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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이널스’ 시즌2, ‘솔큐’의 막막함 어떻게 줄였나

체급별 단점 극복해 줄 신규 장비, 즐거운 단체전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4-03-14 15:36:01
넥슨 산하 엠바크 스튜디오의 PvP 슈터 <더 파이널스>. 전장 파괴를 이용한 창의적 게임플레이로 출시와 동시에 스팀 동시접속자 최대 20만 명을 넘기는 등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동시 접속자 수는 아쉽게도 꾸준히 줄어 현재는 최대 2만 명가량에 머물고 있다. 약 90% 감소한 수치다.

꼽히는 원인은 몇 가지 있지만, 가장 문제시됐던 건 단연 핵 사용자 창궐이다. 유저들의 드높은 원성에 엠바크는 핵 감지를 강화하고 ‘밴 웨이브’(주기적 핵 유저 대규모 차단)를 실시하는 등 노력했지만, 떠나간 마음을 아직 되찾지는 못한 상태다.

비슷한 역경을 딛고 부활한 <에이펙스 레전드>의 선례를 따르려면, 기폭제가 하나쯤 필요한 상황이다. 설령 핵 문제가 유의미하게 개선됐더라도, 이를 체감할 유저가 모여들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3월 14일 적용된 <더 파이널스> 시즌 2는 어쩌면 부활의 실마리가 될지도 모르는 대형 업데이트다. 신규 콘텐츠들을 통해 이른바 ‘솔로큐’(혼자서 랜덤 팀원과 플레이하는 것)의 좌절감을 완화하려는 시도가 특히 두드러진다. 그간의 핵 방지 노력과 충분한 시너지를 낸다면, 출시 초기의 열렬한 반응을 일부 되찾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 유독 더 괴로웠던 <더 파이널스>의 솔로큐 플레이

팀워크 중심 PvP 게임에서 랜덤 유저들과 팀을 맺으면 괴로워지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더 파이널스>의 솔로큐(혹은 ‘솔로 플레이’)는 유독 더 좌절감이 크다는 평가다. 이는 핵 문제와 더불어 유저들이 게임을 떠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더 파이널스>의 솔로큐 피로도가 높은 것은 병과 간 의존도를 지나치게 강조한 게임 디자인 때문으로 보인다. <더 파이널스>의 병과는 소형, 중형, 대형 등 총 세 가지 ‘체급’으로 나뉜다. 체급이 높을수록 이동속도가 느린 대신 생명력이 많아진다.

또한 체급마다 쓸 수 있는 전용 무기·장비·스킬이 나뉘어져 있다. 그만큼 서로 특화 분야가 분명히 나뉘는데, 이것은 ‘팀 파이트’ 게임에서는 흔한 디자인으로 협동의 필요성과 재미를 강화한다. ‘대형’은 화력 지원과 아군 보호, ‘중형’은 팀 유지력과 이동 수단 제공, ‘소형’은 높은 기동력에 기반한 단독 암살 등에 특화되는 식이다.

생명력, 속도, 전용 장비와 주특기를 구분해 역할을 분담시킨다


# 나사가 빠져 있던 ‘체급’들

그런데 협동 메카닉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병과별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도 뚜렷해야 한다. 단일 병과가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면, 협동 필요성이 크게 줄어들기 마련이다.

<더 파이널스>도 같은 원칙을 따라 체급별로 단점을 부여했다. 문제는 이것이 협동 유도에서는 정작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반면, 핵심 콘텐츠를 즐기는 데 큰 방해가 됐다는 사실이다.

<더 파이널스>의 차별성은 입체적 전장 파괴 시스템의 전략적 활용에 있다. 적의 발밑을 허물어 목표를 탈취하거나, 지붕으로 뛰어올라 천장을 뚫고 진입하는 등의 창의적 전투가 단순한 총격전 이상의 깊이를 더한다.

다만 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여러 체급이 함께 움직이며 서로의 의중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해 협조해야만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다. 각자 다른 체급의 도움이 필요한 영역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중형 체급은 옥상 접근이 쉽지만, 바닥을 뚫고 목표물로 직행할 방법이 없었다.

