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익 엔터테인먼트는 올해로 10년 차에 접어든 가상현실 전문 개발사다. 그간 20여 종의 디지털트윈, XR, 게임 등 가상현실 콘텐츠를 개발해 왔다. 게임 영역에서는 2019년까지 오프라인 VR 테마파크용 소프트웨어 공급에 주력했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VR 테마파크 업계가 쇠락한 이래 직접 게이머를 만나기 위한 게임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5월 10일 스토익 엔터테인먼트는 서울 마포구 사옥에서 기업 설립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5월 9일 스팀에 출시한 PC/VR 멀티플랫폼 타이틀 <스펙트럴 스크림>, 그리고 23일 출시할 메타 퀘스트용 팀파이트 타이틀 <탱크 아레나: 얼티밋 리그>(이하 <탱크 아레나>)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스펙트럴 스크림>은 4인 협동 호러 PvE 게임, <탱크 아레나>는 SF 탱크에 기반한 PvP 게임으로 타깃 유저층, 장르, 콘셉트 등에서 모두 다르지만, VR 시장에서의 오랜 경험을 고스란히 반영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게임의 개요와 특징을 함께 살펴보자.
<스펙트럴 스크림>에 대한 설명을 맡은 황기현 PD는 “<파스모포비아>, <리썰 컴퍼니>를 좋아하는 유저로서 ‘이런 유형의 게임이 VR 시장에 나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시작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스펙트럴 스크림>은 비밀스런 전단지를 우연히 발견하고, 그 내용에 따라 돈을 획득하기 위해 모인 인물들이 함께 공포스러운 공간을 빠져나가는 내용의 협동 게임이다. 인물들은 각자 익명성을 위해 동물 가면을 착용하고 있는 설정이다. 인게임 획득 캐릭터를 구매하거나, 이모트를 구매해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
황기현 PD
<스펙트럴 스크림>의 본질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보물찾기’이며, 장르적으로는 협동 호러 파티 게임이다. 핵심 메카닉으로 ‘보물찾기’를 선택한 이유는 접근성 때문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게임인 만큼, 게임 룰을 더 잘 알고 있는 유저 한 명의 지도만 있어도 후속 참가자가 쉽게 따를 수 있으리란 계산이 있었다.
게임은 짦은 텀으로 보물찾기의 재미를 선사해 줄 ‘골드’를 찾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사이사이 챕터 클리어에 필요한 체스 말, 카드키 등의 기믹 아이템 찾고, 다시 최종적으로는 챕터 클리어에 필요한 ‘오브’를 모아야 한다.
플레이에 필수적인 NPC들도 배치된다.
게임은 현재 총 3챕터로 이뤄져 있다. 각 챕터를 넘길 때마다 참가자들은 현재까지의 클리어 보상에 게임을 종료할 것인지, 다음 챕터로 나아갈 것인지 결정한다. 체력 등 남은 자원을 보고 전략적으로 판단하면 된다. 첫 시도에서 3챕터를 클리어하기까지의 소요 시간은 약 10시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클리어의 방해물인 ‘크리처’는 크게 언데드, 고스트, 데몬 등의 타입으로 나뉘며 분류마다 대응 방식이 다르다. 언데드는 머릿수가 많지만 쉽고, 데몬을 상대하려면 구마와 제령이 모두 필요한 식이다. 유저의 속도에 맞춰 함께 빨라지는 크리처, 소리에 반응하는 크리처 등 흔히 생각하는 유형의 적들이 등장하며, 이들이 혼합되면서 복잡한 상황을 만든다.
게임은 VR과 PC를 모두 지원하면서 VR 멀티플레이 게임의 고질인 매치메이킹 문제를 보완했다. 5월 10일 현재 VR 부문 인기작 1위에 오르는 등 선전하고 있다.
Q. 디스이즈게임: 지원되는 VR 기기 목록은?
A. 황기현 PD: 현재 바이브 기기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모든 기기 호환을 목표로 수정 중이다.
Q. 멀미 저감을 위해선 어떤 노력을 했나?
A. VR 특성상 밝은 장소에서 특히 멀미 심한 편이다. <스펙트럴 스크림>은 전반적으로 어두운 편이어서 멀미가 적고, 특히 테두리 부분이 어두워서 멀미 방지에 도움이 된다.
Q. 플레이타임 10시간은 짧지 않다. 4명의 플레이어가 10시간을 연이어 함께하기는 힘들 것이다. 어떤 식으로 프로그레션을 이어가게 되나?
A. 챕터 중간에 포기하면 다시 해당 챕터를 처음부터 해야 하는 구조다. 그러나 챕터 구조를 전부 학습헤 놓은 상태라면, 3챕터까지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가 걸린다. 10시간은 공략방법을 전혀 모른 채 처음부터 학습하고 반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Q. 새 챕터 추가 관련 계획은?
