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내면에 악마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인생은 갈림길의 연속이다.
출시 예정작들의 데모 버전을 즐길 수 있는 스팀 넥스트 페스트의 인기 순위 상위권에서 눈을 사로잡은 게임이 있었다. '마도학자'라는 뜻을 가진 <더 쏘마터지>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독특한 제목과 비주얼은 물론이고, <위쳐> 시리즈 베테랑 개발진들이 있는 풀즈 씨어리(Fool`s Theory)의 신작인 동시에 11 비트 스튜디오가 퍼블리싱하는 작품이라는 점, 스토리 중심의 다크 판타지 RPG라는 점이 흥미를 끌었다.
<더 쏘마터지>는 짧은 데모 플레이 안에서도 독특한 인상을 남겼다. 악령으로 인해 살인 사건이 발생한 마을에 악마를 다루는 주인공이 찾아가 문제를 해결한다. 대화 안에서의 선택들은 스토리에 영향을 주고, 때로는 악마의 힘으로 사람들을 조종해 사건의 흐름을 원하는 방향으로 틀기도 한다. 직접적인 개입을 위해 무력을 사용할 때도 독특한 룰의 턴제 전투 안에서 주인공과 악마가 함께 싸우기도 한다.
'악마'의 존재라는 콘셉트 외에도 게임플레이 자체도 개성적이었고, 기대 이상의 중독성을 보여줬다. 오는 12월 6일 출시를 앞두고 있는 <더 쏘마터지>는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었을까? 게임의 데모 버전을 플레이해봤다.
<더 쏘마터지>는 1905년 바르샤바(폴란드의 수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빅토르 슐츠키'는 '쏘마터지'라 불리는 악마를 다루는 마도학자다. 여동생 '리기아'의 편지를 받고 '라스푸틴'이라는 인물을 찾아간 주인공은 마을에서 벌어진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 대해 전해 듣는다.
해당 세계관 안에서 '쏘마터지'들이 만나고 다루는 악마는 '살류터'라고 불린다. 주인공 빅토르가 데리고 있는 사신의 형상을 한 살류터의 이름은 '유피르'. 마치 애니메이션 <샤먼킹>의 설정처럼 주인공과 동행하는 유피르는 전투 외에도 게임 안에서의 행동에 모두 도움을 준다.
꽤나 독특한 점은 게임에서 강조되고 있는 플레이가 전투보다는 스토리 중심이라는 것인데, 이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이 추리 게임의 형태를 띠고 있어 신선한 재미를 줬다. 주인공은 살류터의 힘을 활용해 사물에 대한 추리, 인물과의 상호작용 및 대화에도 여러 직접적인 개입을 하게 된다.
20세기 초라고는 하지만, 주인공이 처음 방문하는 시골 마을의 경우 중세 시대의 느낌에 가깝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의 성격, 디테일한 대사 처리, 묵직한 게임의 톤 등이 <위쳐> 시리즈를 연상하게 한다. 개발사 풀즈 씨어리의 구성원들이 <위쳐> 시리즈 개발자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고, 차후 출시될 <더 위쳐 리메이크> 또한 풀즈 씨어리에서 맡고 있기 때문에, 이런 유사성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초능력을 활용해 스토리에 직접적으로 개입한다는 점에서는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등의 작품이 떠올랐다. <더 쏘마터지> 데모 초반 지점에서는 한국어 번역도 없는데, 고유 명사가 많이 등장하고, 파편화된 정보가 많이 나와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감이 있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그 몰입감과 매력이 굉장했다. 잘 만들어진 추리 게임의 연출처럼 그 모든 조각들이 하나로 뭉쳐졌기 때문이다.
특히 주인공이 복수의 살류터를 다룰 수 있는 특수한 쏘마터지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살인 사건의 배후에 있던 폭력적인 악령 '부카바치'를 두 번째 살류터로 길들이게 되는 순간부터 그 흥미진진함이 증폭됐다.
전투 시스템 또한 꽤나 독창적이다. 주인공과 살류터 2인 파티와 적들이 싸우는 다대다 턴제 전투로, '집중력'과 '소요 시간'이 핵심 메커니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대의 집중력이 모두 떨어지면 행동이 캔슬되고, 이를 기회로 삼아 공격할 수 있으나, 강한 적들은 집중력 게이지가 높아 이런 파훼법이 쉽게 통하지 않는다. 여러 적을 상대할 때는 행동 소요 시간에 따른 순서를 잘 보고 적절한 전략을 짜야 한다.
주인공과 살류터의 기본적인 전투 선택지는 '빠른 약공', '느린 강공', '상대 집중력 저하', '조건부 특수 공격'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살류터마다 기술 특성이 달라서 '유피르'는 회복 및 나쁜 효과 제거, '부카바치'는 여러 턴에 걸친 대미지 누적 등의 부가 효과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각 전투 선택지마다 다른 게임에서 룬이나 칩을 넣는 것처럼, 강화 효과를 넣을 수 있는 슬롯이 있다는 것이다. 확률적으로 대미지를 늘려주기도 하고, 소요 시간 및 집중력에도 영향을 주는 등 꽤 유용한 강화가 많다.
또한 이런 강화 루트는 각기 다른 4개의 문양의 길로 이어지는데, 전투를 보조할 뿐만 아니라 아이템 및 캐릭터와의 상호작용 해금에도 함께 활용된다. 해당 문양으로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대화 및 상호작용 선택지에서 숨겨진 요소가 열리는 방식이다. 이렇게 얻는 새로운 정보 및 대화 흐름은 추리의 실마리가 되기도 하고, 인물들의 행동 자체를 바꿔 놓기도 한다.
<더 쏘마터지>의 설정들은 흥미로웠고, 연기 및 연출도 마음에 들었지만, 전투 및 상호작용 과정은 상대적으로 정적이었다. 다소 긴박함이 부족했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는데, 스토리와 인물들의 매력이 이런 단점을 모두 커버할 정도로 강력했기에 전체적인 플레이 경험은 만족스러웠다.
또한 처음에는 주인공과 무관한 정보들이 나열되는 것처럼 보이던 상황이 논리적인 연결을 통해 하나의 결론으로 점점 모이면서, 추리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을 선사한 점도 좋았다. 유사한 여러 게임들의 장점들이 이런 로직 안에서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더 쏘마터지>만의 분위기를 만들어 낸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데모 이후 본편에서 주인공은 아버지의 죽음을 마주하기 위해 라스푸틴과 함께 바르샤바로 향하며, 그곳에서 새로운 샬루터들을 만나고 길들이게 된다. 주인공 빅토르는 악마들의 힘이 없어도, 꽤 멋진 추리력과 전투력을 보여준다. 라스푸틴과 기차 안에서 나누는 짧은 대화 안에서도, 승객들을 곁눈질한 것만으로도 어떤 목적으로 이 기차에 탑승한 사람들인지 단번에 알아내는 '셜록' 뺨치는 관찰력을 보여준다.
과연 빅토르가 바르샤바에서 마주할 진실들은 무엇일까? 여러 악마를 한 번에 다룬 부작용은 이미 만신창이에 가까운 빅토르의 몸을 더 파괴하게 될까? <더 쏘마터지>는 2023년 12월 6일 PC(스팀, 에픽게임즈 스토어, GOG.COM)로 출시될 예정이며, 2024년 초에 PS5, Xbox 시리즈 X·S로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