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의 배틀로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가 ‘12.2 패치’로 큰 변화를 맞이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콘텐츠는 단연 신규맵 ‘태이고’다. 1980년대 한국을 모티브로 한 태이고 맵은 익숙한 건축물과 자연환경으로 한국 유저의 눈을 즐겁게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현대자동차의 과거 콘셉트 카였던 ‘포니 쿠페’, 국군 제식 총기 K2, 배우 마동석 스킨 등 국내 팬들의 마음을 공략할 요소가 많아 화제다.
그런데 12.2 패치에서는 이런 팬 서비스 뿐만 아니라 게임의 핵심인 '생존 시스템'과 관련된 혁신적 신규 콘텐츠들도 눈에 띈다. 그런데 이는 게임의 기존 운영 철학에 다소 반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에 없던 변화를 통해 크래프톤이 노리는 바가 과연 무엇일지 한 번 짐작해봤다.
첫 번째는 ‘자가제세동기’ 아이템이다. 가지고 있으면 기절(DBNO)했을 때, 동료 도움 없이 ‘자가회생’을 할 수 있다. 필드에서 드롭 되며, 가지고 있는 개수만큼 횟수 제한 없이 사용한다. 이는 경쟁작 <에이펙스 레전드>의 ‘자가회생 녹다운 실드’ 아이템과 유사하다.
그러나 활용도 측면에서는 차이를 보일 듯하다. <에이펙스 레전드>는 교전 거리가 짧고 캐릭터 기동력이 높아 자가회복 전에 처치될 확률이 높다. 반면 <배틀그라운드>는 중장거리에서 엄폐물을 활용한 대치 상황이 자주 펼쳐지는 만큼, 실효성과 메타 영향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복귀전’ 시스템은 <콜 오브 듀티: 워존>의 패자부활전인 ‘굴라그’ 시스템을 참고한 흔적이 역력하다. 첫 번째 블루존 페이즈 동안 사망한 유저 중, 동료가 아직 생존한 이들만 ‘복귀전’을 펼치고, 여기서 생존한 유저는 다시 전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
복귀전 참가자는 별도의 소형 전장으로 이동해 국지적인 배틀로얄을 벌인다. 아이템을 루팅 해 자기장을 피해 살아남는 룰은 본 경기와 동일하다. 그러나 적을 굳이 죽이지 않아도, 주어진 시간 동안 살아남기만 하면 획득 아이템과 함께 본 경기에 돌아갈 수 있다. 다만 전장 크기가 작아 교전을 끝까지 피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 시스템은 ‘태이고’ 맵에서만 한정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배틀로얄 장르 태동에 큰 영향을 준 ‘원조’ 게임이지만, 그만큼 경쟁작들보다 ‘구식’이기도 하다. <배틀그라운드>를 참고해 만든 후배 배틀로얄 게임들에 비하면 편의성이나 접근성 측면에서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 점을 의식해 크래프톤은 그간 각종 편의 기능을 추가해 불편을 해소했고, 수년째 모터 글라이더, 건물 파괴, 소형전장, 봇 시스템 등 새로운 콘텐츠를 꾸준히 추가, 일정 규모 팬덤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생존’과 ‘리얼리티’라는 핵심 콘셉트에는 변화를 최소화했는데, 이는 게임 난도를 높이고 호불호를 가르는 요인이 됐다. 대표적으로 유저 사이에서는 <에이펙스 레전드>, <콜 오브 듀티: 워존>에 존재하는 전장 복귀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적지 않았다. 스쿼드 플레이 중 먼저 사망해 친구들의 매치 종료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상황은 스트레스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래프톤은 복귀 시스템 도입에 그간 유보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는 역시 게임 정체성 유지를 위한 결정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치열한 생존을 강조하는 게임 특성상, 전장 복귀는 전반적 긴장감과 리얼리티를 떨어뜨려 몰입감을 해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 경쟁 게임들까지 참고해가며 생존 시스템을 두 가지나 빌려온 이번 패치는 크래프톤으로서는 큰 도전이자 실험이다. 그럼에도 단행한 이유는 게임의 접근성을 끌어올려 신규·복귀 유저를 유치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유저 수'는 라이브 게임의 성과를 측정하는 직접적인 지표 중 하나다. 상장을 앞둔 크래프톤이 신경써야 할 숫자이기도 하다.
3년 만의 8X8 전장이자 한국 배경 맵인 ‘태이고’ 출시에 맞춰 도입한 것 역시, 대중의 주목도를 활용해 유입 효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복안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실제로 전장 복귀는 접근성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초보 유저들의 경우 게임 초반 사망해 팀에 기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면 성취감이 줄고 지루함이 커져 플레이를 즐기기 힘들다. 더 나아가 전투 경험을 많이 쌓지 못해 실력이 제자리에 머무는 악순환이 일어나기 쉽다. 따라서 부활 기회와 전투 경험을 동시에 제공하는 복귀전은 좋은 해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