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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배틀로얄 되나? 전 세계 게임사가 집중하는 '익스트랙션 장르'

분명한 성공 가능성이 있는 시장... 너도나도 게임 개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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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사랑해요4) 2024-05-20 19:48:59
익스트랙션 장르는 제2의 배틀로얄이 되는 것일까?

최근 글로벌 게임 업계에서 보이는 한 가지 트렌드가 있다. 바로 '익스트랙션 장르' 게임 개발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인디, 혹은 소규모 개발사에서 해당 장르에 관심을 가졌다면, 지금은 텐센트, 넥슨, 크래프톤 등 대형 개발사 단에서 속속들이 게임을 출시할 채비를 하고 있다.

대형 게임사가 이토록 익스트랙션 장르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와 익스트랙션 장르 게임의 미래를 알아보고자 한다.




# '도파민이 폭발하는' 재미가 익스트랙션 장르의 핵심


익스트랙션 장르의 핵심은 게임이 어렵지만, 그만큼 이용자가 얻는 재미가 크다는 점에 있다.

어원을 살피면 익스트랙션(extraction)은 '추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특유의 게임플레이에서 기인한 것인데, 보통 해당 장르를 표방한 게임은 보통 다음과 같은 게임플레이 방식을 가진다. 하나의 게임이 시작되면 넓은 맵에 플레이어가 분포된 형태로 배치된다. 이들은 게임 내에서 제한된 자원을 획득하기 위해 경쟁하고, 획득한 자원을 온전히 소유하기 위해서는 게임 내의 지정된 장소로 이동해 '탈출'해야 한다.

여기서 플레이어가 경쟁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총, 방어구, 회복 아이템 등)은 각자 알아서 구비하고 들어가야 한다. 타인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면 해당하는 장비를 빼앗을 수 있다. 탈출하지 못하고 사망하면 가지고 들어간 장비를 포함한 모든 것을 잃는다.

하드코어하지만, 승자가 많은 것들을 독식할 수 있다는 점이 익스트랙션 장르의 재미다. 타인과의 교전에서 승리하고 값비싼 장비를 빼앗았을 때의 쾌감은 타 게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내가 죽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을 반대로 말하면, 다른 사람이 열심히 얻은 자원과 값나가는 장비를 한 번에 빼앗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익스트랙션 장르 게임의 특징은 배틀로얄보다는 덜 하지만, 승자가 많은 것을 챙기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다크 앤 다커>의 콘셉트 아트 (출처: 에픽스토어)

현실성을 추구했다는 점이 이런 재미를 더해 주기도 한다. 익스트랙션 장르의 원류 게임으로는 러시아에서 개발된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가 꼽힌다. <타르코프>의 특징은 앞서 말한 하드코어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현실성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게임의 플레이 스크린샷만 보아도 UI는 최소화되어 있으며, 캐릭터는 무거운 무게를 짊어지면 잘 움직이지 못한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다리가 부러져 부목을 달아 줘야 하고, 총에 맞으면 출혈이 생기기에 붕대를 감아야 한다. 

그리고 항상 타인의 습격에 대비해야 하기에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긴장감이 크다. 어디서 적이 나와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타르코프>와 같은 익스트랙션 장르 게임을 플레이하면 게임을 하는 내내 모든 소리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

언제 어디서 적이 나올지 모른다는 것이 익스트랙션 장르의 재미다.
혹자는 익스트랙션 장르 게임은 '호러 게임' 같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게임의 재미는 더욱 극대화된다. '총알 한 발 차이'로 상대를 쓰러트리고, 전리품을 모조리 차지하고, 누군가 나를 습격할 수 있다는 긴장감이 가득한 채로 탈출구까지 이동해 탈출에 성공했을 때의 재미는 타 장르와 비교하기 어렵다. 익스트랙션 게임을 개발 중인 한 개발자는 이를 "도파민이 터지는 재미"라고 표현했다.

게임 내에서 다양한 양상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재미다. 가령 무장을 최소화하고 몸을 가볍게 한 후, 타인보다 먼저 핵심 지역으로 이동해 재빨리 값나가는 물건을 챙긴 후 탈출할 수 있다. 미리 탈출구로 이동하고 숨어만 있다가, 플레이한 후 탈출하려는 플레이어를 습격하고 물건을 모조리 빼앗을 수 있다.

남들이 총을 쏘며 싸우는 소리를 들으며 기다리다가, 싸움이 끝나면 몰래 다가가 시체에서 값나가는 장비만 챙겨 도망가는 '까마귀'와 같은 플레이도 가능하다. 여러 게임 양상이 온전한 이용자의 창발적인 플레이에서 나올 수 있다는 점은 게임을 오래 붙잡을 수 있는 요소가 된다.

