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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보존하는 시뮬레이션? 명작의 귀환 '탈로스의 법칙 2'

답을 아는 자가 수수께끼를 내는 법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준(음주도치) 2023-11-03 09:42:26

우리가 사는 세계가 진짜가 아니라면? 환상을 현실이라 믿고 있는 통 속의 뇌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통 속의 뇌'에 대한 이야기는, 전기 신호에 속고 있는 무기력한 통 안의 존재와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는 지성을 가진 통 밖의 존재를 가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상만으로도 허망한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다행히 세상은 통의 안과 밖처럼 그렇게 쉽게 양분되지 않습니다.


2014년 출시된 <탈로스의 법칙>은 바이러스로 인한 인류 멸종 이후, 세대를 이어가기 위해 반복되는 시뮬레이션 안에서 '지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사유하는 로봇들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다른 퍼즐 게임들에 비해 매우 어려운 난이도, 다양한 철학적 주제의 신선한 전달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탈로스의 법칙>이 9년 만에 2편으로 돌아왔습니다.


<탈로스의 법칙 2>는 명작으로 평가받았던 1편의 존재감을 넘어선 게임일까요? 웅장한 연출과 압도적인 스케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큰 재미를 준 <탈로스의 법칙 2>를 직접 플레이해봤습니다.




# 1,000번째 로봇의 탄생, 흔들리는 평화

영구동토층이 녹으며 극지방에서부터 거주 지역으로 퍼진 바이러스로 인해 절멸한 인류, 그 정신과 지성을 이어가기 위해 로봇들은 반복되는 시뮬레이션 안에 들어가 인공지능을 발전시켰습니다. 고민 끝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지성'이라 믿어 끊임없이 퍼즐을 만들고 풀어왔던 로봇들. 1편의 이야기에서도 동일한 설정들이 등장했지만, 2편은 그보다 더 나아간 미래를 보여줍니다.


'뉴 예루살렘'은 설립자라고 불리는 '아테나'를 비롯해 여러 로봇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도시입니다. 로봇들 사이에서도 다양성을 확보하고, 여러 재능과 성격이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로봇 1,000대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였죠. 그리고 <탈로스의 법칙 2>의 주인공은 '1k'라고 불리는 이 1,000번째 로봇입니다.


1k의 등장 이후 도시는 축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긴 세월을 투자한 도시 건설의 마침표에 해당하는 작업이 바로 1,000번째 로봇의 생산이었기 때문이죠. 도시의 시설 중 일부는 건설, 보수 작업이 필요한 곳이 있었으나, 로봇들은 하나의 완성된 사회를 만들었다는 달콤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로봇들은 스스로를 인간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1k'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1,000번째 로봇으로, 신인류 취급을 받고 있죠.
도시 설립 목표 중 하나가 1,000대의 로봇을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제 로봇 생산을 멈출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모두가 주인공을 쳐다보며 도시 설립 이래 가장 중요한 순간을 기념하는 중이죠.


1편에서의 로봇 디자인도 마찬가지였지만, <탈로스의 법칙 2>에 등장하는 로봇들은 색상과 각인된 숫자만 다를 뿐 모두 같은 외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름, 성격, 목소리, 말투, 가치관은 모두 다른 존재들이며, 게임 안에서도 그런 점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죠.


뉴 예루살렘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헤르마누비스'는 연설을 합니다. 선조들은 세계를 지탱하는 자연을 좀먹는 오만한 실수를 했다고 말이죠. 설립자 '아테나'는 새로운 인간 1,000명을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고, 그 역사적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는 말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때, 하늘에서 보라색 입자의 구름이 날아와 거대한 형상을 드러냅니다. 자신을 '프로메테우스'라 소개한 그는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려 한다며, 불이 깨어나 그대들을 부르고 있다 말합니다. 뉴 예루살렘의 시민들에게 한 섬으로 찾아와 그 부름에 응답하라 전한 것이죠. 그리고 이내 프로메테우스는 '판도라'에 의해 사슬로 구속되며 눈 앞에서 사라집니다.


인류는 오만해서 사라진 것일까요?
중요한 순간에 보라색 입자의 구름이 나타납니다.

