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1차 테스트를 시작한 액션 게임 <비바파이터>의 영상이 논란이 되고 있다.
게임업계의 비교 광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교’라고 말하기엔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바파이터>는 “현질앤파이터, 강화앤파이터, 점검앤파이터는 The End, 던파보다 화려하고 짜릿하고 재미있는 새로운 전설이 시작된다”는 문구로 시작되는 영상을 제작, 국내의 주요 포탈 사이트에 게재했다.
이 영상의 압권은 경쟁 게임의 실제 아트웍이 실제 등장한다는 것. <던전앤파이터>의 로고와 함께 일러스트를 대놓고 보여 주면서 “과거의 세상에서 힘겹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문구를 삽입, 보는 사람을 자극하고 있다.
비교 광고는 비용 대비 효과가 좋다는 점에서 게임분야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단순히 광고에 그치지 않고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데다 카페나 블로그 등으로 전파되기도 쉬워 그만큼 매력적이다.
특히 온라인게임 시장의 경우 기존 흥행작의 유저들을 끌어들여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교 광고가 자주 쓰인다. 기존 게임과 비교해 신작을 장점을 알려 유저를 모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업계의 비교광고는 ‘비교’보다 ‘비난’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납득할 만한 기준을 근거로 게임을 비교하기보다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해 경쟁 게임을 헐뜯는 비난 광고로 변질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 비교 광고의 첫 타깃은 대형 MMORPG
게임업계에서 비교 광고가 눈에 띄기 시작했던 시기는 2003년부터. <라키아 온라인>의 광고는 “리니지는 잊어라!”라는, 당시에는 다소 파격적인 선전 문구로 눈길을 끌었다.
이후 “영웅은 죽고 강호는 어지럽다”는 엠게임의 무협 게임을 언급한 <구룡쟁패>의 광고, “<디아블로>는 잊으라”는 <킨 온라인> 광고가 등장했다. 이때까지는 소규모 개발사가 대형 게임사의 경쟁작을 활용한 이슈 메이킹에 집중했다.
하지만 2005년에 접어들면서 대형 게임사들도 잘 나가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를 타깃으로 삼은 비교 광고를 선보였다.
NHN의 <아크로드> 광고가 그 시작이었다. 직접적으로 게임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리니지2>와 <WoW>의 문양을 비석에 새겨 놓고 “혈맹의 군주여. 얼라이언스의 영웅이여.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삽입해 많은 논란이 일었다.
<리니지>와 <리니지2>가 성공하면서 비교 광고의 주요 타깃이 됐던 엔씨소프트도 2005년 신작 출시에 맞춰 비교 광고를 선보였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길드워> 광고에서 “<스타크래프트>로 몸을 풀었다. <디아블로>로 연습게임을 마쳤다”는 문구를 사용한 것은 물론, <WoW> <스타크래프트> <아크로드>의 바로가기 아이콘을 휴지통에 넣어버리는 파격적인 배너 광고를 게재했다.
이 밖에 <에버퀘스트2>도 국내 오픈 베타를 앞두고 “누가 감히 스케일을 논하는가! 그 이상의 스케일”이라는 문구로 당시에 “블리자드 스케일”이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한 <WoW>를 자극했고, <다크에이지 오브 카멜롯>도 “인간과 오크의 하찮은 전쟁도 카멜롯의 거대한 전쟁 앞에서는 부질없는 것”이라는 문구로 <WoW>를 간접 비난했다.
결국 블리자드 코리아까지 “그깟 개미나 잡고 계실래요?”라는 <WoW> 광고로 <리니지2>를 비난하고 나서 비교 전쟁은 점입가경으로 흘러갔다.
■ 잘 나가는 게임은 캐주얼도 비난하라?
비교 광고는 비단 MMORPG에 머물지 않았다. 같은 장르에서 흥행에 성공한 게임이 있다면 역시 타깃이 됐다.
대표적인 예가 넥슨의 <카트라이더>. 캐주얼 레이싱게임 <콩콩 온라인>은 게임 속 캐릭터가 <카트라이더>의 다오를 연상시키는 캐릭터를 깔아뭉개는 배너 광고를 게재하며 “굿바이 드리프트”라고 외쳤다. <디기디기>는 영상을 통해 <카트라이더>와 <테일즈런너> 캐릭터를 앞질러가는 <디기디기>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최근에는 <서든어택>과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가 비교 광고의 주요 타깃이다. 특히 액션 게임들이 많이 나오면서 <던전앤파이터>를 끌어들인 비교 광고가 늘어나고 있다.
제이씨의 <고스트X>는 “단풍은 지고 던전은 정복됐다”, “지겨운 달팽이 사냥, 불쌍한 고블린 학살, 시간때우기 게임은 이제 그만!”이라는 문구를 배너 광고에 사용해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를 겨냥했다.
<트리니티 온라인>도 “지루한 던전과 파이터는 가라”는 문구를 홍보 영상과 배너에 삽입했고 최근 <비바파이터>에 이르기까지 <던전앤파이터> 헐뜯기는 계속 되고 있다.
한편, 피망의 <크로스파이어>도 “서툰어택은 가라!”는 자극적인 문구로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한 바 있다.
<아발론 온라인>도 <워크래프트3 카오스>의 로딩 장면을 박살낸 뒤 “카오스보다 새롭고 능가하는 재미, 카오스는 잊어라”는 문구로 비교 광고를 만들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대로 된 비교 광고는 홍보에 도움이 되지만 비난을 일삼는 광고는 자기 얼굴에 침뱉기다. 그런 광고를 만들 시간에 내부적으로 게임을 객관적으로 비교해 게임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