더불어 익스트랙션 장르 게임은 게임 내에서 얻은 아이템을 온전히 소유하려면 탈출에 성공해야 하기에 부를 축적하는 것이 다른 게임보다 어렵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모으는 재미가 있어 반복 플레이에 대한 동기부여가 크다.


관련 기사: '타르코프', 러시아산 FPS가 전 세계 밀리터리 마니아 홀린 방법


한 번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지만
그만큼 성공했을 때의 재미가 크다. 가방에 가치 있는 아이템을 꽉꽉 눌러담는 재미가 있다.


# 장르의 발전 가능성

장르의 발전 역시 익스트랙션 장르가 유망하다는 좋은 예제가 된다.

앞서 익스트랙션 장르의 원류로 여겨지는 게임은 <타르코프>라고 했다. 타르코프는 기본적으로 1인칭 FPS를 표방하고 있어, 여기에 영향을 받은 초창기 익스트랙션 장르의 게임은 '익스트랙션 슈터' 혹은 '타르코프 라이크'라는 단어로 불렸다. <타르코프>에 영향을 받은 게임은 대부분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게임 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무기는 총이고, 1인칭 환경에서 게임이 진행되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장르가 발전하면서 새로운 요소가 다수 도입됐다. 가령 <타르코프> 다음으로 장르에서 많은 이용자를 유치한 <헌트 쇼다운>은 남북 전쟁 이후의 미국을 배경으로 삼고, 오컬트적인 요소를 추가해 독창성을 부여했다. 게임 내의 플레이어는 '지옥에서 나온 괴물'을 처치하기 위해 파견된 사냥꾼이지만, 현상금을 홀로 차지하기 위해 괴물과 더불어 사냥꾼 간에도 싸움이 일어난다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헌트 쇼다운>

세계관을 바꾸어 판타지의 던전을 배경으로 한 경우도 있다. 아이언메이스의 <다크 앤 다커>가 대표적이다. <다크 앤 다커>는 미로처럼 구성된 던전 속에서, 칼과 활, 마법을 사용해 괴물을 처치하고 값나가는 아이템과 강력한 장비를 얻은 후 맵에 랜덤하게 생성되는 포탈을 찾아 탈출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플레이어끼리 마주쳐 싸움을 벌일 수도 있다.


# 하지만, <타르코프> 외에는 아직 절대적 강자가 없다.

장르의 유망함과 더불어, 익스트랙션 장르는 아직 완전한 '레드오션'화가 되지 않았다.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시장이다.

<타르코프>외에는 아직 절대적인 위치를 점한 게임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타르코프>는 아직 정식 출시된 게임이 아니다. 2016년 첫 알파 테스트를 시작해 2024년이 된 지금까지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느린 업데이트, 최적화와 핵 문제 그리고 지나친 현실성 추구로 인해 이용자들의 불편을 산다는 점에서 <타르코프>는 늘 많은 비판과 마주한 상태다. 그럼에도 아직도 많은 게이머들은 <타르코프> 만큼 익스트랙션 장르의 재미를 잘 살린 게임이 없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플레이하는 형국이다.

<타르코프>는 특히 밀리터리 마니아에게 인기가 높다.
비싼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총기를 실제 이름으로 표기하고, 수많은 파츠를 넣는 등
독보적인 총기 관련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이용자들에게 대형 개발사의 개발력을 투입해 잘 어필할 수 있다면 수많은 이용자를 끌어모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에 따르는 매출 기대값 역시 적지 않다. <타르코프>를 개발한 배틀스테이트 게임즈는 2022년 약 1,2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배틀스테이트 게임즈는 러시아 회사임에도 영국에 법인을 별도로 내 운영하고 있기에 이는 정확한 매출이 아니다. 더불어 <타르코프>는 아직 순수한 패키지 형태로만 판매되고 있고, 2022년은 <타르코프>가 이미 많은 사람에게 판매된 이후다. 구독형 서비스나 시즌 패스 모델의 도입으로 매출은 더욱 극대화될 수 있다.


# 대형 게임사, 인디 가리지 않고 도전 중인 익스트랙션

그리고 2024년부터는 이런 수요를 노린 대형 게임사의 게임이 속속들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것으로 보이는 게임사는 중국의 텐센트다. 내부에 수많은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텐센트는 여러 게임을 출시 라인업에 두며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타르코프>가 최적화 문제로 비판을 받는 사이 CBT를 진행해 큰 주목을 받은 <아레나 브레이크아웃 인피니트>나 이미 서비스를 시작해 자리를 잡은 모바일 버전 <아레나 브레이크아웃>이 있다. <아레나 브레이크아웃 인피니트>는 2024년 말 출시될 계획이다.


<아레나 브레이크아웃 인피니트>

그 외에도 <콜 오브 듀티 모바일>을 개발한 '티미 스튜디오'에서는 <델타 포스: 호크 옵스>를 2024년 출시 목표로 개발 중에 있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와 같은 빠른 템포의 FPS를 표방한 것으로 보이기에 완전한 '익스트랙션 장르 게임'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모드 중 하나로 익스트랙션이 포함되어 있다.