'프로메테우스'는 한 섬으로 찾아오라는 말만 남긴 채
'판도라'에 의해 사라지게 됩니다.

# 거대해진 스케일과 이야기 그리고 신화

이미 사라진 인류와 지금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로봇들 그리고 신의 이름을 빌린 존재들의 이야기가 도시 안팎에서 얽힙니다. 전작에서는 스스로를 창조주라 칭하는 '엘로힘'과 과학자 '알렉산드라 드레넌'이 시뮬레이션의 존재 자체에 대한 철학적 담론을 플레이어에게 제시했다면, 이번에는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시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여러 질문들을 만들어냅니다. 


주인공 1k를 비롯해 뉴 예루살렘에 있는 1,000대의 로봇들은 앞서 본 '프로메테우스'의 형상이 집단적 오류로 인해 같은 환상을 본 것인지, 외부에서 온 메시지인지, 실재하는 존재인지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많은 이야기가 오가지만 언급된 그 섬에 가보면 답이 있을 것이라는 하나의 결론에 다수가 동의합니다.


그렇게 1k와 일부 로봇들은 비행선을 타고 좌표에 있는 섬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뉴 예루살렘 밖에도 엄청난 기술력을 가진 거대한 유적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죠. 이들이 퍼즐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며 지성체가 된다는 것에 대해 고민해온 역사처럼, 수수께끼를 품고 있는 기계 유적들은 온갖 퍼즐로 가득했습니다.


프로메테우스가 언급한 섬으로 향한 주인공과 동료들은
이곳에도 그들과 같은 지성체가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거대한 구조물들은 퍼즐과 수수께끼로 보안을 유지했고
플레이어는 탐험과 동시에 시련을 헤쳐나갑니다.


거대한 피라미드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나뉜 지도에는 숨겨진 건물과 유적들이 가득합니다. 피라미드에 들어가기 위해 동쪽부터 공략하기 시작하는데, 각각 8개 이상의 퍼즐로 구성된 거대한 유적 3곳에서 '스핑크스'와 '판도라'를 만나게 됩니다. 유적을 공략할 때마다 거대한 레이저가 피라미드를 향해 발사됐고, 이를 반복해 피라미드의 동쪽 입구를 열고 '1k'와 동료들은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유적의 안에서도 퍼즐과 수수께끼는 끝없이 이어집니다. 황량한 세계에서 살아남은 로봇들에게 '존재의 의의'를 찾는 것은 끊임없는 숙제였습니다. 뉴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거대한 피라미드를 드나들며 과거와 미래, 선조인 인류와 후대인 로봇, 서로가 모르던 역사의 교차로 이어지고 얽히게 됩니다.


거대한 피라미드의 '동쪽'을 공략하는 과정도 꽤 깁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이런 과정은 한 번에 끝나지 않습니다.
 

신화 속 존재들의 이름을 딴 대상들과 마주하게 되고
뉴 예루살렘 밖에서도 다른 역사가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 탐험과 스토리가 견인하고 있지만 퍼즐 게임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스토리에 관한 언급은 이쯤에서 멈추도록 하고, 퍼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죠. <탈로스의 법칙>은 1편이 출시됐을 때도 <포탈>과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설정에서 3인칭으로 바꿀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1인칭 퍼즐 게임이라는 것과 공간 및 중력, 시간에 따른 물체의 움직임 등 물리적 법칙을 기반으로 한 퍼즐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이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전작을 해보신 분은 잘 알고 계시겠지만, <탈로스의 법칙>은 굉장히 어려운 난이도의 퍼즐로 유명합니다. 이번 2편의 퍼즐 또한 마찬가지였고, 퍼즐 게임을 많이 해본 기자 또한 하나의 방 안에서 20분 이상 머리를 싸매며, 의도치 않게 스팀 도전 과제를 하나 달성하기도 했죠. 그래도 사용되는 오브젝트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할 수 있게 조금씩 어려워지는 레벨 디자인을 선보인 것은 다행입니다.


이번 2편에서는 넓은 시야를 요구하는 퍼즐이 특히 많았던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직접 플레이하는 재미를 위해 모두 언급하진 않겠지만, 1편에 없던 오브젝트도 굉장히 많았는데요. 예를 들어, '드릴'은 특정한 벽에 일시적으로 구멍을 만들 수 있지만, 드릴로 만든 구멍을 자체적으로 통과할 수는 없는 제한이 있어, 다른 드릴 또는 퍼즐 기믹과 함께 사용해야 합니다. 


