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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버닝비버에서 놓치고 가면 땅을 치고 후회할 8개 게임

참신함부터 노련함까지! 이 중에 당신이 좋아할 맛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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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준(음주도치) 2024-11-30 09:54:43

기대하지 않았던 지점에서 훅-하고 들어오는 매력이 있을 때, 사람들은 마음을 내어주곤 한다. 기자가 인디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여기엔 있어주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 그래서 신규 게임 목록을 자주 들여다 보고, 이제 개발을 시작했다는 게임들도 종종 만나보곤 한다.


스마일게이트 퓨처랩이 주관하는 인디게임 행사 '버닝비버'는 그래서 소중한 공간이다. 인디도 이 정도 퀄리티를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도 있고, 이런 실험 정신이 역시 인디의 매력이지-하고 다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게임도 있다. 그런 구분을 다 떠나서 갑자기 심장을 저릿하게 만드는 취향 저격인 게임도 있다.


11월 29일(금요일)부터 12월 1일(일요일)까지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진행되는 '버닝비버' 현장의 여러 게임들을 체험해보고, 기자의 마음을 앗아간 8개 게임들을 골라봤다. 여러분의 취향과 동일한지 한 번 지켜봐주시라.


버닝비버 2024 현장에서 기자의 심장을 앗아간 게임들을 골라봤다.



# 맛있게 매운맛 <베다>

이번 버닝비버에서는 <흑백요리사> 및 식당 콘셉트로 각 부스를 준비했다. 그래서 부스 상단엔 자신들의 게임을 '한 줄의 맛 설명'으로 소개하는 자리가 있는데, 트라이펄게임즈의 <V.E.D.A>는 "맛있게 매운맛"을 내걸었다.(참고로 이하 이어질 게임 소개의 중제는 모두 개발사의 오피셜 '맛 설명'이다)


그렇다, <베다>는 매운맛 하면 딱 떠올리는 소울라이크 장르의 게임이다. 정확히는 "소울라이크 트레이닝" 게임을 표방하는 '적절히 매운맛'을 가진 작품이다. 전투 플로우엔 로그라이크 요소도 녹아들어 있어, 죽어가며 반복하는 소울라이크의 특징에 재미를 더한 것이 눈에 띈다. 동종 장르에서 흔하게 보이는 중세 판타지가 아니라 근미래 SF 배경이라는 점도 키 포인트 중 하나다.


20년 차 이상의 경력직 멤버들이 모인 회사답게, 인게임 그래픽이 참가작 중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언리얼 엔진 5로 만든 3D 그래픽은 많은 참관객들의 발길이 부스에 머무르게 했는데, '인디'라는 키워드는 트라이펄게임즈에게도 소중한 존재다. 대기업의 품에서 태어난 게임이 아니기에, 매번 도전적인 상황이 반복됐는데, 이들의 경력과 퀄리티만 보고 "너희도 인디 맞아?"와 같은 반응을 많이 마주했기 때문이다.


이제 <베다>는 스토브인디 PC 퍼블리싱 라인업에도 들어간 작품이고, BIC(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게임스컴, TGS, 지스타 등에 이어 이번 버닝비버에도 참가하며, 경력직 '인디'라는 포지셔닝을 제대로 굳혔다. 현장에선 "<엘든 링>도 좋아했는데, 이 게임도 기대되네요"와 같이 소울라이크를 좋아하는 유저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인 부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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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버닝비버의 장점 중 하나. 게임 PV를 모두 버닝비버 공식 유튜브와 사이트에 링크를 잘 남겨뒀다. 게임을 미리 알고 가고 싶은 사람들에겐 큰 도움이 됐다.​


<베다> 현장 시연에선 '매운맛'에 대한 각기 다른 다양한 반응들을 들을 수 있었다.
소울라이크 게임 부스에 머무를 때면 이 장르의 팬들이 가진 열정에 매번 감탄하곤 한다.


트라이펄게임즈 정만손 대표는 <베다> 외에도 <레벨업 못하는 플레이어>라는 웹툰 IP 기반의 게임도 개발 중이다.