A. 기술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많다. 3챕터에서 게임 디자인을 끝낼지, 아니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지 고민 중이다.
Q. 혼자 플레이하는 유저도 클리어할 수 있도록 고려했는지?
A. 혼자 클리어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럿이서 플레이하면 빠르게 넓은 지역을 탐사하며 아이템을 수집할 수 있고. 일부가 쓰러지더라도 낮은 코스트로 부활시켜 주는 역병의사 NPC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Q. 4년 전 <좀비 버스터즈>를 스팀 내셨을 당시 짧은 플레이타임 탓에 스팀 지원 2시간 환불 정책을 이용하는 유저가 많았다. 이 지점은 잘 극복됐는지?
A 김홍석 대표: 당시엔 VR 테마파크를 위한 소프트웨어였고, VR 테마파크 업주분들의 니즈에 맞춘 소프트웨어였다. 테마파크에선 4~5분 이내에 클리어 가능한 체험이 아니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게임을 스팀에 낸 건 스팀 게임 출시 경험을 위해서였다. 환불 비율은 80%에 달했다. 이후 코로나19 유행으로 테마파크들이 폐업한 이후 메타퀘스트 등을 통해 B2C로 넘어왔다. 그러나 현재 VR 시장에서 스팀의 점유율이 올라오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팀으로 PC 겸용 제품을 만들고 싶은 내부적 의지가 있어서 크로스플레이로 만들게 됐다.
김홍석 대표
다음 순서로 <탱크 아레나>의 정욱진 PD가 나서서 게임을 소개했다. 전작인 <월드워 툰즈: 탱크 아레나 VR>의 아쉬움을 보완해서 만들어진 타이틀이다. 전편의 경우 게임플레이가 단발적이어서 라이브 운영이 힘들었다. 이번 작품의 경우 유저들이 오래 머무르고 함께 같이 놀 수 있는 환경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설명이다.
코어 게임성은 전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팀 대전 룰을 중심으로 콕핏 안에서 탱크를 조종하면서 각자의 역할 수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탱크마다 서로 다른 조종 경험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 총 8종의 탱크가 존재하며, 각자 탱커, 딜러, 힐러 역할을 수행한다. 각자는 탑승 과정과 내외부 디자인이 모두 다르다. 탱커는 육중하고, 딜러, 힐러로 갈수록 날렵해지는 콘셉트다.
정욱진 PD
출시 시점에서 게임 모드는 유저들이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점령전만 내놓을 예정이다. 적 처치보다는 점령 중심으로 팀플레이 하도록 설계했다
동시접속자와 유저 리텐션을 늘리기 위한 아웃게임 요소에도 신경썼다. 먼저 애정을 가지고 꾸밀 수 있는 아바타와 ‘마이 룸’이 생겼다. 아바타에는 의상 아이템, 마이룸에는 미니어처, 액자 등을 배치해 꾸민다.
유저가 소통할 ‘라운지’ 시스템도 만들었다. 이 안에서 유저끼리 아바타를 통해 쉽게 친구를 맺거나 커뮤니티를 형성해 게임을 이어가게 할 목적이다.
라운지에서 즐길 수 있는 다트, 농구 등 미니게임과 실제 기능이 탑재된 여러 장난감도 준비 중이다. 시연에서 정 PD는 다른 유저를 ‘검기’로 날리거나 날개로 공간을 날아다니는 등의 장난감 기능을 보여줬다.
유저 리텐션을 위한 콘텐츠는 더 있다. 일일 업적 시스템, 배틀패스 시스템 등이 존재한다. 이를 통해 명확한 목표를 쫓으며 유저가 더 오래 머물 것이라는 기대다. 배틀패스는 3개월에 한 번씩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배틀패스를 완수하려면 짧으면 20일, 길면 40일 정도가 소요된다.
