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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칼럼] 차이나조이 2023, 역대급 실망에서 역대급 두려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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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훈(시몬) 2023-08-03 16:01:08

'어쩌다 차이나조이가 이 모양이 됐을까?'


올해 차이나조이는 역대급으로 실망스러웠습니다. B2C와 B2B 전부 그랬습니다. 차이나조이 이튿날 아침, 중년게이머 김실장도 이렇게 말했죠.


"해볼 게임이 없어요."


낭패였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은 올해 차이나조이에 통역 3명을 포함해 10명을 파견했습니다. 역대 가장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했죠. 그동안 발전한 중국 게임, 이번에 제대로 커버해볼 심산이었습니다.


불가능한 미션이었습니다. 제가 바보였습니다. '4년 만에 열리는 행사', '차이나조이 20주년'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지난 4~5년 중국 게임계의 변화를 까맣게 잊었던 거죠. 


뒤늦게 차이나조이가 재미없어진 이유를 생각했습니다. ▲판호 규제 ▲공동부유 ▲상하이 봉쇄 ▲디커플링 같은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추론의 끝에 어떤 감정 하나가 훅 올라왔습니다. '두려움'이었죠. 이 글이 실망감에서 끝났다면 그나마 나았을 겁니다. 한국 게임, 진짜 긴장해야 할 것 같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시몬


차이나조이의 호요버스 부스. 이곳에서는 무려 '링 던지기 체험'이 이루어졌습니다.




# "중국 게임에서 배우자!"


차이나조이 가기 전 편집국 목표은 이거였습니다. 현재 텐센트와 넷이즈는 매출 기준 세계 게임회사 순위 최상위권에 있습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CEO 바비 코틱이 MS와 합병 이유로 이 두 중국 회사의 급성장을 언급할 정도였죠.


코로나 시기 가장 떠오른 게임사는 호요버스(미호요)입니다. 2020년 9월 출시한 <원신>은 올해 6월까지 약 48억 달러(약 6.2조 원)을 쓸어담았죠. 세계 곳곳에 팬덤이 생겨났고 <붕괴: 스타레일>로 글로벌 성과를 쭈욱 확장하고 있습니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매출 최상위권은 특이합니다. '리니지라이크' 게임이 장악하고 있죠. 반면 50위권 내 상황은 글로벌 게임 시장과 비슷합니다. 중국 게임이 수두룩하게 배치돼 있죠.

 

디스이즈게임은 국내 게임 업계에 자극을 주고 싶었습니다. 차이나조이 홈페이지와 중국 제휴 매체(17173.com) 등을 통해 어떤 게임이 나오는지 체크했고, 그 게임을 직접 해보고 제대로 평가하는 콘텐츠를 구상했습니다. 통역 포함 편집국과 김실장 팀 등 10명의 멤버를 투입한 이유였죠.


디스이즈게임은 이번 차이나조이에 역대 최대 규모인 10명의 멤버를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바보였습니다.


# 역대급으로 쾌적한 차이나조이, 그러나...

처음으로 차이나조이를 가는 디스이즈게임 편집국 기자들은 선배들로부터 놀리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사우나조이'라는 단어가 어김없이 나오죠. 첫 출장가는 멤버들은 뜨겁고 습한 현지 날씨와 열악한 행사장 상황을 걱정하며 상하이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올해 상하이와 행사장 상황은 예측과 전혀 달랐습니다. 서울은 35도로 찜통이었지만, 상하이는 태풍의 영향으로 30도 이하로 다니기 훨씬 수월했습니다.


게임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자들이 입장하려면 내야 했던, 귀찮았던 보증금(300위안) 제도도 폐지됐습니다. 행사장은 에어콘이 잘 나왔고 부스 사이 동선도 널찍했습니다. 경쟁하듯 데시벨 올리기 대결을 펼쳤던 부스들은 매너를 지켰고, 게임과 상관 없이 우르르 쏟아졌던 쇼걸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차이나조이도 제법 번듯한 게임쇼 모양새를 갖춰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과거에는 없던, 치명적인 문제가 새로 생겼습니다.