# SNS 오픈월드의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추리의 맛 <페이크북>

사람들은 이제 게임에 들이는 시간보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 릴스, 틱톡을 더 많이 즐기고 있다. 안타깝게도 실제로 SNS 염탐질이 게임보다 더 재밌을 때가 꽤나 많다. 숏폼과의 경쟁에서 게임이 살아남기 위해 여러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말처럼 쉽진 않은 상황. 그런데, 본질을 돌아보자. 왜 우리는 타인의 삶이 나락 가는 과정에 관심을 갖고, 거기서 스릴 또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는가.


기자가 생각하는 답은 이렇다. 그것이 '절반 정도만 사실 같기 때문'이다. 책임 없는 쾌락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무엇이든 추락하는 것들은 흥미를 끌기 마련이지만, 멀리서 돌팔매질만 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그것이 진짜 사람의 몰락이든, 진짜 같은 가상의 인물의 몰락이든 몰입하게 된다. 본능의 놀이터랄까.


반지하게임즈의 <페이크북>은 그런 게임이다. 주인공은 타인의 SNS를 파고들어, 사이버렉카로서 성장해 언니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려 한다. 요약하면 간결하지만 이 과정은 꽤나 집요하고, 깨끗하지 못하다.(그마저도 현실과 닮았다) 기자가 가장 감탄한 것은 인간군상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다. 산악회 아재의 투박한 말투며, 할미가 된 강아지 계정이나, 치맛바람이 센 학부모들의 진상, 여미새, 남미새까지 너무 현실 같아서 인상이 찌푸려지곤 했다.


그게 <페이크북> 재미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절반 정도만 사실 같은 세계에서, 당신은 마음껏 추악해져 볼 수 있다. 때론 불편하고, 때론 마음이 쓰인다. 서문에 언급한 심장이 저릿할 정도의 재미는 이런 경험도 포함한 말이다. 기자가 일간지에 있던 시절, '온라인 마와리'라는 말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다. 직접 현장에 나가긴 귀찮으니 웹 서칭으로 때우겠다던 일부 기자들의 심술이었다. <페이크북>에서의 염탐 생활은 그런 께름칙한 기억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사실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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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북> 현장 시연 장면. 당신도 사이버렉카가 되어볼 수 있다. 심장이 저릿할지도 모른다.


왼쪽부터 반지하게임즈 이유원 대표, 차필근 Chief of Staff.
기자도 정말 재밌게 플레이했다.


# 이븐하게 익은 복수의 맛 <킬라>


사람 보는 눈은 비슷한 것 같다. 기자가 다른 부스에서 A 기획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킬라>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아트가 너무 예쁘고 멋있는 게임이던데 어떤 분들이 만드셨어요?" 긴 답변 대신 바로 <킬라> 부스로 데려와 인사를 시켜줬다. 굳이 이 일화를 언급하는 이유는, 그 정도로 누군가에게 직접 소개해줘도 좋을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함이다. (두 개발사 모두를 신뢰하지 않으면 소개시켜 주는 일은 흔치 않다)


'라'를 죽여라-라는 말을 따라 주인공 발할라는 여러 인물을 만나게 된다. 라라, 미카엘라, 안젤라 등 이들도 모두 '라'자 돌림이다. <킬라>라는 제목처럼 말 그대로 '라'를 찾아내 죽여야 하는 추리게임이다. 게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종이 인형이 움직이는 듯한 비주얼과 내면의 세계를 비추는 듯한 묘한 연출이다. <단간론파>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 검귤단 팀원들의 말처럼, 매우 감각적인 묘사를 보여준다.


