는 GDC의 브랜드다. GDC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다. 대적할 글로벌 컨퍼런스가 없다. 중국은 매력적인 시장이고, 그 앞에 ‘GDC’라는 믿을 수 있는 브랜드가 턱 하고 붙어있으니, 당연히 바깥으로부터의 관심이 클 것이다. 처음 GDC 차이나를 찾은 미국 개발자와 한국 모바일게임 회사 해외사업 담당자들도 그런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세 번째 이유는 중국 시장의 불투명함이다. 많은 이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은 스토어가 너무 많고 복잡한데, 정보는 별로 없다.” 그래서 공부하거나 네트워크를 맺으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중국 시장을 ‘블랙 마켓’이라고 부른,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에서 온 개발자들이 그런 이유로 ‘상하이국제회의중심’(Shanghai International Convention Center)에 왔다.


3. '택티컬커맨더스'가 떠오르다. 왜 그랬을까?


샌프란시스코 GDC에는 여러 행사가 있지만, IGF(Independent Game Festival, 독립 게임 축제)가 가장 신나는 공간이었다. 강의 세션은 공부하는 곳이고, 엑스포는 비즈니스 하는 곳이다. IGF는은 독립 개발팀들의 참신한 게임을 해보고, 놀라고, 놀리고, 추켜주고, 응원하는 곳이다.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출품한 게임 중에서 베스트를 뽑는 시상식 역시 축제 형식의 흥겨운 행사다. 



GDC 차이나에서도 ‘IGF 차이나’가 함께 했다. 샌프란시코에서 열리는 IGF에 여러 나라 개발팀이 참가하지만, 미국 개발팀이 주류다. 반면, 상하이에서 열리는 IGF에는 중국과 더불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 아시아 출신 개발팀이 다수를 차지했다.  

대규모 자본과 다양한 고급기술 기반의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는 IGF가 매력적인 행사가 아닐 수 있다. 모바일이 시장을 주도하는 시대에는 상황은 바뀌었다. 참신한 기획의 젊은 탤런트(재능)와 시장 사이의 거리는 무척 가까워졌다. IGF는 숨은 탤런트를 찾을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 됐다. 

2001년 3월 넥슨의 <택티컬커맨더스>는 IGF 샌프란시스코를 들썩이게 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은 콘솔과 PC패키지가 주류이던 시절이었다. 메이저 게임회사와 투자자는 넥슨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만약 그 시절 넥슨에 투자했다면 지금쯤 로또를 터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올해 IGF에는 말레이시아 개발팀(아래 사진)이 베스트게임 상을 탔다. 온라인게임 전성 시절, 개발 역량으로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곳이다. 이미 모바일게임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져 그 시절 넥슨 같은 로또의 확률은 적겠지만, 모바일에서는 동남아의 탤런트가 경쟁력을 갖는다. 지켜봐야 한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또 하겠다.



IGF 차이나에는 한국에서 참가한 게임팀은 없었다. 내가 알기로, 참가작들을 눈여겨 살펴본 한국 관계자도 없었다. 중국 메이저 퍼블리셔 넷이즈는 GDC 차이나가 아니라, IGF 차이나만 후원했다.


4. 그래서, GDC 차이나는 갈 만한 곳인가?


올해 참가한 한국 관계자는 몇 안 된다. 매체에서는 디스이즈게임만 갔다. 강연자 중에는 오큘러스 이호민 엔지니어가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엑스포에서는 모바일게임 서버전문 업체 '아이펀팩토리' 혼자 분투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국내 온라인/모바일게임 업체는 위메이드가 유일했다. (직접 보지 못했지만, 10명 이내의 한국인 방문객이 있었다고 한다.)

 

먼저 가본 몇 안 되는 한국 사람 중 하나로서 게임계에 의견을 줘야 할 것 같다. 게다가 GDC는 비싸기로 유명한 행사니, 무턱대고 가긴 그렇다. 올해 GDC 차이나의 현장등록 올액세스 패스는 5,950 위안(약 102만 원)이었다. 디스이즈게임을 통해서 사전 등록했다면 훨씬 쌌을 것이다. 참고로, 내년 GDC 샌프란시스코의 현장등록 올액세스 패스는 2,095달러(약 220만 원)다.  