새로운 콘텐츠, 즉 게임이 별로 없었습니다. B2C에는 플레이 가능한 신작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찾더라도 플레이할 기기가 적었죠. 대부분의 부스가 이벤트와 굿즈 판매 등에 집중했습니다. 


B2B에서는 개발사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결제와 마케팅, 로컬라이제이션 등 게임사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들이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역대 최고로 쾌적했지만, 역대 최고로 재미없었던 게임쇼.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2021년 이후 중국 게임계의 상황을 돌이켜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게임 시연대에 아무 것도 없는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 2021년 '공동부유'의 후유증

중국 게임 업계는 2018년 이후 지속적인 정부 규제를 겪어 왔습니다. 특히 차이나조이가 열리지 않았던 2021년은 악몽 같은 한해였죠. 그해 중국 정부는 '공동부유' 정책을 밀어부쳤습니다. 물가 부담을 가중시켰던 부동산 기업, 사교육 업체와 함께 빅테크 기업이 주요 타깃이 됐죠. 부유층과 기업들의 '자발적 기부'를 통한 3차 분배 등 실천방안이 나왔습니다.


2021년 3월 텐센트 마화텅 회장은 반독점 기구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에 불려가 '웨탄'(豫談, 예약 면담)을 갖고 “독점금지법 등을 준수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웨탄’은 원래 단어 뜻 그대로 약속을 미리 잡아 대화하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문제가 있거나 눈엣가시인 사람을 불러 수정을 요구하는 ‘군기 잡기’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죠. 일종의 구두 행정 조치입니다.


마 회장은 4월 농촌 경제 활성화, 식량 및 에너지난 해결 등에 500억 위안(약 9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죠. 같은 달 알리바바에는 182억 위안(약 3.3조 원)의 역대급 반독점 과징금이 부과됐습니다. 7월 중국 최대 차량호출앱 디디추싱은 앱 시장에서 삭제됐습니다. 회원 100만 명 이상 인터넷 기업은 상장 전 심사가 의무화됐죠. 12월 디디추싱은 뉴욕 증시 상장폐지를 결정했습니다.


게임을 "정신아편"에 빗댄​ 2021년 8월 3일자 경제참고보 전면


이런 압박 기조는 게임에 대한 역대급 규제 광풍으로 이어졌습니다. 으레 그렇듯 언론이 포문을 열었죠. 8월 3일 경제지 '경제참고보'는 <왕자영요>를 예로 들며 온라인게임을 '정신적 아편'에 비유했습니다. 아편전쟁 패배 이후 '아편'은 중국인들에게 엄청난 역사적 트라우마를 상기시키는 단어죠. 엄청나게 센 비판이었습니다.


경제참고보는 국무원 관할 국영 뉴스통신사인 신화사가 발행하는 매체죠. 이튿날 '증권시보'는 게임에 대한 정부 세제혜택과 지방정부 보조금 중단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증권시보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죠. 정부 매체와 공산당 매체가 릴레이하듯 이틀 연속 게임에 대한 공개적 공세를 시작한 것입니다.


그달 중국 정부는 강력한 미성년자 셧다운제를 시작했습니다. 18세 미만 청소년은 금요일과 휴일 오후 8시에서 9시 사이 1시간을 제외하면 온라인게임 플레이가 금지됐죠.


그리고 그 다음달(9월)부터 판호 발급이 갑자기 중단됐습니다.


이 시기 텐센트 주가는 2021년 2월 11일 719.23 HKD에서 2022년 10월 28일 190.78 HKD까지 꾸준히 쭉쭉 떨어졌습니다. 약 4분의 1 토막이 됐죠.


미성년자 셧다운제가 실시된 이후, 중국에서 <원신> 접속에 성공하자 눈물을 흘리는 청소년의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출처: 바이두)


# 판호 발급 중단과 급감의 여파

2017년 중국 정부는 웬만하면 판호(서비스 허가권)를 내줬습니다. 그해 무려 1만 개에 가까운 게임(9,633개)이 판호를 받았죠. 이후 판호 발급 규모는 계속 줄어들었습니다. 2018년 2,105개, 2019년 1,545개, 2020년 1,405개로 줄더니, 2021년부터는 1,000개 이하로 훅 떨어졌습니다. 2021년 755개, 2022년 512개였죠. (아래 차트 참고)



판호 발급 중단과 규모 축소는 중국 게임생태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과거 통용돼 왔던 패턴이 다 무너졌죠. 메이저 업체의 인력 감축과 프로젝트 중단이 이어졌습니다.