다른 드릴로 만든 구멍은 통과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물체 운반을 위해 뛰어다닐 일이 많은데, 달리기 속도가 매우 빨라 답답하진 않습니다.

<포탈>에서 직접 뛰어내리거나 물체를 떨어트려 가속하는 해법이 주로 사용됐다면, <탈로스의 법칙 2>에서는 튕겨나가는 발판, 바람으로 공중에 물체를 띄우는 팬처럼 플레이어 또는 오브젝트를 물리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많은 기믹들이 종종 쓰입니다. 직접 중력을 조작하거나 정신을 이전하는 등의 새로운 능력도 등장해 재미를 더합니다.


독특한 점은 높은 난이도에 비해 각각의 방에 배치된 오브젝트의 수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오브젝트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오히려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반대되는 색상으로 바꿔 출력해주는 색상 반전기, 빨강 초록을 넣으면 파랑이 나오는 방식의 RGB 변환기 등은, 입력되는 색상을 중간에 바꿔 출력도 바뀌게 하는 일종의 '리모트 컨트롤'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상호작용은 처음엔 낯설게 느껴지지만,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굉장한 성취감이 따라왔습니다. 특히 앞서 언급한 '탐험' 요소, 철학적 주제 의식과 퍼즐 풀이 과정이 맞물리며 플레이어에게 원동력이 제시됩니다.


오브젝트랑 연결해둔 변환기를 박스 위에 두고 팬으로 띄우면 해결-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철창으로는 레이저가 통과하지 못하고, 보라색 투명벽으로는 오브젝트가 통과하지 못해 꽤나 순서가 복잡합니다.

같은 스테이지를 다른 각도에서 찍은 모습입니다. 
어떤 방은 3~4개의 오브젝트만으로도 이보다 더 복잡한 퍼즐 풀이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피라미드를 기준으로 동서남북으로 나뉜 지도에서 동쪽에만 3개의 유적이 있고, 각 유적마다 8개의 퍼즐이 있습니다. 
퍼즐을 하나씩 풀 때마다 원탁에 불이 들어오고, 대화가 해금되고, 레이저나 환영으로 다음 방향을 제시하는 등
어려운 문제를 풀어낸 만큼 연출 및 보상이 확실하게 주어집니다.


<탈로스의 법칙 2>의 넓은 오픈 월드 안에서 유적을 탐험하며 여러 수수께끼를 풀고, 숨겨진 오디오 및 텍스트 로그를 수집하는 과정은 퍼즐을 제외하더라도 그 자체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더 넓고, 크고, 웅장한 건축물들이 제시될 때마다 그 스케일에 압도되는데, '1k'를 비롯한 동료들도 의문을 품게 됩니다. 뉴 예루살렘을 만드는 데에도 그렇게 오랜 시간과 에너지가 들었는데, 어떻게 이런 문명이 만들어졌을까?


게임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기계다운 것은 무엇이고, 인간다운 것은 무엇인가? 수학적 법칙을 따르며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보이는 '우주' 그 자체가 기계처럼 보이진 않는가? 우주도 기계고, 우리(로봇)도 기계라면, 우리도 자연스러운 존재들이 아닌가? 


크로팀(Croteam)이 개발하고 디볼버 디지털이 퍼블리싱하는 <탈로스의 법칙 2>는 11월 3일 스팀, PS5, Xbox 시리즈 X·S로 정식 출시됐습니다. 인간이 바라보는 관점과는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거대한 철학적 모험 속으로 여러분도 발을 들여보시길 적극 추천합니다.


'메가스트럭처'라는 피라미드를 중심으로 탐험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뉴 예루살렘 안팎의 기계 문명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고대 문명, 미래를 내다볼 신비로운 섬까지 매 순간 스케일에 압도됩니다.
과연 이야기의 향방은 어디로 이어질까요? 여러분은 이 복잡한 퍼즐을 모두 풀 수 있을까요?
오늘(3일) 출시된 <탈로스의 법칙 2>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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