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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배경으로, 한국인이 만든, 한국적인 인디 게임

'안녕 서울'을 개발 중인 김진호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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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사랑해요4) 2024-01-26 15:24:24

"한국 사람의 관점에서 본, 한국을 배경으로 한, 한국 사람의 이야기다."

지스타 2023 현장에 흥미로운 인디 게임이 하나 있었다. 바로 픽셀 아트 스타일의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어드벤처 게임 <안녕 서울: 이태원편>이다. <안녕 서울: 이태원편>은 운석 충돌로 종말까지 6개월이 남은 서울에서, 삶을 포기하려 하던 주인공이 우연히 우주 대피에 관한 기밀 문서를 입수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안녕 서울: 이태원편>은 현재 1인 개발로 만들어지고 있다. 김진호 개발자는 게임을 공개하기 전까지만 해도 회의감이 큰 상태였지만 지스타 2023에서 사람들의 응원을 접하고 많은 용기를 얻었다고 이야기했다. 


유니티코리아 사옥에서 김진호 개발자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눠 봤다. <안녕 서울: 이태원편>은 유니티 엔진으로 개발 중이며, 현재 스팀에 데모 버전이 공개되어 있다. 김진호 개발자에 따르면 2024년 5월 얼리 액세스를 시작해 7월 경 정식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지노게임즈의 김진호 개발자



# 게임을 통해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선보이고 싶었다.


Q. 디스이즈게임: 게임 개발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개인 노션을 보니 3D 모델링, 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아온 것 같다.


A. 김진호: 홍익대학교 디지털미디어디자인학과를 나왔다. 당시 미디어 아트를 하고 싶어서 개발을 배웠는데, 현실적인 문제도 있고 대중에게 동떨어져 있는 느낌을 들어서 명확한 방향을 못 잡았었다. 

그렇다 보니 졸업 후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됐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표현의 욕구는 계속 해소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제가 좋아하는 게임으로 표현하자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개발에 도전하게 됐다. 당시 디지인과에 재학하며 공부했던 3D 렌더링 기술을 최대한 게임에 활용하고 있다.


Q. <안녕: 서울>을 어드벤처 게임으로 개발하게 된 이유는?

A. 처음 게임 개발을 준비할 때 게임성을 고려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이야기’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장르를 찾다 보니 퍼즐 플랫포머가 결합된 어드벤처로 개발하게 됐다.

김진호 개발자는 본래 미디어아트를 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Q. 이야기를 굉장히 강조하는데.

A. 제가 평소에 공상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지금까지 생각해 온 것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보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Q. 그렇다면 게임이 내세우는 차별점은 무엇인가? 어떤 부분을 가장 보여주고 싶었나.

A. 게임성이나 비주얼만 놓고 보면 <안녕: 서울>이 기존 게임과 차별화되는 요소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한국 사람의 관점에서 본, 한국을 배경으로 한, 한국 사람의 이야기다. 이게 가장 두드러지는 점이지 않나 싶다. 저도 기존에 게임을 즐겨 오면서 서구권이나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게임은 많이 봤지만 한국에 대한 이야기는 주변부에만 머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Q. 게임 분위기가 많이 우울하다. 스토리나 세계관은 어떻게 짰나? 영감을 받은 드라마나 영화가 있나?

A. <브래이킹 배드>라는 유명한 드라마가 있다. 여기서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사람의 본성이 드러나며 평소에 안 하던 행동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런 현상이 ‘사회 전체’에서 보인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스토리도 인물의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Q. 그렇다면 주제의식 같은 것도 있는지.

A. 한국 사람들의 특성상 죽음을 앞두고도 쫓기듯이 일하고, 목표를 추구하고, 반드시 정답만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았다. 여기서 벗어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기 인생을 산다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했다.


Q. 어드벤처 게임은 레벨 디자인이 중요한데, 1인 개발에다 첫 도전이다 보니 어려웠을 것 같다. 

A. 독학도 많이 했고, 레퍼런스로 참고한 게임들에 관한 공부를 많이 했다. 가장 많이 배우려 한 부분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며 어떤 반응을 보내는지에 대한 것이다. 여러 사람이 게임을 플레이하며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하는지 관찰을 많이 했다. 특히 지스타 2023 시연에서 많이 배웠다.

지스타에 4일 동안 참가하며 부스에만 400분 정도가 다녀가셨던 것 같다. 정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게임을 접하는 분들은 제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더라.

시연 현장에서 4일 동안 게임을 고쳤다. 낮에는 게임을 전시하며 반응을 보고, 저녁에는 숙소에 돌아와 피드백을 기반으로 게임을 수정하고, 다음 날 수정한 버전을 선보이는 과정을 반복했다. 첫날에는 사람들이 대부분 준비한 분량의 절반 정도만 플레이했다. 열심히 다듬으니 끝까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우가 확실히 늘어나더라. 그때 어떻게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지 확신이 섰다. 물론, 정말 힘들었다.