▲ 텐센트

- 2022년 3분기 약 5,000명의 인력 감축,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진행

- 2022년 '캔디크러쉬'와 '파이널판타지' IP를 포함한 32개 프로젝트 중단


▲ 바이트댄스

- 2021년 캐주얼게임 부문 구조조정 진행

- 2022년 3분기 수백 개의 게임 직군 없애고, 2개의 스튜디오 폐쇄


▲ 기타

- 2022년 넷이즈, 게임 사업 부문 인력 10% 감축

- 2022년 릴리스, IGG, 37게임 등도 수익성 없는 프로젝트 중단


메이저 업체 사정이 이 정도면 중소 기업들은 더 힘들었겠죠. 차이나조이 기간 만난 중국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소 게임사의 80% 가량이 문을 닫거나 다른 업종으로 전환했습니다."


중소 업체의 폐업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을 겁니다. 중국 지방 정부는 GDP를 올리기 위해 적극적 경기 부양을 추진했습니다. 건설업 지원이 대표적이었죠. 하지만 내륙 지방의 아파트는 입주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휑한 '고스트 타운'이 뉴스에 나오게 됐죠. 지방 정부의 재정은 악화됐습니다. 이는 지방 중소 게임사들에게는 치명적 악재였죠. 


매년 차이나조이 여기저기에서 있던 지방정부 대형 부스가 올해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2021년의 전조 증상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2023년의 실수는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 접는 건 하루면 되지만,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몇 년은 걸린다


공산당의 권력이 아무리 강해도 인민의 지지가 없다면 유지될 수 없습니다. 인민의 지지는 '먹고사니즘'에서 나옵니다. 


시진핑 정부가 '공동부유' 정책을 추진했던 것에는 그런 이유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정책이 오히려 경기를 더 악화시켰죠. 쪼임을 당한 빅테크 기업들이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내보내는 상황이 됐으니까요. 중국 청년 실업률이 올해 4월 20%를 넘어섰습니다. 심각한 사회불안 요인으로 직결될 수도 있습니다. 


2022년 들어 중국에서 '공동부유'라는 단어가 쏙 들어갔습니다. 다시 빅테크 기업을 풀어주기 시작했죠. 비슷한 맥락에서 1년 전 '정신적 아편'에 비유되던 게임이 놓치면 안 될 '가치 발굴의 기회'로 바뀌었습니다.


2022년 10월 공산당 기관지 인민망은 '게임 산업 가치 발굴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 평론을 발표했죠. 그 다음 달 중국 관영 보고서에는 (셧다운제 등을 통해) ‘미성년자 게임 중독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당국이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죠. 


2023년 3월 열린 양회에서 곽원원 정협 의원은 '게임 시장 둔화 우려와 더불어 게임 산업에 대한 새로운 정책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제시했습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뀐 것은 확실했습니다.


중국 인민망의 평론과 곽원원 의원의 발언은 태세전환을 보여주었지만, 산업의 재빠른 부흥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차이나조이에 이런 정부 정책 변화를 반영되기 힘들었습니다. 나무를 쳐내는 건 한 순간이지만 나무가 자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게임 프로젝트를 접는 건 하루면 가능하지만 게임을 만드는 데는 몇 년 이상 걸리니까요.


게다가 게임사는 여전히 언제 판호를 받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게임쇼는 게임 마케팅을 위해 나가는 행사인데, 언제 판호가 나올지 모르는 신작을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기 어려울 겁니다. 올해 B2C에서 신작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였습니다.