여러분은 추리게임에서 중요한 게 무엇이라 생각하시는가.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일단 사건과 세계에 대한 흥미가 기본이다. 플레이어가 궁금하지 않은 사건에서 누가 범인이든, 피해자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트릭 이전에 몰입이 되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킬라>는 참 영리하다. 아트, 사운드를 통한 특유의 분위기를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인물과 사건의 내면으로 인도된다.(이건 말처럼 쉽지 않은 영역이다)


이들이 대학 연합 동아리 브릿지에서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는 서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게임이 달리 보이게 된다. 다시 느끼게 된다. 누군가의 초심을 들여다보는 것은 얼마나 뭉클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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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라>는 예쁜 아트와 분위기로도 주목을 받았지만, 굿즈 구성으로도 호평을 받은 부스 중 하나다.


<킬라>를 개발 중인 검귤단 윤세은 사운드 디자이너, 최다은 게임 디자이너.
다른 개발사들이 기대되는 게임으로 많이 꼽은 부스였다.



# 쌉싸름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애틋한 맛 <소희>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다. 때론 무책임하게도, 때론 누군가를 지켜주기 위해 다정하게도 쓰여지는 이 문장은, <소희>라는 게임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애틋한 맛"이라는 소개처럼, 게임은 현실을 다소 아프게 알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게임에는 중요한 소재와 인물, 장면이 등장하는데, 기자는 플레이어가 (인게임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이 게임을 따라가 보길 권장한다. 차츰 차츰 알아가는 것 그 자체가 재미인 게임이다. 그런 의미에서 BIC, 지스타, 버닝비버까지 현장 시연에서 꽤 불리함을 안고 있는 게임 중 하나라고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핵심 소재를 보기 전과 보고 난 후의 생각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앞 사람이 플레이하고 있는가. 너무 꼼꼼히 들여다보진 마시길.


<소희>를 만든 아네모네는 개발 서사 자체도 참 재밌다. 졸업 작품으로 게임을 만들던 학생들, 원래는 동서대 게임학과 안에서도 큰 기대를 못 받던 팀 중 하나였다고 한다.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교수님의 조언을 적극 반영하며 '서사' 자체에 공을 많이 들이게 됐고, 이제는 오히려 동서대 출신 게임들 중 많은 사람들의 눈도장을 찍게 된 뜨거운 게임 중 하나가 됐다. 요약을 해두니 간결해 보이지만, 이들에겐 얼마나 큰 굴곡이었을까.


BIC에서 처음 이들을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BIC 소셜임팩트 부문 수상을 하기 전이었다. 동 트기 전에 만났던 학생들이 이제는 유니티 어워드 베스트 소셜임팩트 프로젝트 글로벌 후보작으로도 오르고, 지스타, 버닝비버 등에서 다른 쟁쟁한 인디 팀들과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이 든다. 좋은 의미에서, 사람 일은 모르는 일이다.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한 걸음씩 알아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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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른 채로 이 게임을 알아가시길 권장한다. 그게 '소희'의 마음을 따라가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소희>의 정식 출시를 위해 또 열심히 달리고 있는 아네모네다.



# 달콤쌉싸름한 첫맛, 톡 쏘는 마무리 <502호>

이 게임의 비주얼을 보자마자 들었던 생각. 이거 웹툰 IP를 기반으로 만든 게임인가? 기자가 실제 부스에 방문해서 가장 먼저 물어본 것도 "자체 IP로 만든 게임인가요?"였다. 그 정도로, 첫인상이 주는 힘이 강렬했기 때문이다.


랏츠가 개발 중인 <502호>는 일반적인 추리게임과는 조금 결이 달랐다. 일단 정보의 중요성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인물의 서사가 먼저 깊이 있게 등장할 것이라 기대한 바와 달리, 지도 안에서 공간의 중요성이 꽤 비중 있게 전달된다. 당연하지만, 추리에서 핵심적으로 사용되는 정보다. <502호>라는 타이틀도 여기에서 멀리 있지 않다.


