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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래프 2023] 픽사는 '엘리멘탈'의 세계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제작팀에게 직접 들은 '엘리멘탈' 제작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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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준(음주도치) 2023-08-08 14:05:24
픽사 영화 중 그래픽적으로 가장 만들기 어려웠던 영화 <엘리멘탈>은 어떻게 원소들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그려낼 수 있었을까?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5일 동안 진행되는 시그래프 컨퍼런스에 픽사의 <엘리멘탈> 제작진이 왔다. 최근 국내 관객 수 600만 명을 돌파하며 <겨울왕국> 시리즈 이후 최대 흥행 애니메이션이 된 <엘리멘탈>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제작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엠버와 웨이드를 만들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과 노력이 동원됐을까? /로스앤젤레스= 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시그래프 <엘리멘탈> 프로덕션 세션 발표자

▲ 산제이 박시- 시각 효과 감독,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 스테픈 마샬- 효과 감독,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 폴 카뉵- 군중 기술 감독,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 맥스 길버트- 캐릭터 효과 리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 에이미 존스- 조명 감독, 픽사


국내 관객 수 600만 명을 돌파한 <엘리멘탈>의 제작 비화를 시그래프 현장에서 직접 들어봤다.


로스엔젤레스에서 만난 픽사의 산제이 박시 시각 효과 감독
에이미 존스 조명 감독은 아트북에 싸인을 해주고 있다.


# 한국 관객 사로잡은 '피터 손' 감독의 이야기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엘리멘탈>에는 한국계 미국인 감독 '피터 손'의 삶이 깊게 반영되어 있다. 이민자로 뉴욕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했던 피터 손 감독의 부모님은 엠버가 엘리멘탈 시티에 이주하는 과정과 닮았다.

피터 손 감독은 화학 수업 시간에 주기율표를 보면서 많은 창문과 방이 있는 성이나 건물을 떠올렸다고 한다. 각각의 방에는 다른 원소가 살고 있는 세계를 상상했던 것이다. 이런 상상에 ​부인과의 만남까지 더해지며 물과 불이라는 다른 원소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로 발전했다. 


원소들이 사는 세계를 다루는 <엘리멘탈>. 주인공 엠버의 가족이 엘리멘탈 시티로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 시선을 사로잡는 월드 디자인, 빛과 색감의 디테일


제작팀은 각각의 원소들에 어울리는 월드 디자인을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불이 사는 세계에는 도자기, 유리, 장작을 태우는 연소 기관 등이 있고, 물이 사는 세계에는 물을 담아주는 그릇,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미끄럼틀 같은 길 등이 들어갔다. 

나무, 공기가 사는 공간도 마찬가지다. 사소한 소품부터 건물들까지 모두 원소들의 특성과 반응을 반영해 만들어진 세계는 한 곳에 모였을 때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도시가 되었다. 특히 공기들이 경기를 펼친 '사이클론 스타디움'은 그 이름처럼 태풍을 형상화해 만들어졌고, 물과 공기가 격정적인 스포츠를 즐기는 공간이 되었다.


<엘리멘탈>의 월드 디자인은 원소들의 특성을 섬세하게 고려해 만들어졌다.

사이클론 스타디움도 그 예시 중 하나다.


<엘리멘탈>의 배경은 많은 조형물들이 어우러져 있음에도 하나의 세계로 뭉쳐있는데, 그 비결은 조명과 색감에 있었다. 하나의 화면에서도 렌즈 아티팩트, 컬러 리타겟팅, 컬러 블리드(bleed), 그래픽 셰이프 등을 모두 사용했다. 컬러 블리드는 배경에 풍성함(rich)을 부여했고, 그래픽 셰이프는 각기 다른 광원과 핀 조명 등을 사용해 포커스와 의도를 표현했다. 효과 적용 전후를 비교해보니 더욱 그 차이가 극명했다.


영화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적지 않은 씬에 핀 조명 및 추가 광원이 있다.