예를 들어 ‘대형’은 높은 화력과 스킬로 건물을 쉽게 파괴할 수 있지만, 수직적인 이동 능력이 없다. 따라서 전투가 높은 곳에서 벌어진다면(높은 확률로 그렇다) 팀원이 도와주지 않을 경우 현장에 도달하기도 전에 상황이 종료되어 버리기 일쑤다.

‘중형’의 딜레마는 대형과 정확히 반대인데, ‘점프패드’와 ‘집라인’ 등 수직적 이동 수단이 많지만 반대로 구조물을 뚫어 통로를 만들 마땅한 도구나 스킬이 없다. 이 때문에 좋은 위치를 빠르게 선점하고도 다른 체급이 도착하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절호의 공격 기회를 놓치는 일이 다반사다.

한편 ‘소형’의 사정은 앞선 두 체급과 약간 다르다. 소형은 수직/수평적 기동력(그래플링 훅)과 진입 수단(폭탄)을 모두 갖추고 있어 빠르게 여러 지형에 뛰어들 수 있다. 그러나 생명력이 적고 무기의 지속 화력이 낮은 편이어서 단독으로 여러 명과 싸우기엔 어렵다.

따라서 난전 상황에서 취약한 적들을 골라 하나씩 각개격파 하는 것이 ‘소형’의 이상적 플레이다. 그러나 현실의 유저들은 방어 채비를 갖춘 다수의 적에게 단독으로 뛰어들어 빠르게 죽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독적 기동력과 통로 개척 능력이 다른 체급과 ‘소형’을 단절시키는 결과를 낳고 마는 셈이다.

소형은 단독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체급이지만, 팀원들과 최소한의 보조는 맞춰야 한다.


# 혼자서도 잘할 수 있는 시즌 2

이런 상호 의존적 메카닉은 친구들과 함께 팀을 맺어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협동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힘을 합쳐 불리한 상황을 역전하거나 적의 의표를 찌를 때의 쾌감은 혼자 펼치는 ‘슈퍼 플레이’와는 다른 차원의 만족감을 준다.

하지만 랜덤으로 만난 유저들과 즉석에서 합을 맞춰야 하는 솔로 유저들에겐 반대로 좌절을 안기는 요소였다. 랜덤하게 만난 유저끼리는 팀원의 신호나 움직임에 신경 쓰기보다는는 눈앞의 상황에만 몰두해 서로를 돕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

결국 솔로 플레이어들은 <더 파이널스> 특유의 재미를 절반밖에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는 얘기가 된다. 심지어 친구들과 함께하는 유저들조차도, 개별 타이밍이나 전장 상황에 따라 합 맞추기가 여의찮을 때도 많다.

시즌 2에서 제작진은 이 근본적 문제를 완화하기로 결심한 듯하다. 세 체급 모두에게 기존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도구와 특기가 추가됐다.

먼저 ‘대형’에게는 투척물인 ‘반중력 큐브’가 생겼다. 투척 위치를 중심으로 원기둥 형태의 반중력 존이 형성된다. 존 안에 포함된 사람과 오브젝트는 모두 위로 천천히 떠오르게 된다. 수직 이동 능력이 전무했던 ‘대형’에게는 단비와 같은 스킬이다.

반중력 큐브는 캐시아웃 기기도 움직일 수 있다.

다른 전략적 운용도 가능하다. 천장에 구멍을 뚫고 뛰어들려는 적이나 위에서 던져 넣는 폭발물을 방어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원래라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캐시아웃’을 자의로 들어 올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됐다.

한편 ‘중형’에게는 주특기 스킬 ‘비물질화 도구’가 주어졌다. 벽면이나 천장, 바닥의 일정 범위를 ‘비물질화’해 반투명한 상태로 바꿀 수 있다. 비물질화된 대상은 캐릭터와 탄환 모두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비물질화됐던 지점을 원상태도 돌릴 수도 있다. 목표물만 빠르게 빼돌린 뒤 벽면을 막거나, 기습적으로 사격을 가한 뒤 다시 봉합하는 등의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비물질화 도구는 사용횟수가 3회 스택되는 방식이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1스택씩 회복된다.

