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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빌딩 설국열차 '프로스트레인', 두 달 만에 만들었다고?

크래프톤 정글 게임랩, 팀 스튜디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준(음주도치) 2024-01-24 19:00:14

"1,000원이라도 받고 파세요.", "이게 왜 무료?"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최근 날씨에 어울리는 게임 <프로스트레인>의 스팀 리뷰 중 일부입니다. 11일 출시 이후 "덱빌딩 설국열차", "싱글플레이 오토체스" 등으로 불리며 636개 스팀 리뷰 중 94%에게 긍정 평가를 받은 '매우 긍정적' 게임이죠. 각기 특성이 다른 기차 칸을 배열하고, 승객(주민)들의 '행복도'를 관리하며, 안전한 목적지인 '약속의 땅'까지 도달하는 게임입니다. 


이 무료 인디 게임은 11비트 스튜디오의 게임 <프로스트펑크>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가 떠오르는 설정과 열차 조합에 따라 달라지는 전략의 재미로 국내외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스트리머 풍월량, 옥냥이를 비롯한 방송인들이 재밌게 플레이하면서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죠. 소개한 스팀 리뷰들은 이런 재미에 상응하는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으니, 더 큰 재미로 보답해 달라는 성원인 것입니다. 


게임을 만든 팀 스튜디오(STEWDIO)는 게임 인재 양성을 위해 진행된 크래프톤 정글 게임랩 1기 소속으로, 22주의 교육 과정 중 마지막 두 달 동안 <프로스트레인>을 기획하고 개발했다고 합니다. 다들 잘 알고 계시겠지만, 개발 기간으로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죠. 5명의 새내기 개발자들은 어떻게 <프로스트레인>을 만들었을까요?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크래프톤 정글 게임랩 1기 팀 스튜디오 고정우 팀장. <프로스트레인>을 기획하고 개발 방향을 잡았다.

# "익히기 쉽고, 적응하기 쉽고, 적응해보고 싶은 게임"

Q. 디스이즈게임: 1월 11일 출시 이후 <프로스트레인>이 ‘설국열차 덱빌딩 게임’ 등으로 불리며 국내외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A. 스튜디오(STEWDIO) 고정우 팀장: 일단 감개무량합니다. 분에 넘치는 성원을 받은 것 같아서 팬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더 보여드리고 싶은 게 많았는데, 시간적 한계 안에서 못 보여드린 것도 많았어요. 그럼에도 많은 응원을 해주셔서 용기를 얻었습니다.


Q. 짧은 플레이타임 안에서도 재미가 확실했다는 평이 많았어습니다. 개발자가 생각하는 <프로스트레인>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고정우 팀장: ​익히기 쉽고, 적응하기 쉽고, 적응해보고 싶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게임을 많이 즐기던 게이머분들에게 한정된 것일 수도 있지만, 레퍼런스가 된 게임들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빠르게 익힐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캐주얼리티를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진입장벽도 낮췄습니다. 그렇게 자원도 '행복도' 하나로 통일했고요. 감칠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 이런 조합을 맞추면 정말 좋겠다"하고 제가 느끼던 것을 게임에 담아내서, 유저들에게 장점으로 다가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프로스트레인>은 기차 내 주민들의 '행복도'를 관리하며 '약속의 땅'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게임입니다.

  

Q. 개인적으로 <프로스트레인>을 보고 바로 영화 <설국열차>가 생각났습니다. 영감을 준 작품들이 더 있었나요?


A. 고정우 팀장: 기획이 정말 많이 바뀌어서, 그때마다 레퍼런스 게임 및 영화가 매번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이벤트를 보는 시티 빌딩에 가까운 게임으로 <크루세이더 킹즈> 같은 게임을 생각했었는데, 이벤트 기획도 어려웠고, 유저층이 적을 수 있다는 피드백도 수용하면서 로그라이크 덱빌딩 장르로 가다듬게 됐습니다.


지금의 형태에 영향을 준 게임들은 <TFT>, <도타>와 같은 오토체스, <프로스트펑크>가 있었고, 분위기를 많이 참고한 영화는 <설국열차>였어요. 다양한 레퍼런스를 보면서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했었고, 아쉬운 점은 반면교사 삼고, 좋은 점은 챙기며 영감을 얻었습니다. 출시 직전까지도 반신반의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즐겨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행복도' 관리에 실패하면 인게임 시간으로 하루의 유예 기간이 주어지고, 이후 승객들의 폭동이 일어난다.

Q. 게임 <프로스트펑크>, 영화 <설국열차> 모두 탄탄한 세계관과 디테일이 돋보이는 작품들인데, <프로스트레인>은 개발 규모나 시간으로 인해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A. 고정우 팀장: 이벤트를 중요하게 생각했었는데, 다 사라진 편에 속해요. 이벤트를 보기 위해서 만들었던 시스템이 지금은 설명, 지표 정도로 축약됐고, 맵도 다소 단조로운 형태가 됐는데, 더 다양한 맵과 랜덤 생성되는 맵도 구상했었거든요. 저희 스스로도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능력 있는 팀원들이 같이 방향을 잘 잡았기 때문에 유저분들의 마음에 들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지금은 하나의 맵 안에서 설원, 해저, 폐허가 된 도시 등을 지나는 형태인데, 초기엔 더 다양한 맵을 생각했었다고 합니다.