Q. 그래픽이 인상깊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픽셀 아트 그래픽은 항상 수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픽 작업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가?

A. 사실, 원래 이런 그래픽의 게임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완전한 3D로 만들고 있었다. 원하는 퀄리티가 안 나와서 1년 정도 개발하다 그만두게 됐다. 이때 제작해 놓은 3D 리소스를 2D 형식으로 이미지화하는 툴을 만들어서 활용하고 있다.

<데드 셀>이라는 게임이 이런 방식으로 작업한 것으로 아는데, 이런 게임들을 보고 저도 활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작업이 픽셀 아트의 매력을 100% 끌어낼 수는 없겠지만, 1인 개발자에게는 가성비나 효율도 중요하다 보니 좋은 방법이라 판단이 들어서 시도했다.

<안녕 서울: 이태원편>의 그래픽 작업

Q. 사운드에도 상당히 신경 썼을 것 같다. 이런 게임은 분위기가 중요하지 않나.

A. 사운드는 완전히 처음 해 보는 분야다 보니 초기에는 방향을 아예 못 잡았다. 외주를 맡겨야 하나 생각했는데, 유니티 라이브러리나 에셋을 열심히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기관에서 제공하는 사운드 에셋도 있다. 

이런 것들을 활용해서 만들어 보니 원하는 대로 표현이 생각보다 잘 되더라. 더빙도 해 보고 싶지만, 비용이나 시간적 문제가 워낙 커서 고민만 하고 있다.


Q. 한국적인 느낌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실제 장소를 찾아다니며 만든 건가?

A. 그러려고 했지만 제가 작업하는 2년 동안 이태원에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표현하기 민감해져서 실제 공간은 다른 곳을 많이 참고했고, 제목에만 이태원이 붙었다. 강남이나 한강 다리 등은 현실의 모습을 당연히 참고했다. 데모에는 나오지 않은 부분도 실제 공간을 많이 참고해서 디자인했다.


Q. 데모 버전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한강 다리 위가 신발로 가득한 장면이다.

A. 아이디어는 남산 사랑의 자물쇠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런 공간은 여러 사람들이 흔적을 남기면서 만들어진다. 식당 벽에 다양한 낙서가 되어 있거나, 추모 공간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는 경우도 있다. 여러 사람이 모여 만들어진 공간은 서로의 성향이 공유되고 드러나는 장소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전체적으로 우울해진다면 이때도 여러 사람들이 흔적을 남긴 공간이 만들어질 텐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상상하다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어떻게 보면 남산 사랑의 자물쇠가 보여주는 모습의 ‘리버스’기도 하다.



# 1인 개발 중 찾아온 고난... "1년 동안의 작업물 대부분을 버렸다"

Q. 게임 진행 방식은 어떻게 되어 있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는 선형적인 방식인가? 아니라면 분기가 갈리는 선택지와 별개의 엔딩이 있는가?

A. 선형적으로 진행되는 게임이다. 얼리 액세스는 5월 정도에 계획 중인데, 본편의 스토리는 모두 공개하려고 한다. 정식 출시 버전은 숨겨진 요소들을 찾아서 주변 인물들의 스토리를 알 수 있는 시스템을 추가할 것이다. 선배 개발자분에게 얼리 액세스라고 해서 본편의 이야기를 중간에 끊어 버리면 안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받았다.


Q. 게임 개발 기간은 어떻게 되는가? 현재 개발은 어느 정도까지 완료됐나? 올해 2월 출시 목표였다가 5월로 연기됐다고 들었다.

A. 3D로 개발하던 시절을 합치면 3년 정도다. 이것을 제외하면 약 2년 동안 개발했다.

본래 출시를 2월로 잡았던 이유는 이렇다. 워낙 혼자 개발을 오래 하다 보니 힘들어지기도 했고, 이 방향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도 생겨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스타 이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좋은 반응을 보내 주셔서, 보답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출시를 연기했다.


Q. 노션을 보니 게임 개발 도중에도 프리랜서로 일을 한 듯 한데, 개발비 충당을 위해서였나?

A. 아무래도 그렇다. 힘들게 외주 작업을 하다 보면 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지기도 하더라.


Q. 1인 개발인 만큼 개발 과정이 순탄치 않았을 것 같다. 어려움은 없었나?

A. 3D에서 2.5D로 전환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본래 개발하던 것들을 많이 버려야 하다 보니 그랬다. 코로나 때문에 일거리도 줄어들고, 사람들도 만날 수 없다 보니 그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Q. 혹시 개인적 경험이 게임 분위기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나? 보통 1인 개발을 하시는 분들을 만나면, 대부분 굉장히 힘들어하시더라.