스타트업이나 중소 개발사도 판호 받는 게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투자를 받거나, 소싱 계약 맺기 어렵습니다. 대형 퍼블리셔도 내부 프로젝트를 접은 상황에서 소싱을 열심히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고요. 괜찮은 개발사는 대부분 이미 메이저 회사와 묶여 있을 겁니다. 당연히 게임 회사들이 B2B 공간에 부스를 만들 이유가 없어졌죠.


이번 차이나조이에서 이미 출시된 <로스트아크>가 시연 중인 모습입니다.

# 서브컬처 게임은 어디에? 그 많던 해외 게임사는 어디에?


지난 4~5년 정부 규제가 무색하게 성공한 중국 게임 회사들이 있습니다. 중국에서 '2차원 게임'으로 불리는 서브컬처 게임 업체들은 상하이를 중심으로 크게 성장해 왔죠. 


<원신>으로 유명한 호요버스를 필두로, <소녀전선>의 선본 네트워크, <명일방주>의 하이퍼그리프, <벽람항로>의 만쥬게임, <퍼니싱 그레이 레이븐>의 쿠로게임 등 2차원 게임 개발사와 XD글로벌, 요스타 등 2차원 게임 전문 퍼블리셔들은 중국은 물론 글로벌 게임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켜 왔습니다. 덕분에 텐센트, 넷이즈, 완미세계 등도 자체 2차원 게임 스튜디오를 만들었죠. 


깨쓰통을 비롯한 디스이즈게임 편집국도 올해 차이나조이에서는 신작 2차원 게임과 개발사를 만날 기대를 하며 출장길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기대만큼 실망이 컸죠.


2차원 게임 개발사는 팬덤과 직접 만나는 걸 중시합니다. 차이나조이가 열리기 1주일 전 상하이에서는 ‘빌리빌리 월드’가 열렸습니다. 상하이 등 남방 해안 지역에 있는 중국 2차원 게임 개발사들에게는 이 행사가 더 중요했습니다. 게다가 차이나조이와 같은 시기 일본에서 피규어 이벤트 ‘원더 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진성 덕후들이 사랑하는 행사였죠. 상당수 중국 2차원 게임 개발사 멤버들은 차이나조이 대신 이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이번 차이나조이 기간에는 해외 게임쇼에서 발견됐던 이탈 현상이 또 발견됐습니다. 상당수의 중국 2차원 게임 개발사 멤버들은 차이나조이 대신 부대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출처: 빌리빌리)


차이나조이 참여가 늘던 해외 게임사 모습도 올해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소니와 반다이남코 정도가 예외였죠. 중국은 불과 몇 년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던 큰 게임 시장이었습니다. 2018년 게임 규제가 시작되기 전,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 주요 게임사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었죠.


하지만, 판호 규제 이후 이런 기대감은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최근 디커플링 흐름의 일환인지 중국 비자 발급과 입국 절차가 까다로워졌습니다. 저희 멤버들도 비자를 받기 위해 지문을 찍는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했죠. 한국인과 결혼한 중국 게임업계 관계자는 “입국 절차도 힘들어졌다. 남편이 당일 홍콩 오가는 것도 마치 시간이 할당된 것처럼 시간을 끌며 입국 심사를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상하이에 있는 호요버스는 2022년 3월 <원신>의 2.7 버전 업데이트를 무기한 연기한 바 있습니다. 상하이에 전면 봉쇄령이 내려졌던 때였죠. 도시 단위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봉쇄령이였습니다. 많은 외국인이 힘들어 했습니다. 봉쇄령이 끝난 뒤 외국인들이 대거 중국을 탈출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외국 게임사가 사라진 차이나조이에서 그 여파를 느꼈습니다.


2022년 당국의 상하이 봉쇄 조치로 폐쇄된 X.D.네트워크의 사무실 전경 (출처: 황이멍 X.D. 네트워크 창립자 트위터)


# 집 나간 중국 메이저 게임사들


중국 당국은 4년 만에 열리는 게임쇼를 제대로 하고 싶었을 겁니다. 20주년의 의미도 남달랐겠죠. 그래서 ‘시연 가능한 게임’도 필요했을 겁니다. 행사가 열리기 전 차이나조이 홈페이지에는 그런 게임들이 부각돼 있었죠.