'비물질화 도구'로 위층에서 사망한 동료를 안전하게 부활시킬 수 있다.

‘소형’에게도 투척물의 일종인 ‘게이트웨이’가 새로 생겼다. 두 지점을 잇는 차원문을 설치하는 도구다. 투척물을 순서대로 던져 입구와 출구를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개인용 이동 장비였던 ‘그래플링 훅’과 달리, 게이트웨이는 팀원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점. 자신도 모르게 고립되는 일이 많던 여러 ‘소형’ 유저들에게 도움이 될 듯하다.

게이트웨이의 더욱 흥미로운 점은, <포탈> 시리즈의 차원문과 유사하게, 게이트웨이를 통과하는 오브젝트의 이동 속도와 방향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를 이용해 원래라면 불가능한 거리나 방향으로 다양한 오브젝트를 투척할 수 있게 된 만큼, 다양한 전략적 응용이 기대된다.

이를 통해 각 체급은 모두 단독으로도 나름의 창의적 작전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것이 체급의 ‘만능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생명력이나 이동속도, 전용 무기/가젯 등의 구분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시도는 솔로 플레이어가 느끼게 되는 지나친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한 타협으로 보인다. 여전히 상호 긴밀히 협동하는 팀은 그렇지 않은 팀에 비교해 여러 전략적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상호작용 버튼을 누르면 '게이트웨이'를 사용할 수 있다.


# 단체전 재미 살렸지만 아쉬운 ‘파워 시프트’ 모드

한편 시즌 2에서 새로 추가된 ‘파워 시프트’ 게임 모드 역시 유저 간 협동을 더 다양하게 유도하려는 제작진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파워 시프트’의 기본 룰은 <오버워치 2>의 ‘밀기’ 모드와 유사하며 5인으로 구성된 두 개 팀이 서로 경쟁하는 방식이다. 한쪽 팀이 전장 가운데의 대형 이동 플랫폼을 점령하면, 플랫폼이 해당 팀의 목표 지점으로 천천히 이동한다. 플랫폼을 먼저 끝까지 옮긴 팀이 승리한다.

플랫폼은 도로 위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부수며 롤러코스터처럼 상하좌우 이동한다. 공격팀은 플랫폼보다 높은 건물에서 아래로 공격을 퍼붓거나, 이동 경로상의 건물에 매복해 덮치는 등의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반대로 방어팀은 플랫폼 위에 방어 가젯을 도배한 채 버티거나, 거꾸로 주변의 적을 적극적으로 추적 섬멸하는 등의 선택지가 있다.

플랫폼 위는 방어도구로 도배되곤 한다
기존 모드에서는 유저들의 주의력이 팀 차원의 장기적 목표에 집중되지 못하고 코앞의 전투에만 분산되는 경향이 짙었다. 반면 ‘파워 시프트’에서는 2개 팀만 전투를 벌이는 데다 목표 또한 플랫폼 운반으로 한정되면서 유저 전반의 집중도가 높아졌다.

따라서 ‘파워 시프트’ 모드에서는 많은 유저들이 더 긴밀한 팀 단위 전투를 경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군을 전방위로 방어하는 ‘돔 쉴드’나 적의 투척물을 요격하는 ‘APS 터렛’등, 협동에 유용한 전투 가젯들을 다양하게 사용해 보고 그 효과와 성능에 익숙해질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반면, 전투가 훨씬 단조로운 양상을 띤다는 사실은 단점으로 꼽을 만하다. 지형지물의 활용과 이동 경로 설정이 중요한 다른 모드와 비교해, ‘파워 시프트’에서 유저가 신경 써야 하는 요소는 주로 플랫폼과 자신의 상대적 고저 차, 그리고 직관적 전투력으로 압축된다.

플랫폼 보다 고지대를 차지하는 것 외에 동선에 있어 고려사항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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