기자의 눈길을 가장 끌었던 부분은 '추리 로직'에 대한 시각화였다. 마치 원자핵 주변을 도는 전자처럼,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처럼 표현된 개별 '정보'들은 하나의 '논리'와 '추리'로 연결되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매우 직관적인 비주얼로 전달하는데, 꽤나 매력적이라는 인상이었다.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인 게임이지만, 좋은 방향 설정을 가진 게임이기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본지의 기사를 꾸준히 봐주신 독자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기자는 소문난 추리게임 마니아인 동시에, 이 장르에서 게임을 좋게 평가하는 허들이 높은 편이기도 하다. 추후 어떤 발전 과정을 보여줄지 매우 기대되는 <502호>였다.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동시에, 지도 및 도면을 통해 공간의 중요성을 명확히 전달했다.

추리를 전개해나가는 과정의 시각화가 독특했던 작품이다.

랏츠가 <502호>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궁금해졌다.



# 아니, 이런 게임도 있어?

이번 '버닝비버' 행사에는 실험 게임 페스티벌 '아웃 오브 인덱스'와 협업한 기획 전시 공간이 따로 있었다. 아웃 오브 인덱스 기획자인 박선용 개발자의 <RP7>을 비롯해, 특색 있는 게임들이 전시됐는데, 핵심 중 하나는 플레이하는 기기에서부터 다른 접근을 요구하는 게임이 모였다는 것이다. 이전에 7개 레버로 슬롯을 조절하던 <RP7>은, 이번엔 7개 발판을 밟아가며 슬롯을 컨트롤하는 방식이 됐다.


그렇다, 게임을 즐기는 방법 자체가 달라질 때, 사람들은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이 기획 전시 공간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게임은 <로우-파이 룸>으로 잘 알려진 베어마스크가 만든 <이미지 아키올로지>라는 작품이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플레이하는 장치부터 독특한 게임들이 모여 있는데, <이미지 아키올로지>는 UV 라이트와 색상 돋보기 등을 활용한다. 발굴 작업에서 나온 여러 형상이 겹쳐지거나 숨겨진 흔적 사이에서,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방식의 게임들이다. 어떤 동물이 숨겨져 있고 무슨 색인지, 새겨진 이름들이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유물이 어디서 발견되었는지 등을, 연구원이 되어 알아내는 숨은그림찾기 겸 추리라고 보면 된다.


재밌는 점은 이런 플레이가 실제 라이트와 돋보기로만 즐길 수 있게 한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잇치 아이오 플랫폼에 올라와 있는 버전으로도 즐길 수 있는데, 색상별 채도, 조도 등을 조절하며 힌트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베어마스크라는 닉네임을 쓰는)​ 1인 개발자 배런드 해리스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외국어에 대한 부담을 내려 놓고 당신도 유물 속 진실을 찾아보시길.


대략 이런 느낌이다
실험적인 게임들도 만날 수 있어 참 좋았다

PC로 플레이하는 버전


배런드 해리스. 유창한 한국어로 게임을 소개해주어서 깜짝 놀랐다.



# 깊은 맛 <사운드스케이프>

이번 버닝비버 2024 행사가 시작되기 전,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된 출품작을 쭉 둘러보며, 현장에 가면 가장 먼저 만나야겠다-고 결심한 팀이 바로 <사운드스케이프>를 만든 오프비트였다. "깊은 맛" 간결한 세 글자 소개처럼, 게임도 매우 강렬하고 직관적이다. 


<사운드스케이프>는 시각장애인의 입장에서 벽을 짚고, 바닥을 두드리며 공간을 파악해 지하철 출구 밖으로 나가는 일종의 탈출게임이다. 이하 사진과 영상에서 보실 수 있지만, 흩뿌려진 빛나는 점들로 내가 두드린 지점 주변을 시각화한 방식 자체가 매우 신선하다는 인상이었다. 게임에선 점자도 활용하는데, 천천히 드래그해야 한 글자씩 읽을 수 있는 등 시각장애인이 지하철에 타면 겪을 법한 상황을 매우 잘 구현해뒀다.