이어진 본격적 게임 시연에서 정 PD는 AI와 함께 대전에 나섰다. 간혹 부족할 수 있는 매칭 풀을 AI로 해소했다는 설명이다. 각 포지션에는 각자 독특한 패시브가 있다. 힐러는 자동 에임으로 적을 공격하고, 아군을 쏘면 회복시켜 줄 수 있다. 딜러 중에는 멀리서 포지션을 잡고 저격하는 탱크가 있는 등 다양한 플레이스타일을 지원할 예정이다.
내부 공간의 충실한 구현도 짚고 넘어갈 만하다. 미니맵, 점수판, 킬피드 등 일반적 PvP 슈팅 게임의 UI는 모두 탱크 내부에 구현되어 있다. 처음 하는 유저들을 위한 튜토리얼 UI도 함께 배치해 접근성을 높였다.
Q. 전작은 세계 대전 당시의 실존 탱크에 기반했지만, 이번에는 SF 콘셉트로 다른 느낌이다. 이유는?
A. 최윤화 대표: 메타스토어와 스팀 유저층 간의 소비 패턴 차이가 있다. 본 게임은 경우 메타 퀘스트 시장을 지향한다. 메타 퀘스트 이용자를 살펴본 결과 밀리터리 마니아 층은 확고하지만 우리가 전략적으로 선택해 파고들 만한 시장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한 VR 시장에서 이례적 성과를 거둔 <고릴라 태그>와 같은 게임의 특징을 보면, 디자인적으로 비비드한 색감, 그리고 캐릭터의 입체성이 돋보였고 둘째로 소셜 커뮤니티 요소가 강조됐다.
북미 메타퀘스트 시장의 알파와 Z세대 유저들은 게임으로 만난 친구들과 SNS로 상호작용하듯 소통하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기존 게임 문법이 아닌 새 문법으로 접근한 것이다.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생각할 수 있다.
최윤화 대표
Q. 현재 탱크는 8종이다. 새 탱크 추가와 그에 따른 밸런싱 모두 중요할 텐데, 업데이트 주기 등 계획은?
A. 정욱진 PD: 격주 업데이트를 통해 핫픽스와 밸런스 패치 등을 계획 중이다. 심각한 밸런스 문제는 즉시 수정할 것이다. 추가 탱크 출시 계획은 2달 정도 운영에 집중한 뒤 다음 시즌(3달 후)부터 1~2대 추가할 예정이다.
Q. 평면화면에서 보는 게임과 다른, VR 기반의 FPS인데, 차별적인 게임성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A. 정욱진 PD: 탱크마다 다른 경험을 주는 데 집중했다. 다만 기존에는 탄 수급과 재장전 방식까지 달리했었는데, 밀리터리 콘텐츠를 보고 모인 매니아들일 텐데도 부담스러워했다. 이번 타깃인 젊은 층은 이를 더 어려워할 듯해 조작 차별성은 줄이고. 팀파이트 및 역할수행에서의 경험 차별화에 포커싱했다.
Q. 멀티플레이 VR은 함께할 유저 확보가 가장 어려운 지점이다. 이를 보완해 줄 <탱크 아레나>의 AI에 관해 설명 부탁한다.
A. 정욱진 PD: 유저 점수대에 맞춰서 AI가 투입된다. 잘하는 유저가 접속하면 상대 팀 AI 역시 그에 준하는 난이도로 설정된다.
A. 최윤화 대표: 인게임 AI에 ‘페르소나’ 개념을 넣어서 성향 있는 NPC로 만들었다. 막 나가는 탱크가 있고 숨어서 싸움을 기피하는 탱크도 있다. 이를 통해 인게임 플레이가가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그 외에는 디스코드 운영을 통해 유저 매칭을 강화하고, 요즘 많이들 하는 오픈 채팅방 매칭을 이용하는 등 운용의 묘를 발휘할 생각이다. 초반 디스코드 운영과 모객, 플레이 동기부여, 다양한 이벤트 등 동시간대 플레이어를 늘리는 방편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
VR 유저 풀의 70%는 북미에 몰려있고, 나머지 10%는 유럽, 그 외 지역 순이다. 편향이 심하다 보니 VR 멀티게임은 초반에 유저 매칭이 안 잡히고 유저가 다시 이탈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기 쉽다. 현재 AI로 탱크 동료는 충당할 수 있지만, 소셜 부분이 미비하여서 소셜 영역에서는 LLM 기반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있다. 향후 2년 안에 에이전트가 게임에 적용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