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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징크스 깰 수 있을까? 재미있는 '롤드컵' MV의 역사

2023 롤드컵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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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사랑해요4) 2023-10-06 15:27:40
이번에는 징크스가 깨질까?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의 공식 주제곡 'GODS'가 공개됐다. 한국의 걸그룹 '뉴진스'가 노래를 부르고, '데프트' 김혁규가 역경 끝에 롤드컵 정상에 오르는 것이 뮤직 비디오의 내용이다. GODS는 공개 이틀 만에 천만 조회수를 넘어설 정도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타 <롤>팀 선수들이 관람하며 반응을 보여주는 리액션 동영상도 계속돼서 업로드되고 있을 정도. 

라이엇 게임즈는 항상 롤드컵마다 퀄리티 높은 주제곡과 이에 맞춘 애니메이션 MV를 제작해 항상 기대를 받아 있다. 어떤 선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할지, 어떤 가수가 곡을 부를지는 늘 <롤> 게이머에게 관심사라 할 수 있다. 라이엇 게임즈가 롤드컵을 위한 동영상을 만들어 온 것은 2013년부터라 할 수 있는데, GODS 공개를 기념해 지금까지의 뮤직 비디오와 비화를 모아 봤다.



# 2013년: 첫 시작 "우승컵으로 향하는 길"




본격적으로 롤드컵을 위한 홍보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진 때는 2013년이다. 제작은 '코라의 전설'로 당시 유명세를 떨쳤던 한국의 '스튜디오 미르'가 맡았다. 결승전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으로, SKT T1과 로얄 클럽의 결승전을 앞두고 공개됐다.

첫 시도였던 만큼 로드 투 더 컵은 당시 관점에서도 다소 우스꽝스럽다고 여겨졌다. 실제 선수의 모습을 본딴 인물이 <롤>의 챔피언을 흉내 내며 무술을 뽐내는 모습은 코믹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약 2분 40초에 나오는 '럭스'의 궁극기를 활용해 탑을 오르는 장면은 당시 실시간으로 애니메이션을 관람한 관객들에게 잊히지 않을 추억이 되었을 정도. 

애니메이션의 제작 기간 상 어쩔 수 없는 문제지만, 결승전을 앞두고 공개됐음에도 결승 진출 팀의 비중은 상당히 적다는 문제도 있었다. 

그럼에도 '로드 투 더 컵'의 성과는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대회를 앞두고 실제 선수들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공개한다는 콘셉트는 신선하게 받아들여졌으며, 이는 지금도 롤드컵 주제곡의 뮤직 비디오에서 지켜지고 있는 철칙이다. 당시 국내에서도 1세대 슈퍼스타인 '매드라이트' 홍민기가 블리츠크랭크로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 주목받았다. 

여담으로 스튜디오 미르는 2014년에도 라이엇 게임즈의 의뢰로 '바드'를 주연으로 한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을 맡았다. 



# 2014년: "전사들"



"의심할 여지없는 최고의 롤드컵 주제곡" - 유튜브 댓글 중

삼성 갤럭시가 우승한 2014년 롤드컵의 주제곡 '워리어즈'는 당시 미국 등지에서 크게 떠오르고 있었던 '이매진 드래곤스'가 작곡하고 부른 노래다. 이매진 드래곤스는 <롤>을 실제로 즐겨 하기로도 유명했는데, 한국에 결승전 무대를 위해 내한했을 때 라이엇 관계자와 PC방을 방문해 <롤>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워리어즈가 많은 사랑은 받은 이유는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이매진 드래곤스 특유의 웅장한 작곡도 있겠지만, 뮤직 비디오와 가사를 통해 <롤> 팬들에게 큰 울림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연출과 퀄리티가 최근의 뮤직 비디오에 비해서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됐다는 점도 한 몫 할 것이다. 1분 22초에 음악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됨과 함께 <롤>에서 큐가 잡히는 소리가 재생되는 부분은 뮤직 비디오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워리어스의 뮤직 비디오는 아마추어로 시작한 등장인물이 롤드컵에 오기까지의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롤>의 e스포츠가 가장 크게 성장하던 시기에 만들어 졌음에도 단순히 성공하는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좌절하거나, 실패하는 모습이 그대로 등장한다는 것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당시 아마추어의 모습이 남아 있던 과도기에서, 2012년과 2013년을 거치며 진정한 프로의 무대이자 세계 최고의 e스포츠 씬으로 급격하게 성장하던 <롤>의 e스포츠를 생각나게 한다. 전반적인 가사가 "황무지에서 마을을 건설한 전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의도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우승한 '삼성 갤럭시' 역시 정교한 탈수기 운영을 통해 프로 게임에서의 운영법을 정립해 내는 모습을 보여 줬기에 대내외적으로 많은 의의를 가진 롤드컵이었다.



# 2015년: "세계의 격돌"




2015년에는 아쉽게도 공식 뮤직 비디오 없이 주제곡 '월드 콜라이드'만 공개되는 변화가 있었다. 쿠 타이거즈와 SKT T1의 결승전을 기념해 공개된 위 동영상이 뮤직 비디오를 대신해 준다고 볼 수도 있다.



# 2016년: "불타올라"



2016년에는 곡 '클레리티'를 통해 세계구급 뮤지선으로 떠올랐던 제드(Zedd)와 협업해 '이그나이트'를 발표했다. 당시 음악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던 제드의 곡에 맞춰 뮤직 비디오의 아트나 구성에 있어서도 많은 것들이 시도됐는데, 지금까지 주요 대회에서 나왔던 명장면을 진한 색감의 애니메이션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아래에서도 설명하겠지만 롤드컵에는 징크스가 하나 있다. 뮤직 비디오에 주연으로 등장하는 선수는 당해 롤드컵을 우승하지 못한다는 징크스인데, 2016년은 해당하지 않는다. 뮤직 비디오에 주연 중 한 명으로 출현한 페이커가 SKT T1 소속으로 우승했기 때문이다.