A. 그런 생각까지는 안 했는데, 이 질문을 들으니 영향이 간 것 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1년 동안 개발해 왔던 것을 포기해야 했을 때 힘들어서 술을 굉장히 많이 마셨다. 당시의 감정이 게임에 무의식적으로 반영된 것 같기도 하다.

<안녕 서울: 이태원편>은 주인공이 삶을 포기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된다.

Q. 3D로 개발하던 당시에도 지금과 비슷한 게임을 만들고 있었나?

A. 맞다. 같은 콘셉트로 같은 장르의 게임을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3D 게임을 홀로 제작하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분량이 나오더라. 애니메이션 부분이 특히 그랬다. 캐릭터의 표정 묘사나 움직임과 같은 것들은 도저히 혼자 할 수 없다 보니, 그때 현실적인 문제를 깨달았다. 


Q. 한국을 묘사한다면, 에셋을 구하기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한국의 전봇대나 쓰레기통 같은 것이 에셋으로 있나? 아니면 대부분 직접 만든 것인가?

A. 에셋과 직접 모델링은 반반씩 사용하고 있다. 웹툰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판매되는 에셋이 있는데, 완전한 3D 게임이라면 이런 에셋을 활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렌더링을 통해 제작하는 현재는 어느 정도 사용이 가능해서 잘 활용하고 있다.


Q. 가장 시행착오가 많았던 부분은?

A. 아무래도 멘탈 관리와 같은 부분을 만만하게 봤던 것 같다. 내향적인 성격이다 보니 혼자서 게임을 개발하는 외로움은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1년이 넘어가니 정말 달라지더라. 힘들었다. 



# 회의감이 커져갈 때 찾아온 소중한 기회, "꼭 출시하겠다"

Q. 그래도 지스타 2023에 참가해 게임을 시연하게 됐었는데, 개발 후 첫 시연인 만큼 소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A. 엄청나게 떨렸었다. 원래 시연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게임 개발에 회의감이 상당히 컸고, 빨리 마무리짓고 끝내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의 피드백을 듣고 직접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동기부여가 생기더라. 게임을 끝까지 하시고 재밌었다고 말해 주는 분들이 엄청난 에너지가 됐다. 걱정했던 것보다는 괜찮은 반응이라 안심하는 마음도 컸다.


Q.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많이 했나?

A. 캐릭터 대화의 이 부분이 이상하다, 나라면 이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이 부분은 지루한 것 같다 등등 세세한 피드백을 많이 주시더라. 말 없이 가시는 분들도 많아서 붙잡고 소감을 여쭤봐야 할 때도 있었다.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나중에는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재밌어지더라.


Q. 그러고 보니 주인공이 맨손으로 레펠을 타고 미끄러지는 장면이 나온다. 이 모습을 보며 철인 같다고 언급한 사람도 있더라.

A. 약간 간과했던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주인공 피지컬이 너무 좋다, 무슨 전국체전 선수냐?”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도 계시더라. 본편에서는 조금 더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노력하고 있다.


Q. 유튜버나 스트리머가 데모 버전을 플레이하며 게임이 알려지기도 했다. 기분이 어땠나?

A. 데모 버전 공개는 게임을 본격적으로 공개해도 될 만큼 다듬어졌다는 생각보단, 지스타에서 시연했던 버전을 많은 분들이 해 보시면 어떨까 싶었다. 생각보다 좋은 반응과 관심을 주셔서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대신 시간이 흐르니 부담감이 생기더라. 완성된 게임을 보고 기대하시던 분들이 실망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도 있다. 그래서 좋게 마무리하기 위해 열심히 개발하고 있다.


Q. 걱정 한 번 해도 되나?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보통 이런 픽셀 아트식 그래픽을 내세운 게임은 소식이 끊기거나 출시가 연기되는 경우가 많더라. 이 분야에서 유명한 <더 라스트 나이트>가 대표적이다. 

A. 출시는 반드시 할 것이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개발은 거의 완료됐고, 엔딩까지 정상적으로 플레이 가능한 분량이 준비됐다. 저도 그런 게임들을 많이 기대했고 참고도 했었는데, 꼭 게임을 잘 다듬어 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


Q. 3부작으로 개발될 예정이라 들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A. 게임을 개발하며 수정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콘셉트가 크게 바뀔 수는 있지만, 시리즈물로 만들고자 하는 생각은 여전하다. 인생의 목표다. 1인 개발로 시도해 보고 싶었던 것들은 이태원편에서 대부분 해 봤다 보니, 꼭 팀을 꾸려서 제 부족한 점들을 팀원 분들의 협업을 통해 극복하고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린다.

A. 너무나 부족한 작업물에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하다. 더 겸손한 자세로 열심히 개발해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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