# 불과 물을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로 만들기 위한 노력

3D 그래픽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소재 중에는 불과 물이 있다. 형태가 유동적이라서 많은 분할이 필요하며, 빛과 그림자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한 곳에 머무르는 불과 물도 표현이 어려운데, 움직이는 캐릭터로 만드는 작업은 픽사에서도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불 캐릭터 엠버와 물 캐릭터 웨이드는 수십 번의 디자인 변화 끝에 지금의 형태를 띄게 되었다고 한다. 이목구비, 인상, 체형까지 수정 과정에서는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감정 표현에 대한 디테일을 위해 0부터 100까지 감정의 수치를 정해두고 그 표현에 맞는 버전을 각각 디자인하는 과정도 거쳤다. 그 결과물로 영화에서 화가 난 엠버의 색깔과 형태가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엠버와 웨이드는 많은 수정 끝에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됐다.


<엘리멘탈> 제작팀은 <메이의 새빨간 비밀>과 <소울>에서 주인공 캐릭터들이 걷는 모습을 예시로 들며, 캐릭터마다 움직임에 대한 샘플도 다름을 강조했다. 엠버는 불이라는 특성을 보여주기 위해 더 유동적인 움직임을 부여했고, 움직일 때마다 불처럼 꼬리가 남거나, 잠시 꺼지고 끊어지며 다시 불이 붙는 모습도 동작 속에 담겼다.

불을 표현함에 있어 여러 레이어가 부여됐다. 입체 볼륨으로는 핫스팟, 히트 디스토션, 불의 경계 등이 들어갔고, 파티클로는 스파크 등이 들어갔다. 모델 페인트로 먼저 그려진 2D 캐릭터는 플레인 프로젝션, 볼륨 프로젝션의 과정을 거쳐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적인 불 표현을 위해 플레임 필드에 볼륨 셀을 더하고 실루엣 엣지를 얹었다. 여기에서 불이 타오르는 방향까지 부여해주면 된다.

불의 특성을 더욱 잘 담아내기 위해 픽사는 뉴럴 스타일 트랜스퍼(NST)를 활용했다. 기존 파이로 시뮬레이션으로 인풋을 넣고, 여기에 아티스트의 의도가 담긴 스타일 이미지를 더해 원하는 불의 아웃풋을 얻었다. 어색한 경계를 허물면서 더 동적이고 화려한 불로 거듭난 것이다.


불 표현을 위해 많은 3D 레이어가 들어갔다. 
엠버를 비롯한 불 캐릭터들의 뼈대가 유연하게 휘거나, 주변으로 흩어지듯 타오르는 것이 보인다.


물에 대한 표현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몸을 모두 개별적인 입자로 구성해서 출렁임이나 흘러내림을 표현했고, 머리카락의 디자인도 파도처럼 출렁거리게 만들었다. 

웨이드의 몸을 자세히 보면 주변의 빛이 통과, 반사, 굴절되는 것은 물론 몸 안에서 떠오르는 거품까지 있다. 불에서의 표현과 마찬가지로 뼈대와 걸음걸이 등 기본적인 움직임에 대한 조건도 물 캐릭터에 맞는 새로운 조건을 부여했다. 


웨이드의 어린 시절. 볼 안쪽으로 거품이 보이는가?


웨이드의 팔 너머로 셔츠가 비친다.


<엘리멘탈>에는 엠버와 웨이드 외에도 수많은 원소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픽사는 후디니 엔진으로 많은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후디니 엑스포트는 헥스포트라는 단어로도 불린다.

이런 제작 과정에서 컴퓨터 코어 또한 많이 필요하게 됐는데, <토이스토리>에는 294개, <몬스터 주식회사>에는 672개, <니모를 찾아서>에 923개가 사용된 반면, <엘리멘탈>에는 151,000개의 코어가 사용됐다. 많은 경험이 있는 픽사에게도 <엘리멘탈>은 여러 의미로 도전적인 작품이었던 것이다.


물과 불의 만남을 표현했던 픽사의 <엘리멘탈>은

캐릭터에 대한 제작팀의 깊은 이해와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더 나은 그래픽, 더 깊은 이야기로 나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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