# 5명이 두 달 만에 만든 게임

Q. 22주 동안 함께 합숙하며 진행된 크래프톤 정글 게임랩을 통해 스팀 출시까지 하게 됐는데, <프로스트레인>을 만든 건 마지막 두 달이었다고 들었습니다. 1기 인원은 29명이지만 팀원은 5명이고요. 어려움은 없었나요?


A. 고정우 팀장: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두 달이라고는 하지만 게임 기획도 중간에 많이 변경되어 실제 개발에 제대로 착수한 기간은 한 달 밖에 안 됐고요. 그러다 보니 야근을 할 때도 있었고, 체력적인 부담이 있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동료들이 있어 함께 힘을 낼 수 있었어요.


Q. 팀 구성은 자율적으로 서로 간의 영입을 통해 진행된 건가요?


A. 고정우 팀장: 코치님들이 많은 것들을 실험하셨는데, 심사숙고하셔서 팀을 배정해주셨어요. 앞서 교육 기간 동안 봐오신 게 있으니 그걸 기반으로 배치해주셨습니다.


왼쪽부터 아트의 배윤서, 프로그래밍의 곽인영, 기획의 고정우, 프로그래밍의 박성룡, 정민경


Q. 5명이라는 인원이 부족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A. 고정우 팀장: 인원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더라고요. 규모가 커지면 커뮤니케이션에 비용이 또 들어갔어요. 다섯 명이면 저희 수준에서 감당할 수 있는 맥스치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실제로 저희도 개발 초기에 커뮤니케이션에 시간이 많이 들어갔었고요.


Q. 구성원들의 역할은 어땠나요?


A. 고정우 팀장: 저는 게임의 방향성 제시를 위주로, 개별 요소들을 합쳤을 때 어떤지 등의 기획적인 부분을 많이 담당했어요. 3명이 프로그래밍을 주로 했고, 윤서 님이 아트를 도맡아서 하셨어요. 규모가 작다 보니 결국 모두가 모든 역할을 다 조금씩 해야 했는데, 다재다능한 인영 님은 불이 난 곳에 빠르게 투입되기도 했었습니다. 각자 재능 있는 영역이 다 달라서 유기적으로 얽혔던 것 같아요.


팀 스튜디오 5인. 왼쪽부터 정민경, 박성룡, 고정우, 곽인영, 배윤서


Q. 이전에도 1인 개발을 몇 년간 해오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팀 작업을 해보시니 어땠는지.


A. 고정우 팀장: 게임 개발은 협업이라고 많이들 하더라고요. 이 말의 무게을 몸으로 아는 건 달랐어요. 정글 게임랩 과정을 거치고 난 후에 게임을 보는 안목이 한 차원 더 높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게임 개발을 하면서 느꼈던 게, 아이디어가 중요한 게 아니고, 사람이 더 중요하더라고요.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있지만, 이걸 어떻게 구체화시키느냐가 관건이었죠. 꿈꾸는 꿈을 꿨다는 건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이걸 <인셉션>으로 만드는 건 영화 감독의 역량인 것처럼 말이에요. 게임의 포맷이 줄 수 있는 상한은 있을지라도, 갈고 닦으면 줄 수 잇는 극한의 재미라는 게 있다는 걸 느꼈어요. 


Q. 기존 습작들이 담긴 포트폴리오를 참고해보니, 조작이 중심에 있는 리듬, 액션 게임들이 더 많았습니다. 어떻게 덱빌딩 장르에 도전하게 되셨나요?


A. 고정우 팀장: 특별한 도전이라기 보다는, 어떤 요소에서는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어요. 장르도 다양한 재미의 갈래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저희는 초보 개발자고 최대한 많은 유저분들의 피드백을 받기 위해 시장층이 큰 덱빌딩 로그라이크 장르를 선택했어요.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을 맞출 수 있는 장르라는 판단도 있었고요. 무료로 출시한 것도 더 많은 피드백을 받기 위함이었습니다.


Q. <프로스트레인>의 콘셉트는 정글 게임랩에 들어오기 전에도 구상을 해봤던 아이디어나 기획인가요?


A. 고정우 팀장: 전혀 아니었어요. 정글 게임랩에 들어오기 전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시작 전에도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 했던 형태였습니다. 마지막 한 달을 앞둔 직전에서야 아이디어가 윤곽이 잡혀서, 사실 정말 허술한 부분도 많았고요. 운이 좋게 단점들이 좀 감춰진 게 아닌가 싶고,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각기 특성이 다른 열차 칸을 배치하며 오토체스 게임처럼 기물 시너지를 노리는 플레이가 <프로스트레인>의 중심에 있습니다.