음성 안내를 듣고 길을 찾아가기도 하는데,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느끼시겠지만, 지하철 밖으로 나가는 여정은 쉽지 않다. 실제 지하철 역의 구조를 그대로 3D로 옮긴 것이라고 하는데, 어둠 속에서 아무리 바닥과 벽을 두드리며 길을 조금씩 밝혀도, 길을 찾는 게 꽤나 어렵다. 지하철 역이 원래 이렇게까지 넓었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니까 말이다. 게임에선 사람과 부딪히는 상황은 담기지 않았는데, 현실에선 얼마나 더 불편하고 복잡한 과정일까.


플레이를 하며 자연스럽게, 실제 시각장애인분들도 이런 일상을 보내고 있겠구나-싶어 마음이 쓰였다는 측면에서, 정말 잘 기획된 소셜임팩트 게임이라고 느꼈다. 버닝비버 같은 행사가 아니더라도 이런 참신한 게임을 자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벽과 바닥을 파악하기도 하고
점자나 음성 안내를 따라가기도 한다.

<사운드스케이프>를 개발 중인 오프비트 팀이다. 
게임의 비주얼과 콘셉트 자체만으로도 매우 참신하다고 느껴진 작품이었다.


# 빙글빙글 도는 할로윈 행진의 맛 <할로원더밴드>

서문에서 '심장을 저릿하게 만드는 취향 저격인 게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오늘 마지막으로 소개할 <할로원더밴드>는 귀여운 거라면 사족을 못쓰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버닝비버 현장에 오면 꼭 해보고 싶던 게임 중 하나였고, 치사량을 넘어서는 귀여움에 매우 큰 만족을 한 작품이기도 하다. 오죽했으면 현장에서 사람을 만날 때마다, 이 게임 해보셨어요? 꼭 해보세요-라고 입이 마르게 추천을 하고 다녔을 정도다.


<할로원더밴드>는 스토리를 따라가는 리듬게임인데, 음악과 아트 모두 할로윈과 귀여움이라는 콘셉트에 매우 충실해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주인공 '려울' 외에도 모든 캐릭터가 다 매력 있으니, 시연 버전에서 만날 수 있는 캐릭터는 모두 보고 오시는 걸 추천한다. 리듬게임은 원래도 음악 템포에 맞춰 아트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는 편이지만, 캐릭터마다 표정, 동작, 시선 처리 등을 달리한 스탠딩 아트가 다수 포함되어 있어, 말하는 장면만 봐도 풍성한 느낌이었다.


리듬게임에 대한 영역도 마찬가지다. A, S, D와 J, K, L 키를 좌우의 묶음으로 사용하는데, 양쪽에서 다가오는 하단의 채보는, 삶과 죽음의 경계라는 콘셉트로 풀어냈고, 사운드나 반응 퀄리티도 준수해서 매우 재밌게 즐겼다. 특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6개 키를 다채롭게 사용하는 특수 구간들이었는데, <리듬천국> 스타일의 미니게임을 6개 키의 방향성을 살려 플레이하는 센스가 참 좋았다. 해야 할 일 목록을 박자에 맞춰 체크하거나, 달리기나 추격전, 유령 퇴치를 하는 등 참신한 구성이 많았다.


더 놀라운 건, 이런 퀄리티의 게임을 3명이 만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할로원더밴드>가 이들의 첫 게임이고, 이번 버닝비버가 첫 오프라인 행사 출전이었다고 한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분명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스타일의 게임이기 때문에, 화이트카이트 팀이 순풍을 만나, 어서 멋진 정식 출시 버전을 보여주길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리듬게임으로서의 재미, 인터페이스의 구성, 플레이의 플로우 등등 정말 완성도가 높은 게임이었다.

이렇게 귀여운 걸 어떻게 지나쳐
게임 속 점수 체계처럼 "짱재미있었다"


<할로원더밴드>를 만들고 있는 화이트카이트 팀의 경혜린 아트&애니메이션 담당, 서의명 게임디자이너.
버닝비버에선 마지막날 어워즈도 진행되는데, 
(그런 상은 따로 없지만) 기자가 상을 줄 수 있다면 <할로원더밴드>에게 주고 싶을 정도로 정말 취향저격인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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