 


 

어쨌든, 한국 게임인에게 GDC 차이나는 갈 만한 곳인가? 


경우에 따라 다르다.

만약 중국 계약을 염두에 두고 퍼블리셔나 플랫폼 업체를 찾는 개발사라면, 가지 마라. 앞서 이야기했지만, 아직까지 그런 사람들은 별로 안 오는 행사다. 게다가 차이나조이나 지스타라는 충분히 훌륭한 대안이 있다. 갈 필요 없다.

만약 중국 개발 환경에 대해 잘 모르고, 배우고 싶다면, 기꺼이 권한다. 상하이는 가까운 곳에 있고, 시차도 1시간이다. 하지만, 영어만 믿고 가면 안 된다. 중국어를 확실히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컨퍼런스 내용을 잘 따라가고, 더 많이 물어볼 수 있다. 앞으로도 도움이 될 인물들과 사귈 수 있다.

퍼블리셔로서 중국 게임을 소싱하는 목적으로 간다면 어떨까? 아직 잘 모르겠다. 이 곳에 오는 중국 개발팀의 역량이 어느 수준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하며 간다면 운에 맡긴다.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중국 및 동남아시아 개발팀 등을 물색하고, 네트워크를 맺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있을 듯하다. 아직까지 중국 대형 퍼블리셔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라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5. 낮에 실망하다. 밤에 두려워하다.


GDC 첫날 행사장에서 실망했다. 이후에 만족했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한국 회사들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시시해보였다. 속을 들여다 보니 생각이 확 바뀌었다. 

첫날 밤 열린 환영 파티에서 두려움을 느꼈다. 중국 게임산업 글로벌화의 한 단면를 엿봤기 때문이다.



중국은 인구로 먹고들어간다. 시장이 크다. 그 큰 시장을 정부가 장벽을 치고 보호해준다. (그 동쪽에 있는 나라랑 매우 대조적이다.) 과거 중국의 대부분의 업체들은 자국 시장의 크기만 믿고, 중국풍 게임 개발에만 집중했다. 맞는 전략이었다. 진입장벽이 높았고, 그 장벽 안에는 먹을 거리가 충분했다. 덕분에 한국 게임회사들은 중화권을 제외한 해외에서 경쟁력 유지가 수월했다.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 내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이제 해외시장을 노려야 한다. 뒤를 봐주던 정부도 이제는 해외 진출에 나서라고 다그친다. 하지만, 중국 게임의 해외 성적은 대체로 별로였다. 돈 많은 업체들은 대안을 찾았다. 투자나 인수였다. 대표적인 회사가 텐센트였다. 라이엇게임즈, 팝캡, 에픽게임즈, 액티비전 블리자드, CJ게임즈 등에는 텐센트의 돈이 들어갔다.

개발력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GDC 차이나는 작지만, 그런 고민을 풀어줄 숨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강연자나 참관자 중에는 해외 업체에 활동 중인 중국계 인물이 많았다. 해외 본사는 큰 시장인 중국 진출을 위해 그들을 보냈을 것이다. 이들과 교류를 통해 중국 개발자들은 글로벌 게임 환경을 배운다. 그 배움에는 화교 출신의 동남아 개발자들도 합류했다. IGF 시상식에서 베스트 게임상을 받은 말레이시아 팀은 영어와 중국어로 소감을 말했다. 

넥슨이 주최하는 NDC나 게임개발자협회가 여는 KGC는 다 매력이 있다. 다만, 갈수록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기에, 국제적 경쟁력 배양의 관점에서 보면 한계가 있다. 온라인에서는 우리가 최강이었지만, 모바일은 전혀 아니다. 해외 시장에 대해 제대로 읽을 수 있고, 토의할 수 있는 컨퍼런스가 아직 국내에는 없다. 

과거 해외 사업 담당자들이 주로 참여했던 '세계시장 전망 세미나'가 매년 열렸다. 의미있는 행사였지만, 해외사업 담당자들이 잘 해서 풀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만든 것 가지고 나가면 잘 팔리던 시대, 얼마 받을까 여기저기와 흥정하던 시대는 아니다. 지금은 개발부터 달라져야 한다.

GDC 차이나는 매우 조촐했지만, 국내에도 개발자들의 글로벌 감각과 지식을 키워줄 행사가 필요함을 태산처럼 일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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