# 크래프톤 정글 게임랩 1기 여섯 팀 중 한 팀


Q. 정글 게임랩에서 배운 내용 중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는지.


A. 고정우 팀장: 커리큘럼 중에 피쳐 리스트를 작성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이전에는 주먹구구식으로 개발을 했었는데, 필요한 것만 넣고 필요하지 않은 건 과감하게 쳐내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들었고, 유저들에게 원하는 경험을 전달하려면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고르는 눈이 좋아졌어요. 이전에는 게임을 시스템으로만 봤었는데, 정서적인 경험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했죠.


Q. 그런 배움이 <프로스트레인>에 적용된 사례가 있었나요?


A. 고정우 팀장: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설국 같은​ 테마가 일단 중요했어요. 이전에는 아무래도 중요한 건 핵심 코어 플레이가 아닌가 싶었는데, 테마가 주는 정서적 경험이 굉장히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Q. 정글 게임랩 전후로 성장 폭이 컸나요?


A. 고정우 팀장: 처음에 성장 하나 하나를 개별적으로 놓고 봤을 때는 체감하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성장은 계단식이라서, 나중에 돌이켜보니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죠. 초반에는 게임잼 위주로 진행됐는데, 게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한다는 경험이 누적되어 지금의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혹독한 추위라는 테마도 <프로스트레인>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Q. 다른 팀과의 교류도 있었나요?


A. 고정우 팀장: 처음 3개월의 교육 기간 동안에는 인원이 계속 섞이는 과정이 많았기 때문에, 29명이 모두 한 팀 같은 느낌이었어요. 같이 밥도 먹고, 놀러도 가고, 게임도 하고 만들었고, 특히 합숙을 했으니 안 친해질 수가 없었죠.


게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함께 지켜본 것도 큰 도움이 됐어요. 저희 게임도 처음에는 이 정도 반응이 나올 줄 몰랐거든요. 당초 목표는 스팀 평가 30개 정도, 궁극적 목표가 100개 정도를 생각했었는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죠. 옆 팀의 경우에도 엄청 잘 됐는데, 저희가 보지 못했던 재미 요소들을 유저분들은 보셨다는 것을 체감하면서, 앞으로도 공부가 더 필요하고, 많은 자료와 데이터를 쌓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Q. 1기 구성원은 어땠는지도 궁금하네요.


A. 고정우 팀장: 아주 다양했어요. 훨씬 어리신 분들도 많았고, 경력이 있던 분도 오셨으니까요. 가장 어린 인원과 가장 나이가 많은 인원의 나이 차이가 15살 정도였어요. 게임을 좋아하고, 만들기 위해 도전하는 데에는 나이의 벽이 없더라고요.




# 앞으로의 계획은?

Q. 스팀에서 편의성 개선 및 버그 픽스 등 '소규모 업데이트' 지원은 약속하지만,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하긴 어렵다고 밝히셨어요. 


A. 고정우 팀장: 현실적으로 대규모 패치를 하기에는, 복학을 해야 하는 팀원들도 있고 해서 어렵겠지만, 저희 게임을 좋아해주신 팬분들이 많으니까, 당장 생각하는 업데이트 중에는 도전과제 지원이나 편의성 개선 등이 있어요. 눈 내리는 효과를 선택 옵션으로 해서, 그래픽 카드 소모를 줄이는 것도 검토 중입니다.


Q. 정글 게임랩 1기가 끝났는데, 스튜디오(STEWDIO) 팀은 계속 함께 가는지?


A. 고정우 팀장: 프로젝트에 참여한 개개인의 몫이지 않을까 싶어요. 코치님들은 프로젝트 완성까지 이끌어주셨고, 1기는 시연회까지 마치며 전체 과정을 마쳤어요. 서로 기회가 된다면 함께 할 수도 있고, 개인들의 선택을 존중하려 합니다.


<프로스트레인>


Q. 평상시에도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즐긴다고 들었습니다. 최근에 인상 깊게 플레이한 게임은?


A. 고정우 팀장: 역시 2023년에는 <발더스 게이트>였죠. <발더스 게이트 3> 스팀 태그 중에 '선택의 중요성'이라는 게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다른 게임들 중엔 선택이 의미 없는 껍데기에 머무르는 게임도 적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발더스 게이트>에는 정말 의미 있는 선택이 많았어요. <프로스트레인>도 초창기에는 이런 선택을 더 강조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지금의 형태로 변화되어 왔네요. 


Q. 앞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고, 어떤 개발자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A. 고정우 팀장: <발더스 게이트>처럼 플레이어의 선택에 의미를 부여하고 잘 살리는 게임을 만드는 것도 목표 중 하나고요. 모든 게임 개발자들이 비슷하게 생각하겠지만 남들이 보고 "나도 이런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저 스스에게도 다른 누군가에도 영감이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팀 스튜디오 고정우 팀장. <프로스트레인>을 시작으로, 다음에도 좋은 게임으로 만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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