글로벌 브랜드 '레벨 인피니트'를 통한 게임이 준비 중이기도 하다. 2019년 텐센트가 인수한 스웨덴 개발사 '샤크몹'은 <엑소본>이라는 오픈 월드 익스트랙션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엑소본>

국내 개발사 역시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가령 넥슨은 자체 개발 스튜디오와 2019년 인수한 스웨덴의 '엠바크 스튜디오'를 통해 두 가지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엠바크 스튜디오에서는 2024년 <아크 레이더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2023년 6월에 스팀에서 비공개 알파 테스트를 진행했다. 

넥슨에서는 <낙원>을 준비하고 있다. 본래 산하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에서 소규모로 개발되던 게임을 2024년 '빅 프로젝트'로 전환해 본부에서의 '강력한 지원'을 통해 개발하는 형식으로 변경했다. 넥슨이 해당 장르의 유망함 그리고 <낙원>이 2023년 12월 진행했던 첫 공개 테스트에서 가능성을 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낙원>

크래프톤은 <프로젝트 블랙버짓>을 준비 중에 있다. 2024년 연내 얼리 액세스 출시가 목표다. 핵심 개발사인 펍지 스튜디오가 담당하고 있으며, 익스트랙션 장르를 표방했다. 다만, 아직 공개된 정보가 없다. 컨퍼런스 콜에서는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를 대중화하는 게 목표다”라고 소개됐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더욱 많은 게임이 준비 중이다. 소니 산하 개발사 '번지'에서는 <마라톤>을 개발하고 있다. 1994년 출시했던 게임을 익스트랙션 장르로 탈바꿈한 신작이다. 다만, 2024년 6월 출시에서 2025년으로 출시일이 연기됐는데, 비공개 테스트에 참여했던 한 해외 스트리머는 게임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았었다고 밝혔다.

<마라톤>

소규모 개발사 단에서도 익스트랙션 장르에 대한 시도는 거듭되고 있다. 1인 개발자가 <타르코프>와 유사한 감성을 내되, PvP를 제거하고 PvE에 집중한 <로드 투 보스토크>, 넓은 맵에서의 교전을 핵심으로 한 <그레이 존 워페어>, 익스트랙션 장르의 핵심에 괴물과 특수부대로 나뉘어 싸우는 '비대칭 멀티플레이' 요소를 추가한 <뷰티풀 라이트>나 <레벨 제로: 익스트랙션> 등의 게임이 있다.


# '배틀로얄 장르 대유행'을 생각나게 하는 익스트랙션 게임들

이처럼 많은 게임사가 가능성을 보고 도전하고 있지만, 익스트랙션 장르가 성공 가능성으로만 가득 찬 것은 아니다.

발빠르게 장르에 도전했다가 이용자의 흥미를 끌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한 사례는 이미 존재한다. <스펙 옵스: 더 라인>으로 유명한 예거 인터랙티브가 선보였던 <더 사이클 프론티어>가 대표적이다. <더 사이클 프론티어>는 한 때 4만 명 이상의 동시 접속자를 유치했지만, 흥행을 이어가지 못하고 2023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출시조차 못 하고 종료된 대형 프로젝트도 있다. 유비소프트는 <더 디비전> 시리즈를 익스트랙션 장르에 맞춘 <디비전 하트랜드>를 준비 중이라고 2021년 발표했지만, 아무런 정보를 공개하지 않다가 2024년 개발을 취소했다. 유비소프트는 더 잠재력이 큰 프로젝트에 자원을 집중시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장르를 선점한 기존 게임도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최근 <타르코프>는 개발을 이끄는 '니키타 부야노프'가 적극적으로 SNS를 통해 이용자와 소통하며, 여러 피드백에 대해 개선을 약속하고 실제 패치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타르코프>가 7년 간 쌓아온 콘텐츠와 특유의 감성은 다른 게임으로 대체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런 경쟁은 한때 유행했던 '배틀로얄 장르 게임 유행'을 떠오르게 한다. 2017년 출시된 <배틀그라운드>가 큰 성공을 거두자, 수많은 대형 게임사에서 우후죽순 배틀로얄 장르 게임을 선보이거나, 기존에 서비스되는 자사의 게임에 배틀로얄 모드를 출시했다. 이런 트렌드는 2022년이 넘어가서야 사그라들었다.

당시의 경쟁에서 결국 최후의 승자로 남은 게임은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 <에이펙스 레전드>, <콜 오브 듀티 워존>의 네 게임이다. 게이머는 결국 옥석 가리기를 통해 가장 재미있는 게임으로 모인다. 최근 익스트랙션 장르에서 심화되고 있는 경쟁이 어떤 결과를 맞을지는 최소한 2025년까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아크 레이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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