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보드게임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소개합니다.
평화운동 단체 '전쟁없는 세상'이 보드게임 <세상을 바꾸다: 광장에서 국회까지>(이하 세상을 바꾸다)의 소장판을 제작합니다. <세상을 바꾸다>는 사회운동이 어떻게 기획되고 굴러가는지, 그리고 어떤 위기를 겪는지 등을 담은 보드게임입니다. 실제 운동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60여 종 이상의 행동 카드가 마련됐다고 합니다.
게임은 빌 모이어의 운동의 설계도(MAP, Movement Action Plan) 이론을 바탕으로 만든 일종의 보드 시뮬레이터입니다. 사회운동을 조건 성숙, 활동 착수, 여론 획득, 투쟁 지속 등의 8단계로 나눈 이론인데, 플레이어들은 경쟁하지 않고 서로 연대하며 세상을 바꾸는 데 힘씁니다. 게임을 시작하면서 플레이어들은 추상적인 구호나 구체적인 아젠다를 목표로 설정하고 그에 따라 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주어진 스토리가 있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하면서 구체적인 설정을 채워나간다는 것이죠. 게임이 주어진 틀에 특정 의제를 집어넣어 구체화한다는 점에서 TRPG의 요소도 부분적으로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왕이나 용사가 아닙니다. 의제를 현실화하기 위한 단계를 성실하게 수행해나갈 뿐이죠.
게임에는 시민, 개혁가, 행동가, 조직가 등 4가지 역할이 있으며 서로의 성격과 역할이 있어 '롤플레잉'의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테면 시민은 선전 활동에 특화되어있고, 행동가는 급진적인 행동, 점거, 농성 등에 이점을 얻습니다.
플레이어는 교육을 통해 행동카드를 얻고, 모금활동과 조직활동을 통해 커맨드를 실행할 수 있는 재원인 '자원'과 '인력'을 모아야 합니다. 이것들을 사용해 '행동'을 발동하는 방식이죠. 이렇게 행동의 축적을 통해 게임을 승리하면 되는데,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사회운동이 전진하기도 하고 '반격'을 당해 후퇴하기도 합니다. 게임에는 우연성이 도입됐는데, 행동카드를 발동해도 주사위 요구값을 맞추지 않으면 발동하지 않습니다.
전쟁없는 세상은 운동단체나 활동가들이 비폭력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게임을 만들었는데 일종의 게이미피케이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다>는 2019년 소량으로 출시됐는데, 찾는 사람이 많아서 게임을 추가로 소장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특별판을 준비했습니다. 전쟁없는 세상에 약 3만 원에서 3만 5천 원 정도의 후원금을 내면 리워드를 받는 형식으로 게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약 페이지는 여기 있습니다.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