# 2017년: "전설은 죽지 않는다"



2017년의 주제곡은 어게인스트 더 커런트가 부른 '레전드 네버 다이'다. 당시 롤드컵의 스토리와 겹치면서 큰 호평을 받았는데, 페이커와 우지 등 각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의 매치업 그리고 <롤> e스포츠 초창기 명성을 떨쳤지만 부진을 겪다가 끝내 당해 롤드컵을 들어올린 앰비션의 서사가 노래와 맞아떨어지면서 전설적인 <롤> 선수를 대표하는 곡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 2018년: "비상"




2018년에는 한 선수를 헌정하는 뮤직 비디오가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지난 롤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해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준 앰비션이 그 주인공이다.


2017년 겪었던 아쉬운 준우승을 비유하는 시작과 함께 앰비션이 다시금 정상에 도전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실제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본떠 선수 간의 전투신을 제작하는 등 지금까지 시도해 왔던 뮤직 비디오 기법이 고스란히 담긴 것이 특징이다. 워리어즈와 함께 지금까지 <롤> 팬들에게 가장 최고라고 평가받는 곡과 뮤직비디오다.


# 2019년: "불사조"



2019년에는 실제 선수의 모습을 담는 방법이 시도됐다. 뮤직 비디오의 콘셉트는 중요한 경기에서 뼈아픈 패배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 베테랑 선수 페이커, 루키, 캡스가 악플과 비난을 이겨내고 불사조처럼 부활한다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피닉스 역시 당시 롤드컵의 스토리와 묘하게 맞물리면서 주목을 받았는데, 팀명에 동일한 단어가 들어가는 중국의 '펀플러스 피닉스'가 우승을 차지했다는 것. 특히, 펀플러스 피닉스는 조별 리그부터 불안한 패배를 기록하며 우승은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선수들의 끈끈한 합으로 동영상에 등장한 루키의 IG와 캡스의 G2를 모두 꺾어내며 마치 불사조처럼 화려하게 비상했다.


# 2020년: "쟁취하라"




2020년의 주제곡은 '테이크 오버'로 <롤>의 모든 플레이어를 은유하는 한 청년이 페이커의 도움을 받아 롤드컵 역대 우승자들과의 훈련을 이겨내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작년 우승팀이 중국팀이라는 점, 2020 롤드컵이 중국에서 개최된 덕분인지 과거 슈퍼주니어M의 멤버였던 '헨리'의 중국 랩이 곡에 삽입되기도 했다.



# 2021년: "전부 불태워라"




2021 롤드컵 우승팀 담원 기아(현 디플러스 기아)의 쇼메이커가 주연으로 등장한 '번 잇 다운'은 전반부를 2D 애니메이션으로 구성하고, 후반부를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기법이 시도됐다. 2D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된 전반부는 롤드컵에 진출하기 위한 선수들의 혈투를, 3D로 제작된 후반부는 롤드컵 본선을 상징한다. 전반부 라이벌리를 강조한 듯한 쇼메이커와 쵸비의 결투가 인상적인 뮤직비디오다.



# 2022년: "별을 걷다"




2022년에는 미국의 '릴 나스 엑스'가 주제곡을 맡아 지금까지 주로 사용된 오케스트라 스타일을 벗어나 신스 팝, 힙합 스타일의 '스타 워킨'을 선보였다. 뮤직비디오 역시 애니메이션의 오프닝처럼 롤드컵을 앞둔 선수들의 격돌을 예고하는 방식으로 꾸며졌는데, 곡과 뮤직비디오의 방향성이 지금까지와는 달랐던 만큼 "신선한 시도가 좋다"와 "다소 심심하다"와 같은 식으로 평가가 나뉘었다.

그러나 롤드컵 본선이 진행되며 진가를 발휘하게 된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결승전에서 맞붙은 LCK의 전설적인 두 선수 페이커와 데프트의 서사가 곡의 가사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전체적인 재평가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페이커와 데프트 위한 테마곡? 'STAR WALKIN'으로 보는 롤드컵 4강



# 2023년: "신"



2023년의 주제곡은 'GODS'다.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프로 데뷔 3,540일 만에 첫 롤드컵 결승 무대에 올라 우승까지 차지한 데프트에게 헌정하는 내용으로 뮤직비디오가 꾸며졌다. 지금까지 롤드컵에서 패배만을 반복한 데프트가 팀원의 도움으로 다시금 도전하며, 이전에는 동료였던 메이코와 도란, 케리아를 차례차례 꺾으며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4분의 뮤직 비디오에 녹여냈다.



# 이번에는 '징크스' 깨질 수 있을까?


재미있게도 2018년부터 시작된 롤드컵의 징크스가 있다. 뮤직 비디오에 선수가 주연으로 출연하면 롤드컵 우승에 실패하거나 진출마저 못 할 수 있다는 것. 애니메이션풍 뮤직 비디오의 특성상 제작에 긴 시간이 걸리기에 등장시킬 선수를 미리 정해야 하며, 내용에서도 지난 롤드컵의 서사를 담아내는 경우가 많기에 발생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인 데프트는 천신만고 끝에 LCK 4번 시드로 롤드컵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과연 데프트가 징크스를 깰 수 있을지, 플레이 인 스테이지부터 시작해 우승컵까지 들어 올린 2022년의 기적을 재현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2023 롤드컵은 10월 10일 한국에서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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