하지만 현장 사정은 달랐습니다. 시연 가능한 게임은 부스 앞에는 없었습니다. 전면에는 대형 디스플레이에서 마케팅 영상이 방송되고, 이벤트가 열리고 있었죠. 뒤쪽으로 돌아가야 시연 기기 3~4대 정도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시연 가능한 게임 공개’하라는 당국의 ‘정책’이 있었지만, 업체는 ‘대책’이 있었습니다. 일종의 ‘번트’로 정책을 따랐지만 ‘게임쇼 빌드’(게임쇼 시연을 위한 버전)에 힘을 쏟지 않았죠.


이에 관해 17173.com 편집장과 대화 중 "중국 게임사들이 게임스컴에 집중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2021년 이후 당국의 강한 규제에 대응해 해외 진출로 방향을 틀었던 중국 메이저 업체들의 행보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 텐센트

- 2021년 12월 ‘레벨인피니트’라는 새로운 글로벌 게임 퍼블리싱 브랜드 출시 

- 이를 담당할 조직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설립

- 2021년 캐나다 몬트리올에 이어 2022년 영국 리버풀에 신규 개발 스튜디오 설립


▲ 넷이즈

- 해외 사업 조직 싱가포르와 시애틀 등으로 이전

- 2022년 도쿄와 오사카에 ‘나고시 스튜디오’, ‘GPTRACK 50’ 설립

- 2023년 도쿄에 ‘핀쿨 스튜디오’ 설립

- 2023년 시애틀에 ‘앵커 스튜디오’ 설립

- 2023년 토론토와 몬트리올에 ‘배드 브레인 게임 스튜디오’ 설립


▲ 미호요

- 2021년 캐나다 몬트리올에 신규 스튜디오 설립

- 2022년 싱가포르에 글로벌 퍼블리싱 자회사 ‘호요버스’ 설립, 수 백 명 리쿠르트


글로벌로 시선과 돈과 인력을 돌린 이 세 회사에게는 차이나조이보다 해외 게임쇼 더 중요할 겁니다. 차이나조이 3주 후에는 세계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이 열립니다.


텐센트는 레벨 인피니트라는 브랜드를 출시하고 해외 공략에 나섰습니다.


# 게임스컴 2023, 차이나조이 대신 중국 신작을 만나게 될 곳

세 회사는 모두 올해 게임스컴 2023에 대형 부스로 참가하기로 결정했죠.


레벨 인피니트는 게임스컴에 첫 단독 ‘쇼케이스’를 연다고 밝혔습니다. <아레나 브레이크아웃>, <어쌔신 크리드: 코드네임 제이드>, <스탬피드: 레이싱 로얄> 등 6개의 게임을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넷이즈는 역대 최대 규모로 참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무협 배틀로얄 <나라카: 블레이드포인트>를 비롯, 자회사 ‘퀀틱 드림’의 신작 <리스팡가>, <더스트본>도 시연할 예정입니다.


호요버스도 게임스컴에 4개의 게임을 선보입니다. 그중 <젠레스 존 제로>도 있습니다. 


세 회사 부스는 모두 쾰른 메쎄 6홀에 위치해 있습니다. 반면 한국 게임사들은 주로 맞은 편 9홀에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6홀은 MS 등 서양 메이저 게임사 부스가 있는 8홀에 이어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게임사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9홀은 게임사 외에도 삼성 등 전자제품이나 트위치 등 플랫폼 회사가 함께 있는 곳이죠. 중국 게임사들은 더 선호되는 홀에서 더 넓은 부스를 차지했습니다.


이번 차이나조이에서 못 봤던 중국 게임 신작을 독일 게임스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차이나조이의 실망 대신 글로벌로 진격하는 중국 게임사의 모습에서 부러움과 두려움이 겹쳐서 느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은 게임스컴에도 갑니다. 상하이 대신 쾰른에서 중국 게임을 집중로 취재할 생각입니다. 유럽 게이머들과 해외 매체들도 그렇겠죠. 


오는 게임스컴에 출전하는 호요버스의 신작 <젠레스 존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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